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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아, 서주환. 이정훈이 군대에서 얼마나 잘 챙겨줬는데.
은혜도 모르는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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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침팬치 님, 호시연 님, 해피노트 님, 하dbak 님, 엘라이니 님, Tmeho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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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D
한여름 밤의 꿈
서주환이 혼란스러운 얼굴로 시스템 메시지를 볼 때, 윤슬기는 그보다 더 당황한 얼굴로 공황에 빠져 있었다.
“나, 나… 어떡… 정훈 오빠… 히끅, 히끅! 정훈 오빠인 줄… 흑, 으… 읍?!”
“쉿!”
서주환은 기겁해서 윤슬기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녀가 지금 울기 시작하면 정말로 답이 없었다. 더군다나 바로 옆에 민가희가 있지 않은가!
‘지금까지 안 들킨 게 기적이야.’
새벽 내내 다섯 번이나 하면서 기력을 빼놓은 게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윤슬기와 하는 중간에 민가희가 깼을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등줄기에 소름이 돋아났다.
서주환은 일단 윤슬기의 입을 막은 채로 몸을 일으켰다.
‘시발, 어떡해야 되지.’
막 잠을 깨서 그런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아니, 막 일어난 건 문제가 아니다. 너무나 당황스럽고 어이없는 사태에 뇌가 놀라서 굳어버린 것이었다.
‘일단 나가자.’
어찌됐건 간에 윤슬기와 대화를 해야 할 터인데, 이대로 말을 나누기에는 장소가 여의치 않았다. 그는 윤슬기의 입을 틀어막은 채 밖으로 끌어내듯 방을 빠져나왔다. 그 와중 결합되어 있던 성기가 떨어지며 소리가 새어나올 뻔한 위기가 있었지만, 무사히 방을 나올 수 있었다.
‘가희한테 안 들킨 게 진짜 다행이다.’
당황한 와중에도 자고 있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었다. 그녀는 옆에서 소란이 있었음에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깊게 잠들어 있었다.
탁탁탁!
그때 그의 팔을 찰싹거리는 손짓이 있었다. 입이 막힌 윤슬기의 손이다. 그녀가 터질 듯 붉어진 얼굴로 버둥거리고 있었다.
“쉿. 조금만 참아봐.”
찰싹찰싹!
“아, 숨 막힌다고? 미안.”
급한 마음에 입을 막는다는 것이 실수로 코까지 같이 틀어막고 있었다. 숨구멍을 내주자 그녀가 살겠다는 듯 숨을 몰아쉬었다. 다만 여전히 입은 막고 있는 상태였다.
“일단 욕실로 가자. 어차피 씻어야 되고, 여기는 너무 불안하다.”
그는 지금 팬티도 입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나체 차림이긴 윤슬기도 마찬가지. 서로 떡을 치는 동안 언제 벗었는지도 모르는 새 알몸이 된 것이다. 이 꼬라지로 거실에 있을 수는 없었다.
서주환은 욕실에 윤슬기를 밀어 넣었다. 안으로 들어간 그녀가 울먹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주환 오빠, 미안해, 나…”
“잠깐, 잠깐만.”
서주환은 손을 내저었다.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조금이라도 진정시킬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변기커버 위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러고 있다고 쉽게 진정될 리가 있겠는가.
‘시발, 이게 무슨 상황이야.’
친한 형의 여자친구와 떡을 쳐버렸다. 원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 하지만 그걸 말한다고 믿어줄까? ‘자는 동안 형 여자친구한테 따먹혔어요’라고 말하면 성격 좋은 이정훈이 ‘그건 어쩔 수 없지’하고 넘어갈까?
서주환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지랄. 주먹 안 휘두르면 다행이지.’
반대 입장으로 생각해봐도 그럴 것 같았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친한 동생이라고 믿었던 상대와 관계를 가졌다? 전후사정이 어쨌든 일단 화부터 날 것이다. 이미 이성이 아닌 감성의 영역이었다.
‘형, 미안해. 진짜 존나 미안해. 내가 정말 그러려고 한 게 아니거든?’
그는 속으로 이정훈에게 죽어라 사과했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과 동시에 ‘그래도 잘 말하면 믿어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잠시나마 들었다. 하지만 이미 앞서 결론을 내린 문제다.
설사 믿어줘도 문제였다.
‘형이 믿어주면, 지금처럼 지낼 수 있을까?’
개뿔. 얼굴을 볼 때마다 어색할 것이다. 십중팔구는 서서히 연락이 끊기겠지. 인생을 다시 살면서 맺은 인연이 하나 끊어지는 것이다. 그것도 상대가 아닌 그의 잘못으로.
문득 억울한 마음이 올라왔다.
‘아니, 시발. 내 잘못은 아니잖아.’
사건의 발단은 처음부터 끝까지 윤슬기에게 있었다. 그의 죄라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민가희와 떡을 쳐대고 깊게 잠들었던 것이겠지.
새삼 원망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드니, 소리 없이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윤슬기의 얼굴이 보였다. 눈이 마주친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고개를 숙였다.
“흑, 흐윽. 오빠, 미안해… 난 정훈 오빠인 줄 알고… 방을 착각해서…….”
윤슬기의 말은 이미 짐작하고 있던 바였다. 아무려면 남자친구를 두고 굳이 그를 따먹으려고 했을까. 심지어 눈치를 보아하니 그녀는 민가희가 자신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는 듯했는데 말이다. 윤슬기는 그럴 여자가 아니었다.
다만 저지른 실수가 너무나 커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미안해, 오빠. 정말 미안해…….”
“…….”
서주환은 속에서 올라오려는 말을 모두 되삼켰다. 여자의 눈물에 마음이 약해져서? 아니, 굳이 왜 그랬냐고 따져봤자 해결되는 게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감정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였다.
그는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렸다. 머리가 진정되기는 고사하고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어졌지만, 어쨌든 머리를 굴렸다.
물론 아무리 생각해봤자 결론은 하나였다.
‘그래, 없었던 일로 하자.’
당황했을 때는 아득한 기분이었지만, 침착하게 생각해 보면 아직 들키지 않은 일이었다. 당사자들만 입을 다물면 된다는 뜻이다.
그는 결정을 내리고 입을 열었다.
“슬기…”
“내가, 내가 책임지고 정훈 오빠한테 다 말할게.”
“…뭐?”
이건 또 무슨 신박한 개소리인지.
서주환은 깜짝 놀라서 그녀를 쳐다봤다. 여전히 나체인 윤슬기가 푹 고개를 숙인 채 말하고 있었다.
“내가 정훈 오빠한테 사실대로 말하고 빌게. 주환 오빠는 아무 잘못도 없다고 잘 설명할 테니까…”
“자, 잠깐. 잠깐만, 슬기야. 그걸 곧이곧대로 다 말하겠다고?”
서주환은 다급히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슬기야, 우리만 입 다물면 돼. 그럼 없었던 일이야.”
“하지만…….”
“알아봤자 상처만 될 일인데, 굳이 그걸 말 할 필요가 있을까? 응? 오늘 일은 없었던 걸로 하고 넘어가자.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베스트야.”
“…….”
윤슬기는 잠시 침묵했다. 말을 알아들은 걸까? 그녀는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못하겠어.”
“…뭘?”
“나, 그 사실 숨기고, 정훈 오빠랑 계속 사귈 자신이 없어. 거짓말 못하겠어…….”
“아니, 하, 미치겠네. 슬기야, 안 말하는 게 형한테도 좋은 거라니까?”
서주환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며 말했지만, 윤슬기는 납득한 표정이 아니었다. 그녀가 눈물을 줄줄 쏟으며 말했다.
“오빠가 무슨 말 하는지 알아. 아는데, 그래도 못하겠는 걸 어떡해. 나 정훈 오빠가 첫사랑이란 말이야. 관계도 처음 가졌어. 오빠가 너무 좋아서 진지하게 사귀고 있는 거란 말이야…….”
“그럼 더더욱…!”
“평생 숨기고 살아야 되는 거잖아.”
“…그래야지.”
윤슬기는 고개를 저었다.
“…난 못해. 정훈 오빠한테는 숨긴다고 쳐. 아무것도 모르는 정훈 오빠는 오빠랑 계속 만나겠지? 그럼 우리는 얼굴 볼 때마다 오늘 일 생각 날 텐데?”
“…….”
“오빠는 생각 안 날 것 같아? 정말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적어도 그녀는 무리였다. 사랑하는 사람한테 그런 죄책감을 갖고 평생 살을 맞대고 살라니? 대체 이정훈을 어떻게 본단 말인가. 가끔이라도 서주환을 함께 보는 날이면 대체 무슨 얼굴로 대해야한단 말인가.
윤슬기는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훈 오빠한테 무릎 꿇고 빌래. 그래서 용서를 받든가, 아니면 차라리 버려지고… 아니, 버려지는 것도 아니지. 그냥 내가 걸레 같은 년이니까. 지금 떨어져나가는 게 정훈 오빠한테도 좋을지 몰라. 아,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일방적으로 헤어지자고 할까? 그럼 주환 오빠는 문제없을 거야…….”
윤슬기가 황망한 얼굴로 자조하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는 서주환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걸 왜 못 숨겨! 그냥 입만 다물면 되는데!’
피해자는 자신인데 일을 덮으려는 것도 자신이다. 아주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확 진짜 이유를 숨기고 일방적으로 헤어지자 말하라고 해버려?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윤슬기의 상태를 보건대 이정훈이 조금만 다그치면 다 털어놓을 것 같았다.
‘아주 열녀 나셨네, 썅!’
누군가는 윤슬기를 보고서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남자친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주환의 입장에서는 아주 미련한 고집덩어리일 뿐이었다.
그가 할 말을 잃고 침묵하고 있자, 어느덧 고개를 든 윤슬기가 걸음을 옮겼다.
“자, 잠깐.”
서주환은 다급히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너 어디 가려고?”
“…오빠한테는 최대한 피해 없도록 할게. 정말 미안해…….”
결국 이정훈에게 간다는 말이다.
서주환은 머리가 띵해진다는 게 무슨 말인지 지금 깨달았다.
그때, 눈앞으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욕망시스템이 사용자의 강렬한 욕망을 감지했습니다.]
[일곱 번째 욕망퀘스트가 활성화 되었습니다.]
『윤슬기를 막아라』
▶ 윤슬기의 실수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사실은 아직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서로가 입만 다물면 넘어갈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윤슬기는 감당할 수 없는 죄책감에 때문에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공황에 빠진 그녀는 벌써부터 미래의 일까지 생각하며 이정훈에게 모든 걸 털어놓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군대에서 맺은 소중한 인연 하나가 날아갈 게 자명합니다. 잘못하면 친구의 여자친구를 빼앗는 쓰레기로 소문이 날지도 모르는 일.
무슨 수를 써서든 그녀를 막으십시오.
▶ 달성 조건: 윤슬기가 오늘 일을 비밀로 함구하겠다고 생각하게 만들 것.
▶ 보상: 20,000LP
현재는 자정이 지나 6월 시작된 시점.
일곱 번째 욕망퀘스트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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