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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오랜만에 정시 연재!
내일도 정시에 연재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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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강의(?) 내용이 좀 많은 것 같아서 분량을 더 채웠습니다ㅎㅎ
참고로 리더십 캠프 갔을 때 저런 강의 안 들었습니다......
학교에서 면접 관련 교양 시간 때 들었던가?
여튼 기억도 불분명하고 대충 떠오르는 대로 쓴 야매강의니까 신뢰도는 없습니다!
오히려 저 '우리 친해져요' 는 리더십 캠프에서 진짜 했지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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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이니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dfdfefe 님, daumnovel 님, 눈꽃송이73 님, 묵고살자 님, 장대맨이야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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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를 :D
리더십 캠프
- 자, 이제 오늘 마지막 강의입니다. 우리 대안 대학교 학생 여러분,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네에엡!”
마지막 강의라는 말에 학생들의 눈동자에서 활기가 돌았다.
“강의가 생각보다 짧은데?”
“그러게. 마지막 강의까지 세 시간이면 개꿀이지.”
“아싸. 자유시간 주겠지?”
강의는 이제 고작 두 시간 진행됐다. 마지막 강의라고 했으니 한 시간 더 잡아서 총 세 시간. 캠프까지 온 것치고는 무척이나 짧은 시간이었다.
짧은 강의 시간에 불만을 가지는 학생은 없었다. 등록금에 비례하는 깊이 있고 진득한 강의? 그런 건 전공 과목만으로 충분했다.
주경은은 그런 학생들의 생각이 훤히 보이는 듯해서 피식 웃었다. 안타깝지만 그녀가 마지막 강의라고 말한 것은 다른 의미였다.
- 마지막 강의 내용은 3분 스피치입니다. 앞에 나와서 한 명씩 3분간 이야기하면 돼요. 주제는 완전 자유! 본인 취미에 대해 떠들어도 되고, 자신 있는 사람은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춰도 됩니다. 물론 그런 경우에는 제가 피드백을 줄 수 있는 게 적겠지만요.
- 학생 여러분이 50명 좀 안 되니까 간단하게 피드백 주고 하면 대충 세 시간 정도 걸리겠네요.
말이 끝나는 순간, 히히덕거리던 학생들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동시에 원성이 터져 나왔다.
“마지막 강의라면서요!”
“너무해! 저희 놀린 거죠!”
“스피치 싫어…….”
생각보다 훨씬 거센 원성에 주경은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솔직히 조금 놀려보려고 한 말인데 ‘마지막 강의’라는 말을 괜히 한 것 같았다.
그녀는 미안하다는 의미로 두 손을 모으고 싹싹 빌며 말했다.
- 얘들아, 나도 돈값은 해야지이~. 나 시간 안 채우면 강사 일 힘들어져. 응?
“우우~!”
원성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거 좋게 말로 해서는 안 되겠구만. 주경은은 태도를 달리하고 허리에 손을 올리며 위협적으로 말했다.
- 자꾸 그러면 스피치 말고 다른 강의할 거예요?
그 말에 학생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어, 난 스피치 없는 게 좋은데?”
“맞아. 앞에 나가기 쪽팔려.”
“지금처럼 강의하면 좋겠다. 솔직히 ‘우리 친해져요’는 좀 재밌었어.”
하지만 그런 반응은 주경은의 다음 말에 흔적도 없이 쏙 들어갔다.
- 시청작 자료 없이 리더십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학술적으로 세 시간 떠들어볼까요? 자, 피들러의 상황리더십 이론이라 함은…….
“아악! 스피치 좋아요!”
“강사님 하고 싶은 거 다 해요!”
순식간에 바뀐 반응.
서주환은 헛웃음을 흘리며 감탄했다.
“역시 학생들 다루는 솜씨가 장난 아니네.”
“서른셋이면 강사 몇 년 차지? 강의가 엄청 능숙함. 강사 일 꽤 오래 한 듯?”
주경은의 강의는 항상 까불거리던 이석찬마저 그리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석찬의 생각과 달리 주경은은 강사 일을 시작한 지 오래 되지 않았다. 서주환은 그녀에게 직접 그 사실을 들어 알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저 강사한테도 도움을 받았었지.’
회귀 전의 일을 말함이다.
딱히 인연이랄 것도 없이 스쳐지나간 사이였음에 잊고 지내던 기억.
‘주환 학생, 혹시 시 좋아해요?’
그러나 한 편의 시만큼은 가슴 한편에 오래도록 새겨졌더랬다.
*
스피치란 여러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 등을 말하는 일이다. 스피치 훈련은 면접, 강의, 연설 등의 퀄리티를 올리는데 용이하여 전문 강사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강당 안에 모인 학생들의 평균 연령은 높게 잡아도 21세 정도. 아직은 스피치를 해본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나이다. 당연히 앞에 나서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다수 있었다.
주경은은 그런 학생들을 보며 말했다.
- 여러분, 제가 리더십 이전에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죠?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감 있는 ‘태도’가 중요한 거예요. 실제로는 자신감이 좀 덜 하더라도 떨지 않고, 의식적으로 자기 확신을 가진 태도로 말하는 게 중요한 거죠. 일종의 ‘연기’인 셈이라고 볼 수 있어요.
- 이러한 능력은 반복적인 훈련밖에 답이 없답니다. 물론 타고나는 사람도 있지만, 적어도 저는 훈련으로 극복했어요. 여러분, 제가 옛날에 굉장히 소심한 사람이었다면 믿어지나요?
- 말도 더듬고, 자세도 구부정하고, 잘 들리지도 않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사람 말이에요. 어째 익숙하죠? 맞아요. 제가 여러분 앞에 처음 나섰을 때 보였던, 바로 그 모습이 과거의 저였어요.
학생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도 그럴 게, 지금의 주경은은 능숙하고 자신감 넘치는 강사로만 보였다. 처음의 소심했던 모습이 벌써 잘 떠오르지도 않을 정도로 말이다.
- 잠깐 옛날 얘기 좀 해볼까요? 저는 한때 공부만 하던 범생이었어요. 사범대에 진학할 정도로 공부만 했죠. 그러다 친구를 따라 연기 동아리에 들게 됐는데, 그 날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어요.
- 여러분, 저한테 목소리 좋다고 했죠? 저도 알고 있어요. 얼굴도 이 정도면 꽤 예쁘잖아요? 어? 누가 웃었어요? 확 감점해버릴까 보다. 으흠. 어쨌든 일단 겉모습은 합격점이었죠. 동아리에서 꽤 유망한 신입으로 주목도 받았었어요.
- 그런데 큰 문제가 있었답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배우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해야 되잖아요? 배우가 되고 싶은 것과는 별개로 소심했던 저에게는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죠.
주경은의 말에 이선찬의 옆자리에 있던 여학생, 유별이 홀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어쩐지 능숙하다 했어.”
“응? 뭐가?”
“헤헤. 저 연영과잖아요. 고등학생 때도 동아리 했고.”
“그런데?”
“그런 제 눈에는 딱 보였다 이 말이죠. 뭔가 강사님 제스처나 말하는 방법 같은 게 연기하는 사람들이랑 비슷한 점이 있었거든요. 발성도 엄청 좋으시고.”
“확실히 발성이 좋으시지. 그런데 왜 배우를 안 하고 강사가 되신 걸까?”
연극영화과 2학년 과대인 배준호가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어서 유별이 그의 팔뚝을 찰싹 두드리며 나무라듯 말했다.
“오빠, 쓸데없는 거 생각하지 마. 배우 될 거라고 했잖아? 그리고 발성은 오빠가 더 좋아.”
“어어. 고맙다, 별아.”
“흥. 고마우면 더 열심히 하라고. 대체 나랑 언제 주연 같이 설 건데? 나 졸업하기 전에는 가능한 거 맞지?”
“하하…….”
그 친근한 모습에 이석찬이 쯧, 하고 혀를 찼다. 그는 서주환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야, 별이 쟤는 텄다. 지금 보니까 임자가 따로 있네.”
“애초에 관심도 없었어, 인마.”
“흐, 맞다. 너는 저 강사 노리고 있었지?”
서주환은 애매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솔직히 그런 의도로 접근한 건 맞지만, 그런 의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너야말로 은지랑 잘 돼?”
“아까 미션지 채울 때 번호 땄다.”
“하여간 대단한 자식.”
박은지는 항공과 여학생이었는데, 아무래도 과가 과인만큼 평균 이상으로 예쁘고 늘씬한 몸매를 갖고 있다. 이석찬이 처음부터 노리고 있는 여학생이기도 했다.
- …이처럼 제 경험상 다른 사람의 시선은 훈련으로 극복이 가능한 부분이에요. 여러분 중에는 과거의 저처럼 나서기 꺼려하는 분도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인생 그거 내향적인 것 보다는 외향적으로 사는 게 더 이득 볼 게 많더라고요. 필요한 순간 연기라도 할 수 있도록 이번 강의에 잘 따라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스피치가 시작되었다.
*
주경은이 자신의 소심했던 과거사를 이야기한 게 효과가 있었던 걸까. 내성적으로 보이는 학생들도 빼는 일 없이 앞으로 나가서 3분 스피치를 이어갔다.
- 제, 제 취미는 맛집 탐방인데요…….
비록 자신감 없고 떨리는 목소리였을지라도 말이다.
주경은은 불안한 태도로 말을 마친 학생에게 박수를 쳐주며 짧은 피드백을 해주었다.
“좋아. 떨리지만 생각보다 별 거 없었죠? 시선을 어디다 둘지 모르는 것 같던데, 그럴 때는 마음속으로 한 사람을 정해놓고 바라보면 좋아요.”
“네. 감사합니다.”
“유용한 정보도 고마워요. 제가 자주 가는 동네에 그런 맛집이 있을 줄 몰랐네요.”
“헤헤. 가서 꼭 드셔보세요.”
“응! 꼭 먹어봐야겠네요.”
떨면서 스피치를 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타고난 자신감으로 능숙하게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예를 들면, 지금 무대에 서기라도 한 듯 노래를 부르고 있는 이석찬이 대표적이었다.
- 파란 하늘 위로 훨훨 날아가겠죠~!
- 이번이 처음이지만, 전에 자주 비행했었잖아!
서주환은 열창하는 이석찬을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저거 어필인가?’
항공과인 박은지에게 어필하겠다고 거북이의 ‘비행기’를 부르다니, 역시 미친놈이 분명했다. 아니지, 당사자인 박은지가 깔깔대며 웃고 있으니 대단하다고 봐야할까? 하여간 골때리는 놈이었다.
“자, 다음 사람? 아, 주환 학생이구나. 벌써 마지막이네요.”
서주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섰다. 가까이 다가온 그에게 주경은이 묻는다.
“무엇에 대해 말하고 싶나요? 말했듯이 주제는 자유랍니다. 석찬 학생처럼 노래를 불러도 되고, 춤을 춰도 돼요.”
그때 뒤에서 이석찬이 소리쳤다.
“야, 쭈환! 둘 다 해! 엠티 때 장기자랑에서 했던 거 있잖아! 다들 박수!”
“와아아아!”
MC 이석찬의 말을 따라 강당 안의 학생들이 박수를 쳤다. 그에 서주환은 입모양으로 욕을 하며 이석찬을 노려봤다. 노래를 부르더니 흥분해서 장난기가 도진 듯했다.
주경은도 킥킥 웃으며 말했다.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 추나 봐요? 대단하다, 주환 학생.”
지금까지 다른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했던 것과는 명백히 다른 대응이다. 빙글빙글 웃는 게 장난기가 가득했다.
서주환은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강사님까지 부추기면 어떡해요?”
“에이, 부담스러우면 당연히 안 해도 되죠. 그런데 주환 학생은 그런 거 별로 안 뺄 것 같아서요. 내가 잘못 봤나?”
그 말에 서주환은 짐짓 몸을 움츠리며 더듬더듬 말했다.
“저, 저 되게 소심하고 내성적이거든요. 취미도 혼자 사색하는 거랑 독서라고요…….”
“일단 연기 못하는 건 확실하네요. 자, 강의 시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이제 스피치 시작해주세요?”
주경은이 픽 웃으며 말했다. 과연 배우를 목표로 했었다는 걸까. 날카로운 통찰력이다.
“아하하하! 주환 오빠, 거짓말 치지 마세요!”
“형, 빨리 하고 끝내요! 배고파!”
아무래도 그냥 연기가 수준 이하로 어설펐던 것 같다…….
서주환은 쩝 입맛을 다시고 강당 가운데에 섰다.
“저는 시(詩)를 하나 읊겠습니다.”
그 말에 학생들이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당연히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출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시라니?
주경은도 놀라서 물었다.
“시?”
“네. 저 독서 좋아한다니까요.”
“당연히 농담인 줄 알았는데…….”
“편견입니다.”
이래봬도 독서를 좋아하는 건 물론 글을 쓰는 사람이다. 시 한두 개 정도는 외우고 있었다.
‘사실 강사님이 알려준 시지만 말이죠.’
회귀 전 강의가 끝나고 저녁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의 그는 대충 구석에 찌그러져있다가 조용히 술을 들고 천막 밖으로 나왔다. 그날도 때때로 떠오르는 한수아의 죽음에 궁상을 떨어댔다.
그런 그에게 학생들과 어울리던 주경은이 다가와 말했다.
‘주환 학생, 혹시 시 좋아해요?’
그녀가 알려준 한 편의 시는 꽤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비록 마음에 들기만 하는 시는 아니었지만, 적지 않은 위로를 받았었다.
서주환은 시를 낭송하기에 앞서 서두를 뗐다.
“제가 들려드릴 시는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입니다. 1998년 나온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시집에 수록되었고, 외로움에 아파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시입니다.”
말을 마치고 잠시 호흡을 골랐다. 그리고 이내 시를 읊기 시작했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그렇게 말문을 여는 순간이었다.
[특수능력, ‘씽 필링’을 발동합니다.]
[노래에 원하는 감정을 담을 수 있습니다.]
말문을 열었던 서주환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운율(韻律)이 있으니 시 또한 노래로 취급한다는 것인가.
갑작스레 말을 멈추니 모두가 의아해하는 순간, 서주환이 다시금 입술을 떼었다. 지독히도 외로웠던 지난 과거를 회상하면서였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흐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말을 마친 서주환은 잠시간 오랜만에 읊조린 시를 곱씹었다.
‘참 따뜻한 시란 말이야.’
명령형 어미와 운명에 순응하는 태도를 가진 시였음에도 그러했다. 정말이지 사람을 위로하는 시가 아니고 무언가.
시의 저자, 정호승 시인은 말하고 있었다.
사람으로 태어나 외로움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꽃샘추위 가운데 피어난 수선화도, 갈대숲 도요새도, 저 위의 하느님마저도 외로워하고 있다. 헌데, 사람이 외롭지 않으리.
어쩌면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다.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면 ‘너 혼자만 외로운 게 아니니까 궁상떨지 말라’ 고 받아들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서주환은 시에서 “이처럼 세상에 외로운 존재는 ‘나’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님에, 이토록 동지가 많다. 그러하니, 더는 울지 말라.”는 화자의 위로를 느꼈다.
혹여 이 공간에도 과거의 자신처럼 외로움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닐까.
서주환은 강당 안을 넓게 둘러봤다.
“……?”
주변을 둘러본 그는 의아함에 고개를 기울였다. 낭송을 마쳤음에도 학생들이 아직도 그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당 안에는 여전히 낮게 깔린 침묵이 맴돌았다.
‘아, 시간이 안 끝났구나.’
시 한 편으로 3분을 채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서주환은 머쓱한 마음에 눈꼬리를 긁적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크흠. 사람이라면 문득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럴 때 이 시를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얼핏 다그치는 듯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화자의 위로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여전히 멍한 눈빛들이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역시 핵심적인 부분을 예시로 드는 게 좋겠지, 하고 생각하며 말을 잇는다.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사랑, 자존심, 고결, 신비입니다. 화자는 어째서 많은 꽃들 중 수선화에 사람을 빗대었을까요? 저는 ‘외로움을 이겨내려거든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라’고 해석했습니다. 시의 해석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니, 흥미가 있으신 분들은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그렇게 말을 마치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이상으로 스피치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쯤 됐으면 강사인 주경은의 피드백이 들려와야 했다. 한데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서주환은 힐끗 주경은을 돌아봤다.
“그, 강사님? 끝났는… 데요?!”
그는 몸을 움찔 떨었다가 기겁해서 주경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가, 강사님? 괜찮으세요?”
시선 끝에, 주경은이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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