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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으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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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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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만 꾹 부탁드려요 :D
우위가 정해진 관계는
프로필 사진을 바꾼 뒤 이틀 째.
서주환은 새삼 자신의 인간관계가 제법 넓어졌음을 깨달았다. 회귀 전에는 담당 편집자를 제외하면 볼 일 없던 까톡이 연신 울려댔던 것이다.
[임수희]
- 주환이가 지난번에 회식 빠진 이유가 있었구나~
- 요즘 헬스장에 안 오는 이유가 혹시 나 보기 부담스러워서?
- 누나는 그것도 모르고…….
놀리는 건지, 아니면 서운함을 토로하는 것인지 모를 까톡이다. 서주환은 까톡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도록 1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전화까지 걸고서야 놀림당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임수희가 까톡 답장을 하지 않은 건 순전히 운동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깔갈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 아하하하. 당연히 장난친 거지! 내가 그걸로 삐지기라도 할 까봐? 주환이 생각보다 순진하네~
나이가 있어서 그런 걸까? 임수희는 맺고 끊음이 확실했다. 그녀는 처음 관계를 가졌던 그날부터 서주환을 대하는 태도가 한 결 같았다.
서주환은 괜히 혼자 오버했다는 생각에 투덜거렸다.
“아니, 그런 메시지 보면 당연히 오해하지. 그리고 회식 안 나간 건… 나도 좀 마음에 걸렸고.”
- 풋. 여자친구 있는데 나왔으면 진짜로 실망했을 걸? 내가 술만 먹자고 부른 건 아니잖니.
“…….”
갑자기 임수희의 탄력적인 엉덩이가 떠올랐다. 분명 그때 나갔으면 밤새도록 질펀한 정사를 나누었겠지. 당시에는 조금 망설였지만 지금은 나가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임수희는 한참 킥킥거리며 그를 놀려댔다.
- 그래도 요즘 헬스장 안 나오는 건 좀 섭섭하네? 집에서 운동 열심히 하고 있어?
“안 그래도 요즘 살이 좀 찌긴 했는데…….”
- 으이그. 여자친구가 그렇게 좋디?
“그게 아니고, 요즘 시험 기간이라 바빠서 그랬어.”
- 그 전에도 안 나왔으면서 변명은. 그럼 시험 끝나면 나올 거니?
“어… 여자친구 있는데 그건 좀.”
- 어머. 얘 봐라? 내가 잡아먹는다고 한 줄 알겠네. 그냥 운동하러 나오라고.
임수희가 운동이라고 말하면 왜 이상하게 들리는 걸까. 서주환은 멋쩍은 마음에 눈꼬리를 긁적이다가 결국 알겠다며 답했다.
- 괜찮으면 여자친구도 데리고 와~
“응. 나중에 봐, 누나.”
- 아, 맞다. 주환아, 그거 알아?
“응?”
- 체위 바꾸면서 하는 떡 다이어트가 그렇게 효과가 좋다더라~
“아, 누나!”
- 어머, 깜짝아. 농담이야, 농담. 킥킥.
서주환은 전화가 끊어진 휴대폰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처음 만났을 때는 나이까지 속여가면서 친구네 뭐네 하더니, 한 번 몸을 섞고 난 뒤로는 능글능글 서른 살의 매운맛을 보여주는 임수희다. 물론 싫다는 건 아니었지만.
서주환은 이후로도 여러 사람에게 시달려야 했다.
- 오빠, 딥페이크를 그렇게 쓰면 범죄야!
“뭔 개소리야?”
- 그런 여신이 네 여친일 리가 없잖아!
“노트북 압수.”
- 오라방~ 농담이인 거 알죵?
“뒤진다, 진짜.”
오랜만에 전화해서 꼴 받게 하는 여동생 서주희.
- 우리 아들 다 컸네? 그래서 여자친구는 언제 소개시켜 줄 거니? 이름이 뭐야? 예쁘게 생겼더라~
- 크흠. 언제 한 번 데리고 오면 아버지가 솜씨 좀 발휘해보마.
벌써부터 설레발을 치는 부모님의 안부전화.
[한수아]
- (울먹이는 포메라니안 이모티콘)
- (눈물을 뚝뚝 흘리는 시츄 이모티콘)
- (목 놓아 우는 치와와 이모티콘)
- (정색하는 진돗개 이모티콘)
-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도베르만 이모티콘)
- (곰 인형을 칼로 푹푹 찔러대는 소녀 이모티콘)
- ;ㅅ;
뜻을 알 수 없는 한수아의 이모티콘 도배.
[최미화]
- 작가님, 이번 에피소드 빌드업이 너무 긴 거 같아요.
- 묘사가 너무 많아. 글에 힘이 실리긴 하지만 웹소설 호흡에는 좀 안 맞거든. 다른 작가들한테는 이렇게까지 말 안 하지만 주환이 너라면 분명 둘 다 챙길 수 있을 거야.
- 설마 연애하느라 글 쓸 시간 없는 건 아니지? 네가 연애하든 말든 나랑은 상관없지만 글에는 지장이 없었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내말은 무슨 뜻이냐면…
대충 5,700자 정도 되는 장문의 까톡을 보낸 최미화까지.
서주환은 진땀을 빼며 모두 답장하고서야 조금 후회했다. 그냥 프사 안 바꾸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고.
*
“오늘 당구 고?”
이석찬이 담배를 쪽 빨아들이며 말했다. 유지경은 당구라는 말에 조금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저는 당구 해본 적 없어요.”
“괜찮아. 우리가 알려줄게.”
“으음. 오늘 알바 있는 날인데.”
유지경은 주말은 물론 평일 저녁에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부모님에게 받는 용돈이 조금 있었지만, 2학기부터는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자취 생활비까지 생각하면 나중에 고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을 해야 했다.
“주환 오빠랑 언니는 어떻게 할 거야? 나 알바까지 시간 조금 있긴 한데.”
유지경이 서주환과 정하연을 돌아봤다. 서주환은 슬쩍 손을 흔들었다.
“미안. 난 패스.”
“…그럼 나도 빠질게. 다음에 같이 가자.”
서주환의 거절에 정하연도 당연하다는 듯 빠졌다. 둘은 곧 먼저 강의실로 돌아갔다.
이석찬은 떠난 빈자리를 보고 못마땅한 얼굴로 혀를 찼다.
“쯧. 연애 저렇게 하는 거 아닌데.”
최근에야 솔로 생활을 즐기고 있는 그였지만, 중학생 사춘기 시절부터 지금까지 해온 연애 횟수만 예닐곱 번을 넘어갔다. 그런 그가 보기에 두 사람의 관계는 상당히 위태로워 보였다.
유지경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주환 오빠는 악의 없이 그러는 거라 더 악질이에요. 뭐라고 하기도 힘들게.”
“흐음. 사실 정하연 성격이면 화를 냈어도 벌써 죽빵을 갈겼을 텐데. 주환이 녀석이 그렇게 잘 하나?”
이석찬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턱을 쓸었다. 그런데 문득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유지경이 쓰레기 보듯 바라보고 있었다.
“지경이 너 왜 날 그런 눈으로 봐?”
“몰라서 물어요?”
“사실 아는데.”
“으. 제가 그래서 오빠한테 말을 안 놓는 거예요. 저희 거리 좀 더 둬요.”
“흐흐. 그래도 주환이 보단 내가 낫지 않냐?”
“으엑. 석찬 오빠는 다른 의미로 개새끼잖아요. 이미 학과에 알 사람은 다 알아요. 대체 몇 명을 건드리는 거예요?”
“힝. 너무행.”
“퉤!”
“헐.”
“앗. 저도 모르게. 죄송해요.”
“괜찮아. 난 마음이 넓거든. 상처 받은 지경이도 오빠가 위로해줄까?”
과장되게 느끼한 표정을 지으며 이석찬.
“캬악~!”
유지경은 침을 한 번 더 뱉었다. 이번엔 가래침이었다.
*
‘당구 치고 싶었는데.’
정하연은 당구를 꽤 좋아하는 편이었다. 일행 중 당구를 제일 잘 치는 사람도 그녀였다. 그래서 오늘 당구를 치러 가자는 말에 잠시 마음이 들떴었는데, 서주환이 거절하는 바람에 그녀 또한 자연스럽게 빠지게 되었다.
정하연 본인은 알 수 없었지만, 그건 아이템에 의한 복종심 때문이었다. 복종심이란 남의 명령이나 의사를 그대로 따르는 마음을 일컫는다. 그녀는 서주환이 무어라 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눈치를 살폈다. 약하지만 확실하게 스며든 중독과 복종심 효과는 그녀의 주도적이고 단호한 성격에 영향을 주었다.
‘어차피 오늘은 말해야 할 게 있었으니까.’
그러나 정하연의 강한 자존심은 눈치 보는 것을 인정하기보다 자기합리화에 타당한 이유를 제시했다. 특히 오늘은 실제로도 중요하게 할 말이 있는 날이었기에 더욱 자기합리화가 쉬웠다.
정하연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달라붙어오려는 서주환을 밀어내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환아, 나 할 말 있어.”
“어… 중요한 말이야?”
“응.”
더 없이 진지한 얼굴에 서주환은 자세를 바로 했다. 정하연의 이런 표정은 무척 오랜만이어서 괜히 긴장이 될 정도였다.
‘내가 뭐 잘못했나? 아, 혹시 당구 치러 가고 싶었던 건가?’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당구장에 가면 된다. 그는 아이템을 썼다고 해서 딱히 정하연의 행동을 일일이 통제하려는 건 아니었다.
“그게… 하아.”
정하연은 쉽게 말하기 힘든 듯 잠시 뜸을 들였다. 이내 그녀가 조금 붉어진 얼굴로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주환아, 그게… 내가 생리 주기가 되게 일정한 편이거든?”
“…응?”
“그, 진짜 엄청 일정한 편이야. 지금까지 살면서 딱 한 번 빼면 이틀 이상 차이 난 적이 없을 정도로.”
정하연의 얼굴은 이제 터질 것처럼 빨개져 있었다. 그녀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을 잇는다.
“그런데 지금 일주일 째 소식이 없어…….”
뜻을 알아들은 서주환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갑자기 생리 주기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하나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아이템 안 쓰고 안에 싼 적이 있었나?’
아니, 장담컨대 단 한 번도 없었다. 최근 뽑기가 워낙 잘 나와서 애초에 아이템이 부족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딱 한 번 부족했을 때조차도 콘돔을 사용 했었다.
그때 루시가 말해왔다.
[콘돔은 높은 피임률을 보이지만 완벽한 건 아닙니다. 제품의 불량이나 성기 사이즈에 맞지 않는 콘돔을 착용한다면 임신의 확률이 있죠.]
그러고 보니까 당시 사용했던 콘돔 사이즈가 조금 작았던 것도 같다. 그가 콘돔을 마지막으로 샀을 때와 지금의 성기 사이즈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서주환은 등 뒤로 식은땀을 흘리다가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정하연을 발견했다. 명백히 불안해하고 있는 표정.
그 순간 복잡했던 머리가 차게 식었다. 서주환은 재빨리 정하연을 끌어안았다.
“괜찮아.”
“…어?”
“진작 말하지 그랬어, 하연아.”
“그게… 테스트기 써봤는데 이상은 없었거든. 그리고 우리 항상 피임도 했고.”
정하연은 횡설수설했다. 사실 생리 주기라는 건 몸 상태나 정신 상태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에는 한 달 넘게 없는 사례도 있었다. 그녀도 8년 전 딱 한 번이지만 생리가 오랫동안 끊어진 적이 있었고. 다만 남자와 관계를 가진 게 처음이다 보니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말한 것이었다.
서주환은 잔뜩 당황한 정하연을 보고 할 수 있는 한 부드럽게 웃었다. 그리고 치유의 빛을 활성화 한 손길로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그건 다행이지만, 그래도 불안했을 거잖아. 혼자 마음고생 많았겠다. 그리고 혹시 생겨도 걱정 마. 나 능력 있는 거 알지? 당장 너 먹여 살려도 문제없어.”
서주환은 짐짓 팔을 걷어 올리며 씩 웃어보였다. 일단은 그녀를 안심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기에.
“주환아…….”
그 태도에 정하연은 적잖게 감동받았다. 솔직히, 얘기하기 전까지만 해도 불안감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고작 스물 셋이란 나이에 애를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큰 문제였으니까. 그리고 최근 그녀는 서주환의 태도에서 불안감을 느끼곤 했었기에.
‘내 착각이었나 봐. 다행이다.’
감동도 감동이지만, 불안했던 마음이 안심 되었다. 연애 기간이 길어질수록 계속 가슴 언저리가 답답했는데, 그게 조금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서주환은 씩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냥 아예 오늘 아이 만들기 섹스 할까?”
“뭐, 뭐래! 미쳤어?”
“하하.”
“피임은 무조건 해야 돼!”
서주환은 어깨를 으쓱였다. 일단 섹스 할 생각은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피임은 당연히 할 생각이었다. 그것도 100프로 확률을 자랑하는 완벽한 피임을.
*
그리고 하루 뒤.
침대에서 눈을 뜬 정하연은 몸에 이상을 느꼈다. 재빨리 화장실에 다녀 온 그녀는 서주환을 보고 말했다.
“어… 주환아.”
“응?”
“다행히 임신은 아닌 것 같아. 아하하…….”
정하연의 생리가 시작됐다.
『페로몬 부스트』의 효과가 떨어지기 37시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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