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162화 (16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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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대신 분량이 무려 두 편입니다!

cookie 분량이 길어서 연참이 아닌 한 편으로 올립니다ㅎㅎ

이번 전개는 리메 전과 별로 바뀌지 않아서 올릴 수 있었네요 :D

주말에 연재하거나 연참을 하고 나면 한동안 연재 시간이 꼬여버려서 큰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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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액정이 가버려서 바꿔야 합니다.

독자님들은 스마트폰 뭐 쓰시나요?

제가 폰 알못이라 아는 게 없네요ㅠㅠ

Z플립 너무 예쁘던데 너무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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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럭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오곡초코볼 님, 뉴건담 님, 그림자꿈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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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내 동정을 가져갔던 누나와 데이트

“어? 주환 오빠?”

서주환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조금 전 스쳐 지나간 여자가 놀란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큼지막한 기타를 메고 있는 여성. 어째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이다.

“누구신지…?”

그가 고개를 모로 기울이며 묻자, 여성은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 하지만 이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저 슬기에요, 윤슬기. 정훈 오빠랑 같이 봤었잖아요.”

“아, 정훈이 형!”

그 말을 듣자 알 수 있었다. 어째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이다 싶더라니, 이정훈과 함께 클럽에서 만난 여자였다. 한 번 밖에 본 적이 없으니 바로 떠올리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정훈이 형이랑 사귄다고 들었는데, 진짜 오랜만이다.”

“흐흥. 안 그래도 정훈 오빠가 서운해 해요. 전역했는데 만나주지도 않는다고.”

“어어? 야, 그거 오해다? 남친 말만 듣고 판단하는 거 아니야.”

“아니에요?”

“아니 뭐, 바빠서 파토 낸 적은 있는데, 그건 그 형도 마찬가지라 이거지. 내가 먼저 연락했을 때는 정훈이 형이 바쁘다고 피했어.”

이정훈은 그와 3개월 차이가 나는 후임으로 얼마 전에 막 전역을 한 상태였다. 당연히 만나서 술을 한 잔 하자는 연락이 왔지만, 묘하게 시간대가 맞지를 않아서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뒤에 있는 사람은…….”

서주환은 윤슬기의 뒤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아까부터 그녀의 뒤쪽에 숨어 있는 푸른 머리의 여성. 윤슬기가 누군지 떠올리니, 그녀의 정체 또한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가희 맞지?”

그가 윤슬기의 어깨너머를 보며 말하자, 민가희로 추정되는 푸른 머리의 여성이 고개를 더욱 수그리며 답했다.

“뚜, 뚱인데요?”

“…뭐?”

그가 당황한 얼굴을 하자 윤슬기가 인상을 팍 찡그렸다. 그녀는 어깨를 붙잡은 손을 떼어내고 민가희의 등을 찰싹찰싹 두들겼다. 민가희가 비명을 지른다.

“아, 아파아!”

“아프라고 때리는 거야, 이 년아!”

“으앙! 그만 때려어!”

“더 맞아, 더! 뚱인데요가 뭐야!

서주환은 그 모습을 보고 픽 웃음을 흘렸다. 클럽에서 봤을 때도 티격태격하더니 지금도 여전하구나 싶었다. 민가희의 4차원끼 넘치는 대답도 그렇고.

“민가희 너, 답답하게 굴래? 그렇게 주환 오빠 보고 싶…”

“힉?! 쉿, 쉬이잇!”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소리치고, 입을 막고, 때리고 난리도 아니다.

서주환이 큭큭 거리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누군가 어깨를 콕콕 찔러왔다. 뒤를 돌아보니 정소라가 뚱한 얼굴로 그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서주환이 아차 싶은 표정을 짓자 그녀가 가늘게 뜬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주환이 너, 방금 전까지 나 잊었지?”

“서, 설마. 그냥 아는 애들이라서 잠깐 얘기하느라 그런 거야.”

“호오. 그 말이 정답인 것 같아?”

“…죄송합니다, 누님.”

“흐응. 이걸 어떻게 할까.”

정소라는 여전히 눈가를 좁힌 채 그를 바라보며 팔짱을 꼈다. 그 모습은 얼핏 화가 난 듯했지만, 입가에 걸린 짓궂은 미소를 보아하니 그를 어떻게 골려줄까 심술을 부리는 모습이라고 하는 게 더 옳았다.

그녀는 이내 턱짓으로 전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얘기나 마저 하고 와.”

“어? 아.”

뒤를 돌아보니까 어느새 윤슬기의 뒤에서 나온 민가희가 있었다. 그녀는 우물쭈물하며 서주환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소라가 등을 쿡쿡 찌르며 말한다.

“빨리 가봐. 오래 걸리면 나 화낸다?”

“어어. 미안, 누나. 얼른 갖다올게.”

뒷감당을 하려거든 간단히 이야기해야 할 듯했다.

서주환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한 후 민가희에게 다가갔다.

“가희야,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네, 네에. 오랜만이에요, 오빠.”

어째서인지 민가희는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대답했다. 무척이나 어색한 모습. 그간 다시 만난 적은 없지만 까톡은 꽤 자주 주고받았는데 이상한 일이다.

‘아, 최근에는 연락이 없었지.’

연락을 안 한지 한 달이 조금 넘었던가. 민가희 쪽에서 먼저 연락이 뜸해졌었다. 그렇다보니 그도 자연스럽게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고, 지금 대화를 나누는 것도 무척 오랜만이었다.

서주환은 어색한 공기를 느끼고 눈꼬리를 긁적였다. 간단하게 인사만 하고 갈 생각이었는데, 정말로 그냥 인사만 하고 가자니 상황이 참 어색했다.

“으음.”

“…….”

말이 없는 민가희. 먼저 말을 꺼낼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그는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다가 일단 칭찬부터 하기로 했다. 옛말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법이라고 하지 않던가.

“가희야.”

“네, 네?”

“하하. 왜 그렇게 놀라. 머리 아직도 유지 중이네? 그 색 코발트 블루라고 했었나?”

“…네에.”

“전에도 생각했지만 머리색 잘 어울린다. 색이 엄청 예뻐. 좀 청량한 바다? 그런 느낌이야.”

적극적으로 한 칭찬이 먹힌 걸까. 어색해하는 듯했던 민가희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녀는 언젠가 봤던 예의 빙구 같은 미소를 지으며 제 머리카락을 손으로 돌돌 꼬았다.

“헤헤. 처음 봤을 때랑 똑같은 말이네요. 오빠가 칭찬해줘서 저도 마음에 들어요. 계속 유지할 정도로요.”

“응. 진짜 잘 어울려.”

“에헤헤. 오빠도 엄청 멋있어졌어요! 아, 그, 옛날엔 별로였다는 게 아니라 더 멋있어졌다는 뜻이에요오.”

“하하. 고마워. 난 가희 너한테 미움 산 줄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네? 다행이다.”

“네, 네?!”

그가 웃으며 말하자 민가희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몸을 크게 들썩였다. 별 생각 없이 한 말이었는데 깜짝 놀란 모양새다.

민가희가 허둥지둥 손을 저으며 답한다.

“제, 제가 오빠를 왜 미워해요? 저 그런 적 없는데!?”

“어? 별 뜻 없이 한 말이야. 그냥 요즘 연락도 뜸하고 해서.”

“아, 그건 오빠가 여자친구 생겨서… 제가 전화 걸면 민폐일까봐…….”

“아아. 그런 거였어? 난 또 뭐라고. 그런 이유면 가끔 연락해.”

“…괜찮아요? 진짜 연락했다가 저 또 눈치 없다고 욕먹는 거 아니죠?”

그 말에 서주환은 픽 웃었다. 그가 기억하기로 민가희는 눈치가 있는 듯 없는 듯 기묘한 여자였다. 그래서 가끔 친구들에게 눈새냐고 욕을 먹기도 한다고.

본인 말로는 어지간한 일은 그냥 모르는 척 하는 게 편해서 일부러 눈치 없는 척 한다고 하는데, 그가 보기엔 사차원 성향이 강해서 그런 것뿐이었다.

서주환은 재차 괜찮다고 말하며 민가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을 느낀 민가희가 순간 목을 움츠린다. 서주환은 순간 실수했음을 알고 사과했다.

“아, 미안, 가희야. 습관이라서.”

“괘, 괜찮아요오.”

서주환은 급히 손을 거뒀다. 어렸을 적부터 서주희와 한수아, 두 명이나 되는 여동생이 있다 보니 생긴 습관이다. 특히 한수아의 몫이 컸다.

회귀 전에는 세월이 지나며 사라졌던 습관이었는데, 최근 정하연과 사귀기도 하고 너구리를 조교하다 보니 다시 습관이 들어버린 듯했다.

“여하튼 다시 연락해. 나 지금 솔로니까 괜한 걱정하지 말고.”

“네? 저, 정말요? 어, 그럼 뒤에 계신 분은…?”

민가희의 눈길이 그의 어깨 너머로 향했다. 그에 서주환은 뒤를 돌아봤다가 몸을 움찔 떨었다. 정소라가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곧 민가희와 눈을 마주치고 활짝 웃으며 작게 손을 흔들었는데, 어째 금 모습이 더 무서워보였다.

서주환은 본능적으로 더 시간을 끌면 안 되겠구나 싶어서 민가희에게 얼른 말했다. 정소라의 인사를 받고 고개를 숙이던 그녀가 움찔한다.

“여친이 아니라 친한 누나야. 그럼 가희야, 나 이만 가볼게. 누나랑 오랜만에 만났는데 기다리게 만들어버렸다.”

“아. 네, 네에. 안녕히 가세요오…….”

서주환은 윤슬기에게도 작게 손을 흔들고 뒤돌았다.

그때, 민가희가 그의 옷깃을 잡았다.

“오, 오빠, 잠깐만요.”

“엉? 왜?”

“그… 저 나중에 작곡한 것 좀 들어주세요. 오빠 소설 보면서 만든 거 있어요.”

서주환의 눈이 커졌다. 자신이 쓴 소설을 보고 만든 곡이라니?

“헉. 진짜? 나중에 꼭 들려줘. 어, 그런데 내가 소설 쓴다고 말해줬던가?”

“슬기한테 들었어요.”

“아, 슬기한테 정훈이 형이 말해줬다고 했었지. 아무튼 나 진짜 가볼게. 나중에 한 번 보자, 가희야.”

“네에. 저 다시 연락할게요오!”

“응, 꼭 연락해. 재밌게 놀아, 가희야. 슬기도.”

그렇게 두 사람과 손을 흔들며 헤어진 서주환은 정소라에게 다가갔다. 어느새 다시 팔짱을 낀 그녀가 삐딱한 자세로 그를 보며 말한다.

“서주환, 인기 좋다?”

“하하… 인기는 무슨.”

“오늘 왠지 들을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데? 심심하지 않아서 좋겠다.”

“…….”

무슨 이야기를 들으시려고요…….

*

의미심장하게 말한 것치고, 정소라는 의외로 별 말이 없었다. 두 사람과 헤어진 뒤에도 명동역을 거닐며 데이트를 즐겼을 뿐이다.

코인 노래방에서 마음껏 지르고 나오자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아아, 재밌었다. 주환이 너 노래 진짜 잘 부르더라.”

“고마워. 누나도 꽤 잘 부르던데?”

“최신곡은 하나도 모르겠어. 흐으으~ 아우.”

정소라가 길게 기지개를 켰다. 겉에 걸친 린넨셔츠가 흘러내려 겨드랑이가 보이려 한다.

서주환은 그녀의 옷을 잡고 똑바로 걸쳐주었다.

“누나, 옷 다 내려간다.”

“아, 땡큐. 사실 좀 보여도 상관없긴 한데.”

“아니, 그건 내가 좀 그렇거든?”

“으응?”

고개를 기울이는 정소라. 이내 그녀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짐짓 손으로 입을 가린다. 또 놀리려는 듯 올라간 입꼬리가 얄밉기 그지없었다.

“후후. 주환이, 누나를 그렇게 독점하고 싶었어?”

“뭐래? 다른 사람 눈도 좀 생각해야지. 제모는 하고 그러는 거야?”

“뭐? 야, 당연히 했지. 이런 옷 입으면서 안 했을까봐?”

“흐흐. 나 생각하면서 한 건 아니고?”

서주환이 음흉하게 웃으며 반격하자, 정소라의 눈살이 구겨졌다. 그녀가 한 발작 떨어지며 징그럽다는 듯 말한다.

“와, 이거 진짜 하나도 안 귀여워졌네. 웃는 거 진짜 아저씨 같다.”

“내가 아저씨면 누나는…”

서주환은 입을 다물었다. 정소라가 무시무시한 눈으로 노려봤기 때문이다.

“더 말해봐.”

“죄송합니다.”

“안 돼, 늦었어. 봐주려고 했는데 마음 바뀌었어.”

“뭘 봐줘?”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 서주환이 눈을 끔뻑였다. 그에 정소라는 씩 웃으며 콧소리를 냈다.

“흐응. 슬슬 이야기를 들어볼까? 가희라고 했었지? 그 친구 예쁘더라. 그리고 정훈이면 얼마 전에 전역한 이정훈일 거고. 어떻게 같이 만났을까?”

“그건…….”

“그러고 보니 연애 이야기도 궁금하네. 술 마시고 울고 푸념하는 거, 달래주고 조언 해줬으니까 들을 자격 있는 거 맞지?”

“…….”

서주환은 생각했다.

괜히 까불었다고.

‘이 누나를 언제쯤 이겨먹을 수 있을까.’

역시 밤을 노리는 수밖에는 없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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