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102화 (10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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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지각해서 죄송합니다아아아!!!!!

_(_ _)_

그냥 처음부터 오후 중이라고 할 것을 제가 스스로를 과신했습니다 ㅠㅠ

내일까지는 연재 시간이 불안할 것 같습니다.

연참 한 번 했다고 이렇게 되다니... 주말 간에 페이스를 되찾겠습니다!

*

댓글을 보고서야 100화였다는 걸 알았네요.

축하해주셔서 모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D

*

어느새 성실 연재 2단계를 달성했었군요.

3단계와 최종까지 계속 열심히 쓰겠습니다.

monoma 님, 우뢰맨웅 님, 암천회류 님, 팝콘점검원 님, 승현채원아빠 님, 초코래도 백작 님, 딸기초코케익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소중한 후원쿠폰은 모두 일러 제작에 보태 쓰겠습니다.

구상하고 있는 장면이 있는데 좀 늦게 나올 것 같습니다. 우선 캐릭터 일러와 별개로 표지부터 제작해야 하거든요ㅎㅎ...

대학물 느낌 낭낭하게 내고 싶은데 제 부족한 상상력 때문에 가능할런지 모르겠습니다.

*

원고료쿠폰도 너무 감사합니다!

*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만 부탁드려요 :D

소유욕

[이석찬]: 나 잘 거니까 제발 조용히 하셈

[이석찬]: 또 그러면 진짜 뚝배기 깨러 감

진한 분노가 느껴지는 까톡이었다.

‘깜빡했네. 석찬이 놈 옆집이었지.’

정하연과 이석찬은 오래 된 친구 사이로 같은 대학에 오며 같은 건물에 집을 구했다. 눈앞에 보이는 얇은 벽 뒤에 이석찬이 있다는 소리였다.

‘원룸 방음 수준….’

서주환은 혀를 찼다. 원룸, 그 중에서도 대학가의 원룸은 시설 자체가 그리 좋지 못하다. 심한 경우에는 정해진 규격을 지키지 않고 불법 개조한 건물도 있었다.

“그래도 이 건물은 좀 나은 편인데.”

적어도 불법 개조한 건물은 아니다. 월세에 비해 위치와 시설도 제법 괜찮았다. 하지만 대학가 원룸 특유의 부실한 방음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어제 그 난리를 비롯해 아침부터 있었던 일을 이석찬이 다 들었다고 생각하니 급격하게 민망함이 몰려왔다.

서주환은 이석찬에게 까톡을 보냈다.

[나]: 왜 엿들어 시발아.

[나]: 그런데 혹시 하연이한테도 톡 보냈냐?

아직 잠에 들지 않은 건지 답장은 바로 왔다.

[이석찬]: 엿 들어? 엿 들었냐고 했음? 미친놈인가?

[이석찬]: 그리고 맞아 죽을 일 있냐? 나 오래 살고 싶음

[이석찬]: 여튼 나 진짜 잘 거니까 더 할 거면 너희 집 가셈

[이석찬]: 암만 내가 섹스 좋아하고 여자 좋아한다지만 8년 친구년 그딴 목소리를 들어야... 시발 어쨌든 꺼져주셈

화가 많이 난 모양이었다.

[나]: ㅇㅋ.

[이석찬]: 시발아 제발 그 좆같은 마침표 좀 빼라고

[나]: ㅇ.ㅋ.

[이석찬]: ^^ㅣ발럼

서주환은 낄낄 웃으며 스마트폰을 껐다.

‘새끼. 그래도 밤에 피해주고 고맙네.’

차라리 이렇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떡 치는 소리 들려준 걸 말하는 건 아니다. 아무리 그라도 그건 쪽팔리고 기분 나쁜 일이었다. 누가 여자친구 신음 소리를 다른 남자에게 들려주고 싶어 한단 말인가.

다만 진심으로 질색하는 이석찬의 반응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처음에는 이 녀석도 하연이 좋아하는 건 아닌가 했는데.’

그도 그럴 게 남녀 사이에 8년 친구다. 그 동안 정말 서로를 이성으로 느낀 적이 없었을까? 정하연과 사귀기 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이었으나, 연인이 된 후에는 가끔 그런 생각이 들곤 했다. 이석찬이 정하연에게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래서 일부러 사귄 직후 바로 관계를 밝힌 것이었다.

‘걱정할 필요 없겠어.’

완전히 착각이었다. 사귀고 있는 걸 밝혔을 때의 반응은 물론 지금도 그러했다. 이석찬은 질투라던가 못 마땅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이 정도면 친남매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으니.

그 사실에 괜히 기분이 좋아져 웃음이 나왔다. 정하연은 온전히 그의 여자였다.

“주환아, 밥 다 됐어!”

“응. 지금 갈게.”

*

밥을 먹은 후 서주환은 정하연에게 장소를 옮기자고 말했다.

“하연아, 과제 다 했어?”

“아, 맞다. 그때 조금 하다가 완전히 잊고 있었어. 누구누구 씨가 건드려서 도망쳤었거든.”

“하하….”

당시 과제를 하러 집에 찾아왔던 정하연은 서주환이 막무가내로 접근하는 바람에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갔었다. 이후에는 데이트를 하느라 과제 할 정신이 없었고.

“과제 오늘 하자.”

“너희 집에서?”

“둘 다 컴퓨터 사용해야 되니까 그게 좋겠지?”

“흐응. 다른 생각 있는 건 아니고?”

의심스럽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하는 말에 서주환은 입꼬리를 올렸다. 당연히 과제만 할 생각은 없었으므로.

“싫어?”

“…싫은 건 아닌데. 그, 남자는 계속 하면 힘들지 않나? 어제까지 하면… 벌써 다섯 번이나 했잖아.”

“흐흠. 하연이 네 남친 정력이 좀 굉장하거든.”

“으.”

한껏 뻐기며 말하니까 질색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서 시선은 자연스레 아래를 향해 있었는데, 서주환은 그 눈길에 아랫도리가 묵직해지는 것을 느꼈다.

실시간으로 부푸는 그것을 본 정하연은 질린 얼굴이 되었다. 뭔 놈의 성욕이 가라앉지를 않는단 말인가. 아무래도 자신의 남자친구는 성욕이 비정상적으로 왕성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쌌는데.’

아직도 안에서 흘러나오는 게 느껴졌다.

‘…뭐 됐나.’

앞서 말했듯 싫은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처음 해본 성행위는 상상 이상으로 기분 좋아서 버릇이 들 것만 같았다.

“커피 줄까?”

“응.”

“뜨거운 거? 차가운 거?”

“얼음 있어? 있으면 아이스로.”

“그럼 아이스로 줄게.”

서주환은 집에 커피와 얼음을 항상 구비해두고 있었다. 모든 글쟁이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는 커피와 담배가 있어야 글이 나왔다.

“여기.”

“땡큐.”

두 사람은 커피를 마시며 포토샵과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과제는 간단한 도형 만들기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포토샵을 다룰 수 있었던 정하연은 과제를 빠르게 진행했다. 추가점을 위한 바리에이션까지 끝마친 그녀는 힐끗 서주환의 컴퓨터를 힐끗 돌아봤다. 그도 막 바리에이션을 마치고 저장을 하는 중이었다. 만든 걸 보니까 그녀 자신보다도 더 능숙했다.

“주환이 너도 포토샵 배웠어?”

“뭐? 푸흫. 푸하하하.”

“…뭐야, 갑자기 왜 웃어?”

난데없이 웃음을 터뜨리는 그의 반응에 인상을 찌푸리는 정하연. 하지만 곧 이유를 알고 찡그린 인상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큭큭. 하연이 너 학교에서는 포토샵 잘 모른다며? 그래서 나한테 물어봤었잖아. 그런데 ‘너도’라고 하면 어떡해?”

“아….”

정하연은 멍청한 소리를 흘리며 얼굴을 붉혔다. 금요일 수업 시간, 할 수 있는 걸 못하는 척하며 서주환에게 도움을 구했던 게 생각났다.

서주환이 연신 웃음을 흘리며 그녀의 머리를 헝클었다.

“푸흐흐. 아, 귀여워서 어쩌냐.”

“…그런 건 그냥 좀 넘어가!”

“푸흐하하핳!”

“아씨. 그만 웃으라고!”

“억! 난 귀엽다고 칭찬한 건데!”

“놀린 거잖아!”

가슴팍을 퍽퍽 두드렸다. 힘이 실리지 않은 주먹질에 그가 죽는 시늉을 했다. 오히려 그게 더 얄미워서 그녀는 인상을 찡그리며 남은 커피를 들이켰다.

“하하. 화났어?”

“더 웃으면 진짜 화낼 거야.”

“알았어. 그만 웃을게. 푸흐… 그런데 과제 다 한 거야?”

“응. 생각보다 빨리 끝났어. 이럴 줄 알았으면 책이라도 가져오는 건데.”

정하연은 그리 말하며 힐끗 서주환의 눈치를 살폈다. 아직 저녁 시간도 되지 않은 시점. 남은 시간이 붕 떠버렸다. 머릿속에 자연히 떠오르는 건 아직도 배 안에 남아 있는 듯한 그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씩 웃더니 얼굴을 가까이했다. 어젯밤을 기점으로 익숙해진 스킨십. 이제까지보다 자연스럽게 입술을 맞추고 혀를 넣으며 서로의 타액을 교환했다.

정하연은 자신의 혀를 얽어오는 그를 느끼며 살며시 눈을 떴다. 눈웃음을 짓고 있는 그가 보였다. 그 모습에 떠오르는 게 있어 어찌나 얄미운지!

‘너무 능숙하잖아, 바보가!’

이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사실이 거슬렸다.

‘두 명이라고 했었지….’

사귄 건 자신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리고 두 명이라 한 건… 분명 성행위를 말한 것일 터다. 사실 두 명이라는 말도 믿기 힘들었다. 사귀지 않았으니 오래 이어간 관계가 아닐진대 고작 두 명으로 이렇게 능숙한 키스가 가능할까? 심지어 그는 키스만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츄웁… 쪽… 쪼옥…

‘못하는 척이라도 좀 할 것이지.’

오히려 너무 잘하니까 화낼 생각도 안 들었다. 자위도 몇 번 안 해봤는데 설마 처음 해보는 성행위에서 그런 느낌을 받을 줄은 전혀 몰랐다. 지금만 해도 고작 키스를 했을 뿐인데 몸이 민감해지는 것 같았다.

코로 숨쉬기가 힘들어질 때쯤, 그가 입술을 떼어내며 말한다.

“커피 맛 난다. 푸흐.”

“응. 커피 마셔서 그런지 끈적끈적해.”

“오. 방금 그 말 뭔가 야한데?”

“뭐래!”

“하하. 담배나 한 대 필까?”

“…어?

뜬금없는 말에 정하연은 눈꺼풀을 들썩였다. 이 분위기에서 갑자기 담배를?

서주환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냥 방에서 펴도 되고, 베란다 가서 펴도 돼. 어차피 위층도 담배 피거든.”

“으음. 그래. 안 그래도 한 대 피고 싶었어.”

정하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아쉽긴 했지만, 말을 듣고 나니까 갑자기 흡연 욕구가 올라왔다.

*

“미안한데, 하연아. 나 잠깐 글 좀 써도 될까?”

“글?”

“응. 슬슬 비축분 떨어져 가서 미리 써놓으려고. 한두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

정하연이 눈을 반짝였다. 안 그래도 데이트 당시 글을 쓰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언젠가 읽어보겠다고 생각했었다. 간밤의 시간 때문에 미루어졌지만 지금 글을 쓴다고 하니 다시금 호기심이 들었다.

“옆에서 구경해도 돼?”

“어… 그건 괜찮은데, 나 집중하면 아무것도 안 들려서 신경 못 쓸 거야. 괜찮아?”

“응. 일하는데 집중하면 좋은 거지.”

“혹시 심심하면 저쪽 방에 책 있으니까 맘대로 봐도 돼. 아, 혹시 내 거 보고 싶으면 내 폰으로 봐. 그럼 결제 안 해도 되니까.”

“알았어.”

정하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옆자리에서 서주환이 글 쓰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글을 쓰기 시작하자 언제 떠들었냐는 듯 무섭게 집중했다.

타다다닥- 타닥- 타다닥!

조용한 방 안에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나직이 울려 퍼졌다. 창작물을 쓰는 것일 텐데도 그는 타자가 굉장히 빨랐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문득 키보드가 눈에 들어왔다. 일반적인 키보드와는 다른 모양이었다.

“주환아, 그 키보드… 아, 미안.”

정하연은 무심코 질문했다가 그가 일을 하는 중이라는 걸 깨닫고 얼른 사과했다. 하지만 서주환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글을 쓰는데 몰두해서 아예 말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정하연은 그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내심 감탄했다.

‘좀 멋있네.’

일에 집중하고 있는 남자가 멋있다더니, 직접 보니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전에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일을 하는 남자친구는 어딘가 낯설었고, 신선한 매력이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타자를 두드리다가 무언가 막혔는지 살짝 찌푸린 인상으로 고민할 때의 표정이 좋았다. 그러다 답을 찾아 다시 타자를 두드리고 또 고민하기를 반복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모습이라도 언제까지고 지켜 보기만 하는 건 지루한 법이다.

‘소설 볼까?’

정하연은 문득 서주환이 준 폰을 들었다. 여기에 자기가 쓴 소설이 있다고 했었지. 알려준 어플로 들어가서 일전에 들었던 제목의 소설을 찾았다.

‘아, 이거다.’

소설을 찾은 정하연은 1화부터 차근차근 읽기 시작했다. 한때 책을 많이 읽었던 만큼 그녀는 글을 읽는 속도가 빠른 편이었다.

‘…엄청 재밌네?’

무협은 처음 보는 장르여서 모르는 단어가 많았는데도 충분히 재밌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과는 조금 다른 느낌. 좀 더 가볍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맛이다. 평소에 즐겨 보던 웹툰과도 비슷했다.

한참 글을 읽던 정하연은 눈을 깜빡였다. 다음 편에는 이전 회차와 달리 빨간색으로 ‘19금’이란 글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19금이면… 그거겠지?’

꼴깍. 어째서인지 침이 넘어갔다. 마치 나쁜 짓을 하는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톡.

19금 회차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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