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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129화 (129/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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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지연 공지를 올렸지만 지각은 없었다!

간신히 시간에 맞췄습니다. 휴우.

코로나 제한이 아니었다면 외식을 나갔을 텐데, 그럼 휴재를 했을지도......

주말 연재는 언제나처럼 여력이 되면 랜덤한 시간에 올라갑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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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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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만 눌러주세요 :D

시험기간

손등의 문신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뛰어, 뛰어!”

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운동장 뒤 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운동장 근처에 있는 건물이면 컴퓨터공학과와 전기과 등 공과 계열이 있는 곳이다.

“야! 버스 왔다! 더 빨리 뛰어!”

“런런런!”

“늦는 놈 버리고 간다!”

“못 타는 놈은 알아서 삼팔포차로 찾아와! 일단 벌주로 원샷하고 시작인 거 알지?”

아니나 다를까, 뒤를 돌아보니 저마다 한 덩치씩 하는 시커먼 남자들이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를 본 유소정이 질린 얼굴로 헛바람을 삼켰다.

“히엑. 이미 사람 엄청 많은데…….”

“포기해. 저건 어떻게든 탈 기세야.”

곧 버스 문이 열리고 학생들이 하나 둘씩 탑승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땀내 나는 남정네들이 기어코 도착해서는 버스 안으로 몸을 욱여넣었다.

“인마, 좀 더 안으로 드가봐!”

“좁아, 미친놈아. 안에 다른 사람들 많은 거 안 보여?”

“아, 이 새끼들 민폐 오지네. 제가 대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학생들! 미안하지만 더는 안 돼요! 다음 차 타세요!”

소란은 기사 아저씨가 문을 닫은 후에야 진정되었다.

유소정이 발 디딜 틈 없는 버스 안에서 신음을 흘렸다.

“으아. 좁아.”

“그래도 탄 게 어디냐.”

“그건 그렇죠.”

비교적 뒷줄에 있었던 서주환과 유소정은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 있는 채였다. 졸지에 딱 달라붙은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이내 유소정이 서주환의 어깨너머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 그래도 오빠 덕분에 좀 편하네요. 반대였으면 어쩔 뻔.”

“난 죽을 것 같으니까 자리 좀 바꿔줄래?”

“으엑. 절대 싫어요. 오빠가 과대니까 방패하세요.”

“허참. 과대랑 이게 무슨 상관이야? 오히려 네가 과대님을 위해서 방패가 돼라.”

“헐.”

유소정이 짐짓 어이없다는 듯 소리를 내며 킥킥 웃었다. 그도 당연히 장난으로 한 말이었던지라 픽 웃어버렸다. 사실 자리를 바꿀 수 있을만한 공간도 안 나왔다.

그때 다시 한 번 손등의 문신이 빛났다. 동시에 버스가 크게 흔들렸다.

“꺄아악!”

“으악!”

앉지 못하고 서 있던 학생들이 바구니 안의 콩나물처럼 한 쪽으로 쏠리며 비명을 질렀다.

“아이고, 학생들 미안해요! 앞차가 운전을 이상하게 해서…….”

기사 아저씨가 큰 목소리로 사과했다.

한편 서주환은 사람들에게 밀려 유소정과 더욱 밀착된 상태였는데, 본의 아니게 무척이나 민망한 자세가 되고 말았다. 딱 달라붙은 상태에서 유소정의 크로스백 끈 사이로 그의 팔이 끼어버린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 사이로 쏙 들어갔는지 모를 노릇이다.

유소정은 자신의 가슴 사이에 끼인 그의 팔을 보곤 눈을 올려 떴다. 그녀가 서주환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변태.”

억울하다!

“아니, 소정아, 이건… 미안, 그래도 고의는 아니야.”

“오빠가 내 가슴 만졌다고 학과에 소문 다 내버릴 거예요.”

“야야, 그건… 으엉? 야, 너도 손 위치가 좀 이상하다?”

“으엑?”

유소정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손을 꼼지락거렸다. 좁아터진 버스 안에서 어깨를 움츠린 그녀의 팔은 서주환의 가랑이 사이에 있었다.

서주환은 반사적으로 엉덩이를 빼려했으나 한 발작 움직일 공간도 없었다. 그가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야, 야. 손 그만 움직여.”

“힉. 미안해요. 난 그건 줄 몰랐지.”

“알았으면 손 좀 빼봐.”

“아니, 오빠야말로 팔 좀 빼봐요.”

“좁아서 못 움직이는 거 안 보이냐.”

“저도거든요?”

두 사람은 요상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그러다 이 상황이 웃겨서 한숨처럼 웃어버리고 말았다.

유소정이 어이없다는 듯 말한다.

“무슨 만화도 아니고.”

“…그러게.”

서주환은 손등의 문신을 떠올리며 떨떠름하게 답했다. 굳이 따지자면 이 상황의 원인은 자신에게 있었으므로.

그때 유소정이 킥킥거리며 웃더니 그를 불렀다.

“그런데 오빠.”

“응?”

“푸히킥킥.”

“왜 그렇게 웃어?”

어리둥절해져서 묻자 그녀는 묘한 표정으로 혀를 한 번 날름거리더니 작게 속삭였다.

“오빠 엄청 크네요?”

“…너 그거 성희롱이다?”

“뭐래. 그런 말 할 거면 팔이나 빼세요.”

“네 손 먼저 떼라니까.”

“에휴. 그럼 그냥 있… 오빠, 왜 커져요?”

“…생리현상.”

서주환이 시선을 피하며 답하자 유소정은 뭐가 웃긴지 다시 킥킥거렸다. 그러다 점점 커지는 그의 물건에 깜짝 놀라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가 놀란 목소리로 속삭인다.

“바지 주머니에 뭐 넣어놨어요? 스패너 같은 거?”

“어떤 미친놈이 그런 걸 주머니에 넣고 다녀?”

“이공계 쪽은 그런 사람들도 있다던데.”

“나 너랑 같은 학과다. 야, 야, 손 움직이지 말라니까.”

“낑겨서 손 저리단 말이에요.”

유소정이 툴툴대면서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서주환은 게슴츠레 뜬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끼인 그녀의 손이 슬금슬금 움직이더니 손바닥 전체가 자지에 안착했기 때문이다.

‘이게 핑계는.’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신도 크로스백 끈에 부각된 유소정의 가슴을 팔뚝으로 느끼고 있었지만 자유롭게 움직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반대쪽 팔 역시 좁은 공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손만 움직일 수 있었으면 확!’

스킬을 활성화시켜서 버스 안에서 지려버리게 만드는 건데 말이다.

그는 문득 유소정의 상태창이 궁금해졌다. 그 순간 루시가 곧바로 상태창을 띄웠다.

<유소정>

성별: 여성

나이: 20살

키: 164cm

몸무게: 55kg

호감도: D+

현재 성욕: C+

페티시: Phallophilia(中)

보유 재능: 광고(E/A), 발재간(D/A), 청소(C+/B+), 내숭(D+/B+)

[Phallophilia(팔로필리아)는 남근 기호증이라 하여 거대한 남성기에 집착하는 페티시즘입니다. 주인님 정도면 한국에서 보기 드물게 큰 편이니 없던 관심도 생겼겠군요.]

그런 것치고는 호감도가 생각보다 낮은 편이다. 물론 D+만 되더라도 나름의 친근함을 느끼고 있는 단계이기는 했으나 예상보다는 훨씬 낮은 수치였다.

‘엠티 때 꽤 친해진 줄 알았는데.’

유소정과는 엠티 당시 같은 조로 활동하면서 러브샷을 한 적도 있었다. 이후에도 종종 대화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편이었고. 그래서 C정도는 되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역시 내숭 재능이 있는 사람들 마음은 종잡을 수가 없단 말이야.’

그간 여러 사람들의 상태창을 보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바로 재능 하나에도 어느 정도 성향이 갈린다는 것인데, 주로 ‘내숭’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눈치가 빠르고 속내를 감추는 데 능한 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주인님, 지금 유소정의 호감도가 C로 상승했어요. 페티시의 영향인 듯합니다.]

어느새 서주환의 자지는 조금 일어난 정도에서 크게 몸집을 부풀린 상태였다. 유소정이 계속해서 은근하게 고간을 쓰다듬어왔기 때문이다.

그가 보기에는 유소정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무리 취향에 맞는 큰 자지라지만 버스 안에서 이러는 게 말이 되나?

‘뭐지. 잘생겨져서 그런가? 요즘 거울 보는 게 재밌긴 한데.’

서주환은 스스로가 나름 훈남이 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생긴 정도에 비해 일상에서 자신의 외모를 크게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평생을 추남으로 살아왔던지라 너무나 변한 외모에 적응을 못한 것이다. 오죽하면 아직도 거울을 볼 때마다 흠칫 놀라고는 했으니.

조물조물.

그가 말없이 있으니 유소정은 계속 손을 조물락거렸다. 점점 대담해진 손길은 곧 지퍼라도 열 기세다.

서주환은 고개를 아래로 숙여서 유소정의 머리에 박치기를 먹였다.

“악.”

“그만해, 변태야.”

“헐. 제가 뭘요? 변태라니 너무행.”

“팍씨.”

“치. 고자야, 뭐야.”

입술을 삐쭉 내밀며 말하는 게 갈수록 가관이다.

“그렇게 만지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냐?”

“…그럼 내가 별론가?”

그리 중얼거린 유소정은 도전적인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서주환은 어이가 없어서 실소하며 고개를 살짝 내저었다.

‘소정이 정도면 예쁜 편이지.’

유소정은 미녀라 부를만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계란형 얼굴에 모난 데 없는 귀염상이다. 하나로 묶은 포니테일 머리가 잘 어울리고 그 아래 드러난 목선이 가늘어서 눈길을 머물게 만들기도 했다.

다만 서주환은 그간 의도치 않게 워낙 예쁜 여성들을 만나왔던지라 크게 감흥이 없었다.

물론, 굴러들어온 떡을 마다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중에, 나중에. 버스는 좀 아니지.”

“흥. 나중에 언제요? 쉽게 기회 없을 텐데?”

“없으면 아쉬운 거고.”

어느 쪽이 아쉬울지는 모르겠다.

그가 피식 웃으며 여유로운 얼굴을 하자 유소정이 눈살을 찌푸렸다.

“얼굴값 못하는 오빠인 줄 알았는데…”

“그런데?”

“이제 보니까 순 카사노바 같아서 재수 없어요.”

“푸핫. 마음대로 생각해.”

“으엑. 진짜 왕재수. 혹시 하연 언니도 오빠가 찬 거예요?”

“…뭐?”

서주환은 눈을 끔뻑이며 되물었다. 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이 당황스러웠다.

유소정은 슬쩍 눈치를 보는가 하더니 이내 흥미진진한 얼굴로 물었다.

“아니 뭐, 소문에는 하연 언니가 찼다고 하던데 이제 보니까 오빠가 찬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요.”

“참나. 남의 연애사가 뭐 그리 궁금하다고 그런 소문이 나냐.”

“에이. 솔직히 다른 사람 얘기면 오빠도 궁금해 했을 거잖아요.”

음.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서주환은 고개를 살짝 내저었다.

“내가 차인 거야.”

“엑. 진짜?”

서주환은 재차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그러자 유소정이 하는 소리가 가관이었다.

“그럼 언니가 오빠 갖고 놀았다는 게 사실이에요?”

“…….”

서주환의 인상이 팍 구겨졌다.

‘아니, 씹. 이건 또 무슨 개 소리야?’

도대체가 소문이 어떻게 난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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