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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열심히 쓰다 보니까 연참을 하게 되었습니다 ^0^
교접몽(交接夢)
서주환은 본인이 싸는 것보다 정하연이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에 집중했다. 덕분에 그는 두 번을 더 싸는 동안 정하연을 세 번 더 절정시킬 수 있었다. 정하연이 지쳐서 만족한 후에야 그는 자지를 빼냈다.
둘은 실로 오랜만에 함께 샤워를 했다.
서주환은 씻고 있는 그녀를 보자 다시 자지가 일어섰지만, 가까스로 인내하여 참았다.
‘한동안 못해서 그런 건지, 스킬 등급이 올라서 그런 건지. 아니, 둘 다인가?’
샤워를 마치고 나온 서주환은 의자를 끌고 와서 정하연을 앉혔다.
“야, 야아! 갑자기 왜? 나 옷 좀 입고…”
“속옷 입었잖아.”
“속옷이랑 옷이랑 같냐고!”
“그만 틱틱대셔. 나 확 다시 개 된다?”
“…….”
한 번에 조용해지는 걸 보면 더 하고 싶지는 않은가 보다. 서주환은 웃음을 터뜨리며 정하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옳지. 말 잘 듣네, 우리 하연이.”
“누가 너네 하연이야…….”
“머리 말려줄 테니까 있어봐.”
“네가?”
“그래.”
“웬일이래?”
“사귀었을 때 못해준 것 좀 만회해보려는 겁니다, 마님.”
“참나.”
정하연은 헛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정성들여서 머리를 말려주는 게 나쁜 기분은 아니었던지라 얌전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큼지막한 손길이 머리를 매만졌다.
서주환은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면서 말했다.
“하연아.”
“응?”
“우리가 헤어진 건 별 거 아니야.”
“…….”
“둘 다 처음이어서 더 크게 느껴진 걸 거야. 그리고 애매하게 끝내버려서 어색했던 거고.”
“…애매했나?”
“애매했지. 엄청. 그때는 나도 확실히 잘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우리는 그 순간조차도 대화가 부족했던 것 같아.”
정하연은 말없이 있다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의자 위에서 무릎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친구로 지내자고 약속만 했지…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전부 두루뭉술했으니까.”
“응. 뭐 그게 아니더라도 애초에 헤어진 사람이 바로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 게 쉽냐? 어색한 게 당연한 거야. 거기에 풀지 못한 찌꺼기까지 섞여서 더 그런 거고.”
“찌꺼기?”
“감정 찌꺼기. 우리는 헤어지고 친구로 지내자면서 납득한 척 했지만, 정작 꼬였던 건 못 풀어냈잖아. 사귀는 동안에도 깊은 대화 한 번 없었고.”
“…응. 헤어진 후에는 그런 얘기를 꺼낼 수도 없어서, 그래서 찌꺼기가 남은 것 같아. 그래도 좀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어.”
“그야 시간 지나면 괜찮겠지. 그런데 난 괜찮아질 때까지 얌전히 못 기다리겠더라고. 오늘 저녁에 둘이 있으면서 숨 막혀 죽을 것 같더라.”
정하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맞아, 나도 그랬어. 괜찮은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더라고.”
“지금은 어때?”
“…좀 괜찮아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덮쳤냐?”
“어쭈. 덮친 건 사실이지만 너도 허락했다?”
그 말에 정하연은 고개를 틀더니 곁눈질로 서주환을 노려봤다.
“미친놈아. 거기서 어떻게 거절을 해? 그랬으면 내일부턴 얼굴도 못 마주쳤을 걸?”
“흐흐. 맞아. 사실 알고 그랬어. 그래도 솔직히 좀 나아졌잖아?”
“이… 씨이.”
서주환은 낄낄거리며 웃었다. 정하연의 표정에서 생각이 고스란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무어라 욕을 하고 싶은데 어색함이 매우 풀어진 건 사실이었던지라 잇소리만 내고 있었다.
“다 말렸다. 침대로 가자.”
“너 설마…”
“안 해. 좀 믿어라.”
“흥. 전적이 한두 번이어야지.”
“하하…….”
생각해보니까 안 한다고 하면서 괴롭혔던 게 열 손가락으로도 다 못 꼽는다. 의심 받는 게 당연했다.
서주환은 정하연과 침대로 가다가 그녀의 시선이 상에 머무른 걸 확인하고 말했다.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해. 너 어차피 다 몇 번씩 봤던 거잖아.”
“그래도 확실히 하고 싶어서.”
“넌 말은 세게 하면서 왜 자신감이 없냐. 찐따쉑.”
“뭐래, 지가 찐따면서. 몸 쓰는 건 자신 있거든?”
“하긴, 오늘 몸 잘 쓰긴 하더… 컥.”
복부를 맞았다.
“매를 벌지, 아주.”
정하연이 장난스럽게 주먹을 흔들었다.
서주환은 아프지도 않은 배를 움켜쥐면서 짐짓 울상을 지었지만, 괜히 연기하지 말라고 잔소리만 먹었다.
“쯧. 침대에 엎드리기나 해봐.”
“또 뭐하려고?”
“마사지 해줄게.”
“어? 정말?”
정하연이 눈에 띄게 좋아했다. 그녀가 밝아진 얼굴로 웃으며 말한다.
“처음 했을 때 말고는 해준 적 없었잖아. 오늘 뭐 잘못 먹었냐?”
“내가 만든 닭도리탕 먹었다, 이년아. 그런데 내가 진짜 안 해줬나? 가끔 해줬던 것 같은데.”
“한 둘 째날 까지는 해줬나? 아무튼 거의 안 해줬어.”
“…마사지 받고 싶었으면 말을 하지.”
“맨날 지쳐서 잠들었는데 어떻게 말해? 자기 바쁘지.”
“쩝.”
지은 죄가 도대체 몇 개냐. 아니, 마사지 안 해준 건 죄까진 아니지 않나? 여하튼 배려가 부족했던 것만큼은 확실하다.
서주환은 그녀를 엎드리게 하고 스킬을 활성화시켰다. 물론 성감대 증폭효과는 빼고 마사지와 치유효과만 유지했다.
“아, 좋다…….”
정하연이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주환은 네 번이나 사정한 이후 스킬을 사용하려니 조금 피곤했지만 정성들여 정하연의 몸을 주물렀다. 다행히 ‘성스러운 씨주머니’의 등급이 올라서 그런지 버틸만 했다.
“하연아.”
“으응?”
“사귈 때 있잖아. 내가 많이 미안하다.”
“…이제 괜찮은데. 나도 갑자기 헤어지자고 한 거 미안했어.”
“음. 사과하고, 사과받자고 말 꺼낸 건 아니야. 그냥… 아까 말했잖아? 대화가 필요하다고. 그때 못한 이야기 좀 하고 싶어서.”
“응… 좋아.”
서주환은 마사지를 이어가며 서두를 뗐다.
“아까 저녁에 밥 먹고 나서, 나 왜 좋아했었냐고 물어봤잖아? 거기에 너는 비슷해보여서, 또 달라보여서라고 답했고.”
“응.”
“으음…….”
서주환은 속으로 말을 정리했다. 막상 이야기를 하려니 아이템에 대한 설명을 빼고 어디부터 어떻게 말해야할지 고민됐다. 한참 고민하던 그는 아예 과거부터 말하기로 했다.
“좀 옛날 얘기, 아니 그리 옛날도 아닌가? 몇 달 되지도 않았네.”
“뭐가?”
고개를 틀어 그를 바라보는 정하연. 호기심 가득한 눈이 보였다.
서주환은 어쩐지 좀 부끄러워져서 그녀의 볼을 쿡 찌르며 말했다.
“앞에 보고 있어. 쳐다보니까 못 말하겠다.”
“칫.”
정하연의 고개가 도로 앞을 향했다.
서주환은 그녀가 다시 고개를 돌리지 못하도록 일부러 목 부근을 마사지하며 입을 열었다.
“너 친구 별로 없다고 했잖아?”
“그, 그랬… 지? 갑자기 왜 말로 때려?”
“…사실 나도 마찬가지거든. 엠티 때 기억 나? 그때 내가 지나가듯이 말했던 것 같은데. 괴롭힘 당한 적 있다고.”
“어, 어어. 말했었어.”
“사실 그게 꽤 심했어. 그래서 사실 친구는 대학 와서 만난 너희가 전부야.”
“…….”
“아, 그때는 지금이랑 생긴 거 엄청 달랐다? 사진 볼래? 못 알아볼 걸?”
“볼래. 내 것도 보여줄까? 아, 사진 있나 모르겠네.”
정하연이 스마트폰의 갤러리를 뒤적였다.
서주환은 그 모습을 보며 비실거리는 웃음을 흘렸다. 그녀가 적극적으로 경청해주는 게 고맙기도 했고, 자신이 이렇게 할 말이 많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였다.
아무래도 밤새 나눌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을 것 같았다.
*
정하연은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봤다. 어쩐지 쉽게 잠들 수가 없었다.
‘아까 너무 많이 잤나?’
사실은 생각이 많아서 잠에 들 수가 없어서였다.
정하연은 서주환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별의별 말을 다 하게 되었다. 무심코 흘러나온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고등학생 때 괴롭힘 받았던 것,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얘기, 이석찬과 이복 남매라는 사실까지 말해버렸다.
‘그런 것까지 말 할 필요는 없었는데.’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한 이유는 서주환 때문이었다. 그가 먼저 과거사를 전부 얘기하는 바람에 그녀도 휩쓸려버린 것이다.
연애 할 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이런 애매한 관계가 되고 나서 하게 되다니.
“푸흐…….”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정하연은 고개를 돌려서 옆을 바라봤다. 곤히 자고 있는 서주환의 얼굴이 보였다. 그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어째서인지 돌아가신 어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 하연이… 엄마 없으면 많이 외로울 텐데…….’
‘하연아, 외롭지 않게 친구를 많이 만들자.’
‘어떤 말이든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외롭지 않을 거야.’
돌아가신 어머니는 울면서 그리 말했었다. 외롭지 않게 친구를 많이 만들라고. 자기처럼 쓸쓸하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때 서주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연아… 으음.”
“…너 자는 거 맞지?”
“으으음.”
정하연은 헛웃음을 흘렸다. 순간 이름을 부르는 통에 깜짝 놀랐는데 그냥 잠꼬대였다. 그녀는 한참 킥킥거리다가 속으로 생각했다.
‘엄마, 친구 만든 것 같아요. 아직 많이는 아닌데, 다 좋은 애들이에요.’
항상 투닥거리고 있지만 이석찬은 분명 좋은 친구다. 친해지고 싶다며 먼저 다가 온 유지경도 죽이 잘 맞는 동생이었다. 부담스럽게 누님이라 부르는 장덕훈도 특이하지만 사람이 좋은 건 분명했고.
‘아. 지경이한테 미안해서 어쩌지. 주환이 좋아하는 것 같은데…….’
사실 유지경의 마음은 진즉에 눈치 챘었다. 괜히 티냈다가 분위기가 이상해질까봐 모르는 체 어울렸을 뿐이다. 그랬는데, 워낙 착하고 좋은 동생이라서 진짜로 친해지게 된 것이다.
정하연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다시 사귀는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냐 싶었던 것이다. 대충 보니까 유지경도 서주환과 할 건 다 한 듯 싶었고.
‘바람둥이 새끼.’
정하연은 문득 화가 나서 서주환의 코와 입을 손으로 막아버렸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읍읍 하는 소리가 들려서 손을 떼냈다.
“푸흐아…….”
“킥킥.”
이 정도 복수는 괜찮겠지. 그녀는 숨죽여 웃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서 쓰게 웃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친구를 많이 만들라는 것 외에도 강조한 말이 있었다.
‘우리 딸, 돈 많고 잘생긴 남자는 처음부터 눈길도 주지 마. 정략결혼이 어쩌고 하는 개새끼는 특히! 알겠지?’
정하연은 속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사과했다.
‘엄마, 미안. 얘가 처음부터 지금만큼 잘생기진 않았었다? 돈 많은 줄도 몰랐어. 음… 그래도 그냥 친구니까 괜찮지?’
정하연은 이내 이불을 뒤집어썼다.
어쩐지 하늘에 계신 엄마가 욕을 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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