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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루시는 사람이 되고 시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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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는 많이 늦을지도 모릅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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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무죄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이불속은위험해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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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친척들의 잔소리에서 살아남으시길!
조카들의 마수에서 무사히 살아남으시길!
부디 끔찍하고 괴로운 명절이 아닌,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는 행복한 명절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D
기말 시험
서주환은 재떨이에 담뱃재를 털어냈다. 몇 모금 피우지도 못한 담배는 어느새 필터만 남아있었다.
“잘 다녀와, 루시.”
쓴맛이 입안을 맴돌았다.
그는 조금 전 자신이 루시에게 한 말을 떠올렸다.
‘가족.’
단지 도우미였던 존재는 어느덧 그의 삶에 녹아들었다. 옆에 있는 게 당연한 사실이 됐다.
불과 6개월.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루시는 그의 동반자가 되어있었다.
“루시.”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잠시 침묵한 서주환은 다르게 발음했다.
“욕망 시스템.”
그러자 대답이 돌아온다.
[네, 주인님.]
루시와 똑같은 목소리. 하지만 감정이 배제된, 고저가 없는, 사무적인 음성이다. 루시가 아니었다.
“…주인님이라고 부르지 마.”
서주환은 혀를 차며 말했다. 루시가 아닌 존재가 루시와 같은 목소리로 주인님이라 부르니 거부감이 진하게 올라왔다.
시스템은 어떤 의문도 없이 그의 말에 복종했다.
[알겠습니다. 어떻게 부르면 되겠습니까?]
“주인이란 뜻 외에 아무거나.”
[그럼 사용자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서주환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베란다를 나왔다. 거실의 불을 끄고 침대 위로 올라가 눈을 감았다. 그러다 문득, 루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언제나 곁에 있겠다고 했지.’
그 말대로 루시는 잠시 잠들었을 뿐 아주 떠나간 게 아니었다. 그녀는 시스템의 표면으로 나오지 못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언제고 때가 된다면 돌아올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니 여행을 떠났다는 말은 잘못됐다.
‘잘 쉬고 와. 기다리고 있을게.’
서주환은 부디 그 기다림이 너무 길지 않기를 바랐다.
*
다음 날.
서주환은 일행에게 아침식사를 대접했다. 모두 전날 술을 많이 마셨기에 시원한 콩나물국을 가득 떠주었다.
“이야. 주환이 너 원래 요리 잘했어? 왜 취사병으로 안 왔냐.”
“뭘 얼마나 차렸다고. 국이랑 밑반찬 몇 개가 끝인데.”
“야, 이 제육이 어떻게 밑반찬이야. 가게에 내다 팔아도 되겠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려면 자취요리가 가게에 팔 수준이겠는가. 아버지에 비하면 어설프기 그지없다. 하여간 넉살 좋은 형이었다.
이정훈이 연신 칭찬하자 옆에 앉은 윤슬기도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국 진짜 맛있다. 오빠랑 결혼하는 여잔 좋겠네.”
그리 말한 윤슬기가 힐끗 민가희를 바라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눈이 마주친 민가희는 빨개진 얼굴로 서주환을 힐끗거리며 얼굴에 힘을 줬다. 하지만 곧 흐물흐물 풀어진 입술 사이로 히히, 하고 바람 소리가 새어나왔다.
서주환은 애매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난 누가 해주는 밥이 좋은데.”
“어, 그럼 오빠는 요리 잘하는 여자가 이상형?”
“이상형까지는 아닌데 잘하면 좋긴 하지. 난 누가 해주는 밥이 그렇게 좋더라고. 뭔가 좀 따뜻한 느낌이잖아.”
지난 생에 워낙 혼자 살며 혼자 차려먹어서 그런지 누군가 해주는 밥이 좋았다.
“뭐, 내가 해주는 것도 좋아하긴 하지만.”
같은 이유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해주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었다. 맛있게 먹어주면 뿌듯한 보람을 느꼈다.
“흐응. 그렇구나.”
윤슬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친구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봤다. 생각대로 민가희는 절망에 빠진 얼굴로 우울해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리를 못해도 너무 못했다. 어느새 민가희는 두 손을 꼭 쥐고 무언가를 다짐하는 듯했다. 그 모습에 윤슬기는 킥킥 웃음이 나왔다.
‘요리 연습해야겠다. 슬기한테 맛 봐달라고 해야지!’
자신에게 닥쳐올 미래를 모르는 자의 웃음이었다.
*
서주환은 식사를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윤슬기의 태도를 보아하니 기억이 잘 삭제 된 모양이었다.
‘정훈이 형도 눈치 못 챈 모양이고.’
새벽녘 그는 윤슬기의 기억을 지우고 ‘달콤한 숙면제’까지 사용해가며 그녀의 몸을 박박 씻겨냈다. 지친 상태에서 그러고 있자니 여자의 나체를 주무르는데도 발기가 되지 않았다. 특히 안에 싸지른 정액을 빼내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나마도 정액을 다 빼내지는 못했다. 인체구조상 손가락으로 긁어낼 수 있는 양은 한계가 있었고, 미친 듯이 싸지른 정액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는 결국 윤슬기를 씻기는 동안 귓가에다 ‘질에서 흘러나오는 건 정액이 아니라 냉이다’라고 최면을 걸 듯 속삭였다. 페로몬 부스트의 ‘복종’ 효과가 있으니 별 의심 없이 넘어갈 터였다.
‘그래도 주의를 줄 필요는 있겠지.’
서주환은 식사를 끝내고 윤슬기를 따로 불러내 말했다.
“너 어제 새벽에 있었던 일 기억 나?”
“응? 무슨 일?”
윤슬기가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그 순진한 얼굴을 보고 있으니 지난 밤 고생했던 게 생각 나 울컥 열이 뻗치는 듯했다.
“후우.”
서주환은 숨을 길게 내쉬며 심호흡했다. 기억도 못하는 애한테 역정을 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윤슬기에게는 그 모습만으로도 충분했다. 클럽에서의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항상 웃고 떠드는 모습만 보였던 서주환이다. 그런 그가 찌푸린 얼굴로 길게 한숨을 내쉬니 절로 눈치를 보게 됐다. 아직 남아 있는 ‘복종’ 효과가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윤슬기는 직감적으로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조심스럽게 존대를 했다.
“오빠, 저 어제 뭐 실수했어요…?”
“…엄청 크게 할 뻔했는데, 다행히 미수로 끝났다.”
“미수요?”
“너 앞으로 술 적당히 마셔라. 취할 때까지 마시지 마. 절대로. 알겠지?”
“아, 알았어요.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서주환은 잠시 말을 골랐다. 적당히 축소해서 주의를 가질 만큼만 말해줄 생각이었다. 이내 이야기를 들은 윤슬기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제, 제가 자고 있는 오빠를 덮쳤다고요? 정훈 오빠가 아니고?”
“그래. 정확히는 덮칠 뻔했지. 이불속으로 들어와서 내 팬티 내리려고 하더라.”
“마, 말도 안 돼…….”
윤슬기는 충격 받은 얼굴이었다.
서주환은 그녀가 오해하기 전에 얼른 말했다.
“진정해.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미수로 끝났으니까. 아무 일도 없었어. 너 다시 잠들어서 정훈이 형 옆에 조용히 데려다 놨다.”
“저,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죠?”
“어. 거기서 더 무슨 일 있었으면 네가 기억 못했겠어?”
“그, 그렇죠.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다…….”
윤슬기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연신 다행이라며 중얼거렸다. 그러다 이내 서주환에게 허리를 접어 사과와 감사를 표했다.
“됐어.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갈 수도 있는데,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 거야. 정훈이 형한테는 비밀로 할게.”
“오빠, 진짜 고맙고 죄송해요. 정말로요.”
윤슬기는 아무리 인사해도 모자라다는 듯 말해왔다.
이쯤 되니 서주환도 양심이 찔렸다. 조금 남아있던 짜증은 진즉에 날아갔고, 오히려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어제 윤슬기랑 몇 번을 해댔더라…….
‘형한테 아이템 좀 더 챙겨줘야겠다. 정력제랑 피로회복제랑 아, 모발제도 챙겨줘야지.’
그 날, 이정훈은 영문도 모른 채 선물을 잔뜩 받았다.
이후 아이템을 사용해본 그는 서주환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했다. 피로회복에 정력상승은 물론, 최근 들어 스트레스로 조금씩 빠지기 시작한 머리마저 수북해졌으니 당연했다. 덕분에 이정훈은 윤슬기와 행복한 연애생활을 보냈다.
*
루시가 없어도 시간은 잘만 흘러갔다. 크게 달라진 것 없이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그 동안 서주환은 글을 썼다. 신작 연재에 집중했고, 어느덧 편수가 쌓여서 유료화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신작 제목을 원하는 대로 ‘회귀자의 병영생활’로 바꿨다. 다른 사람들은 이전 제목이었던 ‘입대 전날로 회귀해버렸다’와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그 자신은 마음에 들었다.
“그나마 연독률이 높아서 다행이네.”
전작에 비하면 모든 수치가 낮았다. 특히 유입의 절대치가 낮아서 선호작 또한 1만이 되지 않았다. 전작에 대박을 친 것 치고는 상당히 아쉬운 수치였다. 하지만 연독률 만큼은 15화를 기준으로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유료화 하고도 유지되면 좋겠다. 그치, 루시?”
당연하게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쯧.”
서주환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혀를 찼다.
그는 본래도 오랫동안 혼자 살아서 그런지 혼잣말이 많은 편이었다. 그런 경향은 루시와 함께 한 이후로 더욱 강해졌다. 말을 받아줄 사람이 있으니 허공에 말을 거는 게 습관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루시가 잠들어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가끔 버릇처럼 말을 걸게 되곤 했다.
‘애들이나 보러 가야지.’
이석찬과 장덕훈, 정하연과 유지경 등 친한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쓸데없는 궁상을 떨지 않게 된다. 궁상 떨 시간도 없이 낄낄거리기 바쁠 정도로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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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환을 포함한 일행들은 1번가의 ‘까마귀 포차’로 모였다. 까마귀 포차는 일행의 단골 술집이었다.
일행을 알아본 사장이 먼저 인사했다.
“어서 와, 얘들아. 왜 이렇게 오랜만이야.”
“사장님, 안녕하세요. 요즘 공부한다고 바빠서요.”
“오늘 오고 한동안 또 못 올 것 같아요. 다음 주부터 시험이거든요.”
어느덧 기말 시험이 있는 6월 중순이다. 다음 주 시험이 끝나면 1학기 종강이었다.
사장은 묘한 표정으로 서주환과 일행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 공부도 해?”
“헐. 그거 무슨 뜻이에요?”
“사장 형님, 너무하심다. 저희가 과 상위권 싹 쓸었습니다.”
“하하. 너희가 술 마시러 좀 왔어? 1학년이기도 하고 당연히 공부는 뒷전일 줄 알았지.”
사장의 말대로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 번은 술을 마시러 왔다. 서주환의 집에서 마신 것까지 포함하면 충실한 대학생 1학년의 술기로운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지경이랑 덕훈이가 제일 성적이 좋나 보네?”
그 말에 두 사람의 얼굴이 구겨졌다. 사장은 당연히 앞에 나선 두 사람이 제일 공부를 잘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상 일행 중 두 사람의 성적이 제일 낮았다. 물론 아직 정확한 학점이 나온 건 아니지만 가채점만 봐도 짐작이 가능했다.
두 사람의 표정을 본 사장이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뭐야, 너희 성적 높다면서?”
“노, 높거든요? 아마 최소 과 10등 안에 들 거라고요!”
유지경이 자신만만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선 힘이 쭈굴쭈굴 빠져나간다.
“그런데 여기선 제일 낮아요…….”
“…그냥 형님들이랑 누님이 사기캐인 겁니다. 아니, 하연 누님은 열심히 하니까 그렇다 치고 주환 형님이랑 석찬 형님은 왜 성적이 높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동생들의 푸념에 형 누나들은 어색하게 웃을 뿐이다. 물론 이석찬은 낄낄거리며 동생들을 놀려먹었다.
“이게 타고난 클라-쓰라는 거다, 이것들아. 내가 머리가 좋은 걸 어쩌겠음? 열심히 노력해라, 우매한 녀석들.”
그 얄미운 말에 두 사람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서주환이나 정하연이라면 모를까 벼락치기조차도 대충 하는 이석찬에게 이런 취급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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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잔뜩 취한 유지경이 이석찬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내가 이 오빠만큼은 꼭 이기고 만다!”
장덕훈도 동참했다.
“석찬 햄한테는 절대로 안 집니다.”
이석찬은 두 사람의 다짐이 가소롭다는 듯 낄낄거렸다.
“뭘 열 내고 그러냐. 공부 그까이 거 대충 벼락치기 하면 적당히 A는 나오는 거 아님?”
일부러 열 받으라는 듯 능글거리는 미소까지 지으니 주먹을 한 대 꽂아주고 싶은 면상이 됐다. 작정하고 화를 돋우는 그 모습에 괜히 옆에 있던 서주환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하마터면 손이 나갈 뻔했다.
유지경과 장덕훈도 술잔을 잡은 손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 이석찬이 손가락을 딱 튕기며 말한다.
“꼬우면 내기라도 하쉴? 네 명이 내기해서 1등이 다른 사람들한테 명력 하나씩 하기.”
술을 홀짝이던 서주환이 멈칫했다.
“야, 그 네명 중에 나도 있냐?”
“당연. 안 할 거임?”
“흠. 할게.”
재밌을 것 같았다. 오랜만에 명분을 가지고 너구리 좀 괴롭혀볼까.
서주환이 씩 웃자 유지경이 움찔 몸을 떨었다. 하지만 이내 뭔가 생각이 났는지 굳게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요. 저도 할게요.”
“저도 하겠슴다.”
“오케이, 내기성립. 낙장불입이다. 나중에 빼기 없어.”
네 사람이 맹세라도 하듯 술잔을 짠 부딪쳤다. 그 사이로 조용히 술잔 하나가 더 끼어들었다. 그에 네 명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정하연이 불만어린 투로 말한다.
“난 왜 빼? 나도 할래.”
아, 그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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