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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176화 (176/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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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연참입니다!

다음 편으로!

더블데이트

서주환은 쓰게 웃으며 민가희를 진정시켰다. 어깨에 손톱이 파고든 거야 진즉에 알고 있었다. 아마 할퀸 자국도 꽤 났을 것이다.

‘그냥 보여주면 엄청 미안해하겠지?’

나중에 ‘성스러운 손길’로 몇 번 문질러주면 금방 사라질 자잘한 상처들인데 말이다.

“오빠, 죄송해요…….”

서주환은 여전히 울상을 짓고 있는 민가희를 보며 쓰게 웃었다.

“그렇게 미안해?”

“다, 당연하죠. 상처 남으면 어떡해… 흐잉.”

“흐음. 가희가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괜찮아질 것 같은데.”

“네, 네? 뭔데요? 곡 만들어줄까요?”

“푸흐흐핳.”

서주환은 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땡그랗게 커지는 그녀의 눈을 보니 안 웃을 수가 없었다. 그는 이내 웃음기를 머금은 채 살며시 입술을 맞췄다.

쪽, 하고 가볍게 떨어진 입술. 조금 전까지 그렇게 해놓고도 뽀뽀가 부끄러운 듯 발간 얼굴이다. 그는 씩 웃으며 민가희의 귓가에 속삭였다.

“나 더하고 싶은데.”

“지, 지금 쌌잖아요?”

“저번에도 두 번 했던 거 기억 안 나?”

“그건…….”

민가희는 지난 일이 떠올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그때도 한 번으로는 만족을 못 했었지. 그녀는 손가락 두 개를 피며 말했다.

“그럼 이번에도 두 번…?”

“세 번은?”

“엑?”

“네 번도 괜찮을 것 같은데.”

“네, 네 번이나요…?”

그게 사람이 가능한 일인가? 분명 남자는 한 번 싸고 나면 기운이 빠진다고 들었는데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한 번만 해도 이렇게 아찔한데 네 번이나 하게 되면… 그녀는 조금 두려워져서 꼴깍, 침을 삼켰다.

“그, 그건 제가 안 괜찮을 것 같은… 꺄악!”

쮸걱!

“아흑! 오, 오빠아앙!”

*

윤슬기는 연신 귓가를 울리는 목소리에 눈꺼풀을 떨었다.

- 흐아앙! 하윽!

“아으, 민가희 진짜!”

그녀는 베개로 귀를 막았다. 하지만 흥분에 찬 목소리는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얼마나 크게 소리를 내는 건지 목소리가 방 너머까지 들려왔다. 특히 비명처럼 교성이 터져 나올 때는 대체 어떻게 하면 저런 소리가 나오는 건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아으, 진짜. 안 그래도 어지러운데.”

주량을 한참 넘겨버렸더니 아직도 골이 울렸다. 마음 같아서는 동이 트고 오후가 될 때까지 늘어지게 자고 싶었다. 한데 절친인 민가희의 신음 소리가 너무나 신경 쓰인다.

“민가희 고년, 부끄러워하더니 아주…….”

제발 이쪽도 조금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물론 밤에 따로 빠져주겠다는 약속을 못 지킨 건 미안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윤슬기는 본래 술을 마신 뒤 이정훈과 자리를 비켜주기로 했었다. 한데 예상보다 너무 많이 마셔버려서 계획이 어그러진 것이다.

“아, 나도 하고 싶다.”

윤슬기는 성욕이 무척 강한 편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이정훈과 잠자리를 하고 난 뒤였다. 궁합이 딱 맞는 몸은 시도 때도 없이 섹스 생각이 나도록 만들었다. 한데, 옆방에서 친구가 섹스를 하고 있기까지 하니 그녀도 서서히 몸이 달아올랐다.

그녀는 옆자리에서 쿨쿨 자고 있는 이정훈의 어깨를 살며시 흔들었다.

“오빠, 정훈 오빠.”

“쿠울. 드르릉~.”

“오빠아아. 나도 하고 싶어. 응?”

애타는 목소리로 자신의 연인을 불러보는 윤슬기. 그러나 이정훈은 피곤함을 호소하듯 코골이를 할 뿐, 아무리 흔들어도 일어날 기색이 없었다.

“…깨우면 안 되겠다.”

너무너무 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 억지로 이정훈을 깨우기도 미안했다. 본래 코골이가 없는 이정훈이었는데 이렇게까지 깊게 잠든 걸 보니 안쓰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정훈 오빠 요즘 많이 피곤해했지.’

친구들과 만들다던 게임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과 매일 같이 해댔으니 힘들었을 터다. 그 때문에 최근에는 그녀도 사흘에 한 번꼴로 조절을 하는 중이었다.

“흣. 아흐.”

윤슬기는 이불 아래에서 자신의 음부를 만졌다. 남의 집에서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게 부끄럽고 미안했지만, 아직까지 이어지는 신음소리를 듣고 있으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잠시 후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괜히 했어.’

어설프게 몸을 달구어 놓았더니 욕구만 더 강해졌다.

“자야지…….”

그녀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억지로 눈을 붙였다.

*

밤이 깊은 새벽.

방 안을 가득 채웠던 색향이 가라앉았다.

서주환은 네 번을 싸고서야 민가희를 놓아주었고, 민가희는 목이 쉬도록 비명 같은 신음을 지르다가 간신히 잠에든 상태였다.

서주환은 옆자리에서 곯아떨어진 민가희를 보고 쓰게 웃었다.

‘내가 참기는 개뿔이 참냐.’

그냥 쓰레기처럼 살자고 다짐한 지도 여러 번이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결심한 대로 쉽게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무의식중에 정해놓은 선이라고 해야 할까.

서주환에게는 민가희 같은 여자가 그런 대상이었다.

‘가희가 생각보다 날 더 좋아하는 것 같던데.’

상대도 가볍게 즐긴다면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깔끔하게 육체적인 관계만 원하는 엔조이라면 그의 입장에서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혹시 상대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더라도 티가 나지 않는다면 괜찮다. 이 쪽에서 알지 못하는 것까지 신경 써줄 수는 없지 않은가.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처럼, 알지 못하니까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그럼 지금 같은 마음을 먹기 전에 이미 관계를 가졌던 여자들은? 어쩔 수 없다. 이미 저질러버렸는데 그녀들이 자신에게 질리든, 아니면 그가 다 끌어안고 가든 스스로 감당할 일이었다. 다만 안타까운 건, 자신이 힘든 게 아니라 여자들이 상처받을 마음에 대한 것이었다.

‘그래서 더 안 늘리려고 했는데.’

지금처럼 애매한 관계는 정하연과 유지경, 둘 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심상찮은 반응을 보이는 민가희와 관계를 갖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저 안 취했어요.’

‘저, 후회도 안 할 거예요.’

하지만 또렷한 시선으로 하는 말에 흔들렸다. 의외로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의연해서, 다시 관계를 갖고 말았다. 솔직한 마음으로 민가희는 무척 매력 있고, 남자로서 끌리는 여자였으니까.

스윽.

서주환은 잠에 든 민가희의 뺨을 살며시 쓸었다.

‘미련하기는.’

뭘 알고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 건지 모르겠다. 부디 크게 상처 입기 전에 빨리 지쳐서 떨어져 나가길 바랄 뿐이다.

[안 떨어지면 어떡하실 건가요?]

루시가 말을 걸어왔다.

[정하연도, 유지경도, 민가희도 주인님을 계속 좋아하면, 그때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글쎄. 몇 년 지나면, 그때는 있던 정 없던 정 다 떨어지지 않을까? 계속 다른 여자 만나고 다니는데 꾸준히 좋아하기도 힘들 걸. 친구로나마 있자고 내가 빌어야 될 수도?’

[힘들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좋아할 경우를 묻는 거랍니다.]

‘…….’

숨이 턱 막히는 질문이다. 그런 여자가 존재할까? 대한민국은 기본적으로 일부일처제다. 당연히 연애에 대한 관념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좋아해준다면.

‘십 년 뒤.’

[?]

‘한 십 년 뒤에는 나도 만족하지 않겠어?’

그때쯤이면 더 얻고 싶은 재능도 없을 터.

‘그때도 날 계속 좋아해주는 여자가 있으면, 결정을 내려야지.’

그때는 지금처럼 밀어내지 않을 것이다. 기다려준 여자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담아 이쪽에서 더 적극적으로 구애를 할 것이다.

한데, 다시 말문을 턱 막히게 하는 질문이 이어졌다.

[기다려준 여자가 한 명이 아니면요?]

‘…어?’

미친, 진짜 그럼 어떡하지?

서주환은 한참 고민하다가 이게 무슨 김칫국이냐면서 잠을 청했다. 아무려면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남을 리가.

*

술에 취해서 잠에 들면 세상이 어지럽다. 분명 가만히 누워있음에도 빙글빙글 도는 듯한 감각에 머리가 울린다. 이때 침대에서 자고 있다면 좋은 방법이 있다. 한 발을 땅에 디디면 안정감이 생겨서 어지럼증이 훨씬 덜 해진다.

윤슬기는 무의식중에 그 방법을 떠올리고 한 발을 이불 밖으로 꺼내 땅을 디뎠다.

‘으으. 좀 나은 것 같기도?’

확실히 땅을 디디니까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잠에 취해있을 때는 어지러워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정신을 조금 드니까 어지럼에 더해 속에서 무언가 올라왔다.

“웁!”

윤슬기는 재빨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미친, 안 돼. 여기 내 집 아니야. 남의 집 바닥에 토할 수는 없어! 화장실, 화장시이일!

다행히 한 번에 화장실을 찾았다.

그녀는 곧바로 변기통에 머리를 박고 속을 게워냈다.

“──!”

콜록, 콜록.

속을 게워낸 그녀는 입을 헹구고 세수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남아 있는 속 쓰린 냄새에 인상이 찌푸려진다. 그러다 마침, 선반에 있는 일회용 칫솔 몇 개가 보였다.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칫솔이다.

“손님용으로 사둔 건가?”

보통 자취방에 손님용 칫솔을 구비해두던가 싶다. 그러고 보니 혼자 사는 집 치고는 욕실이 굉장히 넓었다. 생각해 보면 방도 두 개였고. 이 오빠, 상당히 잘 사나보다.

‘아, 주환 오빠 소설 잘 됐었지.’

치카치카. 멍하니 생각하며 이를 닦기 시작했다. 허락도 없이 써도 되나 싶었지만 겨우 칫솔 하나로 자는 사람을 깨우는 것도 웃기는 노릇이다. 술을 얼마나 처마셨던 건지, 양치를 함에도 알코올 냄새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으에. 어지렁, 어지렁, 어지렁.”

세수를 하고 깼던 정신이 다시 까무룩 꺼지려한다. 양치를 하며 거울을 보니까 벌써 눈이 좀 감기고 있었다. 그녀는 입을 헹구고 다시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푸아. 어지렁, 어지렁, 섹스하고 싶다.”

아까 가희 엄청 기분 좋아 보이던데. 정신이 조금 드니까 성욕이 일었다. 아,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음란했지. 이게 다 정훈 오빠 때문이야. 그럼 오빠가 책임을 져야지.

“음음. 나중에 장어 사줘야겠다.”

그러니까 오늘은 해도 되지 않을까? 오빠는 가만히 자고 있어도 돼. 내가 알아서 할게.

윤슬기는 비틀비틀 욕실을 나와서 방으로 되돌아갔다.

까만 어둠에 잠겨 있는 방.

새액새액 이는 숨소리.

‘이제 코 안 고네. 피곤함이 좀 가셨나 보다.’

그러니까 해도 되겠지?

윤슬기는 침대 밑에서부터 이불 안으로 쏙 기어들어갔다.

‘앗. 우리 오빠 다 준비하고 있었네?’

분명 바지를 입고 잤던 것 같은데, 더워서 중간에 벗은 듯 팬티만 입고 있었다.

꼬물꼬물. 사부작사부작.

윤슬기는 이정훈이 깨지 않도록 살며시 팬티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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