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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진도가 좀 느린 것 같아 한 번에 두 편 올리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려서 일단 먼저 올립니다.
오늘 안에 한 편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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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송이73 님, 엘라이니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마님현아 님, 미소안경 님, 아래스 님, 빨간침팬치 님, svj 님, Arcanename 님, spt제이란 님, 하루룽 님, 고뤵 님, 블리언 님, 실라렌 님, Death_corss 님, 뚜벅2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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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기를 :D
리더십 캠프
서주환은 한참 술을 마시다가 주변을 둘러봤다. 이석찬은 그새 또 어딜 간 건지 보이지를 않는다. 그러고 보니 항공과의 박은지도 안 보이는 것 같았다.
‘이 자식, 설마 벌써?’
무슨 아이템이라도 쓰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빠른 작업 속도다. 대단한 자식. 그는 속으로 감탄을 하며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천막을 벗어나 걸어가던 중이었다. 뒤에서 뜀박질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목소리 하나가 그를 붙잡았다.
“주환아!”
급히 달려온 사람은 배준호였다. 그가 숨을 몰아쉬더니 시뻘개진 얼굴을 들었다. 잠깐 사이 술을 얼마나 마신 건지 알코올 냄새가 진동을 했다.
배준호가 퉁방울처럼 불거진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주환아, 너 아까 한 이야기… 진심으로 한 말이야?”
“관상 말하는 거지?”
“어. 나랑 별이한테 여러 가지로 이야기해줬잖아. 아, 별이가 화낸 건 내가 대신 사과할게. 걔가 성질이 좀 급해서… 나쁜 애는 아니야.”
서주환은 관상을 핑계로 두 사람에게 평생 이어질 인연이라고 덕담을 해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배준호는 조금 곤란한 표정이었지만, 유별이 눈에 띄게 좋아하며 그에게 몰래 고마움을 표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재능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는 배준호에게 넌지시 배우가 아닌 감독의 길을 제시해줄 생각으로 말을 건넸었다. 물론 대놓고 ‘배우에 재능이 없으니 그만 둬라’ 같은 말을 한 건 아니었지만, 다른 길을 가라는 의미를 알아듣기엔 충분했다. 그에 당사자인 배준호보다도 유별이 불같이 화를 냈다.
서주환은 쌍심지를 켠 유별이 떠올라 픽 웃으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화낼 수도 있지. 오히려 내가 섣부르게 말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
“아니야, 네가 왜 미안해. 그냥 재미로 본 건데 거기에 화를 낸 게 잘못된 거지. 왜 금전이 오가면 안 된다고 하는지 알겠더라.”
처음엔 재미로 봤을지라도 마음에 안 드는 평이 나오면 불편해지는 게 사람 마음이다. 당연히 돈까지 내고서 안 좋은 말을 듣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렇다보니 실력 있는 역술인(易術人)도 금전이 오가는 상황에선 좋은 이야기만 해주게 되곤 하는 것이다.
배준호는 새삼 그 사실을 깨닫고 서주환에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진짜로.”
“야, 야! 하지 마. 부담스러워. 아까도 사과했잖아.”
“그리고 고맙다.”
“…뭐?”
“아까 그 이야기 진짜로 고맙다고. 재미로 본 거지만, 너는 진심으로 한 말이잖아.”
배준호가 진지한 낯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에 서주환은 습관적으로 눈꼬리를 긁적였다. 그것으로 대답이 되었다는 듯 배준호가 웃었다.
“하하. 앞으로는 카메라를 잡아야 되겠다.”
“진짜 내 말만 듣고 포기하려고? 난 네 연기도 본 적 없는데.”
서주환은 조금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어차피 감독은 배준호가 뒤늦게라도 걸어가게 될 길이다. 미래를 알고 있기에 그 지난한 과정을 줄여주기 위해 좋은 마음에서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는 넌지시 길을 제시하려 했을 뿐, 이렇듯 당장에 결정을 내리게 할 생각은 아니었던지라 좀 당황스러웠다.
배준호는 후련하다는 듯 말했다.
“사실 나도 내가 연기에 재능이 없는 거 알고 있었거든. 그런데 별이랑 같이 하고 싶어서 억지를 부리고 있었던 거야. 별이가 계속 할 수 있다고 기다려주니까.”
“…….”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별이한테 족쇄인 것 같아. 나랑 달리 별이는 진짜 잘하거든. 그런데 나한테 맞춰주겠다고 기다리는 게… 흐흐. 오늘 처음 본 너한테 별 말을 다한다. 아무튼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
그 말에 서주환은 고개를 살짝 틀었다. 과연 족쇄였던 건 누구일까? 배준호는 유별이 자신에게 맞춰주느라 기다린다고 했지만, 그는 오히려 유별 때문에 감독의 길로 들어서는 게 늦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가 배우를 포기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게 바로 유별이었다.
서주환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꿈을 포기하게?”
“아니. 배우는 포기할 건데, 꿈은 포기 안 해.”
“?”
“내 꿈은 연기가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거거든. 두 번째는 별이랑 같이 작품을 찍는 거고. 그런데 둘 다 꼭 배우가 아니라도 할 수 있는 거잖아? 그걸 지금 깨달았다. 고마워, 주환아. 네 덕이야.”
“…….”
서주환은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스스로의 길과 마음을 깨달은 이 친구가 대견해서? 아니, 너무 오글거려서! 속물적으로 접근해서 한 말인데 이런 말을 들으니까 손발이 말리는 것만 같았다!
‘이 자식 이런 캐릭터였나?’
취중진담(醉中眞談)이라 하던가. 새삼 배준호의 얼굴 위로 불콰한 주기가 도는 게 보였다. 배준호는 거기서 끝맺지 않고 계속해서 진심을, 그러나 듣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간지러운 말을 이어갔다.
낯 뜨거운 말을 듣는 동안, 서주환은 머쓱하게 웃고만 있었다. 그러던 중 배준호가 결심했다는 듯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나 별이한테 고백도 할 거다. 일부러 모르는 척 해왔는데, 네 말 듣고 나니까 자신감도 생겼어.”
“어? 너 알고 있었어?”
“흐. 그걸 어떻게 몰라. 배우하겠다는 애랑 괜히 사귀었다가 피해 줄까봐 그런 거지. 그리고 소꿉친구랑 사귀었다 헤어지면… 무섭잖아.”
하긴, 관찰 재능이 그렇게 높은데 모르는 게 이상하다. 나름의 이유가 있어 서 모르는 척 해왔던 것이었다.
“지금은 괜찮고?”
“네가 나랑 별이는 평생 갈 인연이라면서?”
“…혹시 나중에 잘못돼도 내 탓 하지 마라.”
그리 말하는 순간, 배준호가 소리쳤다.
“나 지금 고백하러 간다! 까이면 네 탓이야!”
“뭠 마? 야, 잠깐만! 야, 배준호! 미친놈아!”
갑자기 말을 마친 배준호가 천막 쪽으로 미친 듯이 뛰어갔다. 미처 붙잡기도 전이었다.
서주환은 곧 일어날 상황에 이마를 탁 두드렸다. 술 처먹고 꼴아가지고 공개고백을 하겠다니. 설마 이렇게 급발진을 할 줄은 몰랐다.
“까여도 내 탓 아니다, 준호야…….”
잠시 후.
- 와아아아아!
천막에서 엄청난 환호가 일었다. 멀리 떨어진 곳까지 들리는 환호성에 서주환은 멍청하게 중얼거렸다.
“이게 되네…?”
술에 완전히 꼴아가지고 분위기고 뭐고 내지른 무지성 고백이 성공했다. 한 편으로는 애초에 유별이 그렇게 티를 내고 있었으니 당연한 건가 싶기도 했지만.
“이건 내 덕이다, 준호야.”
아무튼 잘 된 건 내 덕이다.
잘못되면 네 탓이고.
*
서주환은 다시 흡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아쉽게 입맛을 다셨다.
유별은 몇 년 뒤면 그 이름처럼 드라마 판의 떠오르는 별이 될 예정이다. 미래에 비하면 아직 어린 티가 남아있지만, 지금도 단연 독보적인 비주얼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마 배준호가 아니었다면 벌써 다른 사내놈들이 들이대고 있지 않았을까.
‘9년 뒤 탑배우의 풋풋한 스무 살 첫 경험… 솔직히 좀 아쉽네.’
유별이 취향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미래의 탑배우’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흥분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서주환은 미련과 함께 고개를 털어냈다.
‘인간관계 꼬이는 건 질색이야.’
솔직히 배준호를 그렇게 좋아하고 있는 유별을 꼬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설사 어찌어찌 꼬신다 해도 뒷감당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구태여 떡 한 번 치겠다고 건드려서 기껏 맺은 미래의 인맥을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없었다.
“이 근처였던 것 같은데.”
서주환은 일부러 근처의 가까운 흡연장 대신 멀리 떨어진 곳으로 둘러 가는 중이었다.
‘설마 벌써 돌아가진 않았겠지?’
갑자기 쫓아온 배준호 때문에 시간이 좀 지체되었다. 그는 발걸음을 빨리해 흡연장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희미한 불빛 아래로 한 사람이 보였다.
그는 역시 자신의 예상이 맞았음을 확신하고 씩 웃음을 머금었다.
“주경은 강사님.”
“누, 누구? 어, 주환 학생?”
주경은이 당황한 얼굴로 급히 담배를 숨겼다.
*
희끄무레한 담배연기가 퍼졌다.
연기의 주인은 길게 숨을 뱉다 말고 기침을 토해냈다.
콜록콜록.
“으, 오랜만에 피우니까 힘드네.”
그리 말하면서도 다시 한 번 연기를 쪽 빨아들인다. 몸이 거부반응을 일으켰지만 오랜만에 피우는 담배는 달디 달았다. 이래서 담배는 참는다고 하는 거지 끊는다고 하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오후 내 강의시간에 한 학생이 외웠던 시의 첫 구절.
주경은은 입속말로 시를 읊으며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다른 사람이 낭송하는 걸 들을 줄은 몰랐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힘들 때마다 주문처럼 되뇌던 시였다. 벌써 몇 년이 지난 최근에는 좀 있고 지냈는데, 그걸 오늘 듣게 될 줄이야.
‘엄마, 아빠. 나 지금은 배우 안 하고 있어요.’
당신께서 바라던 교사는 아니지만,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 중 한 명이 아빠가 가르쳐준 시를 읊더라고요.
“그러니까 딱 한 대만 더 피울게요. 나 진짜 반항하는 거 아니거든요?”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건만 지레 찔려서 변명처럼 말해본다. 그녀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건 부모님에 대한 반항 때문이었기에.
그렇게 새로 꺼낸 장초에 불을 붙였을 때였다.
“주경은 강사님?”
“누, 누구? 어, 주환 학생?”
반사적으로 담배를 숨기며 뒤를 돌아보자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 바로 그 학생이었다.
“주, 주환 학생, 여긴 어떻게…….”
“저도 담배 피우러 왔죠.”
“어, 더 가까운 흡연장이 있었을 텐데요.”
“조용한 게 좋아서요. 그러는 강사님은 왜 여기에?”
서주환은 모르는 척 능청스레 되물었다. 그러다 주경은의 손이 뒤로 돌아가 있는 걸 알아채고 씩 웃었다.
“담배 피우는 걸 왜 숨기세요? 선생님한테 걸린 학생처럼.”
“…그러게?”
주경은은 어색하게 웃으며 뒤로 감추었던 손을 앞으로 돌렸다. 부모님을 떠올리다 보니 반사적으로 숨겨버리고 말았다. 무의식적으로 천막에서 멀리 떨어진 흡연장까지 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물었다.
“같이 피워도 돼요?”
“그럼요. 내가 전세 낸 것도 아닌데.”
“흐흐. 대신 선물 드릴게요.”
“선물?”
서주환은 검정 비닐봉지를 들어보였다. 천막에서 나오기 전에 애들 몰래 챙겨둔 캔맥주였다. 직접 구운 고기도 기름종이에 싸서 왔다.
“아까 고기도 별로 안 드시던데 술은 좀 드셨어요?”
“몇 잔 하긴 했는데…….”
“저랑 한 잔 하실래요? 혼자 먹기엔 꽤 많은데. 안주도 있어요.”
술과 고기를 본 주경은이 침을 꼴깍 삼켰다. 그녀는 다른 강사와 조교들 틈이 불편해서 빠져나왔고, 뒤늦게 학생들과 합류하고 보니 술과 고기가 모자를 것 같아서 몇 점 먹다가 만 상태였다.
“…애들 부족한 것 같던데 그렇게 들고 나와도 되나요?”
“괜찮아요. 제가 고기를 얼마나 구웠는데. 이 정도는 정당한 대가죠.”
“어머, 뻔뻔한 거 봐.”
“흐흐. 사실 새벽에 남자놈들끼리 미리 사둔 게 좀 있어요. 저녁에 여자애들 방 가서 놀려고.”
강의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편의점으로 달려가서 술과 안주를 잔뜩 사놨다. 아무려면 생각도 없이 들고 왔을까.
서주환이 씩 웃자 주경은이 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푸훗. 소심하다더니 대체 누가요? 소심한 애들은 여자들 방에 몰래 갈 생각을 안 할 텐데.”
스피치 시간에 시를 읊기 전 했던 말을 꼬집고 있었다. 서주환은 작게 어깨를 으쓱였다.
“뭐, 작년까지 그랬다는 얘기에요. 지금은 좀 달라졌고.”
“고작 1년 만에 이렇게 변했다고요?”
“아무튼, 같이 마셔줄 거죠? 저 강사님한테 궁금한 거 있는데.”
“궁금한 거요?”
그게 뭐냐는 듯 갸웃 고개를 기울이는 주경은.
서주환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물었다.
“수선화에게.”
“…….”
“그거 듣고 왜 우셨는지 물어봐도 돼요?”
“그건 좀…….”
그는 주경은이 완전히 거절하기 전에 말을 이었다.
“저도 그거 듣고 운 적 있거든요.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시예요.”
그리 말하며, 아껴두었던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페로몬’의 세 번째 효과를 사용합니다.]
[하루에 한 번, 상대가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를 3초간 몸에 두를 수 있습니다.]
그 순간 주경은의 눈동자가 놀람으로 크게 뜨였다. 이내 그녀가 눈물을 한 방울 툭 떨어트리며 말했다.
“아빠…?”
그녀는 당연히 제안을 수락했…
“……?”
…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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