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143화 (143/501)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한 편 더 있습니다!

소문의 진실

그저 비웃기 위해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제법 기특하지 않은가.

‘그래도 봐줄 생각은 없지만.’

복종도를 올렸으니 두 번 다시 반항할 생각 따위 하지 못할만한 약점들을 뜯어낼 생각이었다.

사실 약점이라 하면 처음의 영상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어차피 하게 된 거 신중해서 나쁠 건 없었으니까.

‘김수지랑 문지민. 그년들에 대한 것도 쓸만한 게 나오면 좋겠는데.’

서주환은 잠시 후 일곱 번째 사정을 했다.

박도희는 몸을 덜덜 떨다가 정신을 잃었다. 또 다시 실신한 것이다.

뽀옥.

자지를 빼내자 지금까지 쏟아 부었던 정액이 보지에서 울컥울컥 흘러내렸다.

서주환은 그 모습을 보다가 기지개를 켰다. 아이템의 반동과 지나친 사정으로 짙은 피로가 몰려왔다.

그러나 곧 피로를 날아가게 해주는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잠재등급A, 『정리(整理)』 재능을 습득했습니다.]

[박도희의 페티시, Homophilia(下)가 삭제되었습니다.]

[박도희에게 페티시, Narratophilia(下)가 추가되었습니다.]

[업적, 『페티시 삭제』를 달성하여 10,000LP가 지급됩니다.]

[업적, 『페티시 추가』를 달성하여 10,000LP가 지급됩니다.]

[업적, 『버진 헌터(x5)』를 달성하여 5,000LP가 지급됩니다.]

[업적, 『실신 오르가즘(x3)』을 달성하여 6,000LP가 지급됩니다.]

[업적, 『멀티 오르가즘(x12)을 달성하여 12,000LP가 지급됩니다.]

[업적, 『성교사의 참교육』을 달성하여 5,000LP가 지급됩니다.]

서주환은 눈앞을 가득 채운 메시지에 눈을 크게 떴다.

수급한 포인트가 무려 48,000LP에 달했다.

설마 박도희에게 이만한 포인트를 얻을 수 있을 줄이야.

그는 수급한 포인트를 보다가 문득 눈에 띄는 메시지를 발견하고 헛웃음을 흘렸다.

‘심하게 하긴 했구나. 동성성애 페티시가 삭제됐네. 대신 넬레토필리아가 추가됐고.’

Narratophilia(넬레토필리아)는 막말, 욕설, 선정적인 말에 흥분하는 페티시다. 일전에 최미화에게서 확인한 적이 있다.

박도희는 복종도를 최대로 끌어올렸을 때부터 자지가 좋다고 부르짖더니만 아예 성관념이 바뀌어버린 듯했다.

하기야 오르가즘을 열두 번이나 느꼈으니 무리도 아닌가. 이 정도면 쾌락이 곧 폭력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아무래도 그가 신경 쓸 바는 아니었지만.

서주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

‘슬슬 집에 가야지.’

박도희와 한 침대에서 같이 잘 생각은 들지 않았다.

대충 일어나서 연락하라는 문자를 남겨두면 허튼 생각하지 못하고 따를 것이다. 그때 집으로 들여서 수갑과 촛농 등의 아이템을 사용해 복종도를 최대치로 올려두고 심문하면 될 듯했다.

그렇게 샤워를 마친 후 옷을 챙겨 입고 방을 나서려는 때였다.

“소정이한테 까톡 왔었네. 지경이도?”

이제 보니까 부재중 전화도 꽤 쌓여있었다.

정하연, 유지경, 유소정한테 모두 전화가 왔었다.

- 너구리: 오빠오빠오빠!

- 너구리: 주인님?

- 너구리: 주인아?

- 너구리: 너굴?

- 너구리: 노예새끼!

- 너구리: 뭐야 벌써 자?

- 너구리: 오빠 괜찮은 거 맞지? 까톡 보면 바로 연락해!

- 너구리: 내일 다 말해줄게!

뭘 말해주겠다는 건지.

서주환은 갑자기 너굴너굴거리는 유지경이 떠올라서 실실 웃음을 흘렸다

박도희 같은 거랑은 다르게 생각만 해도 힐링이 된다.

‘괜찮냐는 건 뭔 소리지?’

일단 괜찮다고 답장을 보냈지만, 아무래도 자고 있는지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은 유소정의 까톡을 확인했다.

- 유소정: 언니랑 오빠 소문 퍼트린 범인 잡았어요!

- 유소정: 노래방에서 검거!

- 유소정: 지경이랑 제가 잠입 수사함ㅎㅎ

- 유소정: 그리고 하연 언니한테 딱 걸려서 현장 검거!

서주환은 눈을 끔뻑이다가 미소 지었다.

지경이가 말해주겠다던 게 이거였구나.

아무래도 김수지와 문지민을 현장에서 잡은 모양이다. 일이 생각보다 훨씬 쉽게 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데 이어지는 까톡의 내용이 좀 이상했다.

- 유소정: 아, 그리고 박도희 걔는 오해였어요. 뒷담하고 다닌 애 걔 아닌 듯?

- 유소정: 아직 확실하진 않은데 걔도 피해자인 것 같던데요?

서주환의 고개가 모로 꺾였다.

피해자라니 이게 무슨 헛소리인지.

아무래도 유소정이 뭔가 오해한 듯했다.

- 유소정: 문지민이랑 김수지 이 년들이 소문 퍼트릴 때 박도희한테 들었다면서 말하고 다니더라고요

- 유소정: 그런데 소문 아는 애들 열 명 넘게 전화 돌려봤는데 정작 박도희한테 직접 들은 애는 한 명도 없었어요

거기까지 읽은 서주환의 고개가 침대로 돌아갔다.

아직도 시체처럼 자고 있는 박도희가 보였다.

‘그럼 쟤는 뭐야?’

한 패 아니었어?

*

처음에는 유소정이 뭔가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서주환은 직접 두 눈으로 보지 않았던가.

박도희는 겁도 없이 함정을 파둔 채 그를 집으로 끌어들였다. 이후 부분적으로 음성을 녹음하고 학교를 자퇴하라며 협박까지.

이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마안 덕분에 김수지와 문지민이 한 패라는 추가적인 사실을 알아냈다. 그랬기에 당연히 유소정이 무언가 잘못 안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한데,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 흐암. 오빠 자는 거 아니었어요? 아, 아니다. 오빠 별 일 없었어요? 전화해도 안 받던데.

전화를 받은 유소정은 잠들기 직전이었는지 길게 하품을 했다.

“별 일 없었어. 그보다 박도희가 피해자라는 게 무슨 소리야?”

- 네? 그거 까톡으로 보내놨잖아요.

“그래도 이해가 안 돼서 그래. 박도희는 그 두 사람이랑 친한 것 같은데.”

- 아아…….

유소정은 안타깝다는 듯 말을 흐렸다.

- 그거 박도희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걔들은 박도희 친구로 생각도 안 해요.

“뭐?”

- 후암. 저랑 지경이가 직접 확인했어요. 아까 저희 노래방 간 거 알죠?

“알지. 하연이랑 너, 지경이, 그리고 서너 명 정도 더 갔었나?”

- 네. 거기 김수지랑 문지민도 있었거든요. 걔네 하연 언니가 자리 비우니까 바로 뒷담 까던데요? 안 그런 척 하면서 뭐가 어쨌더라 누가 이렇게 말했더라 하면서 돌려 말하는 게 아주 고단수였어요.

“그래서?”

- 그래서는요. 저랑 지경이가 적당히 장단 맞춰주면서 같이 까주니까 좋다고 떠들어댔죠. 그런데 말끝마다 박도희가 그랬다면서 덧붙이는데 뭔가 이상하더라고요. 저도 걔네가 박도희랑 친한 거 아는데 말하는 거 들어보니까 은근히 무시하는 말투였어요.

“그래서 박도희가 피해자다?”

- 거의 그렇다고 봐야죠? 적어도 걔들이 박도희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 건 확실해요.

거의라고 했지만 유소정의 말에는 이전보다 더한 확신이 담겨있었다.

“어떻게 확신하는데?”

- 하연 언니가 현장검거 했다고 했잖아요. 중간에 언니가 다 듣고 들어와서 엎어버렸거든요. 그때 걔네들 폰 확인했어요. 까톡에서 지들끼리 박도희 험담 엄청 하던데요?

“아…….”

서주환은 어쩐지 머릿속에 정하연의 분노한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 킥킥. 오빠 상상했죠? 언니 그렇게 빡친 거 처음 봤어요. 화나니까 진짜 무서워… 괜히 저까지 쫄 정도로요.

“하연이 화나면 무섭지. 원래 성깔 있는데 적당히 참고 다니는 거잖아.”

- 차라리 소리치는 거면 괜찮겠는데 말없이 노려보니까 숨도 못 쉴 뻔했어요. 그래서 전 앞으로도 언니한테 절대 안 까불려고요…….

정하연의 재능 중에는 잠재등급 A, 현재등급 C+의 ‘카리스마’가 있었다. 작정하고 분위기를 잡으면 담이 약한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도 겁을 먹을 터였다.

- 어쨌든 한 건 해결 했네요. 더 자세한 건 나중에 말할게요. 어차피 걔네 까톡 로그 따놨거든요. 저 졸려요.

“그래, 알았어. 고맙다. 자는 거 방해해서 미안하고.”

- 뭘요. 오빠도 잘 자요.

서주환은 전화를 끊고 다시 침대 위로 시선을 돌렸다.

기절해서 널브러진 채 자고 있는 박도희.

엉덩이는 빨갛게 달아올랐고 하부는 정액으로 엉망이다.

“쯧.”

서주환은 혀를 찼다.

이제 와서 미안하다는 감정이 드는 건 아니다. 친구들한테 배신당한 건 안타깝다만 그게 자신이 미안해야할 이유는 되지 않았다.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것도 아니고 박도희가 그를 함정에 빠트리고 협박한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으니까.

다만 정하연에 대한 뒷담을 퍼트린 게 아니라면 어느 정도 정상참작의 여지는 있다고 생각했다.

‘자퇴는 물론이고 어떻게든 편히 살지는 못하게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일단 다른 두 년부터 조져야할 듯싶었다.

유소정은 한 건 해결이라고 했지만 그는 이대로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서주환은 박도희의 하부를 닦아주고 모텔을 나왔다.

*

다음 날.

서주환은 친구들과 함께 김수지와 문지민의 까톡 로그를 확인했다.

- 김수지: 최근에 나온 싸이킥워치 재밌더라

- 문지민: 나도 그거 하고 있엌ㅋㅋ 그런데 우리 ㅁㅋ언제?

- 김수지: 좀 더 있다가

- 문지민: ㅇㅇ 그나저나 요즘 소문 많이 퍼졌는데도 효과 별로 없더라

- 김수지: 서주환 그 새끼 때문이야 헤어졌으면 따로 다닐 것이지 왜 붙어 다니는지 몰라 아 짜증나ㅠㅠ

- 문지민: 그니까ㅠㅠ 냄져 새끼 꼴 보기 싫어 진짜

- 김수지: 스윗한 척 하는 거 개역겨워 우엑

- 문지민: 빨리 하연 언니 데려오고 싶다

- 김수지: 구니까눈ㅠㅠ 언니 같은 사람이 남자한테 휘둘리는 거 넘 불쌍해ㅠㅠㅠㅠ

- 문지민: 언니 이쪽 성향 있는 건 확실하지?

- 김수지: 당연하징! 하연 언니는 스스로 자각을 못하고 있을 뿐이지 무조건 이쪽이야 눈빛만 봐도 알잖아

- 문지민: 하긴 언니 눈이 냄져 새끼들 볼 때랑 여자 볼 때 확 다르긴 해

- 김수지: 도희 년 중딩 때 생각해봐 우리가 알려주니까 금방 자각했잖아

- 문지민: 아 그거 개웃겼는데ㅋㅋㅋㅋ 걘 아직도 그때 BL이랑 GL소문 우리가 낸 건 줄 모르고 남져들이 낸 건 줄 알더라

- 김수지: ㅋㅋㅋㅋㅋㅋ

- 문지민: 얼마나 눈치가 없는 건지 가끔은 멍청해서 짜증난다니까

- 김수지: 우리가 참아야지 친구 없는 거 불쌍하잖아ㅋㅋ

- 문지민: 뭐 이용해먹기는 좋으니까ㅎㅎ

- 김수지: 에이 우리가 언제 이용했니? 그냥 말 조금 하다보면 걔가 오버하면서 나서는 거지

- 문지민: 맞지맞징ㅋㅋㅋㅋ

- 김수지: 그런데 이 번 셤 끝나고 박도희가 진짜 할까?

- 문지민: 걔는 할 걸? 성공만 하면 서주환 그 새끼 자퇴시키는 거 가능ㅋㅋㅋㅋ

- 김수지: 자퇴가 문제니? 성범죄인데 최소 퇴학이지ㅎ

- 문지민: 아 맞다

- 김수지: 왜?

- 문지민: 걔가 빡쳐서 신경 안 쓰고 박도희 덮치면 어떡해? 좀 위험한 거 같은데

- 김수지: 그걸 왜 신경 써? 박도희한테 우리가 하라고 했나? 우린 그러면 어떨까 얘기만 한 건데 자기가 하겠다고 나선 거잖아

- 문지민: 맞아 우린 위험하다고 말렸으니까ㅋㅋㅋㅋ

까톡은 더 이어졌지만 대부분 비슷한 얘기였다.

서주환을 욕하거나 정하연을 이쪽으로 데려와야 한다거나. 아니면 남자에 대한 욕설들이 주다.

“미친년들.”

“허…….”

까톡을 처음 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굳었다.

이미 확인을 끝낸 정하연과 유지경은 두 번 보기 싫다면서 표정만 구기고 있었다.

한편, 같이 있는 사람 중 가장 충격을 받은 건 서주환이 불러낸 박도희였다.

“마, 말도 안 돼. 수지랑 지민이가… 어떻게… 이럴 리가…….”

박도희는 넋 나간 얼굴로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단 두 명뿐인 친구가 뒤에서 자신에게 이런 말들을 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서주환은 까톡 내용을 다 확인하고 스마트폰을 침대로 던졌다.

둘의 대화는 보기만 해도 불쾌한 얘기들이 즐비했고, 셋이 있는 단톡방에는 박도희에게 가식을 떨면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종용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걸 또 좋다고 박도희는 성실히 대답하고 있었고.

‘로그 기록을 정기적으로 지웠네.’

살펴본바 까톡은 일주일 정도의 양밖에 없었다. 나머지 대화는 일부러 지운 듯했다.

그가 생각을 정리하고 있으니 정하연이 다가왔다.

“주환아, 쟤랑은 어떻게 된 거야? 까톡 보니까 너한테 뭔가 하려고 한 것 같은데.”

“맞아. 오빠 무슨 짓 안 당했어? 괜찮아?”

정하연과 유지경이 걱정스럽게 보며 물어봤다.

까톡 내용 상 박도희가 무슨 그에게 뭔가를 할 거라는 것은 짐작했지만 정확히 어떤 일인지는 모르고 있었다. 일부 기록이 지워졌기 때문이다.

“난 괜찮으니까 걱정 마. 그보다 박도희.”

“네, 네? 네!”

멍하니 있던 박도희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넋을 놓은 와중에도 복종 효과 때문에 그의 말에 반응한 것이다.

“넌 어쩔래?”

“뭐, 뭐를요?”

“얘네 둘 가만히 둘 거냐고. 뒷담도 네가 한 게 아니라면서. 아니면 너도 같이 했어?”

“아, 아뇨!”

박도희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부정했다.

“저, 전 소문 안 냈어요. 오히려 수지랑 지민이한테 들은 건데… 그래서… 저는 하연 언니가 오빠한테 협박… 받는 줄 알고…….”

박도희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말을 흐렸다.

서주환이 물어봤기에 대답하고 있을 뿐 그녀는 지금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마음 같아선 큰 소리로 울다가 기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학창시절부터 믿고 따랐던 친구들이 배신을 했다는 것도, 사실은 중학생 때 자신이 따돌림을 당한 게 두 사람 때문이었다는 것도 쉽게 믿을 수가 없다. 아니, 정확히는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눈앞에 명확한 증거가 있었으니.

박도희는 자신에게 닥친 현실에 정신을 잃을 것 같은 기분으로 고개를 숙였다.

툭, 투둑. 참지 못한 눈물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