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121화 (12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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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유지경의 페티시는 마조히즘이 아닙니다.

가학과 피가학의 성향을 모두 갖고 있는 새도마조히즘(Sado-masochism)이죠.

새디즘을 서서히 각성하는 유지경... 상태가 심화되면 서주환의 낭심에 정조대를 채워버릴지도?

하지만 서주환은 마도히즘 성향이 없다는 점.

오히려...

그나저나 여자가 골반을 잘 쓰면 그렇게 섹시할 수가 없더군요.

아 물론 야동 얘깁니다.

*

하루가 지나면 눈 상태가 좀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인중까지 뭐가 나서 따갑고 쓰라리네요...

내일은 피부과와 안과를 모두 가봐야겠습니다.

독자님들은 모두 건강하시길

*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만 꾹 눌러주세요 :D

건방진 너구리는

유지경은 이틀 연속으로 서주환과 관계를 가지며 종종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가 힘없이 늘어질 때나 제 손에 휘둘려 한계 이상으로 정액을 뿜어낼 때마다 가슴어림이 간질거렸던 것이다. 성행위로 인한 오르가즘과는 또 다른 쾌감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신의 계획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인 줄 알았다. 실제로도 영상을 보고 지식으로만 쌓았던 것이 실전에서 통하자 신이 났으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오르가즘과도 같은 그 쾌감은 서주환의 자지를 제 뜻대로 다루고, 섹스를 통해 그를 자신의 생각대로 휘두르는 것에서 오는 쾌감이었다.

그 사실을 인지한 것은 여느 때처럼 SEXUAL CLASS에서 여러 가지 성행위 지식을 탐구하고 있을 때였다.

“이건 뭔데 22금이지?”

얼마나 수위가 높기에 19금도 아닌 22금인 것일까.

유지경은 호기심에 영상을 클릭했다.

그리고 신세계가 눈앞에 떠올랐다.

“으와아……. 힉, 이런 걸… 히익. 미쳐따… 꼴깍.”

본디지(bondage), 구속(Stocks), 스팽(spank), 밟기(Trampling), 수치(Shame), 블라인드(Blind), 푸드(Food).

그 외에도 수십 가지 SM플레이의 향연이 펼쳐졌다.

유지경은 연신 침을 꼴깍거리며 그를 지켜보다가 한 가지 발상을 떠올린다.

‘오빠를 조금씩 조교시키면…….’

자신이 아닌 이상 살 수, 아니, 쌀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버리면 몇 년이나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게 아닐까?

“…흐흫♡”

유지경의 입매가 삐뚜름한 호선을 그렸다.

*

“으아. 끝났다.”

서주환은 글을 다 쓰고 침대에 털썩 누웠다. 집중의 축복을 사용하면 머리가 혹사당하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축복이 끝나는 순간 피로감이 확 몰려왔다.

“곧 완결 칠 수 있겠다.”

회귀 후 처음으로 쓰기 시작한 『빙의사부는 무림공적』의 분량이 벌써 400화를 넘어갔다. 2월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으니 한 달에 130화 이상을 써낸 것이다. 하루 쓰고 하루 벌어먹기 바빴던 이전에 비하면 상상도 못할 속도였다. 불과 세 달 만에 장편 소설을 완결 내다니.

“오히려 생각보다 길어졌지.”

서주환은 새삼스러운 기분이 들어 픽 웃음을 흘렸다.

『빙의사부는 무림공적』은 이전 생에서 완결내지 못한 작품을 리메이크하여 쓰는 것이었는데, 본래는 최대 300화로 완결을 기획한 글이었다. 그랬던 것이 이번 생에 들어 발전한 재능과 특수능력의 영향을 받아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다.

놀라운 점은 글이 길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연독률이 상당히 높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도중 계속해서 발전한 재능 덕분이었다.

본래 서주환이 가지고 있던 『글쓰기』 재능의 잠재등급은 B+, 그리고 현재등급은 C+였다. 그러나 지금은 현재등급이 B+였고, 잠재등급은 A+로 상승했다.

재능의 상승이 글에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댓글에는 점점 발전하는 필력을 칭찬하는 독자가 많았다.

- 이 정도 장편이면 늘어질 만도 한데 어케 뒤로 갈수록 더 재밌냐ㅋㅋㅋ

└ ㄹㅇ발전형 작가임

└ 초반에 하차한 사람들 ㅈㄴ불쌍함ㅋㅋㅋ

- 솔직히 초반에는 그냥저냥 평작 수준이었는데 중반에서 꿀잼되더니 후반은 더 재밌어짐

└ ㄹㅇ이래서 처음에 연참 빨로 순위 먹었다고 욕하던 사람들 지금 다 입꾹닫 하고 있잖음

└ 지금 ㅈㄴ재밌긴 한데 솔직히 초반은 연참 빨이 맞았지

└ 꼬우면 지들도 연참 하라고 아 ㅋㅋㅋㅋㅋ

- 서환 작가가 ㄹㅇ발전형인 게 지금 습작된 전작들 생각하면 진짜 같은 사람이 쓴 거 맞나 싶음

└ 아 그거ㅋㅋㅋㅋ 무림색황은 좀 심했었지ㅋㅋ;;

└ ㅁㅊ동일 작가였음?

서주환은 댓글을 보며 미묘한 표정으로 웃었다.

댓글에서 말한 것처럼 『빙의사부는 무림공적』은 처음부터 호평을 받은 게 아니었다. 취향이 맞는 사람들은 수작이라고 했지만, 아닌 사람들은 평작 수준인데 왜 빨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연히 대작이라는 말은 전무했고, 순위권에 든 것 또한 연참 빨이 큰 게 맞았다.

하지만 『글쓰기』재능의 등급이 올라감에 따라 평은 점점 달라졌다. 최근에 와서는 완결에 가까워질수록 잘 쓴다며 후반부만큼은 대작 취급을 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슬슬 다음 소재 생각해야 되는데… 현대물 마렵네.”

현대물은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장르다. 그 개인적으로 무협만큼이나 난이도가 높은 장르라는 생각에서였다. 아니, 어쩌면 무협보다 난이도가 높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무협은 무림이라는 가상의 배경에서 진행되지만, 현대물은 익숙한 배경인 만큼 사람들의 평가 하나하나가 더욱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더불어 현대 배경에 전문가 소재를 추가한다면 난이도는 더욱 급상승한다.

그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차기작의 소재를 생각하다가 힐끗 방문 밖을 바라봤다. 슬슬 한 사람이 찾아올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오려나?”

그가 떠올린 사람은 유지경이다.

다시 관계를 맺은 이후, 유지경은 가능하면 하루에 한 번,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집으로 찾아왔다.

“얘가 요즘 너무 자주 오는데.”

물론 유지경이 집에 오는 게 싫은 건 아니다.

최근 살이 몰라보게 빠진 그녀는 얼마 없는 출콘과 남학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여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런 예쁜 여자가 자발적으로 섹스를 하자며 찾아오는 데 기뻤으면 기뻤지 싫을 리가 없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서주환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유지경과의 섹스를 떠올렸다.

‘얘가 요즘 점점 과격해진단 말이야.’

뭘 보고 배운 건지 섹스를 하는 방식이 나날이 과격해지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첫날에는 단순히 진득한 애무를 한다거나 허리놀림 등의 기술을 쓰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달라졌다.

행위 중 은근슬쩍 자신의 어깨나 목덜미를 깨무는 빈도가 잦아졌던 것이다. 그나마 깨무는 건 귀여웠다. 사흘 전에는 유두를 꼬집는가 하더니 이틀 전에는 전립선 마사지라면서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바람에 기겁을 했었다.

루시가 악의 없이 딴죽을 걸었다.

[기분 좋으셨잖아요?]

‘아니, 뭐… 그야 기분은 좋았는데.’

전립선 마사지라는 게 그냥 하는 말은 아니었는지 분명 기분이 좋기는 했다. 아니, 솔직히 엄청 좋았다. 못 참고 사정하니까 정액이 무슨 오줌처럼 나오더라. 사실 그 이전에 충분히 애무를 받아서 아프지도 않았고.

하지만 서주환은 항변했다.

“기분은 좋았지만, 그래도. 애무는 몰라도 뭔가 뒤로 들어오는 건 남자로써 좀 그래!”

하물며 기습적으로 당하는 입장이 되니까 ‘시발 내가 졸지에 후장을 따이는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들어온 게 유지경의 가느다란 손가락이라는 걸 알고 얼마나 안심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걸로 끝난 것도 아니잖아?”

바로 어제는 은근히 매도하는 말을 하면서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때리더라.

“얘가 역시 사디즘에 눈을 뜨고 있는 거 같은데…….”

유지경의 페티시 중 하나는 가학과 피가학의 성향을 모두 갖고 있는 ‘새도마조히즘(Sado-masochism)’이었으니 가능성은 충분했다. 아직 정도가 심하진 않지만 이대로 두면 분명 훨씬 하드한 플레이를 하려 들 터였다.

루시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왜 그냥 두시는 건가요? 싫다면 충분히 거부할 수 있을 텐데.]

그 말대로였다.

유지경이 가학 행위를 할 수 있는 건 서주환이 별다른 저항 없이 받아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SM은 어디까지나 상호간에 합의가 있어야 할 수 있는 플레이었으니까.

[흐음. 주인님에게 마조 성향은 없는 데 말이죠.]

“응? 그런 걸 알 수 있어?”

서주환이 루시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 상태창을 열어도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자신의 성적 취향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루시는 뭔가 알고 있는 게 아닐까?

그의 질문에 루시가 의미심장한 어조로 답한다.

[정말 알고 싶으세요? 주인님께선 상당히 변태기질이 다분하셔서 페티시 종류가 꽤 다양한데요. 어쩌면 스스로를 환멸하게 될지도 모른답니다.]

“…나 그렇게 변태 새끼야?”

그러고 보니 떠오르는 게 몇 가지 있다.

정소라와 행정반에서 했을 때라던가 임수희와 헬스장 사무실에서 했을 때, 평소보다 훨씬 큰 흥분을 느꼈다.

민가희의 F컵 젖가슴 파이즈리 펠라는 또 어떤가. 다시 생각해도 은혜로운 거유다.

최미화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볼 때도 무척 흥분했었지. 단정했을 때보다 흐트러져서 울먹이는 게 더 예뻐 보였다.

솔직히, 정하연에게 아이템을 사용했을 때는 정복욕도 느꼈었다. 차갑고 사나운 인상의 냉미녀가 제 손짓을 따라 자지러지고 신음하는 건 엄청난 흥분을 불러왔다.

서주환은 고개를 털었다.

“아니, 그건 남자라면 다 흥분할만한 거 아닌가?”

그 상황에서 안 꼴리는 남자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그가 속으로 부르짖자 루시가 쿡쿡 웃으며 답한다.

[농담이랍니다. 주인님께 마조 성향이 없다는 건 지금까지 지켜보고 판단한 것에 불과해요.]

“…농담이 많이 늘었네.”

서주환이 인상을 찡그리며 투덜거렸다. 루시는 레벨이 오른 뒤 감정이 풍부해지는가 싶더니 간혹 이런 식으로 장난을 걸어왔다. 덕분에 혼자 있을 때도 심심하지 않다는 게 장점일까.

“그럼 루시도 내가 어떤 페티시를 가졌는지 모르는 거야?”

[짐작 가는 건 몇 가지 있지만 정확히는 몰라요. 저를 만든 러스트님께서는 굳이 주인님 본인의 페티시를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셨나 보거든요. 스스로 찾아가는 재미도 있을 거라나요?]

“흐음. 그런가. 별로 상관은 없지만 좀 아쉽네.”

[차라리 좋게 생각하시는 게 어떤가요?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페티시는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으니까요.]

“아… 그런 거 말이지.”

서주환은 떠오르는 게 있어 쓰게 웃었다. 회귀하고 얼마 되지 않아 잡았던 범죄자의 페티시가 떠오른 것이다. 세상에는 사지절단이나 강간, 살인과 같은 흉악한 페티시도 존재한다. 루시의 말대로 그런 페티시라면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것이다. 호기심에라도 흥미를 가지는 순간 인생이 뒤틀리겠지.

[그래서 주인님?]

“응?”

[결국 유지경의 플레이를 받아주는 이유는 뭔가요?]

“아, 그거. 별 이유 아니야. 포인트 좀 모으려고. 레벨 오르고 쓸 데가 많아졌잖아.”

욕망 시스템의 레벨이 3으로 오른 후 포인트의 소모도가 증가했다. 아이템을 하루에 두 번씩 뽑을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것만 해도 한 달이면 6만LP가 소모된다. 또 『헬창의 축복』은 좀 비싸던가. 하루에 무려 2천LP가 들어갔다.

‘사실 그것도 집중의 축복에 비하면 싼 거지만.’

『집중의 축복』은 1분에 10LP가 소모된다. 하루 온종일 사용하면 무려 14,400LP란 소리다. 물론 시간 단위로 끊어 쓰니까 그렇게까지 소모되지는 않지만.

어쨌든 쓸 곳이 많아지니까 달에 지속적으로 소모되는 LP만 10만을 넘어가는 추세다. 미리 모아둔 포인트가 넉넉해서 아직까진 걱정 없었지만 슬슬 관리를 해야 될 때였다.

“마침 지경이 페티시가 새디즘이랑 마조히즘 양쪽으로 다 가능하니까 둘 다 수집해야지.”

점점 과격해지고 있는 유지경의 행동을 받아주고 있는 이유였다. 실제로도 요 며칠 간 관련 업적 달성으로 포인트를 꽤 얻었다.

참고로 고통 기호증(Algophilia)과 수면 기호증(Somnophilia)은 일전에 수집을 마쳤다. 이제 가학과 피가학 성애만 수집하면 된다. 낌새를 보아 슬슬 달성할 수 있을 듯했다.

‘하드해지기 전에 그만 둬야지.’

적당한 수준에서 조절하지 못한다면 성향 상 하드한 플레이가 시작 될 지도 모른다. 아무리 포인트 수급을 위해서라지만 진성 M이 될 생각은 없었으므로 일정 수준을 넘어가도 수집이 안 될 경우 S성향 수집은 포기할 생각이었다.

그때 책상에 둔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우웅-!

“지경이네?”

유지경에게서 온 까톡이었다.

- 유지경: 오빠 나 오늘은 알바 마감까지 해야 돼서 늦게 끝날 것 같아

- 나: 데리러 갈까?

- 유지경: 괜찮앜ㅋㅋㅋㅋ 그보다 오늘 글 다 썼어? 약속했던 5연참은?

- 나: 당연히 했지.

- 유지경: 굿굿 잘했어 약속했던 대로 상 줄게ㅎㅎ

“상? 아, 그런 게 있었지.”

오늘 낮, 유지경은 뜬금없이 5연참을 하라고 하더니 성공하면 상을 준다고 약속했는데, 모아둔 비축분도 충분하고, 어차피 글도 막바지에 다다라 스퍼트를 올리고 있었기에 별 생각 없이 수락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그것조차도 일종의 플레이였나 보다. 분명 SM플레이에 ‘미션’과 ‘징계’라는 플레이가 있었던 걸로 안다.

‘생각해보니까 실패하면 벌도 준다고 했었던 거 같은데…….’

귀담아 듣지 않아서 몰랐는데 대체 무슨 벌을 줄 생각이었던 걸까.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유지경이 다시 까톡을 보내왔다.

- 유지경: 오빠 오늘은 일찍 자고 있어야 돼!

- 나: ㅇㅇ? 왜?

- 유지경: 오빠 자고 있을 때 몰래 덮치려고ㅎㅎ

- 유지경: 안대 씌워놓고 엄청 해야지♡

서주환은 헛웃음을 흘렸다.

“오늘은 그런 플레인가?”

이 정도면 확실히 페티시를 달성할 수 있을 듯했다.

“…그런데 되게 기분 묘하네.”

여자한테 이런 까톡을 받는 날이 오다니. 심지어 그 대상이 전생에 유일한 친구라고 여겼던 유지경일 줄은 몰랐다.

- 유지경: 알았지?

- 나: ㅇㅇㅋㅋㅋ. 알았으니까 네 마음대로 해.

- 유지경: ㅋㅋㅋㅋㅋㅋ진짜지? 오늘은 진짜 내 마음대로 해버려야겠당♡

- 나: 적당히 해라;;

“푸흐. 오늘은 우리 너구리 양 말대로 빨리 자볼까.”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몸을 뉘였다.

*

그리고 새벽.

“으윽?!”

철그럭! 철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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