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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5중첩 달성.
지금 올렸으니 일단 정시연재는 불가능하고... 하루 땡겨 썼다고 생각해주세요.
일요일 연재는 없을 확률이 더 클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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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k2 님, 카스시온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원고료쿠폰 주신 분들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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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만 부탁드려요 :D
우위가 정해진 관계는
유독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서주환은 일 년 중 3월의 시간이 특히 빠르다고 느꼈다.
3월은 봄이 움트는 달이다. 학생들은 새로운 학기를 맞고, 반을 배정 받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교분을 맺기 시작한다. 대학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회귀 후 생활 전반이 달라진 서주환의 경우에는 체감이 더욱 컸다.
3월의 시간이 유독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 무언가가 시작되는 달이기 때문인 듯했다.
여러 고민을 안고 복학 한 대학생활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완연한 봄기운 도는 4월이 다가왔다. 그가 정하연과 사귄 지도 어느덧 3주 째였다.
‘그렇다고 별로 바뀐 건 없지만.’
물론 이전 생과는 비할 수 없이 바뀐 생활이다. 다만 한 달쯤 대학을 다니다보니 이 생활에도 익숙해지게 되었다고 할까.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고, 집에서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몸을 섞는다. 그렇게 반복적인 하루가 지나갔다.
“하루가 똑같으니까 포인트가 별로 안 벌리네.”
최근 들어 LP의 수급률이 꽤 줄어들었다. 포인트를 얻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업적을 달성해야 하는데, 근래 반복적인 하루를 보내다보니 업적 달성률이 저조했다. 물론 여성과 성관계를 함으로써 페티시나 섹스판타지를 수집할 수도 있었지만, 현재 정하연과 행복한 연애를 하고 있는 그에게는 고민할 가치도 없는 방법이었다. 바람 따위를 피울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교분을 맺은 인연 하나하나가 소중한 서주환에게 친구, 그것도 애인을 먼저 배신하는 건 애당초 선택지에 들지도 못했다.
‘뭐 포인트가 부족한 건 아니니까.’
수급률이 줄었다고 해도 미리 모아둔 포인트가 상당했다. 그리고 지금도 웹소설 연재를 통해 베스트 순위권에 오르면 업적 포인트가 지급되었으니 당분간 포인트가 부족할 일은 없었다.
물론 시스템 레벨이 올라간다면 포인트가 부족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당장 고민할 거리는 아니었다.
서주환은 슬쩍 옆을 돌아봤다. 그의 옆에는 긴 생머리의 미녀가 곤히 자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열정적으로 관계를 가진 정하연이다.
포인트라고 하니, 얼마 전 정하연에게 5중첩을 쌓고 얻은 포인트가 있었다. 정확히는 그날 정하연에게서 호감도 A등급을 달성하고 얻은 포인트였다.
[업적, 최초로 호감도 A등급을 달성하여 10,000LP가 지급됩니다.]
[업적, 호감도 A등급을 달성하여 10,000LP가 지급됩니다.]
정하현은 그가 최초로 호감도 A등급을 달성한 사람이었다. 참고로 가족은 호감도 업적 대상에서 제외됐다. 루시가 말하기를 부모의 사랑은 감히 등급으로 책정할 수 없다던가.
정하연에게 일어난 변화는 호감도 뿐만이 아니었다.
<정하연>
성별: 여성
나이: 23살
키: 173cm
몸무게: 59kg
호감도: A
현재 성욕: E
페티시: Sophophilia(中)
보유 재능: 학습(B/A+), 문장력(C/A+), 어학(C/A+), 운동(B/A), 카리스마(C+/A), 리더십(D+/A)
정하연의 상태창. 공란으로 표기되어 있던 페티시가 생성되었다. 루시의 말에 따르면 소포필리아란 배움과 관련된 성적 증후군이다.
[Sophophilia(소포필리아)는 공부성애라고도 부르며 무언 갈 배우는 데에서 성적으로 흥분하는 증후군입니다. 여기서 공부란 비단 학문만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생활 전반에 걸친 지식이지요. 현재 정하연은 주인님과의 성관계를 통해 페티시가 생성된 거랍니다.]
[높은 학습 재능을 가진 정하연과 어울리는 페티시군요.]
서주환은 페티시가 후천적으로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이때 새삼 깨달았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페티시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경우도 있지만, 후천적인 환경과 경험에 의해 발현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였다.
‘소포필리아라… 덕분에 재밌단 말이야.’
정하연과의 섹스가 지루하지 않은 이유였다. 그녀는 무언가 배우기를 좋아했고, 하나를 가르쳐 주면 둘셋 이상을 깨달으며 빠르게 습득했다. 덕분에 최근에는 쌍방향으로 애무가 이어졌다. 그가 주로 애무하던 때와는 많이 달라진 양상이다.
서주환은 흐뭇하게 웃으며 잠든 정하연의 머리를 쓰다듬고 눈을 감았다. 내일 또 섹스를 하려면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기에.
*
강의 중간 딴청을 피우던 서주환은 하나의 게시물을 발견했다. SNS 중 하나인 ‘페이스 노트’의 ‘대안 대학교 알려드립니다’ 페이지에 올라온 게시물이었다. 시간을 보니 지난 쉬는 시간에 올라온 듯했다.
- 도서관 2층 외부 흡연장에서 담배 피던 여성분 너무 예쁩니다. 청바지에 흰 티 위로 연녹색 니트 베스트 입으셨던 분이요. 말 걸어볼까 하다가 남자 두 분이랑 같이 있어서 그냥 돌아갔는데 자꾸 생각나네요. 혹시 남자친구 있으신가요?
게시글에서 말한 옷은 그가 정하연에게 사준 옷 중 하나였다. 그녀는 니트 베스트를 제일 많이 입고 다녔다. 마음에 들어서라기보단 서주환이 몸 여기저기에 남긴 키스 마크 때문에 노출도가 없는 옷을 고르느라 선택의 여지가 좁았다.
서주환은 게시글에 달린 댓글을 구경했다. 정하연 본인은 물론 이석찬의 댓글도 있었다.
- (유소정): @정하연. 이거 언니 아니에요? 오늘 연녹색 니베 입었잖아요ㅋㅋㅋㅋㅋ
└ (정하연): 아 미친 태그하지 마 주환이 보면 어떡해ㅡㅡ 걔 질투 미쳐;;
└ (유소정): 우리 과에 언니랑 오빠 사귀는 거 누가 모르단고 앜ㅋㅋㅋ 걱정되면 커플 프사라도 하면 되죠ㅎㅎ
└ (정하연): ㅁㅊ절대 싫어
└ (이석찬): 이딴 폭력녀가 뭐가 좋다고;; 요즘 눈 이상한 사람 ㅈㄴ많네
└ (정하연): 뒤질래?
└ (유소정): 석찬 오빠도 잘생겼다고 올라왔던데요?
└ (이석찬): 누구? 태그ㄱㄱ
└ (정하연): 미친 색마새끼
└ (이석찬): ??? ㅋ? ㅋㅋ?
└ (정하연): …뒤지기 싫으면 닥쳐
└ (이석찬): 나 혼자 안 죽음 말 조심하셈ㅎ
정하연과 이석찬이 싸우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 서주환은 둘의 대화를 무시하고 유소정의 댓글에 주목했다.
‘커플 프사라… 좋은데?’
문득 아무것도 없는 기본 프로필 사진이 신경 쓰였다. 그러고 보니 하연이도 기본 프사였지. 서주환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씩 웃었다.
*
학교가 끝난 뒤, 서주환과 정하연은 당연한 듯 집으로 향했다. 집은 물론 서주환의 집이다.
“뭐어? 커플 프사?”
정하연이 질색하는 얼굴로 되물었다.
“너 그거 본 거지? 소정이 댓글.”
“맞아. 그거 보니까 새삼 프로필 사진이 휑해 보이더라고. 우리 둘 다 기본 프사잖아.”
“으. 그냥 하던 대로 하면 안 돼? 나 프사로 티내는 거 진짜 싫은데.”
서주환은 포기하지 않았다. 싫다고 하지만 끈질기게 조르면 결국 못이기는 척 해줄 게 분명했다. 두세 번의 튕김 정도는 정하연의 기본 패시브였으니까.
“아, 역시 싫어. 프사 같은 거 없어도 우리 사귀는 거 다 알잖아.”
“모르는 것 같던데.”
“누가 몰라! 학과에 소문 다 났는데!”
“아까 그런 게시글 꾸준히 올라오잖아.”
정하연에게 관심을 보이는 게시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검정색 저지만 대충 걸쳐 입고 다니던 시절에도 그녀는 눈에 띄었다.
“아니, 그건 다른 학과 사람이니까 그렇지. 그 사람들은 어차피 프사 바꿔도 모르잖아.”
오늘은 정하연의 튕김이 상당히 거셌다. 서주환은 아쉽게 입맛을 다셨다.
‘진짜 하고 싶은데.’
지금은 물론 회귀 전부터 그는 평생 기본 프사로 살아왔다. 가끔 바꾸기는 했지만 금세 다시 기본으로 돌아갔다. 어차피 친구가 없어서 바꿔도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말로만 들었던 연인들의 커플 프사가 어찌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정하연의 상태창을 띄웠다. 짚이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내 상태창을 확인한 그는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나 다를까 호감도가 B까지 내려가 있었다. A에서 두 단계나 떨어졌지만 그리 대수로운 일은 아니었다.
‘항상 유지되면 좋을 텐데.’
호감도는 여러 요건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한다. A를 달성했다고 해서 항상 A를 유지하는 게 아니란 뜻. 만난 지 오래된 정소라 같은 경우에는 C+까지 떨어져 있었다.
‘하연이는 거의 B~B+정도로 유지됐지? 오늘 다시 A로 만들어야겠다.’
마침 오늘은 『페로몬 부스트』의 효과가 이어지는 마지막 날. 이대로 몇 시간만 지나면 효과가 사라진다. 5일이 지나기 전에 새로 중첩을 쌓아야 했다.
‘어디 보자. 아이템은… 충분하네.’
지난 시간 동안 나온 『페로몬 부스트』와 『안심하고 질싸2』의 여분은 아직 여유로웠다. 요즘 운수가 좋은지 축복이 사라졌음에도 나오는 아이템마다 필요한 것이었다.
서주환은 정력제를 비롯한 아이템을 복용했다.
“알았어, 하연아.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자.”
“나중이고 자시고 그거 진짜 별로라니까… 읍.”
“쪽. 일단 하자. 응? 나 벌써 꼴렸어.”
“아이씨. 정말. 너 때문에 이석찬한테 색마라고도 못하겠어.”
정하연은 인상을 찡그리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이전처럼 싫다거나 참으라며 빼지 않았고 마주 입을 맞췄다. 능숙하게 혀를 넣고 얽는다. 그녀의 하얀 얼굴은 이미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으읏.”
정하연은 하부로 들어오는 서주환의 손길을 느끼며 생각했다.
‘미치겠다. 나도 남 말할 처지가 아니야…….’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학교에서부터 지금 이 순간을 기다렸다. 몇 시간에 한 번씩은 서주환의 숨결과 물건이 생각났을 정도다.
“하아.”
“읏. 으응, 학.”
방 안의 공기가 달아올랐다.
*
다음 날.
서주환과 정하연의 까톡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다. 페이스 노트의 프로필도 마찬가지다. 지난 데이트 중 찍은 스티커 사진이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이석찬은 황당한 얼굴로 정하연의 프사를 바라봤다. 누가 봐도 연인임을 알 수 있도록 과시하듯 얼굴을 바짝 붙이고 찍은 사진이 보였다. 8년 째 정하연을 봐온 이석찬은 갑자기 속이 거북해졌다. 혹시 뽀뽀하는 사진이었으면 토했을지도 모른다.
그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얘가 남자랑 둘이 찍은 사진을? 뭔가 착각했나?”
혹시 서주환이 몰래 바꾼 건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자신이 아는 정하연이라면 다른 건 몰라도 커플 프사로 바꿀 리가 없었으니까. 후에 있을 일이 귀찮아서라도 말이다.
이석찬은 정하연에게 까톡을 보냈다.
- 나: 웬일로 프사 바꿈? 다른 것도 아니고 주환이 녀석이랑 있는 걸로
몇 초 뒤 답장이 돌아왔다. 바로 오는 걸 보니 소설이라도 보고 있던 모양이다.
- 정하연: 신경 꺼
- 나: 진짜 신경 끄냐? 전화 가도 난 모른다?
- 정하연: …환이가 바꾸자고 계속 졸라서 바꾼 거야
- 나: 환이? 애칭임?
- 정하연: ㅇㅇ
- 나: 그럼 넌 설마 연이냐?
- 정하연: ㅇㅇ……
- 나: 시발 인중에 연환섬 존나 꽂고 싶네 짜증나니까 나랑 말 할 때는 이름 제대로 부르셈
- 정하연: 개새끼
- 나: 나 개새끼인 거 뭘 새삼스레;;
- 정하연: 시발새끼
- 이석찬: ㅋㅋㅋㅋㅋㅋ 여튼 알았으니까 지금 베라 패밀리 사이즈로 보내셈
- 정하연: 내가 왜?
- 이석찬: 나한테 먼저 전화 올 텐데 컷 하지 말까?
- 정하연: 보내면 되잖아 ^^ㅣ발새끼야
- 이석찬: 민초로 보내지 마셈
- 정하연: …….
- 이석찬: ^^ㅣ발련 그럴 줄 알았다
잠시 후 패밀리 사이즈의 베라 기프티콘이 도착했다. 다행히 민초는 아니고 원하는 걸로 골라담을 수 있는 것이다.
“크크큭. 전화 받기는 싫은가 보네.”
이석찬은 한참 낄낄거렸다. 분해서 배게라도 치고 있을 정하연이 선명해서.
그리고 오밤중에 예상했던 전화가 한 통 왔다.
“여보세요?”
- 하연이 프사 뭐냐?
전화를 건 사람은 난데없이 질문부터 해댔다. 이석찬은 픽 웃음을 흘린 후 목소리를 바꿨다. 평소의 장난기를 쏙 뺀 목소리다.
“사진 봤으니까 알잖아요. 걔 남친이죠.”
- …뭐하는 놈이야?
“거 본 적도 없는 사람한테 놈이라뇨. 대기업 사장님이면 그래도 됩니까?”
- 이놈의 자식이!
“그 이놈이 아버집니다. 본인 얼굴에 침 뱉기 그만하시죠.”
이석찬은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아직 아버지에게 묵은 감정이 남아 있었으므로. 슬슬 열이 올라오는지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또 소리나 치시겠지.’
뻔하게 예상이 될 정도로 자주 있었던 일이다. 8년 전 그날 반항을 시작한 이후로 쭉 그래왔다. 모르는 새 이석찬의 입가에는 삐뚜름한 미소가 걸렸다. 그 미소는 명백한 비웃음이었지만, 자조하는 듯 씁쓸한 기색을 담고 있었다.
- …후우우.
그러나 예상했던 호통은 없었다. 그렇다고 화를 참는 호흡도 아니었으니. 다만 짙게 깔린 후회만 담겨 있을 뿐이다.
그에 이석찬의 눈썹이 꿈틀 거렸을 때다.
- 미안하다.
전혀 생각지 못한 말이 들려왔다. 이석찬의 입매에 걸린 미소가 사라진다.
그는 멍청히 되묻고 말았다.
“…예?”
- 내가 미안하다. 정말… 잘못했다.
“…….”
- 나도 너희가 나가고 생각이 많았다. 진즉 이 말을 했어야 했는데… 내가 생각이 짧았고, 자존심을 부렸어…….
이석찬은 침묵했다.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갑작스러운 말이었기에.
- 나는…
그러나 전화상으로 계속 듣고 있기는 더 싫었다. 그는 아버지의 말을 끊었다.
“됐습니다.”
- 석찬아.
“…올해 명절에 한 번 들릴게요.”
- 와, 와주는 게냐? 날 용서…
“가서 이야기 하자는 겁니다. 애초에 아들놈 삔또가 좀 오래 상해있던 거지 용서고 자시고 할 일도 아니었고.”
- …고맙다.
“제가 속이 좁아서 당장은 다 못 풀어요. 그리고 사과는 저 말고 어머니랑 정하연한테나 하세요.”
- 안다. 네 어머니한테는 진즉 무릎 꿇고 빌었다.
이석찬은 헛웃음을 흘렸다. 고지식한 양반이 어머니에게 무릎 꿇고 빌었다는 소리가 너무 우습고 어색해서다.
- 그… 찬아.
“그렇게 부르진 마시고요. 저도 아빠라고는 못하겠으니까.”
- …알았다. 어쨌든 하연이 남자친구란 놈은 괜찮은 거냐?
“나쁜 놈이면 친구 먹지도 않았어요. 좋은 놈입니다. 그리고 일단 정하연이 좋아하는 놈이니까.”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뒷말은 삼켰다. 대신 당황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하, 하연이가 좋아해? 그 개… 크흠!
“혹시라도 정하연한테 전화하지는 마세요.”
- 그건…
“우리한테 미안하면, 아니 고마우면 연락하지 마세요. 알아서 찾아갈 테니까.”
- …….
“믿고 끊습니다. 어차피 걔한테 전화해봐야 받지도 않겠지만.”
- 그, 그래. 들어가거라. 그리고 추석에는…
뚝.
전화를 끊었다.
이석찬은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내 픽 웃음을 흘렸다. 사춘기 때 싸질러 놓은 똥이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해결 되다니.
“모르겠다. 소설이나 봐야지.”
그는 침대에 엎어져서 서주환이 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재미가 들린 새로운 취미. 복잡해진 머리 텅 비우고 낄낄대는 데 이만한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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