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107화 (107/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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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전개가 느린 부분인지라 분량을 때려 박고 있는 중입니다.

한글 기준 7691자... 길어진 분량 때문에 하마터면 또 지각할 뻔했네요ㄷㄷ

정해진 시간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에요 ㅠㅠ

필요한 전개만 딱딱 하면서 재밌게 쓰는 괴물 작가님들이 존경스러워지는 밤입니다...

그나저나 장덕훈만 나오면 갑분 라노벨이 되는 듯하군요. 이 자식 개성이 너무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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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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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만 부탁드려요 :D

우위가 정해진 관계는

팔팔한 20대, 맛있는 밥을 먹다가도 문득 떡이 땡길 시기다. 그토록 혈기왕성한 나이에 발기부전이 왔었기 때문일까. 서주환에게는 한 가지 특이한 습관이 있었다.

“오늘도 기운차구만.”

그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텐트가 잘 쳐졌는지 확인했다. 회귀 후 뻣뻣하게 일어난 똘똘이를 보고 얼마나 기뻤던가. 발기부전에 걸려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어느 날 문득 텐트가 쳐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상실감을. 그가 섹스에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래도 축복 있을 때만은 못하네.”

이틀 전 『몽마신의 축복』 기간이 끝났다.

물론 지금도 벌떡 일어난 소중이는 쇠막대기처럼 단단하다. 다만 몸에서 느껴지는 활력에 차이가 있었다. 일반적인 성인에 비해 기운이 넘치는 그였지만 이미 축복을 경험한 몸은 확실한 차이를 느꼈다. 본래 역체감이 가장 잘 느껴지는 법이라고 하지 않던가.

“아이템 뽑기.”

서주환의 하루 일과는 언제나처럼 뽑기로 시작됐다.

띠링.

[아이템, 『축복받은 정력제(x3)』가 지급됩니다.]

【축복받은 정력제】

▶ 효과: 3일간 정액 생산량이 대폭 증가한다.

“오!”

축복이 끝났다고 투덜거렸더니 바로 원하는 아이템이 나왔다. 이거 오늘의 행운은 축복이 적용 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서주환은 실실 웃음을 흘리다가 문득 어젯밤이 떠올라 안타까워졌다.

“진작 나왔으면 어제 안 참는 건데.”

오늘을 위해 어젯밤 정하연을 그냥 보냈었다. 3회 중첩의 효과가 발휘된 건지 먼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하고 싶은 티를 냈었던 정하연. 그 모습이 어찌나 꼴리던지 참느라 진을 뺐었다.

“밤까지 어떻게 기다리냐…….”

조금 전에 일어났는데 벌써 밤이 됐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는 시간이 무척 느리게 흘러갈 듯했다.

*

중독이란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달리 말해, 정도 이상으로 복용하기 전에 손을 뗀다면 의외로 손쉽게 끊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 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더더욱.

『페로몬 부스트』에 의해 ‘아주 미약한’ 중독 현상에 걸린 정하연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다음 날이 되자 섹스를 하지 못해 안절부절 했던 마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니코틴보다 훨씬 미약한 중독 현상이 가라앉는 데는 하루면 충분했다.

정하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학교에서는 하지 말라니까.”

그녀는 키스를 하려는 서주환을 살짝, 그러나 단호하게 밀어냈다. 단 둘이 있을 때면 모를까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의 스킨십은 피하고 싶었다.

“지금 아무도 없는데.”

“혹시 모르잖아. 갑자기 오면 어떡해?”

“잠깐 입 맞추는 데 얼마나 걸린다고….”

“그래도 좀 참아.”

더 찔러볼 여지가 없는 단호한 태도에 서주환은 떨떠름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 키스 가지고. 혹시 아이템 효과가 벌써 떨어졌나? 시간 좀 더 남았을 텐데.’

혀를 넣으려는 것도 아니었다. 공공장소에서 스킨십을 지양해야 된다지만 남들 안 보는 사이에 잠깐의 입맞춤 정도는 괜찮지 않나.

“쩝. 알았어.”

그가 투덜거리며 담배를 한 대 더 꺼내 물자 정하연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가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화난 거 아니지? 오늘 약속 했잖아. 그때까지 참자.”

아이템의 3회 중첩 효과는 72시간. 지금은 충동이 가라앉았을 뿐 효과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정하연도 내심 오늘 밤을 기대하고 있었다.

“밤에 각오해. 안 봐줄 거니까.”

“어, 얼마나 하려고?”

“하연이 네가 울면서 살려달라고 할 때까지?”

“뭐래, 변태가!”

정하연이 서주환의 가슴팍을 퍽 때렸다. 솔직히 이쯤 되니까 슬슬 밤이 기대되면서도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아는 서주환의 정력은 무식할 정도로 좋았으니까.

“나 먼저 갈게. 마저 피우고 들어와.”

“엉.”

정하연은 조금 붉어진 얼굴로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서주환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오늘 반드시 5중첩을 쌓고 말리라 다짐했다.

그때 등 뒤를 콕콕 찌르는 손길이 있었다.

“오빠.”

“어우, 깜짝이야. 지경아, 언제 왔어?”

“방금 하연 언니 갈 때. 그보다 나 연초 하나면 주면 안 돼?”

“지경아, 그럴 거면 그냥 전담 포기하는 게 낫지 않겠어?”

서주환이 연초를 한 개비 넘겨주며 말했다. 전자담배를 들고 다니면서 연초를 피우면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 그에 유지경이 민망한 듯 웃었다.

“진짜 그럴까 생각 중이야. 요즘 다이어트 하니까 계속 연초가 생각나서. 어차피 담배 피우는 것도 이제 안 숨기고.”

“아예 공개한 거야?”

회귀 전의 유지경은 정하연과 마찬가지로 담배 피우는 걸 숨기고 다녔다. 4학년 쯤 되어서야 대놓고 피고 다녔지. 하지만 정하연과 유지경, 두 사람 모두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유지경이 불을 붙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숨기지도 않아. 얼마 전에 몇 명은 나한테 담배 맛있냐고 물어보더라. 오빠들이랑 하연 언니가 피우는 거 보고 흥미 생겼나봐.”

“으엑. 우리 때문에?”

“원래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 하는 건 따라하고 싶잖아.”

이거 잘생기고 예쁘다는 소리에 좋아해야 되는 건가. 이석찬과 정하연은 몰라도 자신이 거기에 낄 급은 아닌 듯한데.

서주환은 곤란한 얼굴로 눈꼬리를 긁적였다. 사춘기 중학생도 아니고 담배를 그런 이유로 따라한다니. 하긴, 원래 담배라는 게 별 시답잖은 이유로 시작하게 되는 물건이긴 했다.

“아니, 그래도 담배는 좀….”

“푸훗. 오빠, 왜 그렇게 진지해? 그냥 궁금하기만 한 거야. 아무도 안 펴.”

“그건 다행이네. 혹시라도 가르쳐주지는 마.”

“당연하지. 나중에 무슨 원망을 들으려고? 그보다 오빠, 나 어때? 살 좀 빠진 거 같지 않아?”

“아, 다이어트 한다고 했었지.”

서주환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유지경을 바라봤다. 연애를 시작한 뒤로 정하연에게 집중하느라 몰랐는데, 어느새 유지경은 한눈에 보기에도 살이 꽤 빠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점심을 먹을 때도 볶음밥을 시켜 놓고 반절은 남겼던 것 같다.

오랜만에 유지경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일주일 새 5킬로나 빠졌네.’

본래 56kg이던 유지경은 어느새 51kg가 되어 있었다. 일주일 만에 5kg를 뺐으니 조만간 40kg 대에 진입할 지도 모르겠다. 유지경은 원래도 살집이 있는 것치곤 제법 귀여운 인상이었는데, 조금만 더 빠지면 외모가 확 살아날 것 같았다.

다만 걱정되는 게 있었으니.

“지경아, 너 밥은 먹고 다녀?”

아니나 다를까 유지경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거의 안 먹어. 그나마 과일 조금?”

“너 그러다 몸 상해. 나중에 요요 올 수도 있어. 살은 운동으로 빼야 되거든. 그리고 젊을 때부터 건강 챙겨야 나중에 고생 덜 한다.”

“치. 아저씨처럼 잔소리는.”

“아, 아저씨?”

사실 속 알맹이는 아저씨가 맞긴 한데, 면전에서 들으니까 좀 슬펐다.

유지경은 충격 받은 그를 보고 킥킥 웃음을 흘렸다.

“오빠, 그래서 어때? 나 살 빠지니까 가슴 커 보이지 않아? 신기하게 가슴은 안 빠지더라.”

유지경이 가슴을 앞으로 쭉 내밀며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살이 빠진 얼굴이나 몸에 비해 가슴은 그대로였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이전보다 커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진짜네? 전보다 커 보인다.”

“만져 볼래?”

그 말에 서주환은 별 생각 없이 유지경의 가슴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다 흠칫 손을 회수했다. 할 거 다 한 사이다 보니 무심코 만질 뻔했다.

유지경은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만져도 되는데. 새삼스레 빼기는?”

“아니, 그건 여친 없을 때잖아. 지금은 좀 그렇지.”

“그래? 그럼 전에 약속했던 상도 안 줄 거야?”

“상?”

“엠티 때 상 주기로 했잖아.”

서주환은 어딘가 야해 보이는 유지경의 미소에 엠티 날을 떠올렸다. 그때 분명 상을 주기로 했었다. 당연하게도 상은 선물 따위가 아니었다.

유지경이 은근한 어조로 덧붙였다.

“비밀로 해줄 수 있는데.”

“…….”

서주환은 대답하는 대신 표정을 굳혔다.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 유지경이 웃음을 터뜨렸다.

“푸흡! 꺄하하! 오빠, 그 얼굴 엄청 웃겨!”

삿대질까지 해가며 웃는 모습에 떠올랐던 상념이 한 번에 날아갔다. 서주환은 그제야 장난이었음을 깨닫고 인상을 구겼다.

“얌마! 장난 칠 게 따로 있지!”

“푸흫. 바로 알겠다고 대답했으면 하연 언니한테 일러버리려고 했는데.”

“야…….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마라. 어우. 방금 소름 돋았어.”

“풉. 그런데 오빠 쓸데없이 지조 있네.”

“인마, 쓸데없다니. 네 남친이 너랑 사귀고 있는데 다른 여자랑 하고 다니면 좋겠어?”

서주환이 잔소리하며 유지경의 머리를 콩 때렸다.

유지경은 내심 혀를 차며 인상을 찡그렸다.

‘남친은 무슨. 이 오빠가 사람 속도 모르고.’

눈치 없음에 짜증이 났다. 아니, 자신이 그 만큼 감정을 잘 숨긴 건가. 그와 섹스 할 때는 물론 정하연과 사귀고 난 뒤에도 일절 티를 내지 않았으니 모를 만도 했다. 그렇다고 짜증 난 게 사라지는 건 아니었지만.

유지경은 이내 혀를 날름 내밀며 말했다.

“오빠, 좀 전에 살짝 고민했지?”

“…고민은 무슨.”

“에이. 이건 진짜 비밀로 해줄 테니까 솔직하게 말해봐. 응?”

“헛소리 그만하고 들어가자. 강의 시작한다.”

“흥. 강의 핑계 대기는.”

담배를 비벼 끈 두 사람은 흡연장을 나섰다. 그리고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유지경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맞다. 나 따로 상 받아낼 거다? 약속한 거니까.”

“으음. 옷이라도 하나 사줄까?”

“아니. 소원 들어줘.”

“소원? 뭔데?”

“음… 지금은 생각 안 나는데 나중에 말해도 돼?”

“알았어. 대신 가능한 걸로 부탁해라.”

“히히. 나 방금 그거 녹음했다?”

유지경은 빈 말이 아니라는 듯 스마트폰을 흔들어 보였다.

“무슨 부탁을 하려고…….”

서주환은 어쩐지 불안해졌다.

*

강의가 끝나고 서주환은 곧장 집으로 향했다. 옆에는 정하연이 있었다.

정하연은 아직 밤도 안 됐는데 왜 그러냐며 잔소리를 하려 했지만, 마치 잡아먹을 듯 바라보는 서주환의 눈빛에 할 말을 잃고 침만 꼴깍 되삼키며 그를 따라갔다.

집에 도착한 후 서주환은 바로 정하연을 끌어안았다.

“하연아.”

“주환아, 야! 잠깐만! 샤워는 해야지!”

“그냥 하자.”

“절대 싫어! 아직 밤 안 된 거 알지? 샤워도 못 하게 하면 나 그냥 간다?”

“쩝. 알았어.”

서주환은 아쉽게 입맛을 다시며 정하연을 품에서 놓아주었다. 정하연이 샤워를 하는 동안 그는 침대에 앉아서 기다렸다.

가만히 앉아 있으니 학교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지경이 페티시가 마조히즘이었지.’

정확히는 양방향을 다 갖고 있는 새도 마조히즘(Sado-masochism)과 고통 성애인 알고라그니아(Algolagnia)다.

그는 유지경이 비밀로 해주겠다고 했을 때 바로 거절하지 못했다. 인벤토리에 있는 아이템, SM 플레이 세트가 떠올라서였다.

‘진짜 깜짝 놀랐네.’

할 생각은 아니었다. 다만 몸무게를 확인할 때 같이 본 유지경의 페티시가 머리를 스쳐갔었다. SM 플레이 세트와 너무 잘 어울리지 않는가. 단지 그 뿐이었다.

“…….”

그때 유지경이 장난이었다며 웃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당연히 거절했지.’

확신할 수 있었다. 잠깐 갈등은 했을지언정 정하연을 배신하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미 그는 임수희의 유혹을 뿌리친 적도 있었다. 사나이 서주환은 여색에 휘둘리지 않는다.

“주환아, 나 다 씻었어. 너도 씻고 와.”

정하연이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나왔다. 서주환은 고개를 끄덕이고 욕실로 들어갔다.

쏴아아.

순식간에 샤워를 마친 그는 『페로몬 부스트』를 복용했다. 아침에 얻은 『축복받은 정력제』는 한참 전에 복용을 한 뒤였다.

끼익.

서주환은 비장한 얼굴로 욕실 문을 열고 나섰다.

오늘은 최소 다섯 번, 5중첩을 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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