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163화 (163/501)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오랜만에 민가희 등장!

기억하고 계시는 독자님이 있으려나요?

작중에서도 언급했지만 민가희는 서주환과 이정훈이 클럽에 갔다가 만난 여자입니다.

부모님이 성악가와 가수지만 본인은 노래에 대한 재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아 좌절하고 있던 친구지요.

지금은 서주환의 조언을 듣고 조금씩 작곡에 손을 대고 있습니다.

*

전개는 비슷한데 캐릭터가 달라지니 대화문을 싸그리 수정했네요.

같은 듯 다른 글... 어디를 쳐내고 어디를 남겨야 할 지가 매번 고민입니다.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주의해서 열심히 쓰겠습니다!

두 번 다시 리메는 안 해야지...

*

있지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동방다객 님, 아디없음 님, 혈적풍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독자님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셨기를 바랍니다 :D

내 동정을 가져갔던 누나와 데이트

서주환은 미리 예약해둔 호텔로 정소라를 이끌었다. 호텔에 도착한 직후, 정소라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주환아, 잘못 찾아온 거 같은데? 여기 비싸다?”

서주환이 데리고 온 곳은 신라호텔이었다.

가족들과 몇 번 와본 적 있는 정소라는 신라호텔의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서주환이 뭔가 착각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주환은 무슨 소리하냐는 듯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더니 이내 태연하게 말했다.

“여기 맞으니까 들어가자.”

“맞다고? 아니, 왜 이렇게 비싼 곳으로 예약했어.”

“어… 그냥 이런 데 한 번쯤 와보고 싶어서?”

“하아. 안 되겠다. 여기는 누나가 계산할게.”

“코스 요리도 예약했는데…….”

“…그, 그것도 내가 낼게.”

정소라는 잠깐의 침묵 후 간신히 말했다. 하지만 말해놓고도 조금 후회하는 듯 눈꼬리가 내려간다.

‘여기가 얼마나 하더라. 다음 달은 많이 아껴야겠는데…….’

그 모습을 본 서주환은 조금 머쓱해진 기분이 들었다. 그 딴에는 그녀를 대접하고 싶어서 데려온 것이었는데, 생각했던 것과 달리 너무 부담스러워 했다.

“소라 누나? 나 별로 무리하는 거 아닌데.”

“쓰읍. 누나 말 들어. 내가 부담스러워서 그래.”

“부담스러워할 필요 전혀 없다니까.”

서주환은 정소라에게 군 생활 동안 심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게 회귀 전이라 할지라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런 그녀에게 이 정도 소비쯤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 생에는 이미 통장에 억이 넘는 숫자가 찍혀 있었으니 무리하는 것도 아니었다.

‘누나가 이렇게 부담스러워 할 줄은 몰랐는데.’

정소라는 육군 참모총장의 딸이다. 당연히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왔을 그녀가 이 정도로 부담스러워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정소라는 이미 경제적으로 독립을 했다. 그녀의 성격상 집안에 손을 빌리지는 않았을 터. 그렇다면 평범한 육군 대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인데, 2016년 기준으로 대위 초봉의 월급은 200만 원이 채 안 되었다.

‘이 누나가 무리하려고 하네.’

결국 서주환은 좀 더 단호하게 정소라를 만류했다.

“누나, 이미 결제 다 했어. 나한테 돈 줘봐야 안 받을 건데 어떻게 내려고?”

“…그래도 내가 누난데 이건 좀…….”

“참나. 그럼 나한테 오빠라고 불러보던가.”

“죽을래?”

“죄송합니다.”

바로 사과했다.

“그냥 내가 사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누나한테는 도움 받은 것도 많고.”

“…도움? 무슨 도움?”

정소라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깜빡였다. 그녀로서는 딱히 짚이는 게 없었다. 혹시 연애 관련으로 조언해준 걸 말하는 건가?

“조언 때문에 그런 거면 너무 과해.”

“그거 때문 아니야. 그거라고 해도 안 과하고.”

“그럼 뭔데?”

“그냥 돈 잘 버는 동생이 친한 누나 대접하는 걸로는 안 되나?”

“안 될 건 없지만… 말하는 거 보니까 다른 이유가 있지?”

서주환은 머리를 벅벅 긁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민망해서 굳이 이유를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납득시키려면 말해줘야 할 듯싶었다.

“일단 방에 짐 풀고 식당으로 가자. 예약시간 얼마 안 남았어.”

*

두 사람은 간단히 짐을 풀고 식당으로 향했다.

서주환은 의자에 앉아 주위를 둘러봤다. 보통 이런 호텔은 인테리어 값이 반이라던데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기니 했다.

‘음식은 좀 맛있으려나.’

그리 생각하며 딴청을 피우고 있자니, 정소라가 지그시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빨리 말하라는 무언의 압박에 서주환은 어색하게 웃었다.

“말하기 좀 민망한데…….”

“민망하다니까 더 듣고 싶네.”

“누나 성격 진짜 못됐다.”

“뭐래. 네가 궁금하게 만들어 놓고.”

“쩝. 그냥 뭐, 누나가 직접적으로 도와줬다는 건 아닌데…….”

서주환은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털어놨다. 어차피 조금 민망할 뿐, 굳이 숨겨야 될 이야기도 아니었고.

“군대에서 내가 워낙 운이 없었잖아. 그래서 선 후임들이랑 썩 좋지도 못했고, 심지어 간부들도 은근히 피했고.”

군대란 단체생활이 강요되는 곳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서 생활한다. 학교나 직장처럼 아침에 얼굴 보고, 저녁에 헤어지는 곳이 아니었다. 한 공간에 낯선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는 만큼 트러블이 생기는 건 필연에 가깝다.

불운으로 고생하던 서주환에게는 최악의 공간이었다. 그의 불운은 바깥 생활보다 군대 안에서 더욱 부각되었고, 사람들이 그를 기피하게 만들었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성격 좋은 이정훈조차도 티를 내지 않으려 했을 뿐 무의식중에 그를 부담스러워 하는 태도가 나타났으니.

“그런데 우리 4중대장님은 그런 게 전혀 없더라고.”

“…….”

모든 걸 다 말하면 너무 장황해지기에, 서주환은 적당히 추려서 말했다. 그것만으로도 정소라를 이해시키기에는 충분할 터다. 그녀 또한 바로 지척에서 그를 봐왔던 사람이었으니까.

“으음. 누나는 특별히 별 생각 없었을지 몰라도 나한테는 그게 엄청 고마웠어. 편견 없이 대해주는 거.”

너무 칭찬을 했는지 정소라의 얼굴에 민망한 기색이 떠올랐다. 적당한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지만, 그것도 이만큼 적나라하게 들으면 낯부끄러운 법이었다.

“아하하. 흐흠. 내가 좀 잘해주긴 했지.”

정소라는 짐짓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듯 뻐기듯 말했다. 그에 서주환은 픽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엄청 고마웠지.”

“으흠. 알았으니까 그만해도 돼.”

“구체적으로 뭐가 고마웠냐면.”

“그만해도 된다니…”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거랑 똑같이 욕하고, 굴리고, 화내고, 잡다하게 일 엄청 시키고, 정훈이 형 있는데 인망 별로인 나한테 굳이 분대장 맡기고, 행군 코스 파악한다면서 데려가고…….”

“그, 주환아? 내가 그렇게까지, 했던가…”

정소라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찔리는 바가 있는지 머쓱한 얼굴이다. 다른 사람들이 서주환을 피할 때, 그녀는 실수해도 괜찮으니까 더 열심히 하라면서 그를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굴려댔다.

서주환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낄낄 웃다가 마지막 말을 이었다.

“잘하면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

“아무튼, 그게 나한테는 엄청 고마웠다 이거야. 더 말해줄까?”

“…아까부터 그만해도 된다고 했잖아.”

그리 말한 정소라는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덕분에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짧은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귀가 붉어진 게 보였다.

서주환은 큭큭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민망해서 말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민망해하는 건 오히려 정소라였다.

“누나.”

“어, 응?”

“밥이나 먹자. 저기 온다.”

*

서주환은 식탁 위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을 보고 생각했다.

‘이 돈이면 낮에 먹었던 국밥이 몇 그릇이야?’

통장 잔고를 생각하면 절대로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니다. 그러나 워낙 소시민으로 살아왔기 때문인지 막상 손바닥 크기의 음식을 보니 그런 생각부터 들었다.

‘한 끼에 인당 23만 원이라니.’

비싼 와인까지 곁들이니까 금액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한 입 먹기 시작하자 불만이 쏙 들어갔다.

“와, 역시 비싼 게 맛있긴 하네.”

“그러게.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먹어본다.”

“누나는 많이 먹어봤어?”

“옛날에는 가족들이랑 많이 먹어봤지. 요 근래는 짬밥만 먹었지만?”

“요즘은 가족들이랑 식사 잘 안 해?”

질문을 받은 정소라의 얼굴이 찡그려진다. 그녀는 이내 한숨을 폭 내쉬며 답했다.

“말도 마. 얼굴만 보면 결혼 이야기부터 꺼내는데… 아주 죽겠어. 오늘도 너 안 만났으면 맞선 봤을 걸?”

“…고생이네. 아, 그러고 보니 저번 외박 때도 맞선 봤었지?”

“응. 보통은 남자 쪽도 반쯤 억지로 나오는 거라 금방 끝나는데 그때는 좀 힘들었지.”

생각만 해도 힘든지 고개를 젓는 정소라.

그녀는 이내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말한다.

“이것도 오랜만에 마셔보네.”

“그거 맛있더라.”

“맛있긴 한데… 진짜 괜찮겠어? 솔직히 이제 와서 내가 산다고는 못하겠고, 나도 같이 계산할게.”

“괜찮다니까. 누나 생각보다 나 돈 잘 벌어.”

그리 말하고 나니까 어쩐지 졸부가 된 느낌이 들어서 서주환은 어색하게 웃었다. 정소라도 그 기색을 눈치 채고 킥킥 웃음을 흘리며 묻는다.

“글 쓰는 거 잘 됐다고 했지? 얼마나 벌길래 그러는데? 아, 아니다. 곤란하면 말해줄 필요 없어.”

“그건 아닌데. 잠깐만.”

서주환은 속으로 숫자를 셈했다. 돈에 큰 관심이 없었기에 일정 액수를 넘어간 뒤로는 따로 분류해서 센 적이 없었다. 조만간 세무사를 한 번 찾아가야 할 듯싶다.

‘일단 비트코인으로 번 돈은 빼고.’

비트코인은 이미 옛적에 처분하고 6억 가량 되는 수익을 봤다. 이후에는 코인에서 손을 떼고 확실히 오르는 주식 종목에 투자해놓은 상태였다. 덕분에 비트코인처럼 극적인 상승률은 아니지만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었다.

‘코인이 좀 아깝긴 하지만, 그냥 안 하는 게 속 편하지.’

사실 비트코인은 2018년에 있을 규제와 조정이 오기 전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다. 하지만 서주환은 어떤 코인이 오를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투자하고 싶지 않았다. 2021년에 확실하게 오르는 코인을 알고 있으니 그때 다시 투자하면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소설만 따지면…….’

자잘한 곳을 빼고 기존 연재처와 대형 플랫폼에 런칭한 것만 생각하면… 일단 당장 생각나는 건 대략 3억이 좀 넘어가는 것 같았다. 연재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대략 400편이 넘어가는 장편을 완결 지었더니 짧은 시간 안에 벌어들인 돈이 상당했다. 거기에 구매수가 꾸준히 오르는 중이었으니 추가 수익도 만만치 않을 터였다.

정확히 계산하려면 따로 확인을 해야 했기에 서주환은 적당히 생각나는 대로 말해주었다.

대략적인 액수를 들은 정소라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잘 된다고 듣긴 했지만 웹소설이라는 게 이 정도로 돈을 벌 수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독서에 취미가 없던 그녀가 소설을 읽기 시작한 건 순전히 서주환 때문이었으니.

그녀는 이내 얌전히 식기를 내려놓고 진지한 낯으로 서주환을 불렀다.

“주환아.”

“응?”

“나 준비됐어.”

“갑자기 뭐가?”

그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으니 정소라가 팔짱을 척 끼고 말했다.

“자, 지금이라면 받아줄 수 있으니까 그때처럼 다시 고백해봐. 응?”

“…큭큭. 푸흐하학.”

“잘됐다고 해서 그냥 그렇구나했는데 진짜 성공했네? 축하해.”

“거 엄청 감사합니다.”

“아하하. 나 진짜 부담 없이 얻어먹는다?”

“아까부터 그러라고 했잖아. 맛있게 먹어.”

서주환은 픽 웃으며 잔을 내밀었다. 짠, 하고 맑게 울린 잔을 뒤로하고 와인을 홀짝이며 그녀를 힐끗 쳐다본다. 너무나 정소라다운 반응이라서 다시 웃음이 흘러나왔다.

*

식사를 끝낸 두 사람은 방으로 향했다. 누가 먼저 오늘 함께 밤을 보내자고 한 건 아니었지만, 두 사람 모두 이를 당연하게 생각했다. 아무려면 영내에서 몰래 떡도 쳤는데 이제 와서 간을 보는 것도 우스운 노릇이었다.

정소라는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털썩 앉았다.

“후아. 너무 많이 먹었어. 잠깐 소화 좀 하자.”

“그래. 나도 배부르다.”

서주환은 자연스럽게 정소라의 옆에 앉았다. 순간 그는 엉덩이가 침대에 잠기는 듯한 느낌에 감탄했다.

“이야, 비싼 건 침대도 다르네. 집에 있는 거 바꿔야겠다.”

“이런 걸로? 엄청 비쌀 텐… 아.”

아까 들은 액수를 떠올린 걸까. 정소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신기한 동물이라도 보는 눈으로 서주환을 쳐다봤다.

“왜 그렇게 봐?”

“그냥, 새삼 좀 낯설어서?”

“…돈 많이 버는 게?”

“뭐래.”

“악.”

서주환은 갑자기 날아든 딱밤에 이마를 문질렀다. 그녀는 픽 웃으며 말을 이었다.

“뭐 그것도 없진 않은데, 주환이 네가 워낙 많이 바뀌었잖아. 갑자기 키도 크고, 몸도 좋아지고. 몇 달 만에 성격도 엄청 바뀌었고.”

“많이 바뀌긴 했지.”

“생각해봐. 매사에 자신감 없어 보여서 걱정했던 동생이 갑자기 여자를 그렇게 꼬시고 다니잖아. 안 놀라게 생겼니?”

“아니, 이야기가 왜 그리로 튀어? 내가 누굴 꼬셨다고.”

“어쭈? 아니라고 할 수 있어?”

“…….”

서주환은 묵비권을 행사했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정소라에게는 연애 상담을 한 전적이 있다. 낮에 길거리에서는 이전에 헌팅 했던 민가희와 만나기도 했다.

‘그나마 그냥 넘어가서 다행이지.’

연애 이야기와 민가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겠다던 정소라는 별 말 없이 그냥 넘어갔다. 오히려 놀리려고 해본 말이었다며 웃더라. 말하지 않아도 대충 다 안다는 듯 웃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때 정소라가 팔을 붙들었다. 뭔가 하고 보니, 그의 팔을 끌어당겨서 얼굴 쪽으로 가져간 다음 냄새를 맡고 있었다.

“엄청 변했는데, 냄새는 그대로네. 향수 안 쓴다고 했었지?”

“어. 귀찮아서 그런 거 안 뿌려.”

“그런데 사람 몸에서 어떻게 이런 냄새가 나지?”

신기하다는 듯 다시 흥흥 냄새를 맡는다.

정소라의 페티시는 뚱뚱한 몸을 좋아하는 下급의 Fat Admirer(팻 에드미러)와 냄새를 선호하는 中급의 Olfactophilia(올팩토필리아).

전자보다는 후자의 등급이 더 높기 때문인지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는 했다.

무척 향기로운 냄새를 맡은 듯 기분 좋게 미소 짓는 정소라.

이쯤 되니 그도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그 자신의 몸에서 나는 ‘페로몬’ 향은 스스로 알 수 없었다.

“무슨 냄새 나는데?”

“으음. 좀 달콤한 향?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도 나고. 그러고 보니 진짜 신기하네. 달콤한데 어떻게 청량하지?”

정소라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러나 이내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듯 말한다.

“그리고, 엄청 야한 냄새 나.”

“…야한 냄새? 그게 뭔데?”

“글쎄… 그런 게 있어. 가만히 맡고 있으면 좀 취할 것 같은? 술 마신 거랑은 또 달라. 은은하게 스며드는 게… 야한 생각 들게 만들거든…….”

그리 말하는 정소라의 눈매가 고운 선을 그리며 휘어진다. 힐끗, 하고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숨길 수 없는 정욕(情慾)이 일렁이고 있었다. 어느새 손을 붙잡은 그녀는 손끝으로 서주환의 장심을 살살 긁어댔다.

손바닥에서부터 소름이 돋는다. 간지러운 느낌이 짜르르 타고 올라오는 게 마치 애무처럼 느껴졌다.

서주환은 손끝을 살짝 오므리며 정소라를 바라봤다. 어느덧 그의 눈에도 미약한 열기가 어려 있었다.

“…쉬고 싶다면서?”

그녀가 붉은 입술을 샐쭉하니 올리며 말한다.

“누가 야한 냄새 흘리래?”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