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126화 (126/501)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정오까지 한 편 더 들고 오겠습니다!

*

검은선비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건방진 너구리는

한참 유지경을 매도하는 와중, 오랜만에 보는 문구가 떠올랐다.

[사용자, 그리고 호감도 B등급 인물의 강렬한 욕망을 감지했습니다.]

[다섯 번째 욕망 퀘스트가 활성화 되었습니다.]

『너구리의 주인님』

▶ 건방진 너구리는 사용자를 독차지하기 위해 조교하려 들었습니다. 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고는 하나 건방진 태도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대로 두면 사용자의 앞길에 지장이 생길 것이 자명합니다.

분수를 모르는 짐승에게는 교육이 필요한 법.

어느 쪽이 주인님인가 확실히 각인시키는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군요. 사실은 너구리도 내심 사용자에게 종속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달성 조건: 유지경 조교(下)이상, 호감도 B+이상 달성.

▶ 보상: 50,000LP

퀘스트 내용을 읽은 서주환은 눈썹을 꿈틀 움직였다. 순간 무표정한 얼굴이 깨질 뻔했다.

‘이거 욕망이란 게 나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어?’

지금까지 욕망 퀘스트가 발현된 것은 그 자신의 강렬한 욕망을 감지하면서다. 헌데 이번에는 그 뿐만 아니라 유지경 또한 그 대상에 들어갔다.

‘너구리도 종속되기를 바라고 있다라…….’

유지경의 욕망을 함께 감지했다고 하였으니 위 내용은 그녀의 마음이 반영된 것일 터다.

‘그런데 조교를 하려 들었다니?’

시스템이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다. 그리고 추측성이 아닌 확언이다.

서주환은 순간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유지경은 단순한 SM 플레이를 넘어 그의 조교를 꿈꾸고 있었다!

‘미친. 좆 될 뻔했네.’

차라리 오늘 기회가 생긴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참에 그가 먼저 조교를 한다면 유지경도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조교는 어떻게 하는 거지?’

서주환에게 그런 지식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 컴퓨터를 켜고 찾아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단 하자. 하 등급이라 다행이네.’

자신이 잘 하는 거라고 해봐야 섹스 아니겠는가. 전문 지식이 없다면 몇 번이고 절정하게 만드는 수밖에.

*

주인은 노예를 침대로 오르게 하지 않았다.

노예는 맨바닥에 등을 붙이고 다리를 벌렸다.

쮸걱쮸걱쮸걱쮸걱-!

굴곡위, 또는 교배 프레스.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리게 만들고, 위에서부터 내려찍듯 허리를 진퇴시켰다. 굵고 기다란 자지가 귀두 근처까지 나왔다가 뿌리 끝까지 폭력적으로 처박혔다.

철썩철썩철썩철썩!

“크윽!”

“흐윽! 아, 아흐으윽!”

울컥! 뷰륵! 꿀럭꿀럭꿀럭!

서주환 본인의 페티시가 적용된 행위이기 때문일까. 자궁을 밀어 올리듯 쑤셔진 자지가 정액을 미친 듯이 토해냈다.

이내 자지를 빼낸 그가 말했다.

“보지 벌려봐.”

“흐읏, 응, 하아. 네에, 주인니임…….”

유지경은 손으로 보지를 잡고 벌렸다. 그러자 안에 가득 싸지른 정액이 주르륵 끝도 없이 흘러나왔다. 네 번째 질내사정이었으니 당연했다.

그는 수성 매직으로 유지경의 배에다 정(正) 자의 4획을 추가하며 가늘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지친다.’

앞서 질내사정 외에도 두 번을 더 쌌으니 총 여섯 번을 사정했다. 아이템까지 사용했지만 지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5획은 완성시켜야지.’

채찍만 휘두르자니 심심해서 낚서플(Messy)을 시작한 건데, 막상 한자를 새기기 시작하자 획을 완성시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서주환은 유지경에게 침대 난간을 붙잡도록 명령했다. 그녀가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일어나 침대로 걸어갔다.

“흐으, 아응, 읏.”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보지에서 흘러나온 정액이 바닥에 툭툭 떨어졌다. 서주환은 그걸 꼬투리 삼아 매도해볼까 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더 할 필요도 없이 그녀는 노예로써 훌륭했음은 물론이고, 이미 크게 지쳐 있는 상태였다.

‘지경이가 몇 번을 갔더라?’

사실 여자가 간다는 개념은 남성만큼 명확하지 않다. 그래도 추측컨대 그가 네 번의 질내사정을 하는 동안 적어도 다섯 번 이상은 절정에 달한 듯했다. 이제 살짝 엉덩이만 때려줘도 몸을 바르르 떠는 수준이었다.

찰싹!

“흐악!”

이렇게 말이다.

털썩.

엉덩이를 맞은 유지경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미 여러 번 휘두른 채찍과 손바닥으로 유지경의 엉덩이는 새빨간 자국으로 가득했다.

물론, 행위가 끝난다면 금방 사라질 자국들이다.

‘아, 손바닥 자국은 아닌가? 흠. 뭐 별로 세게 때리지도 않았고.’

자고 일어나면 사라질 정도였다. 그에게 S기질이 있다고는 해도 과격하게 할 만큼 심취한 건 아니었으니. 오히려 유지경이 더 몰입해서 스스로 노예를 자처하고 있었다.

유지경은 이제 시키지도 않은 대사를 잘만 했다.

“아, 흣.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저를 벌해주세요.”

“…음, 음란한 너구리 년. 이런 간단한 명령도 듣지 못하나?”

당황스런 마음에 목소리가 떨렸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조교를 해야 된다는 생각에 내심 걱정이 있었는데, 유지경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오니까 하(下)등급 정도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으우, 죄송해여…….”

“그냥 엎드려 있어라. 노예한테는 바닥이 어울리지.”

말만 매도고 사실은 쉬게 해주려는 의도다. 그게 적절히 먹힌 건지, 유지경도 별다른 말없이 바닥에 엎드렸다.

서주환은 엎드린 유지경의 엉덩이를 잡고 벌렸다. 탱탱한 엉덩이 살이 일품이다. 그 사이로 자지를 비집듯 밀어 넣고 보지 구멍을 찾았다.

즈르르륵-

“흐으윽!”

넣기만 했는데 유지경은 비명처럼 신음을 토해냈다. 이미 수차례 절정을 맞이했던지라 몸이 민감한 것이다. 한 번은 서주환의 앞에서 자위까지 했었다.

찌봅찌봅찌봅!

“아읏, 아앙, 주인님 자지 너무 커…!”

“흐으. 너구리 엉덩이가 토실토실하네.”

서주환은 말에 대꾸하는 대신 감상을 말했다. 감상을 말할 수밖에 없는 엉덩이였다.

다만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었다.

“윽. 좁아서 움직이기 힘드네. 엉덩이 살짝 들어봐.”

유지경이 엉덩이를 들었으나 엎드린 상태에서는 여전히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서주환은 침대 위에 있는 베개를 가져와 유지경의 배 아래에 깔았다.

드디어 움직이기가 수월해졌다.

쮸봅쮸봅쮸봅쮸봅!

“흐으. 엄청 조이네.”

“흐아앙, 읏, 아앙, 주인님, 저 또…!”

“참아! 내가 쌀 때까지 가면 안 돼.”

“읏… 네엣… 아흑!”

아이템의 복종심 효과 때문인지 유지경은 아주 말을 잘 들었다. 이를 악물고 참으려는 듯 몸을 흠칫 거리며 허벅지를 꼬았다.

그럴 때마다 서주환은 유지경의 엉덩이를 찰싹였다. 너무 비좁아서 움직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 자세는 후배위와는 또 달라서 엉덩이 살의 압박감을 즐기는 맛이 있었다.

그렇게 사정감이 달아오를 때였다.

“흐읏, 읏, 아, 주인님, 저, 못 참… 흐아악, 아앙♡”

유지경이 먼저 절정했다.

서주환은 혀를 차며 옆에 놔둔 양초를 들었다. 의지를 일으키자 『음란 성자의 전도 양초』에 불이 저절로 붙었다. 양초는 순식간에 타오르며 물을 뚝뚝 흘렸는데, 신기하게도 초의 길이가 줄지 않았다.

“벌을 주마.”

그는 유지경의 등부터 엉덩이 골까지 촛농을 뚝뚝 떨어트렸다. 촛농이 한 방울 닿을 때마다 유지경이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흑, 히익, 자, 잘못했… 하윽!”

이 아이템은 복종심과 공포심을 부여하고, 촛농을 떨어트린 자리의 성감을 일시적으로 소폭 증가시킨다.

유지경은 두려운 듯, 흥분한 듯 몸을 떨었다.

“퉤.”

서주환은 그녀의 등에 살짝 침을 뱉고 손으로 촛농이 닿은 자리를 문질렀다. 『성스러운 손길』 활성화 한 채였다. 등골을 따라 엉덩이까지 내려오며 항문에 손가락 하나를 집어넣자 유지경이 몸을 덜덜 떨다가 다시 절정했다.

“아, 흐악, 흐야아아앙! 주, 주인니이잉!”

멀티 오르가즘에 가장 최적화 된 신체를 가진 게 바로 여성이다. 아니, 모든 동물 중에 여자 사람만이 가능하다고 했던 것도 같다.

서주환은 언젠가 주워들은 지식을 떠올리며 다시 자지를 움직였다. 슬슬 사정감이 올라왔다. 여전히 촛농을 떨어트리면서였다.

주르륵- 툭, 투둑.

서주환은 끝없이 흘러내리는 촛물로 유지경의 등골과 엉덩이에 글자를 새겼다. 마지막 획을 그음과 동시에 자지를 박아 넣고 사정했다.

울컥! 쭈우욱~ 뷰르륵.

등골에는 ‘음란 너구리’

엉덩이에는 ‘주인님 전용 보지♡’

서주환은 바들바들 떨고 있는 유지경에게서 자지를 빼냈다. 너구리가 헤실헤실 풀어진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주인… 니임♥”

서주환은 눈꼬리를 긁적였다.

‘너무 심했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조교율: 下+, 호감도: A]

[욕망 퀘스트,『너구리의 주인님』의 보상으로 50,000LP가 지급됩니다.]

[조교율과 호감도의 초과 달성으로 10,000LP가 추가 지급됩니다.]

[업적, 『채찍과 촛농을 든 사디스트(下)]를 달성하여 3,000LP가 지급됩니다.]

[페티시, 『Sado-masochism(中)』을 수집하여 5,000LP가 지급됩니다.]

어쨌든 이제, 밤중에 찾아와서 수갑으로 묶지는 않을 것 같았다.

*

SM 플레이 아이템은 행위가 끝나는 즉시 복종도를 비롯한 모든 효과가 사라진다.

서주환이 아이템을 정리하고 얼마 후, 유지경이 새빨갛게 물든 얼굴을 무릎 사이로 파묻었다. 쥐구멍이라도 찾는 모양새였다.

“아악! 미쳤나봐! 꺄아악!”

쪽팔림의 후폭풍을 실시간으로 겪는 모습이 상당히 볼만 하다. 서주환은 피식 웃으며 그녀를 놀렸다.

“시끄럽다, 노예야. 밤중에 민폐다.”

“누, 누가 노예야! 끝났는데 아직도…!”

“어쭈. 그렇게 주인님이라고 불러대더니. 아까 분명 ‘더 거칠게 박아주세요, 주인님’이라고도 했었지?”

“꺄악! 꺄아악! 하지 마!”

“하지뭬에~.”

“아, 오빠아!”

“어허. 주인님이라고 해야지.”

“아씨이!”

서주환은 낄낄거리며 그녀를 놀리다가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 씻게. 그대로 잘 건 아니지?”

“씨이이…….”

“눈 똑바로 안 떠? 확 진짜 다시 노예 시켜버릴까 보다.”

“…나쁜 놈.”

유지경은 꿍얼거리면서도 결국에는 손을 맞잡고 몸을 일으켰다. 한데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다시 털썩 주저앉고 만다. 그녀가 울상을 지었다.

“못 일어나겠어…….”

“으이그.”

“흐익?”

서주환은 그녀를 번쩍 들어올렸다. 왼손에 잡은 그녀의 엉덩이를 쪼물쪼물 주무르면서다.

“우리 너구리 엉덩이 토실토실하네.”

“아, 진짜… 나쁜 주인놈…….”

“푸흐흐. 끝났는데도 주인이라고 하는 거야?”

*

부글부글부글.

탕에 들어간 유지경은 얼굴을 들지 못하고 거품만 끓였다. 여자 마음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뭐가 부끄럽다고 그러는지.

서주환은 헤아리기를 포기하고 그녀의 가슴이나 만지작거렸다. 품에 안겨 있어서 만지기가 딱 좋았다.

문득 유지경이 꿍얼댔다.

“내가 주인님 하려고 했는데.”

“안 돼. 너는 노예가 어울려.”

“칫. 조교도 내가 하려고 했는데!”

서주환은 순간 조교라는 단어에 흠칫했다. 이 녀석 진짜로 자신을 조교하려고 했었구나 싶어서.

“야, 이, 조교는 무슨.”

“흥. 오빠는 했잖아. 막 자위도 하게 만들고, 보지 벌리라는 둥 말하고. 나쁜 새끼.”

“푸흐. 그래서, 너는 나한테 조교 된 거 같아?”

“가슴 만져도 가만히 있는 거 보면 모르냐… 주인님아.”

“뭐? 프흐, 푸하하하핳!”

“아, 웃지 말라고!”

서주환은 한참 낄낄거렸다. 지금까지 그렇게 떡을 쳤어도 이런 기색을 보인 적은 없었는데, 확실히 페티시 취향을 저격한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유지경이 품 안에서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다. 그녀가 짐짓 애교부리는 톤으로 말했다.

“주인니임~ 다음엔 제가 주인님 하면 안 돼요?”

“…너 그거 아직도 포기 안 했냐?”

서주환은 질린 얼굴로 바라봤다. 이거 아예 조교 등급을 중(中)까지 올렸어야 했나? 일부러 중간에 조절한 거였는데.

유지경이 그의 눈치를 보며 말을 흐렸다.

“아니, 뭐. 주인님이 싫다면 안 하겠지만…….”

“그럼 하지 마. 애초에 난 당하는 거 좋아하지도 않아. 오히려 싫어하지.”

“뭐? 거짓말!”

유지경이 말도 안 된다는 듯 말하며 뒤돌았다. 욕탕의 물이 흘러넘친다.

“지금까지 오빠도 좋아한 거 아니었어?”

“…뭔 헛소리야?”

“나는 좋아하니까 가만히 있던 건 줄 알았지. 여태 아무런 말도 없었으면서 갑자기 싫다니. 그런 게 어디 있어? 난 오빠가 좋아하는 줄 알고 공부한 건데!”

“그게 뭔…….”

서주환은 입을 다물었다. 할 말이 궁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제까지만 해도 전혀 거부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모두 S성향 페티시를 수집하기 위해서였으나, 시스템의 존재를 모르는 유지경의 입장에서는 그가 좋아해서 받아준 것이라고 착각할 만도 했다.

“싫으면서 왜 받아준 거야? 나도 싫다는 거 알았으면 억지로 하지는 않았을 텐데.”

“음… 넌 좋아하니까?”

“……어?”

유지경은 순간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어 다시 되물었다.

예상외의 말이라서? 아니, 오히려 내심 기대하고 있던 말이 그대로 나와서 당황해버렸다.

그녀는 똑바로 듣고도 귀를 의심했다. 이 오빠가 이런 말을 할 리가 없는데?

‘잘못 들은 건가?’

그러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자신을 품안에 단단히 끌어안은 그의 말이 귓가에 속삭이듯 들려왔다.

“당하는 건 싫은데, 너는 좋아해서 맞춰준 거라고.”

“지, 진짜?”

“응. 네가 좋아하는 것 가으니까 싫어도 힘 좀 내본 거지. 안 그럼 싫어하는 걸 왜 참았겠어?”

유지경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녀가 잘 열리지 않는 입술을 우물거린다.

“어, 그, 주인님, 아니, 오빠가 날 좋아한다고?”

“엉? 당연히 좋아하긴 하는데, 그건 갑자기 왜?”

“……응?”

유지경은 서주환의 태도에 이상함을 느꼈다. 말의 맥락이 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

‘이 오빠가 설마?’

그녀는 가늘게 뜬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오빠, 그러니까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내가 그 플레이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해줬다는 말이지?”

“아까부터 그렇게 말했는데?”

“…….”

유지경은 고개를 푹 숙였다. 조금 전 서주환이 말한 ‘넌 좋아하니까’의 이중적 의미를 이제야 깨달았다.

그녀는 시뻘게진 얼굴로 화를 꾹꾹 눌러 참고 마지막으로 질문했다.

“오빠, 혹시 지금 연애 할 생각 있어?”

“아니,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연애를 해? 적어도 졸업할 때까지는 안 할 것 같은데? 평생 안 할 지도 모르고.”

더없이 단호한 말에 유지경의 표정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그녀는 입매를 비틀다가 사납게 씨근덕거렸다.

“…끼.”

“응? 뭐라고?”

“…개새끼! 돼지새끼! 노예새끼! 평생 혼자 살다가 발기부전에 걸려서 차에 치여 죽을… 으붑!”

“야, 야 너 무슨 그런 섬뜩한 소리를!”

서주환은 기겁해서 유지경의 입을 다시 틀어막았다. 순간적으로 죽었을 당시가 떠올라서였다.

아니, 시발. 이 정도면 알고 욕하는 거 아니야? 짧은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돋고 팔뚝에는 닭살이 올라왔다.

‘루시, 루시야! 얘 무서워! 이거 뭐야!’

[…예지 능력이 있는 건 아닐까요? 어쩌면 시스템, 아니, 제가 고장 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서주환은 진득하게 입맞춤을 한 후에야 유지경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너굴아, 뭔진 몰라도 오빠가 미안하다. 화 풀어어~.”

“…모르는 거 맞냐고.”

“응?”

“아니야, 아무것도.”

유지경은 부루퉁한 표정으로 혼자 꿍얼댔다.

‘이 오빠 알면서 선 긋는 거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그건 그것대로 짜증이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화가 나는 건.

“못된 주인 놈…….”

짜증나고, 화가 나도, 싫어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뽀그르르르.

심란한 마음처럼 기포가 방울방울 터졌다.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