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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146화 (146/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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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한 편으로 생각하고 쓴 분량인데 치킨 사 먹고 싶어서 두 편으로 쪼갰습니다 히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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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들은 여태 이러고 놀았던 거야?

몰래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확실시 된 후.

이석찬은 본래 알고 있는 경찰 관계자와 변호사에게 연락할 생각이었다.

“아니지. 내가 하는 것보다는…….”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굳이 그가 귀찮게 손을 댈 필요도 없이 쉽고 확실한 방법이 있었다.

그는 연락처에서 한 사람을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음…….”

통화대기음이 울리는 시간이 어색하다.

이 사람에게 먼저 연락을 하는 건 무척이나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이내 중후한 목소리의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 …석찬이냐?

“예.”

간단한 대답과 함께 잠시간 침묵이 흘렀다.

부자(父子)는 전화 너머로도 느껴지는 어색한 공기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쓰읍.’

이석찬은 이미 지난 일을 용서했음을 새삼스럽게 상기시켰다. 애초에 용건이 있어 연락을 한 것도 그였으니 먼저 말문을 여는 게 이치에 맞았다.

“큼. 오래만이네요.”

- 그렇구나.

“좀 도와주세요.”

- 알겠다.

“…무슨 일인지도 안 듣고요?”

“아… 그렇지. 크흠.”

이석찬은 헛웃음을 흘렸다.

기업에서는 냉철한 양반이 허술하게 나오는 게 우스웠다.

- 나한테 연락을 다하고, 큰일이냐? 설마 여자 건드리다가 잘못된 건…

“아뇨. 전 누구랑 달리 피임은 철저히 하거든요.”

- …….

이석찬은 말해놓고 아차 싶었다.

풀었다고 생각했는데 몇 년에 걸쳐 만들어진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빈정대버린 것이다.

“…죄송해요.”

- 아니다. 피임 잘 하고 있다니까 다행이구나.

“하하…….”

이석찬은 어색하게 웃었다. 오랜만에 아버지란 사람과 정상적으로 대화를 하려니 어색함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딴에는 노력한답시고 사건을 구실로 연락을 한 것이었는데…….

그는 얼른 용건을 마치고 끊기로 했다.

“쩝. 어쨌든 좀 큰일이에요. 학교에 몰카가 설치되어 있는 것 같은데 거기에 아마 정하연도 찍혔을…”

- 뭐야?!

어이쿠.

대기업 사장님이 빡치셨다.

*

조사는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출동했다.

난데없는 경찰조사에 대안대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여자화장실에서 두 개, 남자화장실에서 두 개가 발견됐습니다.”

“허참. 남자화장실까지?”

“조사는 여기 출판콘텐츠학과만 합니까?”

“아니, 학교 전체를 다 뒤져야 돼.”

“오래 걸리겠군요…….”

“별 수 있냐. 우리가 할 일인데.”

이후 계속된 조사에서 놀랍게도 추가로 초소형 카메라가 발견되었다. 여성들이 대부분인 비즈니스항공과였다.

“쯔쯔. 어떤 새끼가 설치한 건지 남자 망신을 다 시키는구먼.”

“그러게 말입니다. 이런 일부 때문에 전체가 싸잡혀서 욕먹지 않습니까. 어휴.”

그들은 카메라를 설치한 범인이 당연히 남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범인은 여자로 밝혀졌다.

두 개 학과 모두가 그랬다.

“…팀장님 이거 생각보다 규모가 훨씬 큰데요?”

“인원 더 늘려!”

범인으로 밝혀진 김수지와 문지민은 합의의 여지조차 없었다. 단순히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공과에서 밝혀진 범인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발견 된 파일은 아직 유출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쯧. 그나마 다행이군.”

“그런데 4년 전부터 지속된 파일은…….”

“난리가 나겠구먼.”

조사원의 예상대로 사건의 규모는 일파만파 커졌다.

대안대학교를 넘어 전국 단위로 사건이 회자됐다.

- 범인들은 이번뿐만이 아니라 이미 수년 전부터 영상을 찍어왔으며…….

- 이번 사건은 단순 도촬이 아닙니다. 해외 IP를 경유해서 만든 카페에 영상이 공유되고 적지 않은 댓글이 달렸지요. 몇 년 전에 있었던 도촬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이번 일은…….

- 놀랍게도 이 사건의 범인은 여성입니다. 그들은 개인이 아닌 집단의 형태를 갖추고…….

주말 간 밝혀진 사건의 전말이 방송을 타고 전 국민에게 알려졌다.

범인들은 영상을 찍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공유했다.

공유한 영상에 나온 사람을 품평하고 희롱했다.

김수지와 문지민 또한 그들 중 한 사람이었고, 항공과에서 나온 범인도 마찬가지였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처벌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김수지와 문지민은 합의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이미 사건은 단순 도촬의 범위를 벗어난 지 오래였기에.

*

『몰카사건, 피해자 수를 특정 지을 수 없을 정도』

『이번 몰카사건의 범인은 여자?』

『남성의 성 또한 안전지대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시작된 ‘몰카’ 전수조사』

『몰카 공유카페 ○○○카페로 밝혀지다』

이주일이 넘게 지났음에도 기사가 연일 쏟아졌다.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불씨에 전국의 학교들은 자체적으로 몰카 조사에 나섰고, 정부 차원에서도 공익의 목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학교와 일반기업은 물론 지하철 등의 공공장소에서도 초소형카메라가 몇 개 더 발견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발견된 수는 많지 않았다.

“우리 학과에서만 네 개나 발견됐는데 진짜 더 없었을까?”

“대부분은 기사 터지자마자 들키기 전에 회수했겠지.”

“헐. 그럼 거기 찍힌 사람들은 어떡해요?”

“글쎄? 자료를 갖고 있으려나? 불안해서라도 싹 다 지웠을 것 같은데.”

“확실하진 않다는 거네요.”

“그야 그렇지.”

“우리도 빨리 발견한 거 아니었으면… 아씨! 소름 돋아!”

유소정이 찡그린 얼굴로 팔을 문질렀다.

“아으. 나도 소름. 공유 안 돼서 다행이야.”

“진짜 김수지랑 문지민 그년들 개더러워. 아니 씨, 지들도 여자면서 그걸 왜 찍어? 지들 거나 볼 것이지!”

“그니까! 여자도 찍고 남자도 찍고 완전 미친년들 아니야?”

“난 남자를 왜 찍었는지가 더 궁금하다. 걔네들 레즈라던데 그럼 남자한테 관심 없는 거 아닌가?”

유소정을 포함한 여자들이 찡그린 얼굴로 얘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김미정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한다.

“박도희 걔는? 걔도 레즈라면서. 그년들이랑 엄청 친했잖아. 사건 터지고 나서 학교도 안 나오는 거 보면…”

“미정아.”

서주환이 김미정의 말을 끊었다.

그는 뒷자리를 돌아보고 김미정과 눈을 마주쳤다.

웃음기 없는 얼굴에 김미정은 순간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서주환은 이내 웃는 얼굴로 말했다.

“도희는 그런 애 아니야.”

“그, 그래요?”

“어. 도희 걔는 레즈도 아니고 오히려 그년들한테 이용당한 거야. 그나마도 몰카사건에는 아예 관여하지도 않았고.”

“아… 하긴 피해자라는 말도 들었던 것 같아요.”

김미정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박도희에 대한 학과 내 소문이 애매했기 때문이다.

범인으로 잡혀 간 두 사람과 친했다는 이유로 같이 욕을 먹는 경우도 있었지만,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피해자라며 그녀를 감쌌다.

서주환은 이왕 말을 꺼낸 김에 덧붙였다.

“이번에 몰카사건 증거 중 하나를 도희가 제공했어. 김수지랑 문지민 그년들 대화하는 걸 녹음했거든.”

“아, 정말요?”

“응. 그러니까 혹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 보이면 너도 말 좀 해줘. 그런 오해 받는 건 좀 아니잖아.”

김미정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서주환의 눈치를 봤다.

“오빠 화난 거 아니죠? 저 몰라서 그런 건데…….”

“에이. 화나기는. 나 화 안 났어.”

“휴. 다행이다. 오빠 갑자기 안 웃으니까 화난 줄 알았어요. 인상 확 달라져서. 평소에도 그러면 애들 찍 소리도 못할 듯?”

“푸하하. 그럼 종종 웃음기 좀 빼야겠는데? 애들 내 말 너무 안 들어.”

“엑! 웃고 다녀요! 음… 생각해보니까 무표정한 게 더 잘생겨 보이는 것 같기도?”

“푸흐. 그보다 심심한데 노래나 틀까? 야, 석찬아 노래 튼다?”

“좋지. 그거 연결하고 틀어.”

서주환은 블루투스를 연결한 후 밝은 분위기의 노래를 재생했다.

- 푸~른 언덕에! 베~낭을 메고!

“크. 역시 여행에는 이 곡이지.”

말을 뱉는 순간 옆에 있던 이석찬이 반발했다.

“아, 이 새끼 선곡 존나 구려!”

“뭐? 얌마, 이 곡이 어때서! 여행에 이만한 게 어디 있…”

“우우! 다른 노래 틀어요!”

뒤에서도 반발이 있었다.

“오빠 최신곡 안 들어요? 좋은 게 얼마나 많은데!”

“다른 노래 틀어요!”

서주환은 시무룩해졌다.

이 노래가 뭐 어때서! 여행이랑 딱 맞는 곡인데!

그때 유소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난 이 노래 좋은데. 오래됐어도 지금이랑 딱 맞잖아.”

“역시 소정이 밖에 없다! 다른 정정이도 음악센스 좀 키워라.”

임수정이 소리쳤다.

“세트로 묶지 마세요!”

“헉, 수정이 너 나 싫어해?”

“아니, 미정아 그런 뜻이 아니잖아.”

“수정이 너무해!”

“야, 유소정!”

유소정, 임수정, 김미정.

정정정 세 자매가 깔깔거리며 떠들어댔다.

서주환은 세 여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등받이에 깊게 몸을 묻었다.

이석찬이 힐끗 그를 곁눈질하며 말했다.

“자면 죽일 거임.”

“꼬우면 너도 면허 없던가.”

“씨발아.”

“응. 네가 가자고 했어. 나 한숨 잔다.”

“아오!”

이석찬이 짜증을 내며 속도를 높였다.

목적지는 가평에 있는 풀빌라.

그들은 지겹게 말해오던 펜션을 향해 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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