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184화 (18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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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오늘 동생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새삼 이 자식 나랑 참 다른 인생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친한 여동생이 술 먹고 지를 먼저 덮쳐? 하다가 현타가 와서 그만둬? 네가 서주환이냐...?

혹시라도 소재가 떨어지면 동생에게 썰 한 번 풀어보라고 해야겠습니다.

난 집구석에 있는데 어째서 동생놈만 인싸인가......

*

탄산나무 님, 천류[天流] 님, 판천섬 님, 그림자꿈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엘라이니 님, 삐럭 님, 어맛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

요즘 갑자기 후원이 많아진 느낌인데... 치킨 사 드세요, 치킨!

여러분의 모든 후원은 제 구름과자로 대체... 는 아니고 사비 보태서 나중에 꼭 일러 제작하겠습니드아!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기말 시험

대학교마다 성적을 매기는 방법은 꽤 차이가 있다. 예컨대 시험보다 과제를 더 중요시하는 학과도 있고, 교수 성향에 따라 출석을 높게 보는 경우도 있다. 각 대학, 학과, 교수의 성향 등에 따라 학점을 부여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했다.

출판콘텐츠학과의 경우는 출석보다 과제와 성적을 보는 비중이 높다. 취업이 주 목적인 학과이다 보니 개인의 능력을 중요시해서일까. 출석 점수가 낮아도 과제와 시험만 잘 치른다면 상위권 학점을 받는 게 가능했다.

그런 의미에서 출판콘텐츠학과의 특성은 서주환에게 좋은 환경이었다. 가끔 글에 집중한다고 두어 번쯤 결석해도 성적에 전혀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1, 2등의 점수 차이는 소수점 단위로 갈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학과 탑을 원한다면 출석 점수 또한 챙겨야겠지만 말이다.

‘어느 학과는 네 번만 결석해도 학점이 자동으로 F가 된다던데.’

회귀 전 출판콘텐츠학과를 선택한 게 다행이 아니고 무언가. 오늘처럼 과제로 대체하는 과목이 있는 경우에는 시험기간 중 운전면허를 따는 것도 가능하다!

“고생하셨어요. 합격입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서주환은 한 번에 도로주행을 합격하고 만세를 불렀다.

*

서주환의 면허취득을 누구보다 축하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석찬이었다. 그가 활짝 펴진 얼굴로 서주환의 등을 팡팡 두드렸다.

“캬. 이 자식 종강하고 딴다더니 빨리 땄네! 앞으로 운전 네가 하셈!”

아무래도 지난번 펜션에 갔을 때 혼자 죽어라고 운전한 게 억울했던 모양이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네가 하는 게 낫지 않겠냐? 나는 이제 막 땄는데.”

“인마, 해봐야 늘지! 원트에 필기, 기능, 주행 다 붙었다고 자랑할 때는 언제고?”

서주환은 머쓱하게 웃었다. 사실 지난 삶에서도 면허를 취득한 경험이 있으므로 그가 한 번에 합격하는 건 당연했다.

‘실제로 운전 해본 적은 거의 없지만.’

집구석에서 혼자 살다보면 굳이 차를 살 필요가 없다. 있어봐야 유지비만 드는 애물단지일 뿐인데 뭐 하러 자차를 산단 말인가. 덕분에 그가 운전을 해본 건 회귀 전과 현생을 통틀어 시험을 볼 때뿐이었다.

하지만 이번 앞으로는 다를 터. 서주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뭐. 차도 사려고 했으니까.”

돈도 많이 있겠다, 부담 없이 자차를 구매할 생각이었다. 지금은 잠들어 있는 루시가 이르길,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무래도 자차가 있어야 여행을 가거나 놀러 다니기에도 편할 터였다.

차를 산다는 말에 이석찬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오, 차 사게? 뭐로?”

“글쎄. 아직 안 정했어.”

“오케이, 용도랑 가용금액 말해보셈. 형이 딱 견적 뽑아준다.”

“일단 경차는 패스하고 중형으로 생각 중이야. 아무래도 애들이랑 같이 놀러 다니려면 중형이 낫겠지?”

“그게 낫지. 어차피 나중에 바꿀 거면 처음부터 중형으로 사는 게 맞아. 돈 없는 거 아니잖아?”

“그치, 뭐.”

“그럼 좀 기다려봐. 아는 형한테 괜찮은 걸로 리스트 쫙 뽑아달라고 할게. 내가 말하면 금방 출고 될 거임.”

“오, 나야 땡큐지.”

부자 친구를 두니까 이런 게 좋다. 평소에는 영 맥없는 녀석 같아도 이런 저런 인맥이 많아서 도움을 받기가 용이했다.

이석찬이 신나서 말했다.

“님들, 주환이놈 차 나오면 방학 때 여행 고? 계곡이나 바다로.”

“바다? 난 좋아.”

정하연이 즉답했다. 어디 놀러가고 싶었던 걸까. 눈이 반짝거린다. 하지만 이내 그녀가 곤란한 얼굴이 된다.

“나 수영복 없는데. 학교 수영복 입으면 안 되겠지?”

“학교 수영복? 언니네 학교는 수영장도 있었어요?”

“어? 어어. 있었지?”

“헐. 학교 엄청 컸나 보다.”

유지경이 감탄하고, 정하연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녀가 나온 고등학교는 있는 집안 자제들이 주로 다니는 학교라서 시설이 굉장히 좋았다.

그때 이석찬이 끼어들어서 정하연을 나무랐다.

“너 그거 입기만 해봐라. 바로 버리고 감.”

“칫. 하나 사야겠네.”

“언니, 저랑 같이 사러 가요. 저도 수영복 따로 없거든요.”

“응, 그러자.”

벌써부터 신난다는 듯 도란도란 얘기를 나눈 두 여자들. 반면 장덕훈은 별로 내키지 않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방학 때는 하루 종일 글 쓰고 애니 보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아, 이 씹덕쉑 초 치는 거 봐라.”

이석찬이 인상을 구겼다. 서주환이 그런 이석찬을 잡아채고 대신 나섰다.

“덕훈아, 경험이 있어야 더 잘 써지는 거다. 나중에 네가 현대물 쓸지 어떻게 알아.”

“그런 건 인터넷으로도 충분히…”

“너 나보다 글 성적 좋아?”

“…아닙니다.”

“나보다 많이 써봤어?”

“…아닙니다.”

“갈 거지?”

“예…….”

시무룩하게 대답하는 장덕훈이다.

서주환은 억지를 부린 게 조금 미안해져서 장덕훈의 어깨를 툭툭 쳐주며 말했다.

“종강하고 내가 글 쓰는 거 도와줄게.”

“감사합니다, 형님!”

장덕훈이 씩 웃으며 냉큼 대답했다.

“…….”

어째 노림수에 걸려든 느낌이다. 찝찝한 기분으로 보고 있자니, 너구리 한 마리가 또다시 물을 흐렸다.

“다 좋은데, 우리 이제 공부 좀 하는 게 어떨까? 내일 두 과목 봐야 돼…….”

“아…….”

모두의 입에서 귀찮음 가득 담긴 음성이 새어나왔다.

대안 대학교는 아직 시험 기간이었다.

*

유지경은 최근 ‘성교사(性敎師)’가 주는 효과를 경험하고 서주환의 집에 살다시피 머무는 중이었다. 물론 다른 일행들에게 그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모두 헤어지고 중간에 유턴을 하곤 했다.

그녀는 지금도 정하연과 갈림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중이었다. 슬쩍 정하연의 눈치를 보던 그녀가 이내 담뱃재를 털어내며 말했다.

“언니, 그럼 나 이만 가볼게.”

“응. 조심해서 가, 지경아.”

“언니도!”

정하연은 생긋 웃으며 유지경에게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이 골목 어귀로 사라지는 순간, 입가에 맺힌 미소가 씁쓸하게 변했다.

‘오늘도 주환이네 가는 거겠지?’

최근 유지경은 밤마다 서주환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 사실을 추측하기란 매우 쉬운 일이었다. 시험이 시작된 이후로 두 사람은 항상 함께 등교했으니까.

사실 같이 등교하는 것만으로 확신하기엔 빈약한 근거였다. 우연히 중간에 만났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정하연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말았다.

며칠 전, 서주환의 집에 필기 노트를 두고 와서 되돌아갔을 때의 일이다. 분명 먼저 집으로 갔을 터인 유지경이 서주환의 집으로 들어가는 걸 목격했다. 문을 열고 반갑게 맞아주는 서주환의 모습도 함께였다.

‘알고는 있었는데.’

유지경이 서주환을 좋아하는 건 진즉에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리고 서주환이 유지경과 관계를 가졌으리란 것 또한 익히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눈으로 확인하는 건 머리로 알고 있는 것과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좀 아프네…….”

정하연은 힘 빠진 걸음으로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풀썩 드러누웠다. 원래 같으면 다시 한 시간 정도 공부를 하고 잘 시간. 하지만 오늘은 더 공부 할 기분이 들지 않았다.

‘…내일 밤에는 나도 주환이한테 가볼까.’

문득 떠올린 생각에 정하연은 흠칫 눈을 크게 뜨고 이불을 뻥뻥 걷어찼다.

“미쳤나봐.”

그냥 친구로만 지내자고 다짐한 게 얼마 전이거늘 그새 이런 생각이라니! 서주환이 먼저 분위기를 잡는 것도 은근히 거절하지 않았던가!

‘내가 하고 싶을 때 할 거야는 무슨!’

서주환에게 거절하며 둘러댔던 말이다. 하지만 실상 그 말대로라면 벌써 진즉에 몸을 섞었어야 옳았다.

정하연이 섹스를 한 건 지난 시험 기간 때가 마지막.

암만 여자가 남자에 비해 성욕이 덜하다지만, 이미 사귈 적 서주환이 지닌 온갖 아이템과 스킬에 의해 조교되다시피 한 정하연으로서는 무척 긴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정하연이 자의로 금욕을 하고 있는 것은 스스로 한 다짐 때문이었다.

연인이 아닌 친구로써 오래도록 지내겠다던 마음.

정하연은 서주환만큼이나 이별에 대한 두려움이 컸기에 자신의 마음을 억눌렀다. 마음이 싱숭생숭한 지금 다시 몸을 겹치면 스스로 절제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스륵, 옷을 벗어던졌다. 복잡한 마음을 접고 잠에 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녀는 쉽게 잠들지 못하고 손을 꼼지락댔다. 이내 그녀의 손가락은 아래로 내려간다. 무의식중에 외로움과 욕정을 느낀 몸은 따듯한 품을 필요로 했다.

스윽, 하얀 속옷을 젖히고 그보다 더 하얀 손가락으로 갈라진 틈을 쓸었다.

“…흣.”

매끄러운 음부는 쉽게 자극을 느꼈다.

‘왜 벌써…?’

본래 정하연은 성욕이 적은 편이었다. 서주환을 만나기 전까지는 자위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이전과 달리 반응이 금방 돌아왔다. 이미 남자를 안 몸은 두 달간의 금욕생활로 끓는점이 한참이나 낮아져 있었던 것이다.

즈륵, 하고 손가락 하나를 넣자 안쪽이 이미 젖어있는 게 느껴진다. 언제 이렇게 음란해진 건지. 점성을 띤 애액이 손가락에 엉겨 붙었다.

“아, 으응…….”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자 몸이 더 달아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정하연은 손가락을 하나 더 넣었다.

찌걱… 찌걱… 찔걱…….

실로 오랜만의 자위는 애타는 쾌감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애가 탈뿐이다. 충분하지 못한 쾌락은 몸만 더 뜨겁게 달구었다.

‘주환이 손가락은 더 굵었는데.’

손가락 세 개를 겹쳐야 비슷할까. 이미 누군가에게 길들여진 음부는 만족스럽지 못한 크기에 손가락을 꼬옥 조이면서도 간헐적으로 뻐끔거리는 듯했다.

정하연은 하부로 만족이 안 되어 스스로 가슴을 주물렀다. 물컹한 감촉이 손안을 가득 채운다. 서주환이 그렇게도 좋아했던 가슴이다. 한창 유도를 할 적에는 거슬리기만 하여 압박붕대로 단단히도 동여맸던 가슴이건만, 그는 이 가슴을 그 큰손으로 장난감처럼 주물러댔더랬다.

“…하윽!”

정하연은 이내 작게 몸을 떨었다. 부족한 손으로나마 장시간 주무르고 움직이자 가벼운 성적쾌락이 찌릿하게 올라왔다.

“하아…….”

하지만 이내 길게 숨을 내쉬는 얼굴은 전혀 만족한 표정이 아니었다. 그녀는 오히려 괜히 했나 싶을 정도로 공허한 느낌만이 맴돌아 불쾌한 기분마저 들었다.

정하연은 멍하니 허공을 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엄마 보고 싶다.’

그러고 보니 곧 장마가 시작 된다고 하던가. 장마전선이 6월 하순에서 7월 하순까지이니 하늘에 구멍 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쩐지 생각나더라니.’

정하연은 쓰게 웃었다. 올해 들어 너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올해로 벌써 8년 째.

그동안 한 번도 날짜가 다가오는 걸 잊은 적이 없건만, 어쩐지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우르르릉!

“……!”

정하연은 갑작스런 천둥벼락에 흠칫 몸을 떨었다. 생각하기 무섭게 비라도 내리는 걸까. 힐끗 창밖을 훔쳐보니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비도, 번개도. 너무 싫어…….”

정하연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귀를 막았다.

6월 하순.

빗줄기와 번개가 쏟아지던, 막 장마가 시작되던 날.

어머니의 기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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