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186화 (186/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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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일요일 연재애!

오늘은 어째 계속 완결 이후 외전 소재가 떠올라서 하루 종일 메모만 했네요.

별로 외전을 쓸 생각은 한 적이 없는데 말이죠...

*

더블맨 님, 검은선비 님, 엘라이니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wadize 님, 리바이버s 님, cty 님, 펭귄한마리 님 우너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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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를 :D

리더십 캠프

역시 즐겁게 노는 시간이 빨리 가는 법이다. 종강 후 일주일이 쏜살처럼 지나가고 어느덧 리더십 캠프의 날이 밝았다.

“엿됐네.”

서주환은 늦은 아침에 일어나 시간을 확인하고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야, 석찬아 일어나봐.”

그는 대충 옆에서 굴러다니고 있는 이석찬을 발로 툭툭 밀었다.

“으엉? 왜 그래, 잠 좀 자자.”

“오늘 캠프 가는 날이잖아. 늦었어.”

“아, 맞다. 지금 몇 시임?”

“열 시.”

“오…….”

9시까지 학교로 집합인데 완전히 늦어버렸다. 확인해 보니 부재중 전화까지 찍혀 있었다. 전날 술을 마시고 퍼질러 자느라 전화가 온 걸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이석찬이 길게 하품하며 말한다.

“진짜로 네 차 타고 가야겠는데?”

“그건 원래도 그러려고 했고.”

“엉? 농담 아녔음?”

“이 새끼 어제 술 마실 때 한 얘기 다 까먹었네. 네가 먼저 말 꺼냈잖아.”

“아, 그랬지. 그럼 차 타고 가는 게 맞지. 거 인솔자한테 문자나 한 통 보내셈.”

“그래야겠다.”

두 사람은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차에 올라탔다. 얼마 전 이석찬의 지인을 통해 빠르게 출고한 서주환의 자차였다.

조수석에 탄 이석찬이 시트를 두드리며 낄낄댔다.

“으하하. 진짜 카니발을 살 줄은 몰랐다.”

“네가 제안했잖아, 인마.”

“그렇긴 한데, 우리 나이에 누가 카니발을 사냐? 돈 있으면 아우디나 벤츠 같은 걸 사지. 차라리 포르쉐 타는 사람 찾는 게 쉬울 걸?”

그 말에 서주환은 쩝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석찬의 말대로 나이 스물 셋에 카니발을 타는 사람보다는 값비싼 외제차를 모는 사람을 찾기가 더 쉬울 터였다. 사실 서주환도 돈이 있으니 외제차에 눈길이 가긴 했었다.

하지만 용도와 실용성을 생각했을 때 외제차, 특히 스포츠카 종류는 돈 잡아먹는 애물단지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았다.

“혼자 차 탈 일이 얼마나 있다고? 여행에는 역시 카니발이지.”

“나야 좋지. 흐흐.”

이석찬은 자신이 운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좋은 모양이었다.

“뭐 정 사고 싶으면 나중에 한 대 더 사면 되고.”

“이열. 스타 작가라 이거임?”

“개뿔. 신작 성적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그냥 해본 말이다.”

“난 존나 재밌던데? 나중에 뜨겠지 뭐. 재밌는 건 뜨게 되어 있음.”

재밌으면 뜨게 되어 있다니, 듣기 좋은 소리지만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명작 소리를 들어도 정작 수익을 크게 내지 못한 작품이 얼마나 많던가. 서주환도 비트코인을 통해 번 돈이 아니었다면 두 번째 작품까지는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트렌드에 맞는 작품을 썼을 터였다.

‘일단 연독률은 좋으니까.’

그가 쓴 신작, ‘회귀자의 병영생활’은 유료화 이후 오히려 연독률이 오르는 중이었다. 보통 무료 분량을 지나면 조회수가 팍 떨어지기 마련이건만 무척 특이한 현상이었다. 뒤늦게 입소문이라도 탄 것일까. 앞서 묻힌 명작이 어쩌고 했지만 결국 장르문학의 본질은 재밌으면 장땡이었다.

“야, 열두 시 도착이라고 하지 않았냐? 좀 더 빨리 밟아봐!”

“네가 운전하던가!”

“아, 꼬우면 무면허 하시던가요.”

“너도 면허 있잖아, 인마!”

“에벱베베벱.”

“나 운전대 잡고 있다. 면허는 딴 지 이제 열흘 넘었고. 자, 계속 해봐.”

“죄송…….”

이석찬이 닥쳤다.

앞서 위협했던 것과 달리 서주환은 초보 운전자답지 않게 능숙하게 차를 몰았다.

의외로 운전에 재능이 있었던 걸까.

그건 아니고, 사실 그는 박투 재능의 특수능력인 ‘집중: 슬로우비디오’를 사용하는 중이었다.

【집중: 슬로우비디오】

▶ 효과: 동체 시력과 사고가 빨라진다.

※ 박투 상황에서만 온전한 효과가 나온다.

실제 박투 상황보다는 못하지만 상승된 동체시력과 사고력이 운전에 도움을 주었다.

부아앙-!

카니발이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

캠프 장소에 도착한 두 사람은 빠르게 주차를 마치고 걸음을 옮겼다.

- 지하 1층에 있는 식당으로 오세요.

“네, 바로 가겠습니다.”

인솔 교사와 전화를 해 장소를 알아냈다. 아무래도 식사부터 하려는 듯했다. 건물 지하로 내려가자 인솔자로 보이는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출판콘텐츠학과 서주환이라고 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석찬입니다.”

“아, 저희도 이제 막 왔어요. 생각보다 빨리 와서 다행이네요. 괜찮으니까 들어가서 식사하세요.”

“넵!”

다행히 인솔자는 크게 잔소리하지 않고 좋게 넘어갔다.

“오, 밥 괜찮네.”

“크으. 국도 있으니까 속이나 좀 풀자. 그러고 보니 너 숙취는 괜찮음?”

“남아 있었으면 운전 했겠냐? 몇 시간을 잤는데 다 풀렸지.”

내리 10시간 가까이 잤으니 알코올 농도야 진즉에 내려갔을 것이다. 혹시 몰라 아이템으로 불러낸 ‘숙취해소제’까지 복용했으니 전혀 걱정이 없었다.

두 사람은 배식을 받고 식당을 두리번거렸다. 마땅히 앉을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옆에 있던 이석찬이 잰걸음으로 딱 한 자리 남아 있는 테이블로 걸어가 말했다.

“대안대학교 학생들이죠? 여기 자리 없으면 좀 앉을게요.”

“아, 네. 안녕하세요.”

자연스럽게 합석한 이석찬이 씩 웃으며 서주환을 향해 얄밉게 손을 흔들었다. 지 자리만 쏙 골라가다니, 배신자 자식. 서주환은 돌아갈 때 이석찬을 태워주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남은 자리를 찾아갔다.

‘강사들인가?’

스물 후반에서 서른 중반까지로 보이는 여자 둘과 남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이제 보니 한 명은 입구에서 봤던 인솔자였다.

서주환은 테이블로 다가가 작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남는 자리가 없는데 좀 앉아도 될까요?”

“아, 네. 그럼요.”

가장 바깥에 있던 여자가 여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에 서주환은 조금 눈을 크게 떴다. 여자의 목소리가 엄청난 미성이었기 때문이다. 저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와, 목소리 엄청 좋으시네요.”

“네? 푸훗.”

난데없는 칭찬에 여자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이내 여자는 옆자리 의자를 빼주며 자리를 권했다.

“감사합니다.”

“대안대학교 학생 맞으시죠?”

“네. 좀 늦게 왔는데 그새 자리가 없네요. 하하.”

“아, 그 따로 왔다던 학생?”

서주환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정면에 앉은 인솔자도 어색하게 웃었다. 거 입 싸기는. 시작 전부터 찍히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찍혀도 별로 상관없지만.’

학과 강의도 아니고 고작 리더십 교육이다. 심지어 외부 강사들이었으니 자신을 어떻게 보든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반가워요. 저는 오늘 강의를 맡은 주경은이라고 해요.”

“아, 강사님이셨구나. 안녕하세요. 출판콘텐츠학과 서주환입니다.”

서주환은 그제야 여자가 생각났다. 어째 익숙한 얼굴이다 싶더라니 회귀 전에도 본 강사였다. 당시에도 목소리가 좋기로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했었다.

‘이 강사는 못 잊지.’

서주환은 말을 걸어볼까 하다가 그냥 입을 닫았다. 이제 막 만난 강사와 학생이 얘기를 하면 뭘 더 하겠는가. 서주환이 먼저 시선을 돌리고, 그를 묘한 시선으로 쳐다보던 주경은도 인솔자와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크으.’

서주환은 국물을 한 숟갈 먹고 속으로 감탄을 흘렸다. 뜨끈한 국물이 얼큰했다. 아이템도 좋지만 역시 숙취해소에는 국물이다.

*

식사 후 흡연장.

서주환은 먼저 담배를 피우고 있는 이석찬에게 달려가서 헤드록을 걸었다.

“혼자 처먹으니까 맛있었냐?!”

그에 연기를 잘못 들이마신 이석찬이 기침을 토하며 사과했다.

“콜록! 야, 미안! 켁!”

“의리 없는 자식!”

“흐흐흐. 쏘리. 그래도 좋은 소식 있음.”

“좋은 소식?”

이석찬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아까 내가 앉은 테이블 애들이 연영과더라고. 여자애들 예쁘더라. 아, 항공과에서 혼자 온 애도 있었음.”

“벌써 친해졌어?”

“어차피 다들 과 달라서 모르는 사이잖냐. 일단 안면 튼 거지. 이따 뒷자리에 같이 앉기로 함.”

서주환은 이석찬을 용서하기로 했다. 아무렴 밥 정도야 따로 먹을 수도 있는 거지. 친구끼리 쪼잔하게 이런 걸로 의가 상하면 안 된다.

*

강당 안은 아직 강의가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꽤나 조용했다. 다들 서로 과가 달라서 같이 온 사람들과만 조용히 이야기 하는 탓이었다. 학과에 따라 부과대가 없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런 경우에는 혼자 와서 폰만 보고 있는 학생도 꽤 있었다.

그때 뒷문이 벌컥 열리며 남자 둘이 들어섰다. 늦게 도착해서 식사를 다른 학생들보다 늦게 마친 서주환과 이석찬이었다.

“헉, 뭐야. 벌써 시작함?”

“아닌 것 같은데? 빨리 가서 앉자. 마침 뒷자리 남았네.”

“엉.”

조용한 와중에 180정도 되는 장신의 남자 두 명이 들어서니 순간적으로 시선이 쏠렸다. 특히 여성들의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항상 덤앤더머처럼 굴고 다니는 서주환과 이석찬었지만 객관적인 외모만 봤을 때 두 사람은 눈에 띄게 잘생긴 얼굴이었다.

그때 뒷자리에 앉아있는 여학생 한 명이 손을 흔들었다.

“석찬 오빠, 여기!”

“아, 저기 있네. 야, 가자.”

이석찬이 마주 손을 흔들며 자리로 향했다. 따라서 자리에 앉으니 여자 두 명이 반갑게 인사해왔다.

“안녕하세요. 오빠가 출콘과 과대라면서요? 전 연영과 유별이에요. 성이 유, 이름이 별. 외우기 쉽죠?”

“저는 항공과 박은지요. 저희 둘 다 스무 살이니까 편하게 부르세요.”

“응. 석찬이가 이미 말한 것 같긴 한데 난 출콘과 서주환이야.”

서주환은 책상 아래로 이석찬에게 엄지를 들어보이며 인사했다. 두 여자 다 학과가 학과여서 그런지 평균 이상으로 예쁜 얼굴이다. 유별은 귀염상이고 박은지는 항공과라서 그런지 키가 상당히 크고 어른스러운 인상이었다.

일행 중에는 남자도 한 명 있었는데, 시원한 인상의 스포츠머리 남자였다. 어째 익숙한 얼굴이다. 서주환은 곧 그가 누군지 알아채고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어? 그때 술집에서 봤던…….”

“하하… 안녕하세요. 연영과 2학년 과대 배준호입니다. 나이는 스물 셋이에요.”

머쓱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남자. 중간고사 뒤풀이 때 포차에서 봤던 남자였다.

“그때 하연이한테 추근덕대다가 자빠졌었죠? 넘어진 건 좀 괜찮아요?”

“그거 나 아니야!”

배준호가 발작하듯 부정했다.

서주환은 낄낄대며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알고 있어. 자빠졌던 선배 챙겼었지?”

“…놀린 거였어?”

배준호가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내 그는 힐끗 이석찬과 서주환을 번갈아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친구라서 그런지 둘이 똑같네.”

“응? 뭔 소리야?”

무슨 소리인가 싶어 되물으니 이석찬이 낄낄댔다. 아, 이미 한 번 놀려먹었구나. 유별과 박은지도 배준호의 반응이 재밌는지 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웃고 떠들고 있으니 같은 테이블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말을 걸어왔다.

“그, 난 전기과 유성혁이야.”

“나도 전기과…….”

“난 컴공…….”

세 명 다 이공계 쪽 남자들이었다. 누가 남초과인 공돌이 아니랄까봐 남자들의 시선은 모두 유별과 박은지를 향해 있었다.

‘다 익숙한 얼굴들이네.’

서주환은 픽 웃으며 면면들을 둘러봤다. 공교롭게도 세 사람 모두 회귀 전에 봤던 사람들이었다.

곧 있을 리더십 교육은 8명이 한 조가 된다.

당시의 그는 뒷자리에 쭈그려 있다가 근처에 있는 사람들과 조를 만들고서야 간단한 인사를 나눴었다. 그때는 끔찍하게도 8명 모두가 남자였는데, 이번에는 그나마 여자 두 명이 끼어있었다.

그때 앞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 아, 아. 드, 들리시나요? 이번에 리더십 교육을 맡은 주경은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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