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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139화 (139/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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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늦은 김에 더 써서 연참분 만들어왔습니다!

소문의 진실

가끔 여자가 우는 모습을 예쁘다고 생각하는 그였지만 이런 곤란한 상황은 사절이었다.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자 박도희의 울음이 점점 멎었다. 이내 그녀가 훌쩍이며 서주환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진짜 안 말할 거예요?”

“그렇다니까.”

“그, 그럼 증거를 보여줘요. 믿을 수 있게.”

“증거? 뭘 어떻게?”

“그러니까 그…….”

박도희가 눈치를 보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키, 키스해줘요.”

“…뭐?”

“빠, 빨리요! 안 그럼 못 믿어요!”

‘뭐지. 이게 얼굴 개연성인가?’

그런 것치고는 호감도가 D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나마 여성의 호감을 쉽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페로몬’스킬이 아니었다면 더 낮았을 것이다.

서주환은 곤란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도희야, 미안한데 내가 지금 연애할 생각이 없어. 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사실 이대로 분위기를 탄다면 S급 결정을 손쉽게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냥 하자니 뭔가 찝찝해서 그는 미리 못을 박아두기로 했다. 괜히 코가 꿰일 수도 있었으니.

서주환의 에두른 거절에 박도희가 울먹임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런 말을 꼭 지금 해야 돼요? 그냥 못 믿어서 그런 거라니까.”

“…난 말했다?”

“알았다구요오…….”

서주환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괜찮다는데 더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그대로 입을 맞췄다.

“아.”

박도희의 입에서 얕은 숨이 흘러나왔다. 그는 잠시 입을 맞췄다가 고개를 물렸다.

한데, 박도희의 입술이 슬며시 벌어지더니 혀가 나왔다. 그녀는 그대로 서주환의 목을 끌어안고 혀를 집어넣었다.

쪽. 츄웁.

서주환은 잠시 놀라서 눈을 떴다가 마주 혀를 내밀었다. 말캉한 살덩이가 섞인다.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취향이 아니다 뿐이지 박도희는 꽤 예쁜 편이었다.

‘의외로 잘하네.’

예상과 달리 박도희는 키스를 상당히 잘했다. 입술을 지분거리는 것하며 혀를 섞고 간질이는 것도 그렇다. 그녀는 키스에서 끝낼 생각이 없는지 서주환의 몸을 더듬었다. 옷 위로 가슴팍을 만지고 배를 쓰다듬는가 싶더니 아래로 손을 뻗어왔다.

서주환은 확인 차 물어봤다.

“도희야, 끝까지 하려고?”

“…네. 오늘 저희 집에서 자고 가요.”

“아까도 말했지만…”

서주환 딴에는 조심한다고 물은 것인데, 박도희는 짜증이 났는지 불퉁한 어조로 대꾸했다.

“괜찮다니까요? 그냥 제가 하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요. 오빠, 촌스럽게 왜 그래요?”

“허참. 알았다.”

서주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심 생각했다.

‘일단 하고 물어봐야겠네. 아예 몇 번이고 보내버린 다음에 물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그럼 더 잘 대답하려나.’

서주환은 본격적으로 손을 움직이기 위해 ‘성스러운 손길’을 활성화시켰다. 박도희에게는 여러모로 얻을 게 있다. 뒷담에 대한 해명과 S급 결정석.

그는 필요에 의해 하는 섹스도 나쁘지는 않았다. 정하연이나 유지경이면 모를까 박도희와의 관계가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었으니. 둘 다 서로 만족하기면 될 게 아닌가.

‘자기가 먼저 하자고 했으니까.’

서주환은 역시 스스로가 그리 착한 놈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손을 움직였다. 박도희의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 가슴을 둥글게 돌렸다. 그리 크지 않지만 나름 볼륨감이 있는 가슴이었다.

“아… 으흣. 싫어…….”

“싫기는.”

서주환은 픽 웃으며 박도희의 옷을 벗겼다. 싫다면서 바지 위를 연신 더듬거리는 건 무슨 경우란 말인가. 반사적으로 움츠린 모양인데 오히려 그녀의 손은 더 적극적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순식간에 그녀의 옷을 벗겨내고 자신의 상의도 벗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맞춘 뒤 손으로 목선을 따라 내려오며 살결을 천천히 자극했다. 활성화된 손길이 그녀의 피부를 서서히 민감하게 만들며 성욕을 달아오르게 만든다.

“아흑. 으, 으응, 시, 싫어어… 오빠, 무서워… 읏!”

“여기가 좋아?”

“흐윽! 시, 싫어요.”

“그럼 여기?”

서주환은 ‘섹슈얼 포인트’가 보여주는 박도희의 성감대를 빠르게 자극해 나갔다. 유두를 살짝 꼬집고 배꼽을 간질였다. 그녀는 느끼기 쉬운 체질인지 성감대가 유독 많이 보였다. 입에서 나오는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여기는 좋지?”

“아으윽. 시, 싫다니까요.”

“싫다고?”

서주환은 손을 아래로 내려 박도희의 치마를 들추고 분홍색 팬티의 중앙을 문질렀다.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튀어나왔다. 역시나 생각한 것처럼 느끼기 쉬운 체질이다. 음부 중앙을 두어 번 손가락으로 문지르자 끈적한 애액이 배어나왔다.

그는 검지와 엄지를 붙였다가 떼며 길게 늘어지는 실을 박도희에게 보여주었다.

“그럼 이건 뭔데?”

“윽! 그, 그건 생리현상이에요!”

“그래? 푸흐. 너 고집 되게 세다.”

서주환은 아예 박도희의 팬티 안으로 손을 넣었다. 이미 도톰하게 크기를 키운 음핵을 손가락으로 살짝 비벼주자 그녀의 입에서 비명 같은 신음이 튀어나왔다.

“아악! 흑!”

그때였다. 비명처럼 신음한 박도희가 그의 가슴팍을 팍 밀쳐냈다.

“그, 그만!”

“어?”

“더 하면 신고할 거예요! 이 강간범!”

“…뭐?”

서주환은 생각지도 못한 소리에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그런 플레이를 좋아하는 건가?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박도희는 본인의 옷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뒷걸음질 쳤다.

몇 발작 박도희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하. 변태 새끼. 장단 맞춰주니까 좋았죠?”

“…야, 장단은 내가 맞춰줬지. 뭔 개소리야?”

“시끄러워요! 지금 한 짓 다 녹음했고, 영상에도 찍혔으니까! 내가 신고하면 바로 빨간 줄 그일 걸요?”

서주환은 순간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이게 지금 어떻게 된 상황인지 사고가 따라가지 못했다.

‘이 년이 지금 뭐라는 거야? 녹음하고 영상을 찍어?’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자 박도희는 어느새 손에 쥔 스마트폰을 내보였다. 언제부터 쥐고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그녀가 스마트폰을 터치하는가 싶더니 음성이 흘러나왔다.

- 아… 으흣. 싫어…….

- 싫기는.

- 시, 싫어어… 오빠, 무서워… 읏!

- 여기가 좋아?

- 흐윽! 시, 싫어요!

- 그럼 여기?

녹음된 음성이 계속 이어졌다. 가만히 듣고 있으니 박도희는 계속 싫다고 말하거나 억눌린 신음을 흘렸고, 그는 어디가 좋냐며 계속 그녀를 자극하고 있었다. 앞에 있었던 대화가 짤린 것이다.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그가 억지로 박도희를 추행하고 있다고 생각할만했다.

서주환은 기가 차서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런 경우가 실제로 있구나.’

이야기만 들었지 설마 자신한테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차게 식은 얼굴로 박도희를 노려봤다. 조금 전에는 정신이 없어서 당황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가 쫄 이유가 없었다.

그에 박도희가 움찔 몸을 떨면서 뒷걸음질 치다가 침대에 걸려 털썩 주저앉았다.

“오, 오지 마! 이미 집에 있는 컴퓨터로 전송했어요! 건드리면 가만 안 둬!”

집이란 자취방이 아닌 본가를 말하는 것일 터다. 섣불리 움직이면 정말로 성추행, 강간범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주환은 오히려 그녀를 비웃으며 한 발짝 다가갔다.

“음성녹음에 영상까지. 아주 계획적이네? 너 꽃뱀이냐?”

“꼬, 꽃뱀?”

“지금 하는 짓이 딱 그거잖아. 왜, 이제 돈 내놓으라고 하게?”

“그, 그런 거 아니거든요!”

“그럼 뭔데? 왜 이 지랄을 해?”

서주환의 당당한 태도에 무언가 잘못 됐다는 것을 느낀 걸까. 박도희의 얼굴에 두려움이 섞였다. 하지만 그녀는 녹음파일과 영상을 믿고 다시 말했다.

“돈 같은 건 필요 없어요.”

“그럼?”

“하, 하연 언니한테 떨어져요.”

“…뭐?”

“어, 언니 건들지 마세요. 헤어졌는데 왜 계속 같이 다녀요? 뭐 약점이라도 잡은 거죠?”

“이게 뭔… 약점은 씨발 무슨 개소리야. 그리고 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

서주환은 표정을 구겼다. 헤어지고 자시고 남의 연애사에 지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 한단 말인가. 그러다 그는 한 가지 떠오르는 게 있어서 박도희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너 정하연 좋아하냐?”

“무, 무…?! 어, 언니는 학과 사람들 다 좋아하는데요?”

박도희가 눈에 띄게 당황했다. 그에 서주환은 확신을 가졌다. 박도희의 페티시인 동성성애가 떠오른 것이다.

“너 그냥 좋아하는 게 아니구나? 성적인 의미로 하연이를 좋아하지?”

서주환의 말을 들은 박도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대답을 듣지 않아도 답을 알 수 있었다. 그에 서주환은 어이가 없어서 혀를 찼다.

‘그럼 내 욕을 한 게 하연이 때문에? 이 지랄을 한 것도? 아니, 그럼 하연이 욕은 왜 하고 다닌 거야?’

떠오르는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정하연을 뒤에서 왜 욕하고 다녔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짐작 가는 건 있었다. 박도희의 페티시는 동성성애고, 정하연을 성적인 의미로 좋아한다. 그리고 박도희의 재능 중 한 가지는 ‘망상’이었다. 분명 혼자서 말도 안 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일 터다. 조금 전 약점을 잡았네 하는 소리만 들어도 그랬다.

‘이 년 이거 정신과 가야 되는 거 아닌가?’

그냥 망상이 아니라 망상장애가 아닌가 싶다. 무슨 망상을 했기에 사람을 강간범으로 몰아 협박할 생각을 한단 말인가.

저벅.

서주환이 무섭게 노려보며 한 걸음 다가가자 박도희가 흠칫 몸을 떨더니 눈에 힘을 주고 노려보며 소리쳤다.

“오지 말라고! 영상이랑 녹음파일 이미 넘어갔다니까? 나한테 폰 뺏어도 소용없어.”

“그래서?”

“하, 하연 언니한테 떨어져. 학교 자퇴해.”

“허. 자퇴? 안 하면?”

“…그럼 내가 퇴학당하게 만들 거야. 경찰에 고소할 거라고.”

그 말에 서주환은 픽 웃었다. 그는 옷 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며 동시에 ‘추억 보관소’에 저장된 시간을 영상파일로 전송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전송된 파일을 열었다.

“이건 어쩔래?”

그는 여보란 듯 폰을 내밀었다.

방 안의 상황이 하나부터 열까지 빠짐없이 찍힌 영상이 재생됐다.

- 키, 키스해줘요.

- …뭐?

- 빠, 빨리요! 안 그럼 못 믿어요!

- 도희야, 끝까지 하려고?

- …네. 오늘 저희 집에서 자고 가요.

- 아까도 말했지만…

- 괜찮다니까요? 그냥 제가 하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요. 오빠, 촌스럽게 왜 그래요?

박도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마, 말도 안 돼.”

“왜 안 돼, 씨발련아.”

망연자실한 박도희의 손에서 스마트폰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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