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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118화 (118/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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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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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만 부탁드려요 :D

요망한 너구리

너구리 꼬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손 안에 쥐여진 것은 유지경의 가슴이었다.

서주환은 손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무심코 감탄성을 흘렸다.

“오…….”

“이 미친 오빠가? 뭐가 오야!”

“어잇. 미안, 지경아. 내가 왜 네 가슴을 잡고 있지?”

“미안하면 손 좀 떼. 왜 계속 주물럭거려?”

“어우야. 이거 내가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다? 손이 맘대로 그런 거야.”

“이 오빠가 아프더니 나사가 하나 빠졌나.”

그리 타박하면서도 손을 쳐내지 않는 게 의아했지만, 난데없이 가슴을 주무른 건 분명 잘못된 행동이다.

서주환은 아쉬운 마음으로 유지경의 가슴에서 손을 회수했다.

그나저나 유지경이 왜 여기에 있을까? 그는 의문어린 시선을 그녀에게 보냈다.

“지경이 네가 왜 여기 있어?”

“당연히 오빠 걱정 돼서 왔지. 오늘 학교에서 상태 안 좋았잖아.”

걱정돼서 오는 게 당연하다니. 좀 감동이었다. 생각해 보면 유지경은 회귀 전에도 잔병치례가 많은 그를 꽤 걱정하곤 했다. 그녀는 은근히 잔정이 많았다.

옛날 생각이 떠올라서일까.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맺힌다. 서주환은 웃는 얼굴로 감사함을 표했다.

“너밖에 없다, 지경아. 고마워.”

“…이 오빠가 오늘따라 왜 이래?”

갑작스런 감사인사에 당황한 듯 어색한 표정이다.

“걱정된다고 집까지 찾아와줬는데 당연히 고맙지. 아, 그런데 알바는 어쩌고 왔어?”

“이미 끝났거든요. 집에 가는 길에 들른 거야.”

말을 들어보니 벌써 밤이었다. 아주 죽은 듯이 잤었구나. 그런 서주환을 보며 유지경이 불쑥 묻는다.

“그래서 어때?”

“응?”

“몸은 좀 어떠냐고.”

그 말에 서주환은 새삼 몸 상태를 점검했다. 목도 한 바퀴, 어깨도 한 바퀴.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던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음. 다 나은 거 같은데?”

빈말이 아니라, 한숨 자고 일어났다고 하루 종일 무거웠던 몸이 쌩쌩해졌다. 두통은 물론 기침도 완전히 가라앉은 것이다. 병원에서 지어 온 약과 아이템의 수면제가 효과를 톡톡히 발휘한 듯했다.

유지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안심이라는 듯 미소 지었다.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해 보여서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그때 꼬르륵! 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서주환의 눈이 소리의 근원지를 향했다. 이전보다 훨씬 홀쭉해진 유지경의 배였다.

“배 많이 고파? 뭐 좀 시켜 먹을까?”

“오, 오빠 배에서 난 소리거든?!”

“응? 분명 네 배에서…”

“오빠라니까? 아프다고 하루 종일 누워 있었는데 당연히 배고프겠지.”

“그런가?”

“그런 거야.”

그렇다고 하는데 넘어가주지 뭐.

서주환은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가 난 곳은 분명 유지경의 배였지만, 그걸 굳이 따져서 무안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사실 그도 배가 고프기는 마찬가지였고.

“어쨌든 뭐 좀 먹자. 여기까지 왔는데 지경이 너도 같이 먹고 가.”

“그럴까? 으음. 아니, 역시 난 됐어. 다이어트 중이거든.”

유지경은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약 한 달간의 다이어트를 통해 드디어 몸무게 앞자리가 4로 바뀐 참이다. 다시 살이 찌기는 싫었다.

서주환은 새삼 살이 빠진 유지경을 보고 혀를 찼다. 확실히 포동포동했던 얼굴이 갸름해지고 예뻐졌지만, 굶어서 뺐기 때문인지 얼굴에 영 기운이 없어 보였던 것이다. 어린 녀석이 운동은 안 하고 굶어서 빼기는. 서른셋의 고지식한 자아가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으휴. 너 다이어트도 먹으면서 해야 된다? 무조건 안 먹는다고 좋은 게 아니야.”

“치. 환자가 잔소리는.”

“잔소리가 아니라…”

“알았어, 알았어! 아, 맞다. 죽 있는데 그거 먹을래?”

“죽? 그거 좋다.”

뻔한 말 돌리기였지만, 서주환은 잘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프다고 고생한 몸인데 빈속에 바로 기름진 음식을 먹기는 좀 그랬던 것이다.

“죽까지 사다 주고 고맙네.”

그 말에 유지경이 샐쭉한 표정으로 답한다.

“내가 사온 거 아닌데? 하연 언니가 만든 거야.”

“어? 하연이도 왔어?”

서주환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방 안을 훑다가 문 밖으로 향했다. 그에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찬 유지경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언니 지금 없어. 낮에 다 같이 왔을 때 만든 거거든.”

“다 같이?”

“석찬 오빠랑 덕훈이도 같이 병문안 왔었어. 그런데 오빠 힘들어 보여서 대충 청소만 해놓고 간 거야. 하연 언니는 죽 만들었고.”

“그랬구나.”

“하연 언니 의외로 요리 잘하더라.”

“음. 하연이가 요리를 잘 하긴 하지.”

『학습』 재능을 가졌기 때문인지 정하연은 여러모로 할 줄 아는 게 많았다. 요리도 그렇다. 얼핏 외모만 보면 성격 나쁜 센 언니처럼 생겨가지고는 가정적인 능력이 은근히 출중했다.

“칫. 죽 데워 올 테니까 기다려.”

유지경이 불퉁해진 표정으로 말하며 방을 나섰다.

*

서주환은 굶겠다며 고집을 피우는 유지경에게 거듭 권해서 함께 죽을 먹도록 만들었다. 결국 못 이기는 척 죽을 한 숟갈 뜬 유지경은 그보다도 더 맛있게 죽을 먹어치웠다.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흘리자 유지경이 민망한 듯 시선을 피했다. 복스럽게 먹는 게 보기 좋기만 한데 괜히 툴툴 거리기는.

서주환은 식사를 마치고 욕실로 들어갔다. 자면서 땀을 많이 흘렸는지 옷이 축축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왔더니 유지경이 거실에서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급히 중요부위를 수건으로 가리며 말했다.

“지경아, 너무 대놓고 보는 거 아니야?”

“알았어. 좀 몰래 볼게.”

“그런 뜻이 아니잖냐…….”

“흥. 이미 볼 거 다 본 사이에 뭘 새삼스레?”

“아니 뭐, 틀린 말은 아니다만.”

거 그렇게 말하니까 할 말이 없네. 서주환은 멋쩍게 눈꼬리를 긁적였다. 그녀의 말처럼 알몸 좀 보였다고 부끄러워하기엔 너무 새삼스러웠다. 한동안 왕래가 없었다지만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함께 목욕까지 했던 사이였으니.

그때 유지경이 킥킥 웃으며 말했다.

“오빠, 수건 좀 치워봐.”

“…너 못 본 새 아저씨 같아졌다?”

“와. 순진한 처녀 따먹어놓고 그런 식으로 말 하기야? 주환 오빠 쓰레기.”

“야, 말은 바로 해야지. 순진하긴 누가 순진하고 따먹히긴 누가 따먹혔는데? 그거 엄밀히 말하면 내가 따먹힌 거다?”

진심으로 억울하다. 필사적으로 자제하면서 잠에 들려는 그를 찾아와 면간한 건 유지경이었다. 정확히는 자는 척 하는 거였지만.

유지경은 못 마땅하다는 듯 볼멘 표정을 짓더니 이내 음흉하게 웃었다.

“오빠.”

“응?”

“내가 왜 알바 끝나고 다시 온 거 같아?”

“걱정돼서 왔다며?”

“그것도 맞긴 한데…….”

말끝을 흐리는 유지경의 눈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자못 순진해 보였던 눈매가 반달처럼 접히며 요망한 기색을 띤다. 눈꺼풀 밑에 찍힌 눈물점이 유독 관능적이었다.

유지경이 그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한다.

“사실 오빠 자고 있는 동안 따먹으러 온 거야.”

“…….”

“그때처럼. 흐흫.”

“허 참.”

서주환은 헛웃음을 흘렸다. 저가 무슨 요부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데, 볼이 발갛게 달아올라서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완연했다. 다만 그런 기색과는 별개로 여성이 작정하고 섹스어필을 하며 유혹하는 건 어떤 식으로든 남심을 자극하는 법이었으니.

“앗. 섰다!”

유지경이 수건에 가려진 서주환의 중심부를 가리키며 외쳤다. 벌떡 일어난 18cm의 거근은 그가 직접 가릴 필요도 없이 스스로 수건을 걸치고 있었다.

“끄응.”

마음과 달리 벌떡 일어난 자지에 침음이 흘러나왔다. 섹스를 하지 못한지도 벌써 닷새가 다 되어가는 중. 푹 쉬기까지 한 덕에 체력을 완전히 회복한 몸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흐흫.”

어느새 가까이 다가 온 유지경이 그를 올려다봤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으면서다. 그 능글맞은 모습이 꼭 꿈에서 봤던 너구리와 같았다.

“오빠, 설마 안 한다고 빼진 않을 거지? 이제 사귀는 사람도 없잖아.”

“암만 그래도 헤어지자마자 이러는 건 너무 쓰레기 같지 않을까?”

“흥. 며칠 참았다가 하면 뭐가 달라지나?”

서주환은 미간을 찡그렸다. 헤어지고 바로 다음 날 이런다는 사실에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지만, 어차피 할 거라면 유지경의 말처럼 며칠 뒤에 하거나 지금 하거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단지 인내의 시간이 더 길어질 뿐.

유지경이 샐쭉한 얼굴로 쐐기를 박듯 덧붙였다.

“나 상 준다고 했었잖아.”

“…후우. 나도 이제 모르겠다.”

“뭘 몰라? …으웁? 헤헤. 츄웁.”

입술을 겹쳤다. 유지경은 기다렸다는 듯 호응해왔다. 말캉한 혀를 얽은 후 쪽 빨아내며 입술을 떼어냈다.

서주환은 한숨 쉬듯 말하며 웃었다.

“그냥 쓰레기 해야겠다.”

유지경은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입꼬리를 다시금 올렸다.

“흐흫.”

서주환은 헛웃음을 흘렸다. 제 생각대로 됐다고 좋아하는 게 얄미워서다. 아니라고 하자니 이미 넘어가버린 걸 물릴 수도 없고.

그는 픽 웃으며 말했다.

“침대로 갈까?”

“싫어.”

“…응?”

전혀 예상 못한 말에 서주환의 머리가 모로 기울었다. 유지경이 까치발을 들고선 기울어진 그의 볼에 쪽 입을 맞췄다.

“저 아직 안 씻었잖아요. 씻고 나올 테니까 얌전히 기다리세요, 오빠♡”

그리 말하고선 방으로 돌아가더니 속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간다.

“허. 알바 끝나고 들렸다면서 속옷까지 챙겨왔네.”

요망한 너구리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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