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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이번 화가 올라간 00:00 을 기준으로 이벤트를 마감하겠습니다.
122편에 달린 댓글만 참여로 인정되며 시간을 넘긴 다음 달리 댓글은 안타깝지만 제외하고 뽑도록 하겠습니다.
당첨 되신 분들은 다음 화 후기에서 명단을 적겠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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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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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만 부탁드려요 :D
건방진 너구리는
유지경의 실수로 주인님 놀이는 소강상태를 맞이했다. 안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플레이였는데, 한 번 몰입감이 깨지니까 도저히 다시 이어갈 수가 없었다.
현재 실각한 주인님은 노예였던 남자의 품안에서 쪼물쪼물 형벌을 당하는 중이었다.
쪼몰락쪼몰락.
그는 연신 유지경의 가슴을 주무르면서 명백히 놀리는 어조로 말했다.
“어우, 부드러워. 우리 주인님 가슴 말랑말랑해서 이 노예가 힐링이 됩니다요. 목 막혔던 게 싹 낫네, 아주.”
“…….”
서주환은 말없이 있는 유지경을 힐끔 내려다봤다. 그녀는 시무룩한 건지, 불만인 건지, 울상을 지은 채 부루퉁히 입술을 내밀고 있었다. 아무래도 둘 다인 듯했다.
‘이 얼굴은?’
괴롭히고 싶은 얼굴이다.
그럼 괴롭혀야지.
“요게 삐죽이기는.”
검지와 엄지로 입술을 꼬집어줬다.
유지경이 발작했다.
“아앙, 아파아!”
“아프라고 꼬집은 거다, 이년아.”
“씨이.”
“어쭈. 입술 안 집어넣어?”
유지경은 반항적인 태도로 고개를 돌려서 그를 노려봤다. 실수가 있었다지만 플레이가 중간에 끊긴 게 분했기 때문이다. 평소에 입지도 않던 가터벨트는 물론 수갑과 아이스크림이라는 소도구까지 준비해 왔으니 분할 만도 했다.
하지만 그건 순전히 유지경의 입장이고, 서주환은 뭘 보냐는 듯 코웃음 치며 입술 대신 유두를 꼬집었다.
꼬집!
유지경이 또 발작했다.
“아프다고!”
“어쩌라고.”
“이 돼지새끼! 글싸개새끼! 노예새끼! 바람둥이새끼! 성욕 개돼지… 으붑!? 부으읍!”
손으로 입을 막았다.
“요게 지가 잘못해놓고 욕 하기는. 뭘 잘했다고, 이년아.”
“부으으으웁!”
“예쁜 표정 지어봐. 그럼 풀어줄게.”
“으우웁! 브에에~ 스릅스릅~.”
손이 축축해졌다. 유지경이 혀를 내밀어 손바닥을 핥은 것이다.
서주환은 간지러움에 손을 털었다.
“으억! 으하학! 야, 누가 핥으래!”
“숨 막혀, 노예새끼야!”
“누가 노예야, 인마. 끝난 지가 언젠데. 계속 한참 오빠한테 새끼새끼 거릴래?”
콩! 머리를 쥐어박아줬다.
살살 때려서 아프지도 않은 텐데, 유지경은 머리를 부여잡고선 울상을 지으며 투덜거렸다.
“씨이. 내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럼 똑바로 했어야지.”
서주환은 피식 웃으며 그녀를 놀렸다. 아무리 분해봤자 어쩌겠는가. 이제 페티시 수집을 포기한 이상 더 받아줄 생각도 없었다.
그때 유지경이 중얼거렸다.
“다음엔 꼭…….”
“…….”
서주환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이거, 이대로 두면 큰일 나겠구나’ 싶은 얼굴이 이곳에 있었다. 다음엔 수갑이 아니라 밧줄로 묶고 채찍을 후려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오늘 실패를 발판 삼아 더 철저하게 준비해오겠지. 자는 중에 몰래 들어오면 저항도 못할 것이다.
서주환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아서 고개를 털었다. 이거 도어락 비밀번호를 당장 바꿔야 하나?
‘당하는 건 더 이상 사양이야.’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생각났다.
서주환은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그냥 오늘 해버리자.’
나중에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꾸물거릴 시간이 없는 듯했다.
서주환은 유지경의 뱃살을 움켜쥐며 불렀다.
“지경아.”
“아, 거기 잡지 말라고! 이제 별로 있지도 않은데 왜 잡는…”
“우리 다시 할까?”
“…어? 정말?”
유지경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좀 전에는 그만하자면서? 그리고 음… 솔직히 나도 지금은 다시 잘 할 자신 없는데.”
“그게 아니라, 역할 바꿔서 해보자고.”
“…바꿔서?”
“응. 아까 분명 내가 원하는 거 다 들어준다고 했지?”
SM 플레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답은 받아냈었다. 유지경은 예상 못했다는 듯 입을 벌렸다. 누가 봐도 낭패한 표정이었다.
“그게 역할 바꾸려고 한 말이었어?”
“그럼 무슨 뜻인 줄 알았는데?”
“난 오빠가 당하고 싶은 플레이가 있나 했지…….”
서주환은 황당한 표정을 짓고 유지경을 내려다봤다. 어째 기쁘다는 듯 고개를 마구 끄덕거리더라니 괴상한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됐고, 이제부터 네가 노예다, 이년아.”
“씨이. 난 주인님이 좋은데.”
“암. 옳게 된 노예는 주인님을 좋아해야지.”
“뭐래! 내가 주인님인 게 좋다고!”
“닥쳐라, 이년! 지금부터 벌을 줄 테니까 각오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어쭈?”
“아니, 조금 잘못하긴 했지만.”
“조금?”
“…쪼금 많이?”
“조금이면 조금이고 많이면 많이지. 조금 많이가 어디 있어? 혼날래?”
이게 단어를 만들어내네.
교육이 필요한 노예로다.
*
서주환은 짐짓 옷장 안에서 물건 꺼내는 시늉을 하며 아이템을 불러냈다. 채찍과 양초, 수갑이 옷장 안에서 주렁주렁 딸려 나왔다.
물건을 본 유지경이 기겁을 했다.
“뭐, 뭐야, 그게!”
“우리 노예 행복하게 만들어줄 물건.”
“오빠, 돌아버린 거야? 행복이랑 불행 구분 못해? 작가 어휘 능력이 왜 그따위야?”
서주환은 표정을 구겼다. 빠직, 하고 혈관이 돋아나는 착각이 느껴졌다. 이게 만화였으면 분명 푸른색 십자혈관이 이마 위로 또렷하게 돋아났을 것이다.
‘얘가 오늘따라 왜 이리 까불지.’
생각해 보니 오늘이 아니라 요즘인 듯했다. 최근 원하는 플레이를 다 받아줬더니 묘하게 버릇이 없어졌다.
“이 시건방진 너구리 년.”
버릇없는 너구리는 교육을 해줘야지.
그는 벌써 주인님 역할에 몰입하고 있었다. 당하는 입장일 때는 죽어도 안 되던 게 유지경 괴롭힐 생각을 하니 벌써 아랫도리가 빳빳하게 솟아올랐다.
그를 본 유지경은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오른손에는 채찍을, 왼손에는 양초를 들고, 빳빳하게 일어선 좆에는 수갑을 대롱대롱 매단 미친놈이 나체로 다가오는 모습을 본다면 누구라도 도망갈 게 분명했다.
“오빠, 진짜 하려고? 아니, 내가 약속 했으니까 하긴 할 건데, 좀 무섭거든? 응?”
서주환은 일부러 야비하게 입매를 올리며 말했다.
“오빠가 아니라 주인님.”
“아, 쪼옴! 채찍이랑 초 무섭다고!”
유지경은 진짜로 무서워져서 소리 질렀다. 차라리 수갑을 차고 말지 채찍과 초는 어디서 튀어나온 거란 말인가. 왜 저런 물건을 갖고 있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저 오빠 표정은 또 왜 저래!’
뒷걸음질을 치다보니 어느새 침대가 턱 하고 걸렸다. 유지경은 침대에 털썩 쓰러지듯 앉았다.
저벅. 저벅.
서주환이 느릿느릿 다가오고 있었다. 야비하게 올라간 입매가 소름 돋게 징그러웠다. 잘생긴 얼굴도 징그러워 보일 수 있음을 유지경은 지금 깨달았다.
참다못한 그녀가 빽 소리를 질렀다.
“표정! 이씨! 야! 표정 무섭다고오! 오빠! 으, 흑, 으아앙~!”
울음소리가 터졌다.
서주환은 기겁해서 아이템을 죄다 땅에 던져버리고 허둥지둥 댔다.
“어, 야. 지, 지경아, 나 그냥 장난 친 거야, 장난!”
“흐어어엉~!”
“지, 지경아? 나 봐봐 진짜 장난이었다니까? 야, 사람들 다 쫓아오겠다!”
서주환은 유지경을 달래면서 괜히 주위를 돌아봤다. 새벽에 여자 울음소리가 터졌는데 이거 누가 찾아오거나 신고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서럽게 우는 유지경을 그는 품안에 단단히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내가 장난이 너무 심했다. 미안해, 지경아.”
“흐끅, 흑, 흐윽. 그럼 이제 안 할 거지?”
“당연…”
…하지라고 대답하려는 순간 서주환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서럽게 우는 것치고는 유지경이 기댄 어깨에서 물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혹시나 싶어 슬쩍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곁눈질로 올려다보고 있는 그녀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
“…….”
“흐어엉…”
“닥쳐, 너구리.”
“…네.”
상태창을 확인 보니까 『내숭』 의 재능 등급이 C+로 올라가 있었다.
품안의 너구리가 눈치를 보다가 슬며시 말을 꺼냈다.
“오빠, 저기, 초랑 채찍은 진짜 무서운데…….”
“괜찮아.”
“안 괜찮을 것 같은데.”
“괜찮아.”
“…네.”
오늘 진짜 너구리 한 마리 잡아야겠다.
*
암만 화가 났어도 아무런 설명도 없이 진행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사전 설명과 합의 없이 한다면 그건 SM 플레이가 아니라 성폭력이고 성고문에 불과했으니까.
서주환은 시작하기에 앞서 채찍과 양초, 수갑에 대해 설명해주기로 했다. 물론 설명은 몸으로다. 입 아프게 말하기보단 실제로 겪는 게 빨랐다. 그는 채찍을 유지경의 허벅지에 살짝 휘둘렀다.
찰싹!
“아야…! 가 아니네?”
채찍을 맞은 유지경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맞은 부위가 전혀 아프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노타우르스의 꼬리 채찍】
▶ 효과1: 채찍을 휘둘러 타격 시 상대가 가장 기분 좋게 느낄만한 고통을 준다. 고통의 강도는 상대가 원하는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 효과2: 성행위가 이어지는 동안 미약한 복종심을 유발한다.
※ 아무리 세게 때려도 영구적인 상처를 남기지 않으며, 채찍질로 붉어진 피부 또한 성행위가 끝나는 즉시 사라진다.
아프지 않기를 바랐으니 당연했다. 아이템제 채찍은 피가학자가 원하는 만큼의 고통만 준다. 상처를 남기지도 않으니 이보다 안전한 채찍이 없었다.
【음란 성녀의 은밀한 애착 수갑】
▶ 효과1: 구속되어 있는 동안 성감이 소폭 증가한다.
▶ 효과2: 수갑을 차고 있는 동안 미약한 복종심을 심어준다.
※ 아무리 세게 구속하더라도 구속 부위에 상처가 생기지 않는다.
【음란 성자의 전도 양초】
▶ 효과1: 촛농을 떨어트린 부위의 성감대가 일시적으로 소폭 증가한다.
▶ 효과2: 촛농을 떨어트림으로써 미약한 복종심과 공포심을 부여한다.
※ 촛농으로 인한 고통은 없으며 대상자에게 정신적, 신체적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다.
당연히 수갑과 양초 또한 마찬가지다.
수갑을 찬 유지경은 세게 구속했음에도 멀쩡한 손목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러다 기습적으로 떨어트린 촛농에 기겁을 했지만, 그마저도 살짝 뜨거운 느낌만 들었을 뿐 고통은 없었다. 굳은 촛농을 떼어내니 피부도 멀쩡했다.
“와, 이거 엄청 신기하다!”
유지경이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SM 소품이 원래 이렇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몸으로 겪으니까 더욱 신기했다.
서주환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제 안 아픈 건 알겠지?”
“응. 그런데 이거 하나도 안 아프니까 긴장감이 좀 없을 것 같은데?”
“괜찮아. 대신 분위기를 잡을 거거든.”
“분위기?”
“좀 위협적으로 말할 거야. 너도 괜히 웃지 말고 장단 잘 맞춰줘야 해. 안 그러면 아까 꼴 난다.”
“알았어. 그런데 오빠가 잘 할 수 있지 모르겠다. 그거 은근히 어렵더라.”
유지경은 자신이 연기했을 때를 떠올리며 얼굴을 붉혔다. 다시 생각하니까 정말 어색하고 민망해서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서주환은 그녀를 보며 묘한 표정으로 웃었다.
‘글쎄. 나도 연기는 별로 자신 없지만…….’
대신 그는 자신의 생김새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최근 들어 외모에 변화가 있고 난 후 특히 거울을 자주 확인해서 더욱 그랬다.
서주환은 새삼 자신의 얼굴을 한 차례 쓸어보았다.
‘옛날엔 야비하고 싸가지 없게 생겼다는 말을 꽤 들었었지.’
그는 전생부터 최근까지도 째진 눈이 콤플렉스였다.
이목구비는 선이 굵어서 제법 남자다운 맛이 있는데, 눈매가 째지고 동공은 흰자위가 많이 보이는 삼백안이어서 오해를 많이 사고 다녔었다. 덕분에 학창 시절에는 일진들한테 찍혀서 꽤나 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일부러 웃고 다니는 습관을 만들었을 정도였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물론 지금은 『얼굴 개연성(B)』 아이템 덕분에 야비한 기색이 사라졌지만…….
‘무표정하면 내가 봐도 꽤 무섭단 말이지.’
여전히 의식적으로 웃고 다녀야 할 팔자인 듯했다.
“지경아, 시작할까?”
“알았어, 오빠.”
“그게 아니지.”
“응?”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한 유지경의 고개가 기울어진다.
서주환은 얼굴에서 천천히 표정을 없앴다. 다만 한일자로 굳게 다물렸던 입매 한쪽만이 비틀려 올라갔다.
“주인님이라고 불러라, 노예 년아.”
…딸꾹.
유지경은 대답하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였다. 놀란 마음에 갑자기 딸꾹질이 나왔다.
그녀는 침을 꼴깍 삼키고 조심스레 서주환을 불러보았다.
“오, 오빠?”
입을 떼기 무섭게 그의 손이 움직였다.
쐐액- 철써억!
다리 옆을 스치고 날아든 채찍이 방바닥을 후려쳤다. 조금 전에 살짝 휘둘렀을 때와는 전혀 다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 주인님…….”
웃음기를 싹 지운 그의 무표정한 눈매가 유독 날카롭고 차갑게 느껴진다. 항상 실없는 농담이나 하면서 웃던 평소와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서주환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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