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117화 (117/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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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잠시간의 휴식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공식 휴재일인 토, 일을 빼면 금요일 하루 밖에 쉬지 않은 게 아니겠습니까? 심지어 목요일에는 3연참을 했었으니 사실상 휴재는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네. 헛소리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쉬는 동안 양쪽 사이트의 댓글을 천천히 읽어보면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다시금 글을 읽어보며 자기 반성도 많이 했고, 독자님들의 날카로운 피드백을 보고 새삼 깨닫는 점도 있었습니다. 혹시 다른 글을 쓰시는 작가님이 부계정으로 읽고 피드백을 주신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확 와닿는 댓글이 많았어요.

덕분에 생각도 많아지고 아쉬움은 더 커졌지만,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이미 지나간 것을...

다만 정말 열심히 썼다는 데 의의를 두고, 독자님들의 피드백을 양분 삼아서 앞으로 더 잘 쓸 수 있는 글쟁이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사실 최근 러스트를 다시 올리면서 제가 너페보에서 상당히 발전을 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스스로 저는 그리 잘 쓰는 글쟁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피드백을 받았다고 갑자기 진화를 하지는 못하겠죠. 다만 훗날에는 이 경험이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님들께는 그저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번 편으로 '우위가 정해진 관계는' 에피소드가 완전히 마무리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다시 분위기를 전환해서 서주환의 우당탕탕 신나는 캠퍼스 라이프를 진행해보겠습니다 :D

*

이런제길슨 님, 냠냠이이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원고료쿠폰 주신 독자님들도 너무 감사합니다!

*

글을 봐주시는 독자님들께 항상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만 부탁드려요 :D

요망한 너구리

서주환이 과거에 사로잡혀 잘못된 연애를 하는 와중에도 성실히 이어간 것이 한 가지 있다.

- 완결 얼마 안 남은 거 같아서 벌써 아쉽네

└ 요즘 1000편 가는 소설도 많은데 이것도 그랬으면 좋겠음

└ ㄹㅇ연재가 빨라서 그런지 얼마 안 본 것 같은 느낌이라 더 아쉬움

웹소설 연재.

바로 회귀 전에서부터 이어 온 연재 활동이었다.

웹소설은 인간관계가 전무했던 서주환에게 상당히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외로운 삶에 지칠 때면 소설을 봤고, 비록 허구에 불과하다지만 그 안에서 위안을 받았다. 사람에게 힘든 일상을 잊어버릴 수 있을만한 도피처란 제법 중요한 요소였으니.

그렇기에 서주환은 이번 생에서도 소설을 썼다. 그는 단지 킬링타임용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누군가 자신이 쓴 글을 통해 힘들고 지친 현실에서 잠시나마 눈을 돌릴 수 있기를 바랐다. 이미 비트코인을 통해 평생 놀고먹을만한 돈을 충분히 벌었음에도 그가 소설을 쓰는 이유였다.

덕분에 서주환의 평균 수면시간은 4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대학생활과 연재활동의 병행. 거기에 더해 한동안 중첩 효과를 유지하겠다고 매일 같이 해댄 섹스. 아이템과 축복, 스킬의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힘든 생활이었다.

그러한 생활을 지속하다가 오랜만에 일찍 단잠에 들어서일까.

“으으. 졸려 죽겠네…….”

서주환은 축 처지려는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 오후 강의라서 느지막이 일어났음에도 물에 잠긴 것처럼 몸이 무거웠다.

“어으. 흐아암~.”

절로 입에서 곡소리가 나왔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줄이 한 번 탄력을 잃자 한없이 늘어지는 것처럼, 간만에 휴식을 맛본 몸은 더욱 많은 휴식을 요구했다.

“학교 가기 싫다…….”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드러누워 자고 싶다. 그러나 정말로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하연과 헤어지고 바로 다음 날 학교를 빠진다면 분명 피한다는 오해를 살 터였다.

“아이템이나 뽑자. 루시, 이제 하루에 두 개씩 뽑을 수 있다고 했지?”

[네. 레벨이 올라서 가능해졌습니다. 포인트도 두 배로 들지만요.]

“그럼 뽑아줘.”

[알겠습니다.]

루시의 대답과 함께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성(性)에 관한 강력한 행운이 작용합니다.]

[아이템, 『달콤한 숙면제(x3)』가 지급됩니다.]

[아이템, 『교접몽(交接夢)』이 지급됩니다.]

아이템의 설명창이 떠올랐다.

【달콤한 숙면제】

▶ 효과1: 복용 시 5분 내로 편안히 잠들 수 있게 해준다.

▶ 효과2: 짧은 시간의 수면으로도 숙면한 듯한 효과를 준다.

【교접몽(交接夢)】

▶ 효과: 타인의 꿈속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 꿈의 주체는 사용자가 아닌 대상자입니다.

※ 한 번이라도 호감도 A이상을 달성한 대상만 가능합니다.

※ 대상이 사용자의 꿈을 꾸고 있어야 합니다.

“오. 마침 숙면제라니 역시 행운이네. 그런데 교접몽? 푸핫.”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이 떠오르는 작명에 웃음이 나왔다. 막상 한자를 보아하니 뜻은 전혀 달랐지만 말이다.

“슬슬 가볼까.”

학교에 갈 시간이었다.

*

다른 사람에게 무에 그리 관심이 많은 것인지. 불과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서주환과 정하연이 깨진 걸 학과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강의 시작 전, 유지경이 눈치를 보다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물었다.

“저기 주환 오빠, 정말 헤어졌어?”

“응. 그런데 도대체 그걸 어떻게 아는 거야?”

“글쎄? 내가 들었을 때는 이미 다 알고 있던데.”

“쩝. 프사 내려서 그런가?”

아니면 누가 흡연 부스에서의 일을 보기라도 한 걸까.

서주환은 이내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어찌됐던 이미 소문은 났고,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마음대로 떠들라지. 사실 아침부터 머리가 아파서 아무것도 생각하기가 싫었다. 대신 그는 책상에 엎어져서 강의가 시작될 때까지 눈을 붙였다.

그때 누군가 등짝을 때려왔다.

짝!

“억!”

“야, 주환아. 시작 전에 한 대 피우러 가자.”

“아으. 야, 너 손 매우니까 좀 살살해!”

“뭐래?”

엿이나 먹으라는 듯 중지를 곧게 펴드는 정하연이다. 오늘부터는 친구로 대하겠다더니 이전과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하루 만에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도 있나 싶을 정도다.

‘변한 게 아니라 돌아간 건가?’

서주환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래, 원래 이랬었지. 한동안 순종적인 모습만 보다보니 잠깐 잊고 있었다. 그는 픽 웃으며 말했다.

“거 남친 아니라고 바로 폭력에 엿이냐?”

“꼬우세요?”

“어이구, 아닙니다. 마님도 엿 하나 드시죠.”

서주환은 마주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이곤 바로 흡연장으로 도망쳤다.

“뭐야, 둘이 진짜 헤어진 거 맞아?”

그 모습을 바라보던 유지경이 황당하다는 투로 말했다. 그에 동의한다는 듯 주변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정을 아는 이석찬만이 낄낄거리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음? 지경아, 우리도 한 대 피우러 가쉴?”

“엑. 석찬 오빠가 우리라고 엮으니까 좀 별로네요.”

“힝. 너무행.”

“으악! 징그러!”

유지경이 도망치듯 흡연장으로 뛰어갔다. 그에 앉아 있던 장덕훈이 한심하다는 듯 이석찬을 본다. 시간이 갈수록 장덕훈의 말투에서 이석찬에 대한 존중이 사라져갔다.

“석찬 형은 일부러 그러는 겁니까? 욕먹는 걸 즐기시는 것 같슴다.”

“야, 페x트 재밌더라. 네가 보라고 했던 거.”

장덕훈의 얼굴이 밝게 펴졌다.

“역시 형이 최곱니다. 제로부터 보셨슴까? 스테이부터 보셨슴까? 헤븐즈도 재밌지 말입니다.”

“새끼, 태세전환 보소.”

“…설마 안 보셨슴까?”

187cm의 거구, 씹덕 장덕훈의 근육이 꿈틀거렸다.

이석찬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1화 봤어, 인마. 제로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고.”

“흠. 제가 상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가시죠. 담배 피우러 가실 거잖습니까?”

“따라오게? 너 담배 안 피우잖아.”

“괜찮습니다. 포교를 위해서라면.”

“…종교냐?”

이석찬이 똥 씹은 얼굴로 말했다. 사실 1화만 보고 재미없어서 때려치웠는데 큰일 났다.

*

첫 번째 쉬는 시간, 정하연이 서주환을 보며 말했다.

“너 어디 아파? 얼굴색이 안 좋은데.”

“올. 챙겨주는 거야?”

“아니, 헛소리 말고. 진짜 안 좋아 보인다니까?”

“오빠, 내가 보기에도 그래. 고개 좀 숙여봐.”

유지경은 손을 서주환의 이마에 갖다 댔다. 오래 대고 있을 필요도 없이 손바닥에서 바로 열기가 느껴졌다.

“힉. 오빠, 이마가 불덩인데?”

“주환이 너…….”

정하연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짐작 가는 바가 있어서였다. 어제 저녁, 비에 쫄딱 젖었던 서주환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녀가 잠시 복잡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말한다.

“병원 가봐.”

그 말에 서주환은 쓰게 웃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탓이라고 걱정할까봐 일부러 티를 안 내려고 했는데, 그냥 버티기에는 정말로 몸이 안 좋았다.

‘회귀 후에는 처음이네.’

사실 그에게 몸 상태가 안 좋은 건 익숙한 일이었다. 불행했던 이전 생에는 온갖 잔병치례를 달고 살았던 것이다.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를 해마다 걸릴 정도였다.

“콜록. 쓰읍. 이제 기침도 나오네.”

그 모습을 본 정하연이 망설이다가 말한다.

“…병원 같이 가줄까?”

“푸핫. 야, 됐어. 병원을 혼자 못 갈까봐? 오버는.”

“씨. 걱정해줘도 지랄이야.”

“됐으니까 공부나 하셔. 교수님한테 알아서 말하고 갈게.”

그런 두 사람을 유지경은 묘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내 서주환이 짐을 챙겨 자리에서 떠난 후, 유지경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한다.

“우리 학교 끝나고 주환 오빠 병문안 갈래요?”

“병문안?”

“오오. 저는 지경이 의견에 찬성입니다.”

“그럼 나도 좋아.”

“엑. 난 귀찮은데. 감기 가지고 뭔 호들갑?”

“석찬 오빠.”

“엉?”

“잔말 말고 같이 병문안 가요.”

“…엉.”

이석찬은 떨떠름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으로 욕을 하고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내가 이런 캐릭터가 아닌데.’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됐는지 모르겠다.

*

병원에 갔다 온 서주환은 곧장 옷을 벗어던지고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으어어… 진짜 죽겠네.”

병원에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고작 주사 한 대 맞겠다고 한 시간을 넘게 대기했다. 그냥 처음부터 집에 와서 잠이나 잘 것을.

“아, 자기 전에 약 먹어야지.”

다행히 평소에 물을 달고 사는지라 침대 옆 선반에 물통이 있었다. 서주환은 물을 많이 마시는 자신의 습관에 감사하며 감기약을 꿀꺽 삼켰다. 식후복용이라고 했지만 이 정도야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아예 내친김에 『달콤한 숙면제』도 같이 복용했다.

‘효과 죽이네.’

아이템 효과에서 이르길 편안히 잠들 수 있게 해준다더니, 곧장 졸음이 쏟아졌다. 안 그래도 고단했던 몸인지라 그는 바로 잠에 들 수 있었다.

*

- 아옭.

웬 아름다운 여우 한 마리가 주변을 맴돌았다. 요망하게도 생긴 여우가 얄미운 표정으로 아옭 울어대더니 한편에 자리 잡았다.

- 폴짝!

다음은 토끼였다. 특이하게 동그란 안경을 쓴 토끼는 제자리에서 폴짝 뛰어오르더니, 무엇이 그리 불만인지 허공에 발길질을 해댔다.

- 첨벙!

바로 옆에 있던 호수에서 푸른 물고기가 유려한 선을 보이며 뛰어올랐다. 물방울이 잔뜩 튀었다.

- 탁탁.

무언가 다리를 툭툭 때려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웬 귀엽게 생긴 너구리 한 마리가 꼬리로 발목을 탁탁 치고 있었다.

- 야옹~.

고양이 울음소리. 한눈에도 귀티가 나는 하얀 고양이가 불만어린 얼굴로 길게 울었다.

- 끼이잉.

품 안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는 듯 포메라니안 한 마리가 품에서 안타깝게 울음을 흘렸다.

그 외에도 모습을 알 수 없는 세 마리의 동물이 더 있었다.

- 꾸잉.

- 오독, 오독,

- 샤르륵.

형체가 흐릿한 그것들은 아주 일부만 보였다.

한 바퀴 감겨 있는 꼬리.

뭔가 길쭉한 막대를 잡고 있는 뭉툭한 손.

양옆으로 흔들리며 곡선을 그리는 무언가.

‘뭔 동물의 왕국이야?’

그리 생각하기 무섭게 모든 동물이 사라졌다.

딱 한 마리, 너구리만 빼고.

홀로 남은 너구리는 안아달라는 듯 짧은 손을 뻗어왔다.

서주환은 어쩐지 놀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 너구리의 손을 잡는 대신 바닥을 탁탁 치고 있는 꼬리를 잡았다.

물컹.

생전 처음 잡아보는 너구리의 꼬리에서는 익숙한 감촉이 났다.

‘너구리 꼬리가 이런 감촉인가?’

말랑말랑한 게 꼭 찹쌀떡을 잡은 느낌이었다. 어딘가 계속 주물러지고 싶은 감촉이다.

주물럭, 주물럭.

‘이 감촉은 마치.’

그 순간 돌연 너구리가 사라졌다.

서주환은 눈을 떴다.

*

“가슴?”

“아흣. 야, 이 미친 오빠야.”

“…지경이?”

주물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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