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196화 (196/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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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새벽 업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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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픽시크래이영 님, 조와조와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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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평안한 밤 되시길 :D

덧칠하는 기억

정하연의 친족, 달리 말해 이석찬의 친가인 운성그룹은 대대로 내려오는 선산(先山)이 있는 집안이다. 그러나 정하연의 어머니가 안치된 곳은 운성의 선산이 아닌 서울의 한 공동묘지(共同墓地)였다.

어린 날, 아버지를 원망하고 있던 정하연은 그런 상황에 불만을 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얼굴 한 번 안 비추던 사람이 뒤늦게 찾아와 아빠 행세를 하려는 게 역겨웠다. 그렇기에 모든 게 불만스러웠고 어머니께서 공동묘지에 있는 것 또한 슬프고 짜증이 났다.

시간이 지나,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 뒤에는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아버지에 대한 모든 감정을 털어낼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가 어머니를 좋은 장소에 안치해주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옛날과 달리 작금의 현대 사회에서 죽은 이를 공동묘지에 모시는 것은 꽤 사치스러운 일이다. 보통은 무덤의 비용이 부담스러워 납골당에 유골을 안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공동묘지라지만 서울에 있는 명당에 모시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비가 그쳐서 금방 도착했다. 한 시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응. 가까운 곳으로 해주셨어. 아마 배려해준 거겠지.”

흔히 친족의 무덤은 가까운 장소로 해야 된다고 말한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다만 복잡한 문제들은 모두 제쳐놓고, 문득 돌아가신 당신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 거리가 멀어서 찾아가기 어렵다면 참 가슴 아픈 일일 것이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친족의 무덤은 가까운 장소에 있음이 옳았다.

그렇기에 정하연은 서울 내에 어머니를 안치해준 아버지에게 감사했다.

“올라가기 전에 꽃이라도 사서 가자. 혹시 어머님이 어떤 꽃 좋아하셨어?”

“특별히 좋아하는 꽃은 없었어. 대신 재수 없다고 욕하던 꽃은 있는데…….”

“그게 뭔데? 궁금하네.”

“…아카시아.”

“…….”

서주환은 어색해진 표정이 안 보이도록 슬쩍 고개를 돌렸다. 아카시아는 몇 안 되게 의미를 알고 있는 꽃이었는데, 그 꽃말을 떠올리니 정하연의 어머님께서 왜 아카시아를 싫어했는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숨겨진 사랑.’

정하연의 어머니, 정선애는 남편 없이 혼자서 딸을 키웠다. 그러다 자신의 죽음을 예상하고 남편에게 어린 딸을 부탁했다. 달리 말하면, 연락 할 수단이 있으면서도 홀로 자식을 키웠다는 뜻이었다.

짐작컨대, 정선애는 남편에게 이미 가정이 있음을 알았기에 알리지 않고 홀로 정하연을 키웠던 것이리라. 그렇게 평생을 숨죽여 살았으니 ‘숨겨진 사랑’이라는 의미를 가진 아카시아를 질색할 만도 했다.

서주환은 금세 표정을 관리하고 말했다.

“아카시아는 싫어하는 꽃이라고 했으니까 다른 걸로 사 가자. 네가 좋아하는 걸로.”

“그럼 튤립으로 살래.”

“튤립은 시기가 언제더라? 있을까 모르겠네.”

튤립은 보통 3월~5월에 피는 꽃이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이미 한두 달의 시간차 정도쯤 극복한지 오래였다. 두 사람은 무사히 빨간 튤립을 구매한 후 목적지로 이동했다.

“이쪽이야.”

“천천히 가. 미끄러운데 넘어지겠다.”

서주환은 그녀를 뒤따르며 공동묘지를 천천히 둘러봤다. 그가 주워듣기로는 공동묘지도 장소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고 하는데, 그 중 제일은 배산임수형(背山臨水型)에 물 빠짐이 좋고, 햇살을 사계절 내내 받을 수 있는 정남향(正南向)이라 하였다.

‘신경 써줬다더니, 그래도 좋은 곳으로 해줬네.’

정하연의 어머니가 안치된 곳이 딱 그런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녀는 먹구름 낀 어두운 날에 삼도천을 건넜지만, 적어도 묏자리만큼은 따스한 햇빛이 들어오는 지형이었다.

어머니의 묘비로 다가간 정하연은 종이컵에 술을 한 잔 따랐다. 생전에 술을 좋아하지만 괜히 딸의 눈치를 보느라 자주 마시지 못했던 어머니에게 드리는 잔이었다.

“엄마, 미안해. 내가 너무 오랜만에 왔지? 올해는 대학에 들어가서 많이 바빴거든.”

그리 말한 정하연은 이내 두 손을 모으고 장난스럽게삭삭 빌었다.

“엄마가 원했던 대로 대학 가서 그런 거니까 용서해주라. 응?”

마치 어머니가 눈앞에 있는 듯 대화를 나누는 정하연.

서주환은 한 걸음 뒤에 서서 그런 정하연과 묘비를 바라봤다. 묘비에 음각되어 있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정선애(鄭嬋愛).

‘고운 사랑. 아름다운 사랑이라…….’

묘비에 적힌 이름의 뜻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정하연의 어머니는 그 이름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했을까.

“엄마, 오늘은 친구랑 같이 왔어. 누구랑 함께 온 건 처음이지? 방금 전에 말한 대학에서 만난… 의지가 많이 되는 친구야.”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는 정하연의 얼굴에서 두 모녀가 무척 친밀했음을 알 수 있었다. 정인과의 사랑이 아름다웠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딸에게는 아낌없이 사랑을 준 것이리라.

“주환아, 이리 와서 인사해줄래?”

한 걸음 물러나 있던 서주환은 정하연의 손짓에 묘비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하연이 친구 서주환이라고 합니다. 대학에서 만났지만 아마 제가 제일 친한 친구일 거예요.”

“풋. 무슨 자신감?”

“어? 난 너랑 애들이 제일 친한데, 넌 아닌가 보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돼? 그리고 아니라고 하진 않았거든.”

“흐. 하연이 얘가 이렇게 튕깁니다, 어머님. 좀 귀찮은 면이 있는데, 제가 잘 케어하겠습니다.”

“아, 뭐래. 인사했으면 나와. 나 아직 할 얘기 많아.”

정하연은 한동안 어머니의 묘비 앞에서 밀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대학에 들어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말을 주고받기라도 하듯 허공에 이야기하는 모습은 얼핏 이상하게도 보였지만, 근황을 말하는 그녀의 얼굴은 무척 즐거워보였다.

하지만 드문드문 좋지 않은 얼굴도 보였는데, 주로 서주환에 대해 이야기할 때 표정이 어색해지거나 어두워졌다.

“음. 주환이는… 응, 얘가 아까 말한 대로 제일 친한 친구야. 평생, 친구로 지낼 것 같아. 아, 지경이랑 덕훈이라고 동생들도 있어.”

당연하게도 그와 사귀었다는 이야기는 일절 없었고, 평생 친구로 지낼 거라고 말하는 표정이 참 애매했다. 이야기하는 중간마다 눈치는 왜 살피는 건지.

가만히 지켜보던 서주환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옆에 있어서 어색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말하는 걸 보아하니 그게 아니었다.

‘손 진짜 많이 간다니까.’

그리 생각하다가도 고개를 저었다. 마냥 정하연을 탓하기에는 자신이 한 몫 단단히 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를 헤집다가 이내 정하연의 어깨를 잡았다.

“정하연, 나와 봐.”

“어, 어? 왜?”

갑자기 앞으로 나서자 정하연이 당황했다.

서주환은 그런 정하연의 양 볼을 꼬집고 흔들었다. 그녀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악! 야, 갑자기 뭐하는 건데!”

“내가 어지간하면 모르는 척 해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비켜, 모질아.”

“무슨 소리야, 대체? 너 똑바로 설명 못하면 죽어.”

빨개진 볼을 부여잡은 정하연은 날카로워진 눈매로 서주환을 노려봤다. 하지만 그는 도리어 이마에다 딱밤을 한 대 더 먹였다. 평소 같으면 겁먹는 시늉이라도 해줬겠지만 적어도 그게 지금은 아니었다.

“야, 너…!”

그는 정하연이 성을 내기 전에 묘비에다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어머님. 제 이름은 서주환이고…”

인사고 뭐고 등짝을 날리려던 정하연은, 이어지는 말에 몸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하연이 전 남자친구입니다.”

그 말에 정하연은 경악해서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은 더 충격적이었으니.

서주환이 말했다.

“그런데 하연이가 지금도 저를 너무 좋아합니다.”

이 미친놈이?!

정하연의 입이 교양 없게도 쩍, 하고 벌어졌다.

“너, 무, 뭐라고 하는…”

“어머님이랑 이야기하고 있잖아. 조용히 해봐.”

“미, 미친놈이……?”

힐끗 돌아보며 말하는 뻔뻔한 태도에 정하연은 무어라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그런 정하연을 내버려둔 채 서주환은 다시 입을 열었다.

“본인은 잘 숨겼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티가 너무 많이 납니다. 어지간히 어설퍼야 모르는 척을 해주죠. 어머님께서 딸을 너무 바르게 키우신 건지 애가 거짓말을 못해요.”

그 말에 정하연은 흠칫 몸을 떨었다. 완전히 정곡을 찔려버린 것이다. 그녀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대체 언제부터…?’

그동안 잘 숨겨왔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한데, 지금 하는 말을 들어보면 이미 옛적에 자신의 마음을 눈치 채고 있었던 것 같았다.

서주환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중간마다 힐끗 정하연을 바라보는 게 도대체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 건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해왔습니다. 하연이가 어떤 마음으로 그러는 건지 짐작했으니까요. 안다고 제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차라리 모르는 척 하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말씨는 정선애를 향해 있지만, 정작 그 내용은 정하연을 향해 있었다.

정하연은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흔들림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마음을 들켰다는 사실보다도, 여태 모르는 척 해왔으면서 이제 와 말을 꺼내는 서주환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대체, 어떤 결론을 내렸기에 그런단 말인가.

그녀의 머릿속에서 당장 떠오른 최악은 더 이상 친구조차 아니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차악은 그와 다시 사귀고 훗날에 또다시 헤어짐을 겪는 것이었다.

무엇이 됐든 오래도록 갈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로 지내는 것만이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그때 쯧쯧, 하고 혀 차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지금 쟤 표정 좀 보세요, 어머님. 틈만 나면 혼자 땅굴 파고 들어가는데 제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 말에 번쩍 고개를 들자, 한심해하는 표정으로 혀를 차는 서주환이 보였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녀는 당황해서 변명하려 했으나, 입만 벙긋거릴 뿐 제대로 된 말은 하지 못했다. 다만 혼자서 일어나지도 않은 앞날을 상상하고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생각에 쪽팔림이 크게 몰려왔다.

서주환이 픽 웃으며 말한다.

“그래도 부끄러운 건 아니까 다행이죠. 저 얼굴 벌게 진 것 좀 보세요. 하여간 놀려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같이 있으면 심심하진 않아요.”

한 차례 놀리는 투로 말한 그는 이내 쓰게 미소 지었다.

“이해 못 하는 건 아닙니다. 원래 트라우마라는 게 그렇잖습니까. 자기감정에만 매몰되어서 주변을 살피지 못하게 되죠. 사실 저도 비슷했거든요.”

어쩌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고요, 하고 말을 끝맺은 그는 살며시 정하연의 손을 붙잡았다. 희고 가는 손가락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깍지를 꼈다.

강렬한 트라우마(trauma)는 정신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감정적 충격을 말한다. 이것이 심화되면 정신적 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에게 그런 문제가 있는지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평소에는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트리거(trigger)가 눌린다면 내제되어 있던 트라우마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서주환에게 있어 그 버튼은 인간관계의 단절, 달리 말하면 정하연과의 이별이었다. 그래서 당시의 그는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후회했다.

그럼 정하연의 버튼은 무엇일까.

서주환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고 씁쓸하게 웃었다.

‘어머니와의 이별.’

그리고 지금은 그 자신이 정하연의 트리거가 된 것이 아닐까.

어머니에게 사랑을 주었던 어린 소녀는 스물세 살이 되어 다시 사랑을 주었다. 그렇게 처음 사귄 남자친구에게 정을 주었고, 그를 통해 남자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남자친구가 지닌 ‘아이템’의 효과 때문에 감정의 방향이 강제로 휘둘렸다. 그래서 헤어짐을 고했으나, 그를 좋아한 것만은 사실이었기에 그와의 ‘이별’이 트리거로 남았다.

‘그래서 모르는 척 한 거였는데.’

그저 친구로 남길 원하는 것 같아서 그도 깊게 다가가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정하연에게 섹스를 권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 혼자 힘들어하는 그녀를 지켜보고 있으니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옳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결정했다.

“어머님한테는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귀한 딸을 나쁜 놈이 꾀어버려서.”

나쁜 놈이 아니고 무언가. 정하연의 마음을 알고, 자신 또한 그녀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사귈 생각은 없었다. 또 다시 끝이 정해진 연애를 하는 건 질색이었으니.

“야, 네가 왜 나쁜 놈이야… 좋은 친구라고 말했는데…….”

이 와중에도 변호해주는 걸 보면 참 바보 같은 여자다. 평소에는 그렇게 똑 부러지면서 이러는 걸 보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호구 당하기 딱 좋은 년 같으니. 이 바보 같은 여자를 혹여 다른 나쁜 놈이 낚아채면 어쩌나 걱정도 들었다.

‘그런 꼴은 못 보지.’

서주환은 흐, 하고 웃음을 흘렸다. 더 이상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할 생각이었다. 설령 그녀가 상처받더라도 아무려면 지금보다 더할까.

그는 입술 위로 검지를 들었다.

“쉿 해. 나 아직 말 안 끝났어.”

“미친놈아…….”

“욕을 할 거면 당당하게 하던가.”

비 맞은 고양이마냥 올려다보는 게 어찌나 안쓰러운지.

그는 깍지 낀 정하연의 손을 더욱 단단히 붙들었다. 그리고 정선애(鄭嬋愛)라 음각된 묘비를 바라봤다.

“제가 사정이 있어서… 아니, 제 욕심 때문이죠.”

시스템의 능력을 사용하고 싶은 개인적인 욕망을 사정(事情)이라고 포장하기에는 그도 양심이 있었다.

“아무튼 결혼은 잘 모르겠습니다.”

“겨, 결…?”

“아마 안 할 것 같아요. 얘 아니면 다른 여자랑도 마찬가지고, 하연이가 제 첫 여자친구이고 마지막 연애입니다.”

“…….”

정하연은 이제 서주환을 숫제 미친놈 보듯 쳐다봤다. 이게 왜 아까부터 급발진의 연속이란 말인가. 자신은 왜 하지도 않은 프러포즈를 거절당해야 하는가. 당장 이 미친놈의 옷깃을 틀어쥐고 비석에 메다 꽂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진지한 기색으로 어머니의 묘비를 응시하는 그 시선에, 정하연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약속드리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연이 옆에 계속 있어주겠다고.”

“…….”

“야.”

“어, 어?”

그가 웃으며 말한다.

“너 큰일 났다.”

“……?”

“도망가도 붙잡아다가 옆에 둘 거거든. 이제 싫어도 못 떨어져. 왜냐, 어머님이랑 약속했으니까.”

“…….”

정하연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헛웃음을 흘렸다.

“미친놈이. 우리 엄마가 언제 허락했다고…….”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다던 염원(念願)이, 생각지도 못한 답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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