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105화 (10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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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오늘도 분량 오버... 이 정도면 연참이 아닐까요.

반으로 쪼개면 10kb 두 편입니다 ㅎㅎ

그나저나 이석찬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다음 편에 나오지 않는다면 죽은 걸지도 몰라요.

*

이건 좀 tmi인데 사실 정하연의 외형은 명확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실존 인물을 참고한 건 아니고, 언젠가 캐릭터 구상할 겸 이미지를 찾다가 발견한 그림이 있는데요. 글에 드러난 이미지와 잘 부합하는 것 같았습니다.

창백한 피부에 흐트러진 긴 생머리와 사나운 고양이 눈매. 그리고 담배를 문 채로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구도까지 쎈 언니 이미지가 잘 드러났더군요.

저작권상 보여드리지 못하는 게 안타깝네요..ㅠ

이미지를 첨부하여 참고 해달라고 했으니 표지 작업이 잘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랩입니다.

*

다정무죄 님, 크로벳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원고료쿠폰도 너무 감사합니다!

*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만 부탁드려요 :D

우위가 정해진 관계는

정하연이 돌아가고, 서주환은 침대를 정리하다가 문득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다.

“아, 맞다. 아이템 뽑기.”

하루 종일 정하연과 붙어 있다 보니 깜빡 하루 일과인 아이템 뽑기를 잊은 것이다.

“특수능력도 안 뽑았네.”

섹스에 정신이 팔려 아이템은 물론 특수능력도 안 사고 하루를 보냈다. 지금이라도 기억해내서 다행이었다. 그는 바로 아이템을 구매했다.

띠링!

[아이템, 『축복받은 SM 플레이 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SM 플레이 세트?”

심상치 않은 이름에 바로 인벤토리를 열어 아이템을 확인했다. 아이템은 세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하나가 아니었다. 한 번의 뽑기를 통해 나온 아이템은 무려 세 개였다.

아이템의 설명창을 열었다.

【미노타우르스의 꼬리 채찍】

▶ 효과1: 채찍을 휘둘러 타격 시 상대가 가장 기분 좋게 느낄만한 고통을 준다. 고통의 강도는 상대가 원하는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 효과2: 성행위가 이어지는 동안 미약한 복종심을 유발한다.

※ 아무리 세게 때려도 영구적인 상처를 남기지 않으며, 채찍질로 붉어진 피부 또한 성행위가 끝나는 즉시 사라진다.

【음란 성녀의 은밀한 애착 수갑】

▶ 효과1: 구속되어 있는 동안 성감이 소폭 증가한다.

▶ 효과2: 수갑을 차고 있는 동안 미약한 복종심을 심어준다.

※ 아무리 세게 구속하더라도 구속 부위에 상처가 생기지 않는다.

【음란 성자의 전도 양초】

▶ 효과1: 촛농을 떨어트린 부위의 성감대가 일시적으로 소폭 증가하며, 해당 부위를 타격하여 고통을 주면 성감을 대폭 증가시킨다.

▶ 효과2: 촛농을 떨어트림으로써 미약한 복종심과 공포심을 부여한다.

※ 촛농으로 인한 고통은 없으며 대상자에게 정신적, 신체적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다.

서주환은 생전 처음 보는 물건들에 입을 쩍 벌렸다.

“이, 이게 뭐고….”

SM 플레이라고 해봐야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때리는 정도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그에게는 당황스러운 아이템이었다. 멍하니 아이템을 보고 있자니 머릿속에 장면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수갑으로 손과 발을 구속당한 채 새하얀 나신을 드러낸 정하연. 그런 그녀를 엎드리게 하고 채찍으로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며 뒤치기를 한다. 동시에 등허리로 촛농을 뚝뚝 떨어트리며 암퇘지처럼 울어보라고 낄낄거리는 자신.

꿀꺽. 그는 입 안에 고인 침을 삼켰다.

“조금 해보고 싶을 지도….”

어차피 상처도 후유증도 남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하드한 플레이는 자신이 없었지만 이 정도라면 아직 소프트 축에 든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서주환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하연이가 하게 해줄 리가.”

연애 경험이 많을 것 같던 정하연은 의외로 성에 대한 지식이 적은 숫처녀였다. 그리고 조금 보수적인 면도 있었다. 아까 했던 펠라치오만 해도 엄청난 결심이라도 한 듯 비장한 얼굴이지 않았던가. 어설퍼서 자지에 상처가 날 뻔도 했다.

‘5중첩이 되면 또 모르지.’

서주환은 나중을 기약하기로 하며 루시를 불렀다. 이제 특수능력을 구매해야 한다.

특수능력을 구매하기 전, 루시가 주의를 주었다.

[두 번째 특수능력은 30,000LP입니다. 그래도 구매하실 건가요?]

“헉. 무슨 가격이 세 배나 뛰어?”

[동일 재능의 특수능력이 많을수록 그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게 될 테니까 당연합니다. 물론 어떤 효과가 나올지는 모르는 거지만요.]

서주환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쩝. 살게. 포인트에 여유도 있고.”

축적해둔 포인트만 10만 포인트를 상회했다. 물론 욕망 시스템의 레벨이 높아질수록 포인트 소모도가 커진다고 하니 비축해둘 필요가 있었지만.

띠링!

[30,000LP를 사용하여 재능,『글쓰기』의 랜덤 특수능력을 구매합니다.]

[특수능력, 『만변의 문체』를 습득했습니다.]

【만변의 문체】

▶ 효과: 다양한 장르 및 장면에 어울리는 문체를 본능적으로 떠올리고 적용한다.

※ 효과를 온전히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장르에 대한 공부와 지식이 필요하다.

처음 습득했던 『속기사의 타속』에 비하면 무척이나 단조로운 능력. 하지만 서주환은 눈을 크게 뜨고서 몇 번이나 설명을 다시 읽었다.

이내 그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이거 대박인 거 같은데?”

어설프게 변화시킨 문체가 아니라 특정 장르와 장면에 최적화된 문체로 글을 쓸 수 있게 됐다. 서주환이 생각하기에 『만변의 문체』는 어쩌면 『속기사의 타속』보다도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다음에 쓸 소설은 장르를 바꿔볼까? 남들보다 빠르게 쓸 수 있으니까 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지.’

어느 분야나 그렇지만 오랜 시간 활동하다 보면 스타일이 고착화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특히 개성이 강한 작가들의 경우에는 필명을 바꾸고 연재해도 정체를 들키고는 했다. 문체만 보고도 해당 작가의 전작을 들고 와서 정체를 유추하는 무서운 독자들이 수두룩했다.

물론 문체가 고착화되는 게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잘 다듬어진 문체는 그 자체로 작가의 개성이 되어 특별한 맛을 내니까. 그러나 다양한 문체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분명 엄청난 이점이다. 작가인 그로서는 재미난 장난감을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비트코인으로 돈 벌어놓길 잘했지.’

그에게는 글을 빠르게 쓸 수 있는 능력과 이미 평생 놀고먹어도 부족하지 않을 돈이 있었다. 돈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어떤 마이너한 장르를 쓰더라도 상관없다는 뜻. 더불어 쓰는 속도가 빠르니 더 많은 글을 쓸 수 있다. 서주환은 앞으로 도전해볼 다양한 장르에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일단 쓰던 거 완결부터 내야겠지만.”

앞으로 한 달이면 충분할 듯했다.

*

출판콘텐츠학과는 출판사와 광고, 인쇄소,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로 취업을 한다. 취업이 목적인 학과인지라 여러 가지로 배우는 게 많았는데, 그 중에는 작문과 연관된 과목도 있었다.

시간을 확인한 교수가 자리를 정리하며 말했다.

“아까 말했던 과제 잊지 마세요. 기간은 넉넉하게 이주일 줄 테니까 대충 쓰면 안 됩니다?”

“네에~.”

“수필이든 소설이든 형식은 상관없어요. 아, 독후감은 안 됩니다. 그럼 이만 마칠 테니까 점심 맛있게 먹어요.”

교수가 나간 걸 확인 한 이석찬이 자리에 엎어지며 한탄했다.

“아니 뭔 글을 쓰래. 난 출콘과라길래 편집 같은 거나 배울 줄 알았더니.”

“그건 2학기에 배우잖아. 교과 과정도 확인 안 했냐?”

옆에 있던 정하연이 비웃 듯 핀잔을 줬다. 그에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이석찬이었으나 웬일로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평소처럼 이죽거리기에는 아침에 맞은 복부가 아직도 욱신거리는 듯했다.

‘주환이 놈은 저런 폭력적인 게 뭐가 좋다고.’

생각하기 무섭게 정하연이 인상을 썼다.

“너 뭐라고 했냐?”

“뭐, 뭐.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래? 뭐라고 한 것 같았는데.”

잘못 들은 건가 고개를 갸웃하는 정하연. 그녀를 보며 짐승 같은 년이라고 혀를 내두르는 이석찬이었다.

서주환은 둘의 모습에 픽 웃으며 말했다.

“우리 대학에 원래 문예창작과 있었던 거 알아?”

“엉? 없다는 사실도 지금 네 말 듣고 알았는데?”

“푸흐. 어쨌든 문창과가 있었어. 그런데 학과 인원도 별로 없고 취업도 잘 안 돼서 통폐합 됐고.”

“아하. 그런데 뜬금없이 그건 왜?”

“통폐합 된 과가 출콘과거든. 그래서 작문 관련 교과도 있는 건가봐. 원래도 출판사 쪽으로 가니까 기본적인 건 있었지만 더 많아졌지.”

“으엑.”

“전공필수는 아니고, 선택이니까 알아서 빼면 돼.”

“휴우. 그거 다행이네.”

이석찬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평생 일기 한 번 써본 적도 없는데 글을 쓰라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 당장 오늘 나온 과제부터가 골치였다.

“나도 글 써본 적 없는데. 적당히 일기처럼 쓰면 되려나? 어차피 다른 애들도 비슷하겠지?”

정하연도 마찬가지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다들 비슷할 거라는 생각에 희망을 가졌다. 국민 독서율도 바닥인 마당에 작문을 해본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싶었던 것이다.

서주환은 어깨를 으쓱이며 그 말을 부정했다.

“아닐 걸? 의외로 잘 쓰는 애들이 많을 수도 있어.”

“응? 그걸 어떻게 알아?”

“우리 과에 취미로 글 쓰던 애들이 오곤 하거든. 문창과 지원했다가 떨어진 애들도 꽤 있고. 당장 덕훈이만 해도 라노벨 쓰잖아.”

그가 알기로 진성 오타쿠인 장덕훈은 취미로 만화와 애니, 소설 등을 볼 뿐만 아니라 직접 쓰기도 했다. 회귀 전, 장덕훈이 졸업 작품으로 본인이 직접 쓰고 출간한 라노벨을 제출했던 게 아직도 선명했다. 특이한 경우라서 제법 화제가 됐었다.

한편 가방을 챙기고 있던 장덕훈은 깜짝 놀라서 서주환을 돌아봤다.

“주환 형님, 제가 라노벨 쓰는 건 어떻게 아십니까?”

“어? 아….”

서주환은 말실수를 했음을 깨닫고 당황했다. 장덕훈이 라노벨을 쓰는 게 밝혀지는 건 상당히 시간이 지난 뒤였다. 그는 얼른 변명했다.

“엠티! 엠티 때 술 먹고 네가 말해줬었어.”

“그랬습니까? 글 쓰는 건 잘 안 말하고 다니는데….”

“나도 소설 좋아하잖아. 그래서 얘기하다가 잠깐 나왔었어. 내가 괜히 말했나 보다. 미안.”

“괜찮습니다. 먼저 말하지 않는 거지 별로 비밀은 아닙니다.”

다행히 장덕훈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대신 그를 지켜보던 정하연이 입을 달싹거리며 서주환을 쳐다봤다. 무언가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듯했다.

정하연이 귓속말로 속삭였다.

“주환아, 너는 소설 쓰는 거 비밀이야?”

“응? 아… 그건 아닌데.”

서주환은 어색하게 눈꼬리를 긁적였다. 그도 장덕훈과 마찬가지로 굳이 떠벌리고 다니지 않을 뿐이지 비밀이라고 할 만큼 숨기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학과 애들 다 있는데서 알리긴 좀 그렇다. 일단 밥 먹으러 가자.”

“알았어.”

정하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가방을 챙겨 들었다. 본인이 쓴 것도 아닌데 왜 저럴까. 남자친구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서주환은 그 모습이 귀여워서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석찬이 썩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둘이 뭐라고 속닥거리는 거야? 하여간 커플 죽어.”

“석찬 형님은 기만자입니다. 선택적 솔로와 진짜 솔로는 다른 법입니다.”

“뭐래. 너 현실 여자 관심 없다면서?”

“그렇다고 투디랑 사귈 수도 없잖습니까….”

의외로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는 장덕훈이었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렇게 학교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가려고 할 때였다. 아직 강의실을 나가지 않고 있던 여학생이 말해왔다.

“저도 같이 가도 돼요?”

“어? 같이 밥 먹던 친구들은?”

“애들은 먼저 갔어요. 전 하연 언니랑 친해지고 싶어서.”

유지경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

자리를 옮기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정하연이 자랑하듯 말했다.

“주환이도 글 쓴다? 엄청 재밌어.”

이석찬과 장덕훈은 물론 유지경의 눈도 동그랗게 뜨였다.

“어, 정말입니까? 무슨 글 쓰십니까? 형님도 라노벨?”

특히 장덕훈이 크게 관심을 보였다. 취미로 라이트 노벨을 연재 하고 있던 그는 서주환이 글을 쓴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아니, 라노벨은 아니고 무협 쓰고 있어.”

“오. 무협도 좋습니다. 저는 장르 안 가리고 다 봐서. 혹시 습작입니까? 아니면 연재?”

“와씨. 서주환이 글을 쓴다고? 존나 안 어울림.”

“이석찬, 닥쳐. 직접 보면 그런 말 못할 걸?”

“오빠, 제목 알려주면 안 돼? 나도 소설 좋아하는데.”

“알려주는 건 상관없는데… 다른 애들한테는 말하지 마. 굳이 떠벌리고 싶진 않아서.”

서주환은 어색하게 웃으며 제목을 알려주었다.

‘이거 기분 이상하네.’

갑작스런 관심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회귀 후 관심의 대상이 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자신이 쓴 글을 대상으로 한 건 처음이었다.

“헉. 형님! 형님이 서환 작가님이었슴까? 저 이거 엄청 재밌게 보고 있는 겁니다.”

“헐. 진짜?”

“예! 저 소액이지만 후원금도 몇 번 보냈습니다. 형님, 역시 정실은 스승님입니까? 아니면 당소소?”

누가 오타쿠 아니랄까봐 장덕훈은 히로인에 대해 먼저 물어봤다. 의외인 건 유지경의 반응이었다.

“이거 진짜 오빠가 쓴 거야? 나도 재밌게 보고 있던 건데.”

“지경이 네가? 무협도 봐?”

“응. 사실 나도 취미로 소설 써본 적 있거든. 그때 쓴 게 무협이었어. 정확히는 무협로판.”

“오. 보여줄 수 있어?”

무협로판이라는 말에 서주환은 흥미가 동했다. 아직은 아니었지만, 로판에 무협 요소를 섞는 건 트랜드로 자리 잡는 때가 온다. 아직 마이너한 장르일 텐데 유지경이 먼저 썼다니까 놀라웠다.

‘혹시 회귀 전에도 몰래 연재를 하고 있던 걸까? 그런 것치곤 취업을 하려고 했었는데.’

의문은 곧 풀렸다. 유지경이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엉망이라서 안 돼. 취미로 조금 써본 게 다고 그나마도 너무 못 써서 포기했거든.”

“쩝. 아쉽네. 다시 쓸 생각 있으면 보여줘.”

“그럴 일 없네요. 난 편집자 할 거거든.”

단호한 말에 서주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유지경은 회귀 전에도 출판사에 취업했었다.

“주환아, 네 거 밥 나왔다.”

정하연이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말했다. 지금 자리한 식당은 밥을 가져가는 게 셀프였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서주환을 보다가 힐끗 유지경을 바라봤다.

‘얘는 나랑 친해지고 싶다면서 주환이랑 엄청 친해보이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게 무슨 기분이지?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정하연은 순간 유지경과 눈이 마주쳤다.

유지경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언니, 하연 언니 담배 피죠?”

“응? 으응. 그런데?”

“사실 저도 담배 피거든요.”

“어, 정말?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

출콘과 여학생 중에는 흡연자가 거의 없었다. 그나마 드물게 있는 흡연자도 모두 B반에 있어서 정하연은 항상 서주환, 이석찬과 담배를 피러 다녔다.

“헤헤. 우리 학과에 담배 피는 여자애들이 워낙 없잖아요. 특히 우리 반은요. 그래서 몰래 피고 다녔어요.”

“나도 그랬는데. 너무 반갑다!”

“앞으로 같이 피러 다녀도 돼요?”

“그럼. 당연하지!”

정하연은 반가운 마음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서주환과 사귀게 된 뒤로 여자애들과 어색해진 감이 있었는데, 반에서도 특히 친구가 많은 유지경과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기뻤다.

친구가 적은 정하연은 실실 웃으며 말했다.

“지경아, 나한테도 말 편하게 해. 주환이한테는 말 놨잖아.”

“넹.”

그때 불쑥 이석찬이 끼어들었다.

“그래, 지경아. 나도 그냥 오빠라고 불러.”

“오빠는 지랄. 이석찬 쟤는 그냥 야라고 불러도 돼.”

“헤헤. 석찬 오빠라고 부를게요. 아, 덕훈이도 친하게 지내자.”

“어, 어어. 그래. 너무 친하게는 말고 적당히….”

장덕훈은 말끝을 흐리며 답했다. 그는 왠지 떨떠름한 기분을 느끼며 유지경을 봤다.

‘하연 누님이랑은 다른 의미로 무서운데.’

왜 눈이 안 웃는지 모르겠다. 나쁜 애는 아닌 것 같은데 묘하게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장덕훈은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찝찝한 기분을 털어냈다.

‘역시 현실 여자보다는 투디지. 주환 형님한테 글 쓰는 방법 좀 알려달라고 할까. 레나 쨩 캐릭터 조형에 대해 조언을….’

역시 덕질이나 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장덕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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