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205화 (20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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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드디어 이번 떡씬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렇게까지 긴 떡씬은 정말 오랜만에 써본 것 같네요ㄷㄷ

개인적으로 떡씬은 빌드업 제외하고 짧으면 한 편 내에서, 길면 두 편에서 끝내는 걸 좋아합니다.

이번 떡씬은 길어서 루즈하지 않았나 걱정도 조금 되네요.

가능하면 지루하지 않게 쓰고 싶어서 검색을 꽤 많이 하는 편입니다만...

...그렇다 보니 어느새 구글 검색창이

보지, 자지, 섹스 체위, 애널섹스, 애널플러그, 야외 플레이 스팟, 한강 텐트 섹스, 특이한 페티시, 이상성욕 등의 단어로 가득 찼네요.

정기적으로 지우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군요...

*

탄산나무 님, 쾨니히스티이거 님, 엘라이니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문블럭 님, m.s.g.one 님, 유운처럼 님, 쾨니히스티이거 님, 젤니스 님, 엘라이니 님, ahffks 님, 양구9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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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동물적인 그녀

정하연이 복상사하기 직전까지 갔던 날, 그녀는 결국 하(下)등급의 페티시가 하나 더 생성됐다.

‘후우. 이상한 게 아니라서 다행이야.’

서주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쓰러지면 집에 보관한다느니, 입원해도 평생 돌봐주겠다느니 무서운 말을 해대서 혹여 이상한 페티시가 생긴 게 아닌가 했는데, 확인한 결과 다행히도 무척 평범한 페티시였다.

Tripsophilia(트립소필리아).

마사지 성애라고 하여 마사지를 하거나 받는 것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페티시다.

그녀가 기절한 직후 정신을 차리라며 죽어라고 마사지를 했더니 이런 페티시가 생겼다. 기절하면서 각성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하연이가 평소부터 마사지 받는 걸 좋아하긴 했지.”

사랑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했던가? 아무래도 관계 후 마사지를 자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7월은 중순 무렵이 될 때까지도 특별한 일 없는 평범한 나날이 계속됐다. 막 종강했을 때만 해도 놀러가자며 신났던 서주환 일행이었지만, 막상 본격적인 방학이 시작되니 학기 중 보다 더욱 바빴기 때문이었다.

우선 정하연은 그동안 쓴 생활비를 충당하겠다며 단기알바를 시작했다. 그녀가 취직한 곳은 일행들과 자주 가던 당구장이었는데, 취직을 하게 된 경위가 꽤 특이했다.

“알바 자리가 없어! 나도 지경이처럼 미리 구했어야 했는데. 으으…….”

일행과 당구를 치며 대화하던 중 나온 말이다.

그 얘기를 들은 사장이 달려왔다.

“자, 잠깐만! 하연아! 아니, 하연 씨! 알바 자리 없으면 우리 당구장에 와요!”

“네?”

“시급 팔천 원! 아니, 만 원!”

2016년의 최저시급은 6,030원. 만 원이면 그보다 대략 60%나 높은 금액이다. 정하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정말요? 아, 그런데 당구장은 좀…….”

“왜, 왜요? 우리 당구장이 뭐 어때서! 하연이랑 너희도 단골이잖아? 시설도 좋고, 흡연실까지 완비! 응? 얼마나 좋아!”

열심히 어필하는 사장 형님이었지만 정하연은 여전히 곤란한 얼굴이었다. 그녀가 작게 이유를 설명했다.

“그, 당구장 알바면 짧은 옷 입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대부분 그렇던데. 전 짧은 옷이랑 치마 별로 안 좋아해서…….”

실제로 당구장은 여성 알바생에게 짧은 옷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시급이 센 경우에는 대놓고 모집 요건에 짧은 옷을 강조하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장은 겨우 그거 때문이었냐는 듯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우린 그런 거 필요 없어. 복장은 자유롭게 입어도 돼. 긴팔도 문제없고.”

“그래요? 그럼 하는 일은요?”

“주로 카운터 봐주면 되고, 짬 날 때 걸레질 좀 해주면 돼. 음료 같은 건 알아서 셀프로 가져가니까 가끔 채워주기만 하면 되고. 쉽지?”

정말로 별 거 없었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이라면 밤중에 술 먹고 들어와서 당구를 치다가 난동을 부리거나 추근덕 대는 경우였다.

물론 그걸 감안해도 좋은 조건인지라 정하연의 마음은 알바를 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때 이석찬이 끼어들었다.

“사장 형, 그거 받고 우리 일행 방학동안 당구장 무료이용권 얹어줘요. 그럼 할게. 콜?”

“그 정도야 뭐. 콜!”

“어? 야, 잠깐만! 내 의견은?!”

졸지에 이루어진 구두계약에 정하연이 소리쳤다.

이석찬은 귀를 후비며 태연하게 말을 받았다.

“너 어차피 알바 한다면서. 그럼 아는 사람들 많은 곳이 좋지 않음? 사장 형이랑은 얼굴도 많이 봤고, 무료이용 끊어놓으면 우리가 자주 와서 놀아주면 되고. 딱이잖슴.”

“그, 그건 그렇지만.”

확실히 다른 일자리보다 훨씬 조건이 좋다. 사장과는 학기 초부터 아는 사이였으니 이상한 일을 시킬 염려도 없었다. 오히려 저 덩치로 난장부리는 진상들을 막아줄 테지.

“…그런데 왜 찝찝하지?”

정하연은 어쩐지 무료이용권에 팔린 느낌이 들어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결국 당구장 알바에 취직을 하게 됐다. 덕분에 당구장에는 연일 그녀를 보러 오는 남자 손님들이 넘쳐났고 매출 또한 눈에 띄게 올랐다.

7월 중순이 됐을 쯤, 정하연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안양 당구여신으로 유명해졌다.

사장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유지경은 기존에 하던 알바를 유지하며 하나를 더 늘렸다. 전액은 아니어도 장학금을 받았으니 쉬엄쉬엄 해도 되련만, 다음에는 어찌될지 모른다며 최대한 돈을 모으는 중이었다.

“너굴아, 너 그러다 몸 축 나는 거 아니야?”

“너굴너굴…….”

“힘들면 쉬엄쉬엄 해. 주인님이 학비 정도는 해결해줄 수 있다.”

“너구르르륵!”

“으악, 왜 깨물어? 알아따따! 돈 얘기 안 할게.”

“너굴, 너굴너굴.”

“머리나 쓰다듬으면서 위로하라고?”

“너구울…….”

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사람 말을 잊어버린 듯했다. 마음 같아서는 학비고 자취비고 모두 해결해주고 싶었지만 본인이 받지 않겠다는데 어쩌겠는가. 그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피로회복제’를 조금 챙겨주는 정도밖에 없었다.

“너구리 보고 싶네.”

요즘 들어서는 얼굴 보기도 힘들었다. 그나마 가끔 까톡을 하거나 전화로 목소리를 듣는 정도. 7월 단기 알바로 빡세게 한다고 했으니 앞으로 보름은 더 놀기 힘들 듯했다.

“아, 벌써 다 봤다. 야, 덕후야. 다른 것도 좀 추천해줘 봐.”

“옙. 이번엔 이거 읽어 보십시오.”

처음 여행을 제안했던 이석찬은 한량 같은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주로 여자를 만나러 가거나 일행들과 가끔 모여 술을 마시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여기까지는 학기 중과 별다를 바 없었지만, 결정적으로 바뀐 점이 있었다. 바로 장덕훈의 영향을 받아 서서히 씹덕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다.

“크으. 이것도 재밌네. 덕후야, 이건 만화로 없냐?”

“이미 있습니다.”

“오, 진짜네? 그림체 좋다. 나중에 빌리러 감.”

본래 만화나 애니에는 관심이 없던 이석찬이다. 그나마 서주환의 영향으로 웹소설에 재미를 들였는데, 장덕훈은 이러한 점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그에게 웹소설 원작의 작품들을 추천했다. 물론 J웹소설, 흔히 라이트노벨이라 부르는 그것이었다.

“형님, 그거 애니도 있지 말입니다.”

일본은 서브컬처 시장이 잘 발달해 있다. 한국의 장르소설에서 종이책이 명맥만 유지한 것과 달리 단행본 발매 및 판매율이 무척 높았다. 더불어 만화와 애니 제작 등의 2차 창작이 활발하기까지.

장덕훈은 소설을 시작으로 이석찬을 서서히 물들였다.

“애니? 난 애니는 별론데… 그래도 이건 좀 재밌으려나?”

“재밌습니다. 솔직히 그건 애니가 원작 초월입니다.”

“그으래? 오키. 일단 킵.”

“킵하지 말고 제가 한정판 블루레이 소장 중이니까 한 번 보십쇼. 어차피 저한테 라노벨 빌려 가실 거잖습니까. 만화책도 빌린다고 했고.”

“흠. 그렇긴 하지.”

씹덕의 마수에 걸린 것도 모르고 턱을 쓰다듬는 이석찬. 그가 서주환을 돌아봤다.

“야, 쭈환. 너도 덕후네 집 가쉴?”

“나도?”

“엉. 너도 같이 보자. 이거 재밌음. 얘네 집에 어지간한 건 다 있더라.”

“난 그거 이미 봤어.”

“뭐야, 진짜임?”

“그거 유명한 거다. 난 옛날에 다 봤지.”

무얼 숨기리오. 장덕훈을 씹덕이라 부르고 있었지만 서주환 또한 만만치 않게 오타쿠 기질이 강했다. 마이너한 장르는 몰라도 메이저한 작품 대부분은 회귀 전부터 챙겨봤었다.

“그래도 가긴 할게. 생각해보니까 덕훈이네 가본 적이 없네.”

“오키. 바로 고?”

“덕훈아, 지금 시간이면 너희 부모님 일 나가셨나?”

“아, 오늘은 두 분 다 계십니다.”

“그래? 그럼 선물 좀 사들고 가자.”

“괜찮습니다. 그런 거 신경 안 쓰십니다.”

“쓰읍. 내가 신경 쓰여서 그래. 친한 동생 집 찾아뵙는데 빈손은 좀 그렇지.”

“나도 사야 되냐? 저번에 한 번 갖다 드렸는데.”

“한 번 더 사던가.”

“그러지 뭐.”

이석찬도 돈이 부족한 입장은 아니었다. 듣자하니 집에서 용돈을 금지 당했지만 개인적으로 돈을 버는 구석이 있다나.

두 사람은 괜찮다며 말리는 장덕훈의 말을 무시하고 과일바구니를 한 아름 사들었다. 장덕훈의 집은 일행 중 유일하게 안양이어서 금방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주방에 있던 장덕훈의 어머니가 앞치마 차림으로 맞아주었다.

“어머, 석찬아. 또 왔구나. 잘 지냈니?”

“안녕하세요, 어머니. 오늘따라 더 예쁘시네요.”

까불대는 이석찬이지만 어른들에게는 예의가 발랐다.

“호호. 얘는 말 하는 게 왜 이리 예쁘니. 그런데 오늘은 새로운 친구도 왔네? 반가워요, 덕훈이 엄마 황연주에요.”

“안녕하세요. 덕훈이랑 친한 형 서주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어머니 맞으세요?”

“그건 왜요? 안 닮아서?”

자주 듣는 말인지 작게 웃으며 되묻는다. 그 말대로 황연주는 장덕훈과 닮은 구석이 별로 없었다. 키도 160이 조금 넘어 보였다.

“아뇨. 그게 아니라 너무 젊어 보이셔서요. 덕훈이 누나라고 해도 믿겠는데요?”

“어머? 호호호. 덕훈이 형들이 다 아부쟁이네.”

“하하. 아부가 아니라 보이는 대로 말한 거예요.”

“아이, 낯간지럽게. 그만 서 있고 둘 다 들어오렴.”

기분이 좋아졌는지 이석찬에게 하는 것처럼 바로 편하게 대하는 황연주 여사였다.

‘그런데 진짜 젊어 보이시네.’

많게 봐도 사십 대 초반쯤? 솔직히 장덕훈의 어머니라는 걸 몰랐으면 삼십 대 후반으로 봤을 것이다. 어떻게 저 얼굴이 50대 중반인지 신비 그 자체였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가 보였다. 장덕훈의 아버지, 장만석이었다.

‘딱 봐도 덕훈이 아버지시다.’

황연주는 장덕훈과 남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닮지 않은데 반해, 장만석은 누가 봐도 장덕훈의 아버지였다. 떡 벌어진 어깨와 근육질하며 190을 넘어 보이는 키까지. 인간 자체가 강해보이는 거대함이었다.

장만석이 몸을 일으켜 두 사람을 맞았다.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등짝을 팡팡 두드리며 반기는데, 마치 헬스장의 호랑이 백강호가 떠오르는 위력이었다.

이석찬이 표정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서주환은 어색하게 웃으며 흔들리는 몸을 지탱했다.

장만석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한다.

“우리 막둥이가 형들이랑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야. 특히 주환이라고 했지? 덕훈이가 자네 이야기를 많이 했어.”

“그런가요?”

“존경하는 형님이라고 하더구먼. 글을 그렇게 잘 쓴다고 하던데? 지금도 작가로 데뷔했고 나중에는 분명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거라고.”

“아, 아뇨. 그렇게까지는 아닙니다. 그냥 운이 좋았죠.”

베스트셀러라니. 부담스러운 말에 손사래를 쳤지만 장만석은 다시 껄껄 웃음을 터뜨리더니 겸손까지 겸비했다며 칭찬을 쏟아냈다.

“자네가 많이 가르쳐주면 고맙겠어. 보다시피 우리 집 안 사람들이 글머리랑은 거리가 있거든. 다 운동 좋아하고 힘쓰는 걸 잘하지. 그런데 막둥이 녀석만 글 쓰고 뭐 만드는 걸 좋아해.”

“하하. 건축 쪽이시면 머리도 비상해야 할 텐데요. 그리고 어머님은…….”

“우리 마누라? 말도 말어 저 여자가 실세야, 실세. 왕년에 유도랑 주짓수를 했거든. 우리 자식들 사춘기는 관절기 한 방에 해결됐지.”

유도랑 주짓수? 어쩐지 장덕훈이 정하연을 유독 누님이라 부르며 깍듯하게 대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무튼 석찬이도 그렇고 자네도 그렇고 좋은 형들이랑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구먼. 우리 덕훈이 잘 부탁하네.”

“네. 덕훈이는 저희한테도 좋은 동생입니다, 아버님.”

“푸허허헣. 아버님은 무슨. 우리 딸래미 데려갈 거라는 얘긴가?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

그리 말하며 다시 팡팡! 등을 토닥이는 장만석.

등짝에서 북 터지는 소리가 울렸다.

서주환은 고통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저씨. 저, 그런데 딸이라니요? 덕훈이한테 누나가 있나요?”

“음? 얘기 못 들었나?”

“형이 한 명 있다고만 들었습니다. 석찬아, 넌 알았어?”

“아니, 나도 처음 듣는데? 덕훈아, 어떻게 된 거임?”

장덕훈은 드물게 인상을 구기고 시선을 피했다.

“저 누나 없습니다…….”

“푸허허허헣! 알만하구먼.”

장만석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이번에는 장덕훈의 등을 퍽퍽 두드리며 말했다.

“우리 막둥이가 누나 손에서 좀 험하게 자라서 그려. 덕자가 워낙 말괄량이로 컸거든. 장난이 심했지.”

“아부지, 그게 어떻게 장난이에요?! 저 그 여자 손에 여러 번 죽을 뻔했슴다!”

“이 녀석이! 누나한테 그 여자라니! 무슨 말 버릇이냐!”

장만석이 엄한 얼굴로 꾸짖었다. 그에 움찔하는 장덕훈이었지만 이내 무척이나 억울하다는 얼굴로 반박한다.

“세상 그 어떤 누나도 기술 실험하겠다면서 동생 어깨 관절을 빼버리거나 팔을 부러트리진 않슴다! 그런 미친 근육 신봉자 싸이코 같은 건 제 누나가 아닙니다!”

어지간히 맺힌 게 많은지 한이 서린 목소리였다. 오죽하면 괴물 같은 덩치의 장만석이 움찔 할 정도다.

그때였다.

콰앙! 하고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묘하게 중성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막둥이~ 누가 싸이코라고~?”

“흐어어억!!”

장덕훈이 공포에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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