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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198화 (198/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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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그렇습니다.

서주환 이 새끼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말했지만 결국은 쓰레기 발언이었죠.

이전 화에 본질을 꿰뚫은 댓글이 있더군요ㅎㅎ

저는 바른생활 청년이라서 가스라이팅 같은 거 할 줄 모르는데 참 힘드네요.

쓰레기처럼 살고 싶다......

*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주말에도 한 편 이상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엘라이니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엘라이니 님, 깊고푸른바다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독자님들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기를 :D

덧칠하는 기억

서주환은 차를 몰고 서울 시내로 들어섰다.

“오랜만에 데이트나 할까?”

“데이트?”

“아직 시간 많이 남았잖아. 드라이브만 좀 하다가 들어가긴 아쉽지.”

정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가라앉은 기분으로 빨리 집에 들어가기는 싫었다.

“이러고 있으니까 옛날 생각난다.”

“그러게. 따지고 보면 얼마 안 됐는데 엄청 오래된 것 같네.”

두 사람은 3월 초에 사귀어서 한 달 정도의 짧은 연애를 했다. 헤어진 것은 4월 중순이 되기 무렵. 지금이 6월 말이었으니 기껏해야 헤어진 지 두 달하고 보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렇듯 둘이서 함께 걷는 게 무척 오랜만이라고 느껴진다. 사귀었을 적의 기억은 무척 단조로운데, 그 이후의 기억이 무척 다채로웠다. 일행들과 안양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줄기차게 놀았던 탓이려나. 회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동적으로 지냈다.

정하연의 경우는 이유가 조금 달랐다. 헤어진 이후의 감정 변화와 생각이 워낙 많아서, 기억의 밀도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헤어진 직후 가면을 쓰고 친구로 지냈던 일상.

방에서 같이 시험공부를 하다가 다시 몸을 섞고, 과거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던 날.

그렇게 특별한 친구가 되어 감정을 숨기고자 마음먹었던 다짐.

짐작하고만 있던 그와 유지경의 관계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내심 작게 질투하던 밤.

그리고 오늘, 어머니에게 함께 와준 그에게 느낀… 고마움, 야속함, 후련함, 복잡함…….

‘어쩌다 얘를 좋아하게 돼서.’

정하연은 옆에서 걷고 있는 그를 힐끗 돌아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마주 돌아보며 씩 웃는 얼굴을 보니 울컥 화가 올라왔다.

‘나쁜 새끼.’

서주환이 어머니의 묘비 앞에서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개소리를 그럴 듯하게 포장했다지만 ,결국은 쓰레기 같은 발언들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우스운 것은 자신이 아닐까.

‘미치겠다.’

정하연은 결국 웃고 말았다. 분명 개새끼에 쓰레기가 맞는데 본인도 이제 서주환이 왜 좋은지 모르겠어서, 이렇게 함께 걷는 시간이 좋다고 기뻐하는 자신이 우스워서 미소가 지어졌다.

문득 그가 살며시 손을 잡아왔다. 새삼 그는 손잡는 걸 참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잡고만 있는 것도 아니고 틈만 나면 만지작댄다.

“요즘 손목은 좀 괜찮아?”

“응. 원래는 가끔 아팠는데 올해 들어서 많이 나아졌어. 오래 사용해도 별로 안 아프고.”

정하연은 그리 말하면서도 스스로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 심하지는 않았지만, 장시간 손목을 사용하거나 힘을 쓰면 약하게 통증이 올라왔었다. 피로가 누적되어 수전증처럼 잘게 떨리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후유증이 거의 사라졌다. 일상생활에서 멀쩡한 반대 손과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본래는 비가 오는 날은 특히 컨디션이 별로여서 신경 쓰이곤 했는데, 오늘은 그가 물어보기 전까지 한 번도 의식하지 못했다.

“다행이네. 유도 하다가 다쳤다고 했지?”

“맞아. 대회에서 시합 중에 손목이 이상한 각도로 꺾이는 바람에 인대가 끊어졌었어.”

“많이 아쉬웠겠다. 혹시 유도 다시 시작할 생각 있어?”

서주환은 슬쩍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안 좋은 기억일 테니 물어보는 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정하연은 무척 덤덤히 답했다.

“음. 그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괜찮아. 애초에 재능 있다고 하니까 장학금 타려고 시작했던 거거든.”

“미련 없다는 뜻?”

“응, 전혀. 내가 유도를 중학생 때 시작했거든? 그때는 운동만 해서 몰랐는데 내가 공부에 더 재능이 있는 것 같더라고. 이쪽이 더 재밌기도 하고.”

“진짜 안 어울리네.”

“뭐야?”

찌릿 노려보는 시선에 서주환이 짐짓 호들갑을 떨며 한 발작 멀어졌다. 자연스레 맞잡았던 손도 떨어져 나갔는데, 정하연은 괜히 아쉬운 마음에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서주환은 그녀를 두어 마디 더 놀리다가 다시 손을 붙잡았다. 이렇듯 기회가 있을 때 최대한 접촉을 해야 ‘성스러운 손길’의 치유 효과로 정하연의 손목을 낫게 해줄 수 있었다.

‘외상은 비교적 금방 되는데.’

인대처럼 내부가 손상된 경우에는 치유 효과가 굉장히 미미하게 적용되었다. 벌써 몇 개월 째 틈만 나면 사용해왔는데 아직도 완치가 안 되다니.

‘그나마 질병이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질병으로 가면 효과가 더 떨어진다. 잠시간 통증을 완화해줄 수는 있지만 치유 효과가 미미했다.

서주환은 마주잡은 정하연의 손을 조물조물 만지작대며 손목 부근을 쓸고 주물렀다.

“야, 손 좀 가만히 둬.”

너무 만져댔는지 정하연이 핀잔을 줬다.

서주환은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으이그. 고마운 것도 모르고.”

“뭐라는 거야?”

“손 잡아줘서 고맙습니다.”

“미친놈.”

“웃음기나 빼고 욕하셔. 아까는 울더니 그새 웃는 거 봐라. 너 울다가 웃으면 응꼬에 털…….”

“없거든!?”

“그래? 오늘 확인해봐야겠네.”

“돌아버리겠네, 진짜.”

정하연은 이제 화낼 힘도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서주환은 실실 웃으며 그녀와 말장난을 이어갔다.

따스하고 애정 어린 빛이 정하연의 손목으로 스며들었다.

*

즉석에서 이루어진 데이트는 정해진 장소도 없이 진행됐다. 데이트란 게 별거인가. 서로 호감을 가진 남녀가 단 둘이 시간을 보낸다면 그게 데이트다.

두 사람은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 공유한 경험이 많고 소설이란 공통 관심사가 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몇 시간이고 떠들 수 있었다.

한동안 수다를 떤 후엔 적당한 식당으로 이동해 저녁을 해결했다.

“노래방 갈래?”

“웬 노래방? 노래 부르고 싶어?”

“너 부르라고, 너. 원래 쌓인 게 있으면 한 번 시원하게 지르는 게 직빵이야.”

본래 스트레스 푸는 데는 소리 지르는 것 만한 게 없다. 현대 사회에서 마음껏 소리 지를 수 있는 공간이 몇 없는 바, 노래방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무척 좋은 자소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정하연은 그럴듯하다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고개를 기울였다.

“내 스트레스는 거의 너 때문에 받은 건데…?”

“…….”

“그냥 너 몇 대 때리면 풀릴 것 같은데?”

“…….”

서주환은 잰걸음으로 발길을 옮겼다.

정하연이 그를 뒤쫓으며 소리쳤다.

“야, 한 대만!”

등 뒤에서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무서운 년 같으니…….

*

한 대만 때리면 안 되겠냐고 하던 정하연은 쌓인 게 꽤 많았는지 신나게 노래를 불러댔다.

서주환은 말렸다간 정말 한 대 맞을 것 같아서 그녀가 만족할 때까지 어울려주었다. 사실 노래 재능을 가진 그는 물론, 정하연도 노래를 잘 부르는 편이라 귀가 즐거워서 전혀 지루함 없이 놀 수 있었다.

“아으~! 진짜 잘 놀았다.”

개운하다는 듯 기지개를 켜는 정하연. 두 팔을 쭉 뻗어 올리니 상의가 따라 올라가 하얀 배가 드러난다. 그에 찬바람을 느낀 그녀가 살짝 몸을 떨었다.

“꽤 추워졌네.”

“밤이니까. 낮에 비도 왔고.”

서주환은 정장 마이를 벗어서 정하연의 어깨에 걸쳐주며 답했다. 여름이 시작됐지만 비가 와서 그런지 밤바람이 차가웠다.

정하연이 어깨에 걸친 마이를 쥐고 그를 힐끗 돌아본다.

“괜찮은데.”

“줄 때 입지? 아니면 네가 벗어주던가.”

“…말 좀 예쁘게 못 해주냐?”

“이야. 그 말을 네가 한다고?”

짐짓 놀랍다는 듯 쳐다보자 찔리는 바가 있는지 시선을 피하는 정하연이다. 솔직하지 못하고 툴툴대기로는 일행 중 제일이었으니, 반박할 말이 있을 리가 있나. 다만 표정에서 다 드러나니까 투덜거리는 말씨조차 귀여워 보일 따름이었다.

서주환은 그녀의 귓불이 빨개진 걸 보고 낄낄댔다. 부끄러워하면 티가 나서 놀리는 맛이 있었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치우고 귓불을 잡으니 달아오른 온기가 느껴졌다.

“너는 예쁜 말 언제 해줄 건데?”

“시끄러워. 귀 놔라.”

“음. 놓지 뭐.”

대신 정하연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걸었다. 머리를 쓰다듬자 찌릿 노려보는 그녀였지만, 이내 아무 말 없이 앞을 보고 걸었다.

그 반응에 서주환은 큭 웃음을 흘렸다. 문득 옛날에 했던 그녀의 말이 생각나서였다.

“이제 머리 만져도 뭐라고 안 하네?”

“…나쁜 말 안 하려고 노력 중이니까 조용히 하지?”

“푸흐흐핳.”

쓰다듬을 허락해준 걸 보면 확실히 오늘을 계기로 마음이 변하긴 한 모양이다.

그는 소꿉친구인 한수아 덕분에 누군가 옆에 있으면 머리를 쓰다듬는 게 버릇이었는데, 이 버릇 때문에 정하연과 사귀었을 적에도 머리카락을 참 많이 만지작거리고는 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헤어졌을 적 그녀가 한 말 중 하나는 앞으로 머리를 쓰다듬지 말라는 것이었다. 친구로 지내는데 그러면 마음이 복잡해질 것 같다는 의미에서였다. 때문에 이후로는 의식적으로 그 행동을 피해왔었다.

“부드럽네.”

손가락 사이로 사락거리는 머릿결의 감촉이 무척 기분 좋게 다가왔다.

*

서주환은 한강 주변으로 차를 움직였다. 뚝섬 주변을 돌며 바라보는 형형색색의 야경은 꽤나 장관이었다. 특히 강가에 비친 도시 불빛이 물감처럼 퍼진 장면은 무척 인상깊었다.

“그거 마음에 드나봐?”

“마음에 들긴 하는데… 너무 사납게 생겼어.”

정하연이 품에 안은 거대 고양이 인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얀 고양이 인형은 눈매가 위로 올라가서 인상이 꽤 사나웠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놀리듯 말했다.

“너랑 닮아서 뽑은 건데.”

“야, 죽을… 씨이.”

정하연은 무어라 욕하려다가 입술을 삐죽였다. 그러다 억울하다는 듯 운전대를 잡고 있는 그를 돌아본다.

“계속 그런 식으로 장난치는데 어떻게 예쁘게 말해?”

“응? 장난 아닌데?”

“너 진짜…….”

“아니, 인형 예쁘잖아. 그래서 닮았다고 한 거지.”

놀려먹는 것도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놓고 해야 하는 법이라고, 서주환은 능청스럽게 말하며 빙글거렸다. 그에 약 오른다는 듯 사납게 노려보는 정하연의 표정은 고양이 인형과 똑 닮아있었다.

그는 정하연이 화내기 전에 얼른 차를 주차시켰다. 그리고 빠르게 내려서 정하연이 탄 쪽의 문을 열고 손을 내밀었다.

“가시죠, 마님. 화내지 마시고.”

“으, 오글거려.”

“예쁜 말 어디 갔냐.”

“…한 번만 봐줬다.”

그게 예쁜 말은 아닐 텐데. 그래도 표정과 행동이 예쁘니까 상관없나. 그녀는 툴툴대면서도 자연스럽게 손을 붙잡고 일어났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거닐다가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샀다. 한강에서는 역시 맥주지. 사실 한강에 온 것 자체가 처음이었지만, 어둑한 밤길 사이를 불빛에 의지해서 걸어가며 마시는 맥주는 꽤 감성적인 맛이었다.

서주환은 한강을 바라보며 정하연에게 물었다.

“오늘 어땠어?”

“응?”

“재밌었냐고. 둘이서 논 거 엄청 오랜만이잖아.”

단 둘이 시간을 보낸 건 중간고사 때의 밤이 마지막이었다. 과거를 이야기하며 서로에 대해 좀 더 알아갔을 때. 그 이후로는 언제나 일행들과 함께였다.

정하연은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하루의 시작은 분명 우울했다. 악몽으로 잠을 설쳤고, 눈을 뜨자마자 창밖으로 보이는 빗줄기와 귓가를 때리는 우레 소리에 짜증이 났다. 심란한 마음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뵈러 가야한다는 생각에 기분은 더욱 가라앉았고, 이맘때면 그리워지는 어머니의 얼굴에 진한 외로움이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지금은 무척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찾아온 서주환과 정신없이 보낸 하루가 우울했던 마음을 날려버렸다.

“네가 한 말들이 좀 충격적이긴 했는데…….”

그가 어머니의 묘비 앞에서 선언하듯이 했던 말들.

그럴듯하게 포장하긴 했지만 하나씩 나열해보면 어처구니없는 헛소리들이었다. 사귀지도 않고, 결혼도 하지 않고 옆에는 두겠다니. 무슨 정신으로 그걸 당사자 앞에서, 그것도 돌아가신 어머니의 묘비 앞에서 했던 건지.

그래서 하루 종일 그에게 욕을 해댔다. 야속함과 서운한 마음에 툴툴댔다. 솔직히 지금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건 똑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한 편으로는 후련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당시의 그가 했던 대부분의 말은 헛소리였지만, 그래도 마음 깊이 파고든 말이 있었으니.

- 한 가지는 약속드리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연이 옆에 계속 있어주겠다고.

그 말을 듣고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언젠가 꿈속에서 봤던 어린 시절의 서주환이다. 그는 장례식장에서 울고 있는 자신을 안아주며 오늘과 똑같이 말했었다.

- 내가 옆에 있을게. 집에 가지 않고 계속 옆에 있을게. 끝날 때까지 옆에 있을게.

비록 꿈이었을 뿐이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기억이 선명했다. 본디 자신의 옆에 있어준 사람은 그가 아닌 장 씨 아줌마였을진대, 마치 정말로 그가 함께 있어준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즐거웠어, 오늘.”

정하연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분명 우울한 얼굴로 외롭게 보냈을 터인 하루가 무척 즐거운 기억으로 채워졌다. 앞으로도 어머니의 기일이 되면 오늘을 떠올리지 않을까.

본디 그녀에게 6월 하순은 우울한 파랑과 탁한 검정으로 채워져 있었으나, 오늘만큼은 즐거운 일로 가득 했음에, 탁하게 물든 기억 위로 밝고 따뜻한 색체가 덧칠해졌다.

“주환이 네 덕분이야. 고마워.”

6월 30일. 어머니의 기일.

당신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항상 슬피 울기만 했던 어린아이는 드디어 활짝 웃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감동적으로 끝나는 것도 좋았으련만.

[성(性)에 관한 강력한 행운이 개입합니다.]

- 아읏♡

어디선가 야릇한 신음이 들려왔다.

그에 깜짝 놀란 두 사람의 고개가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돌아갔다.

“저기지?”

풀밭에 쳐진 텐트 중 유난히 격하게 출렁거리는 텐트가 있었다. 꽤 거리가 있었음에도 소리가 들려온 걸 보면 얼마나 격렬한지 알 수 있으리라.

정하연이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텐트 맞는 것 같아. 어떻게 공원에서…….”

현재는 아직 2016년.

텐트의 사면을 닫는 게 법으로 금지되기 전이어서일까.

- 하으윽♡

한강 곳곳에 출렁거리는 밀실텐트가 참 많기도 했다.

서주환은 슬쩍 정하연을 바라봤다. 그리고 순간, 얼굴을 붉힌 그녀와 눈이 딱 마주쳤다.

그가 짐짓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려던 때였다.

“주환아.”

정하연이 마주잡은 손에 힘을 더하며 그를 올려다봤다.

“그, 나 오늘 하고 싶은데.”

“…텐트 빌릴까?”

“미, 미친놈아! 집에 가자고!”

“그때까지 못 참겠는데. 지금 운전하면 나 사고난다.”

“야……!”

서주환은 텐트를 빌리려 했고, 정하연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울상을 지은 채 그를 뜯어말렸다.

“야아! 아, 좀!”

“주환이는 참지 않긔.”

“좀 참아, 미친놈아!”

그를 말리기 위해 팔에 매달린 정하연이 질질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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