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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185화 (18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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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저 하연이 많이 아낍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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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놈 님, 이별없는S2 님, 버들피리소녀 님, 싸기코 님, 엘라이니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엘라이니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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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기를 :D

기말 시험

다음날 아침, 간밤에 무섭도록 쏟아졌던 빗줄기와 천둥벼락이 가라앉았다. 하늘은 전날의 우레 소리가 새빨간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눈이 아플 정도로 청명했다.

“날씨 죽이네.”

서주환은 푸른 하늘에 걸린 실구름을 보며 햇빛을 가렸다. 한바탕 소낙비가 쏟아져서 그런지 날씨가 선선하다. 불어오는 바람까지 청량해서 더없이 기분 좋은 날씨였다.

“야, 서주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뒤를 돌아보자 정하연이 작게 손을 흔들며 걸어오는 게 보였다.

서주환은 마주 손을 흔들며 미소 지었다. 내심으로는 아침 일찍 너구리가 집에 돌아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다. 오늘은 오후 시험. 밤 새워 공부 한 유지경은 집으로 돌아가 한숨 자겠다며 아침 일찍 나섰다.

“하연아, 잠은 좀 잘 잤어?”

서주환은 약간의 걱정을 담아 말하며 정하연의 안색을 살폈다. 그는 정하연이 천둥과 빗소리에 민감한 걸 알고 있었다. 일전에 과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알게 된 사실이었다.

다행히 정하연은 별다른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엄청 잘 잤지. 자느라 공부도 얼마 못했을 정도로.”

“잘 잤다니 다행이네.”

서주환은 그리 말하면서도 품에서 아이템을 불러냈다. 정하연은 워낙에 혼자 끙끙 앓는 걸 특기처럼 하는 사람이라 못내 걱정이 됐다. 쓸데없는 부분에서 자신과 닮은 점이 많은 여자였다.

“이거 마셔.”

“어? 그게 뭔데?”

“박x스.”

“아하하. 그런 걸 들고 다녀? 어쨌든 고맙게 마실게. 땡큐.”

피로회복제를 복용한 정하연의 안색이 조금 밝아진 느낌이다. 그녀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말했다.

“약효가 벌써 도나? 우리 얼른 가서 요약본 좀 보고 있자. 나 어제 공부 못했어.”

“그래? 내가 좀 알려줄까?”

“어쭈. 무슨 자신감? 너나 잘… 아니다.”

정하연은 작게 고개를 젓더니 말을 고쳤다.

“응, 네가 좀 알려줘.”

“엉? 웬일이래?”

“됐고, 빨리 가자!”

그리 말한 정하연이 짜악, 등짝을 두드린다. 서주환은 화끈한 느낌에 비명을 질렀다.

“으억! 얌마, 너 손 맵다고!”

“빨리 와!”

“어휴.”

서주환은 픽 웃으며 정하연을 뒤따라갔다.

*

남은 이틀의 시험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 말은 즉, 드디어 학기가 끝나고 종강이 왔다는 말이다.

“으아! 드디어 끝났다!”

“시험도 끝났는데 오늘 술 고?”

“고! 저 오늘은 통금 없습니다!”

서주환과 이석찬, 장덕훈은 벌써부터 술을 마실 생각으로 들떴다. 반면 정하연과 유지경은 장학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지경아, 이번에 장학금 탈 수 있을 것 같아?”

“응! 나 이번 시험 엄청 잘 봤어. 잘하면 가능할 것 같아.”

“장학금 5등까지 주지 않나? 1등이 전액이고 나머지가 어떻게 되더라?”

“2등이 칠십 프로, 3등이 반액. 4, 5등은 삼십 프로 줄 걸? 언니도 시험 잘 봤지?”

“중간 때만큼은 한 것 같아.”

“잘 봤다는 소리네. 1학기 통합하면 언니 이기긴 힘들겠다. 칫.”

“기말은 자신 있나보네?”

“흐히히. 기말은 진짜 잘 봤거든.”

유지경이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두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렸다. 이번에 서주환과 함께 공부하며 얼마나 열심히 했던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공부가 잘 되어 기말 성적만큼은 정하연과 비벼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학점은 중간과 기말은 물론 과제까지 포함하므로 정하연의 1등은 사실상 확정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정하연 또한 내심 본인의 성적이 제일 높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중,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공부에 아예 손을 대지 않아서 몰랐는데, 자신에게는 아무래도 공부에 대한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일등하면…….’

정하연은 시험이 시작되기 얼마 전 일행들과 약속했던 성적내기가 떠올랐다. 내기의 내용은 등수가 높은 사람이 자신보다 낮은 사람 한 명을 지목하여 소원 내지는 명령을 하는 것이었다.

‘주환이한테 뭘 시키지?’

다른 사람을 지목할 수도 있을 텐데, 그녀는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하는 새 서주환을 내기의 대상으로 확정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같이 가달라고 할까?’

돌아가신 어머니의 기일까지 고작 열흘 남짓이었다. 지금까지는 항상 혼자서만 방문했다. 아버지에게는 아직도 앙금이 남아 있어서 먼저 말을 꺼내는 경우가 없었고, 이석찬의 경우에는 그가 먼저 같이 갈까하는 낌새를 비쳤지만 정하연 쪽에서 거절을 했다.

이석찬의 마음은 고마웠다. 하지만 무슨 염치로 그와 함께 간단 말인가. 이석찬의 친모 입장에서 자신은 굴러들어온 돌이었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남편의 외도 증거였으니, 그녀의 아들인 이석찬과 함께 어머니의 무덤가에 가는 일은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주환이는 친구니까…….’

서주환은 그냥 친구도 아니고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과거를 공유한 무척 특별한 친구였다. 그라면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정하연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친구한테 엄마 무덤에 같이 가달라니… 이상하잖아.’

그때 정하연의 어깨를 짚는 손이 있었다. 흠칫, 뒤를 돌아보니 서주환이었다. 그가 의아한 얼굴로 말한다.

“뭘 그렇게 놀래?”

“아, 아냐. 그냥 다른 생각 좀 하느라.”

“으이그. 성적 생각했냐? 어차피 성적은 다음 주에나 나올 텐데 그만 얘기하고 술이나 마시러 가자.”

“야, 지금 마시면 낮술이야.”

“원래 술은 낮술인 거 몰라? 아니면 그 전에 좀 놀다가 마셔도 되잖아. 우선은 여기 지긋지긋한 학교 좀 나가자.”

서주환이 질색이라는 듯 학과 간판을 가리켰다. 그에 정하연은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찬성.”

“나도 빨리 나가고 싶어. 오빠, 우리 볼링 치러 가자!”

“볼링 좋지. 썩창, 덕후! 너희도 괜찮지? 바로 볼링장으로 고?”

“오키.”

“좋습니다!”

바라마지 않던 종강의 첫 게임은 볼링으로 정해졌다. 그렇게 서주환을 포함한 일행 모두가 히히덕거리며 학과를 나서려는 때였다.

“주환아, 석찬아!”

학과사무실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피로에 찌든 얼굴을 한 남자가 서있었다.

“조교 형?”

남자는 학과 조교였다. 그가 이리 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 어리둥절하며 가까이 다가가니 조교가 말했다.

“미안한데 혹시 내가 캠프 관련해서 말해줬던가?”

“엉? 무슨 캠프? 난 형한테 그런 말 들은 기억 없는데?”

이석찬이 뭔 소리냐는 듯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반면 서주환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 인상을 찌푸렸다.

‘아, 염병. 그게 있었지.’

그가 탄식을 흘리자 이석찬이 왜 그러냐며 어깨를 툭툭 쳤다. 하지만 굳이 그가 말해줄 필요도 없었다. 조교가 미안한 얼굴로 설명을 했기 때문이다.

“너희 일주일 뒤에 캠프 가야 돼. 리더십 캠프.”

난데없는 말에 이석찬이 기겁을 했다.

“으엉? 갑자기 우리가 그걸 왜 가?!”

“너희가 과대랑 부과대잖아. 학과마다 과대, 부과대 전부 갈 거야.”

“아, 형! 그걸 이제서 갑자기 말해도… 아니, 그보다 그걸 왜 종강하고 가는 건데?!”

이석찬은 반발을 했지만, 서주환은 그 이유를 알고 있기에 그저 이마를 탁 부여잡고 입속말로 욕설을 읊조렸다.

리더십 캠프는 본래 1학기 중에 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먼저 캠프를 갔다 온 다수의 윗학번 학생들이 1학년 1학기 주중에 캠프를 보내면 강의 진도를 어떻게 따라 가느냐고 반발을 했고, 그로 인해 올해부터 종강 후 방학 중에 가는 걸로 방침이 바뀐 것이었다.

서주환은 새삼 어이가 없어졌다.

‘미친, 그냥 학기 주말에 보내면 되는 걸 뭔 종강 후에 보내겠다고…….’

물론 학기 주말에 보냈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짜증이 났겠지만 말이다.

한편 조교와 실랑이를 벌이던 이석찬이 돌연 서주환에게 소리쳤다.

“아, 서주환 미친놈아! 너 혼자 가셈!”

“왜 이래? 언제는 나더러 베프라면서. 과대와 부과대는 세트인 거 몰라?”

“인마, 나 너 때문에 부과대 된 거잖아!”

그 말대로 이석찬은 온전히 서주환의 물귀신 작전으로 부과대가 된 것이었다.

“이 물귀신 새끼!”

이석찬이 서주환의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어댔다.

서주환은 마주 베프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너도 나 과대 만드는 데 일조했잖아, 인마!”

“그건 지경이가 먼저 추천 했었잖음!”

“아, 몰라! 네가 선택한 부과대는 아니지만 악으로 깡으로 버티라고!”

“야, 이 시벌롬아!”

*

서로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댔던 서주환과 이석찬.

두 사람은 언제 드잡이를 했냐는 듯 어깨동무를 하고 달밤에 웃음을 터트렸다. 술기운으로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은 두 사람 모두 제정신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서주환이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야, 석찬. 전 학과 다 가는 거면 영연과랑 항공과 애들도 오지 않겠냐? 사실 리더십 교육이라고 해도 별 거 없을 거거든? 어차피 밤에는 놀자 판이지.”

“으하하! 생각해보니 괜찮은 듯? 놀러가는 거라고 생각하지 뭐. 솔직히 우리 학과 애들 꼬시긴 좀 그렇다 아님?”

대한 계획이라도 말하듯 속닥거리는 두 남자.

문득 서주환이 손가락을 튕기며 말한다.

“그러고 보니 나 차 주문한 건 어케 됐냐? 캠프 갈 때 우리는 버스 말고 차타고 갈까?”

“오, 그거 굿 아이디어. 역시 내 베스트 프렌드!”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서 아무 말이나 내뱉어댔다.

정하연이 시시덕거리는 둘을 보며 고개를 내젓는다.

“으휴. 좋단다, 바보들. 야, 집 도착했으니까 둘 다 그만 떨어져!”

“맞아, 오빠들 게이야? 둘이 되게 좋아하네!”

그 말에 술 취한 와중에도 두 남자가 정색을 했다.

“이건 남자들의 우정이라는 거다, 너굴아.”

“난 여자가 좋아!”

가슴을 당당히 펴고 말하는 둘을 본 여자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정하연과 유지경은 동시에 발을 움직였다.

퍼억!

정확히 들어가는 쪼인트!

그러나 어째서인지 비명은 한 사람에게서만 나왔다.

서주환이 중심을 잃고 주저앉았다.

“아악! 양 다리를 다 까면 어떡해! 왜 나만!”

그런 서주환을 본 장덕훈이 고개를 내저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역시 투디가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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