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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144화 (14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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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대신 약속했던 3연참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원했던 만큼 진도를 못 뺐습니다.

원래 이번 편에서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는데...

개빡치니까 한 편 더 쓰는대로 가져오겠습니다.

일단 이디야 가서 모코코쿠폰 좀 사오고요ㅎ...

*

악마벨제브브 님, 다정한우수현 님, 있지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원고료쿠폰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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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문의 진실

“흑… 흐윽…….”

서주환은 새삼 박도희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유소정에게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용서해줄 생각이 없었는데 이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까톡을 모두 확인하고 나니까 동정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나를 협박한 건 괘씸하지만…….’

그것만은 다시 생각해도 화가 나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정하연을 위해서였다는 점에서 그는 감정을 털어낼 수 있었다.

듣자하니 소문을 낸 건 박도희가 아니었고, 그녀는 오로지 정하연을 서주환의 협박으로부터 구해내기 제 몸을 걸고서 움직인 것이었다.

물론 모든 것은 오해였지만 말이다.

서주환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수용이 무슨 재능인가 했더니.’

박도희가 지닌 S급 재능, 수용(受容)은 사전적으로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어떠한 것을 받아들인다는 뜻.

두 번째는 감상(鑑賞)의 기본을 이루는 작용으로써 예술과 작품 등을 감성적인 영역에서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

막연하게 알고만 있었는데, 지금 박도희를 보니까 다른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을 듯했다.

‘팔랑귀.’

어느 정도 타고난 성향과 합쳐진 결과겠지만, 수용 재능을 가진 박도희는 다른 사람의 말을 너무 잘 받아들이고 잘 믿었다.

단톡방에서 역겨운 두 년과 대화하는 꼴만 봐도 그렇다.

[Homophilia(호모필리아)가 삭제된 것과 Narratophilia(넬레토필리아)가 추가된 것도 연관이 있을 겁니다.]

루시의 말에 서주환은 고개를 끄덕여 납득했다.

어쩐지 페티시가 너무 쉽게 삭제되고 추가되더라.

정하연의 경우는 공부성애인 Sophophilia(소포필리아)가 추가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서주환은 울먹이는 박도희에게 울지 말라며 고개를 저었다. 불쌍하고 동정심이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달래줄 생각은 없다.

대신,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끄읍.”

울먹임을 삼키는 박도희.

서주환은 그녀를 진지한 낯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난 그 두 년 가만히 둘 생각 없어. 자퇴는 물론이고 가능하면 법적으로 뭐든 할 생각이야.”

“…….”

“너는 어쩔래? 박도희, 너도 만만치 않게 엿 먹었잖아.”

박도희의 물기어린 눈이 흔들렸다.

설마 아직도 갈등하는 건가.

아무리 줏대가 없다지만 이건…….

그러나 예상과 달리 박도희는 눈가를 닦아내고 또렷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제가 뭘 해야 돼요?”

그리 말하는 박도희의 눈에는 진득한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친구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뒤에서는 자신을 흉보고, 하지도 않은 잘못을 덮어씌우고, 심지어 중학생 시절 따돌림을 종용했던 범인이라는 것.

아무리 정에 약한 그녀라도 저 아래에서부터 화가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박도희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굳게 결심한 얼굴로 말했다.

“순서가 틀렸네요.”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오빠, 죄송해요. 저 벌 받을게요. 하라는 거 다 할게요. 학교는 당연히 그만둘 거고요.”

“…….”

“대신 저도 뭐든 시켜주세요. 지수랑 지민이… 아니, 그 두 년들도 꼭 아팠으면 좋겠어요.”

“…좋아. 그럼 생각 좀 해보자.”

서주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여전히 까톡을 살펴보고 있던 이석찬이 말했다.

“야, 쭈환.”

“어?”

“왠지 나는 이게 끝이 아닐 것 같은데?”

“뭐가?”

“흠. 이 새끼들 뭔가 더 있을 것 같단 말이지. 그냥 느낌인데 아무튼 그럼.”

어떤 근거도 없이 느낌이라고 말하는 이석찬.

하지만 서주환은 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석찬이 놈 감은 믿어야 돼.’

이석찬의 말에는 근거가 없었지만 그가 이석찬을 믿는 데는 명확한 근거가 있었다.

서주환은 일전에 열어 본 이석찬의 상태창을 떠올렸다.

<이석찬>

성별: 남성

나이: 22

키: 180cm

몸무게: 72kg

호감도: C+

현재 성욕: C

페티시: Troilism(下), Scopophiliac(下)

보유 재능: 직감(B+/S), 경영(B/A+), 안목(B/A), 게임(C+/B+), 연기(C/B+), 능청(C+/B+)

[Troilism(트로일리즘)이란 흔히 쓰리섬이라 말하는 행위입니다. 좁게는 세 명, 넓게는 몇 백 명도 포함되지요. 세 명 이상이서 하는 종류의 모든 성관계를 지칭한다고 보면 됩니다.]

[Scopophiliac(스코포필리악)은 Troilism의 섭 타입입니다. 예를 들어 한 명이 두 명의 이성과 하는 게 일반적인 쓰리섬의 개념이라면, 섭 타입은 자신의 파트너가 타인과 성교하는 모습에서 흥분을 느낍니다.]

[등급이 낮은 게 다행이네요. 일전에 말했듯 중급까지는 문제없지만, 이런 페티시가 상급이라면 평범한 생활을 하기 힘드니까요.]

서주환은 당시 이석찬이 가진 페티시의 설명을 듣고 그가 왜 계속 펜션을 가자고 하는지 납득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이석찬이 지닌 잠재등급 S의 직감(直感) 재능.

이미 현재등급마저 B+에 이른 직감이다. 그런 이석찬이 무언가 있다고 한다면 높은 확률로 그 말이 맞을 터였다.

서주환은 생각에 잠겨서 다시 폰을 들고 까톡 로그를 살펴봤다. 그러다 한 가지 문장에서 손을 멈추었다.

- 김수지: 최근에 나온 싸이킥워치 재밌더라

- 문지민: 나도 그거 하고 있엌ㅋㅋ 그런데 우리 ㅁㅋ언제?

- 김수지: 좀 더 있다가

초성으로 표현된 ‘ㅁㅋ’라는 단어.

앞에서 게임 얘기를 했기에 당연히 몰컴인 줄 알았다.

한데, 미래에 있었던 일 한 가지를 떠올리라 그 단어는 곧 다른 방향으로 연결되었다.

‘몰카! 분명 일 년쯤 뒤에 몰카 사건이 한 번 터졌었어!’

당시에 범인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로 지목됐다.

서주환의 기억에 의하면 B반 남자 중 한 명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자퇴했던 걸로 기억한다.

‘자퇴하고 어떻게 됐었지? 잡혀 들어갔다는 소린 못 들었는데.’

그때는 온갖 불행을 겪는 자신이 지목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남자가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소문을 얼핏 들은 기억이 있었다.

‘혹시 몰카가 지금도?’

정확히 언제부터 설치되어 있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확인해볼 가치는 충분했다.

서주환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석찬을 따로 불러냈다.

이석찬이 눈을 끔뻑이며 묻는다.

“뭐 때문에 그러는데?”

“재벌집 손주 힘 좀 빌리자. 너희 법 쪽으로 아는 사람 있지?”

“그야 뭐…….”

이석찬은 떨떠름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신세도 몇 번 진 적 있었다. 고등학생 때는 정하연을 음해하는 놈들 때문에라도 주먹다툼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서주환은 씩 웃으며 이석찬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년들 단순히 자퇴 시키는 걸로는 성에 안 차지 않냐?”

“그야 그렇지. 그래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해버릴까 생각 중임.”

“아니, 그거보다 센 게 있을 거 같아.”

“뭐길래 그래?”

“학교에… 아니다. 잠깐만.”

서주환은 하던 말을 멈추고 폰을 꺼냈다.

“잠깐 기다려봐.”

곧 연락을 받은 박도희가 나왔다.

아직 복종심 효과가 적용중인 박도희가 그의 눈치를 보며 앞에 섰다.

서주환은 혀를 차며 박도희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장난스런 손짓에 그녀의 눈이 놀람으로 크게 뜨였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네가 해줄 일이 있어.”

“아… 네. 뭐든 시켜주세요, 오빠.”

서주환은 두 사람에게 계획을 설명했다.

오늘은 금요일, 오후강의다.

하루만 지나면 주말.

그 전에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

소문이란 순식간에 퍼지는 법이다.

특히 이슈가 크면 클수록 퍼지는 속도 또한 빠르다.

심지어 그게 좁디좁은 학과 안이라면 더욱 그렇다.

“쟤들이라면서? 맞지?”

“맞아. 김수지랑 문지민. 아, 박도희도 포함이었나?”

“아니야. 도희는 쟤들한테 주작당한 피해자지.”

“아아. 어쩐지 은근히 도희 깔보더라니.”

“쟤들은 염치도 없나. 학교 왜 나왔대? 그냥 집에 박혀 있지.”

불과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출판콘텐츠학과 내에는 전날 있었던 일이 모두 퍼져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서주환이 번거롭게 작업 칠 필요도 없이 전날 정하연과 같이 있었던 여학생들이 소문을 퍼트린 것이다.

“…수지야, 우리 어떡해?”

문지민이 목을 움츠리며 불안한 어조로 말했다.

그에 김수지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문지민을 노려본다.

“뭘 어떡해? 끝난 거지.”

“…….”

“짜증나니까 나한테 묻지 마. 애초에 네가 정하연 그년한테 폰만 안 줬어도…!”

“그, 그치만 무서웠는데 어떡해! 너도 아무 말 못했잖아!”

“난 폰은 안 줬거든!”

“그럼 다 내 탓이라는 거야?!”

둘은 사람이 없는 학과 뒤편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먼저 냉정해진 건 김수지였다.

“후우. 어쨌든 지금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야. 학교는 그냥 자퇴하면 돼.”

“자, 자퇴? 그냥 휴학하는 게…”

“몇 년이나 휴학을 하려고? 우리 1학년이라서 4년 지나도 아는 사람들 남아 있을 걸? 냄져 놈들 군캉스 갔다 오는 거 생각하면 4년으로도 안 돼.”

“…흑.”

“…….”

김수지는 다시 소리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저만 울고 싶은 줄 아는 건가? 그녀 또한 불안하고 무서워서 울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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