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97화 (97/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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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너무 먼 길을 돌아왔다...

글 분위기를 훨씬 가볍게 무지성 떡타지(비하 아님. 무지성 떡타지 좋아함)로 하거나 주인공을 혐성으로 했어야 했는데...

제가 너페보를 완결 내고 혹시 또 19금을 쓴다면 주인공은 혐성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애매한 놈 말고 ㄹㅇ혐성이요...

*

일요일 연재를 한지라 다음 편이 정시에 올라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 자정에 업로드가 안 되거든 오후에 올라간다고 생각해주세요 _(_ _)_

*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만 부탁드려요 :D

소유욕

오늘은 자고 가라는 말.

‘…역시 그런 뜻이겠지?’

눈치 없이 무슨 뜻이냐고 되묻지 않는다. 대신 정하연의 시선을 응시함으로써 다시 한 번 의중을 확인했다.

불안한 듯 떨리는 눈동자. 스스로 말해놓고도 당황했는지 입을 가린 손.

하지만 그녀는 말을 철회하지도, 끌어안은 그를 밀어내지도 않았다. 다만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살짝 틀 뿐이었다. 그에 확신을 가진 서주환이 더욱 세게 끌어안자, 그녀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한 마디를 소리내었다.

“이, 일단 커피부터 마시자.”

“…그래. 오늘 안 잘 거니까.”

“뭐, 뭐래!”

“흐흐.”

“지금 웃는 거 엄청 기분 나쁘거든? 이제 놔줘.”

서주환은 순순히 정하연을 품에서 놔주었다.

“으흐흐.”

다만 음흉하다고 힐난한 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계속 흘러나왔다. 이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의지로 막아지는 게 아니었으니.

정하연은 그만 웃으라며 그를 찰싹찰싹 때리다가 포기하고 커피를 마저 탔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서주환의 입가에서는 웃음기가 떠나지 않았고, 정하연은 홧홧해진 얼굴을 감추느라 고개를 숙이고 커피를 홀짝였다.

‘아이스로 탈 걸.’

물을 너무 오래 끓였다. 얼굴에 열이 오른 건 분명 커피 때문이리라.

*

원룸 특유의 약한 수압이 유독 답답한 날이다.

정하연은 만족스럽지 않은 수압에 눈썹을 찡그리면서도 몸을 꼼꼼하게 씻어냈다. 타월에 바디워시를 짜고 은밀한 곳까지 구서구석 거품 칠을 한다. 이윽고 그녀는 다시 거품을 씻어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거부했는데 하루만에….’

충동적으로 내뱉은 말을 돌이키기에는 한참 늦었다. 먼저 샤워를 마친 서주환이 밖에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제 와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자기만 하라고 하는 건 너무 이기적인 말이겠지.

‘후회는… 안 하지만.’

분명 생각하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감정에 충실한 말이었다. 서주환이 질투가 난다고, 뺏길까봐 불안하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기쁜 마음이 드는 한편 그를 안심시켜주고 싶었다.

‘따지고 보면 내가 불안하게 만든 거고.’

사귄 직후부터 계속 스킨십을 피해왔다. 바로 어제만 해도 그렇다. 다가오는 걸 밀어내기만 했으니 그가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심지어 오늘은 데이트 중 그가 지켜보는 앞에서 헌팅만 네 번을 당했으니… 전부 딱 잘라 거절했다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자신이었어도 불안감을 느꼈을 듯했다.

그러니까 먼저 자고 가라고 말을 꺼낸 것에 후회는 없다.

다만.

정하연은 거품을 씻어내며 자신의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씨이. 이거 가지고 말 꺼내면 죽일 거야… 진짜.”

*

서주환은 정하연을 기다리며 아이템을 점검했다. 지금까지 꾸준한 아이템 뽑기를 통해 얻은 아이템 중 쓸 만한 게 몇 가지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

오늘 사용할 아이템은 두 가지.

『안심하고 질싸2(x3)』

▶ 효과1: 질내사정을 해도 완벽한 피임을 보장한다.

▶ 효과2: 생으로 삽입 및 질내사정을 해도 상대방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다.

※ 한 번 질내사정을 한 후 24시간 내에 다시 삽입할 시에는 아이템을 추가로 사용하지 않아도 효과가 이어진다.

하나는 기존의 『안심하고 질싸』에서 한 단계 진화된 버전이다. 얼마 전에 네 번째 욕망 퀘스트를 완수하고 난 이후부터 드물게 나오기 시작한 아이템이었다. 이제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도 생 삽입 및 질내사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메인은 두 번째 아이템이다.

서주환은 고민어린 표정으로 손에 든 알약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페로몬 부스트(x3)』

▶ 효과1: 사정 시 평소보다 진하게 농축된 정액을 배출함으로써 착상 확률을 높여준다.

▶ 효과2: 신체에서 이성을 유혹하는 강렬한 페로몬이 흘러나와 경계심을 낮추고 호감을 유발한다. 특히 성기에서 강한 페로몬이 방출된다.

▶ 효과3: 농축된 페로몬 정액을 질 안에 배출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자궁 안에 배출할 시 ‘아주 희미한’ 중독 증상과 복종심을 유발한다. 효과는 최대 다섯 번까지 중첩되며, 중첩이 가중될수록 ‘희미한’, ‘아주 미약한’, ‘미약한’, ‘약한’ 효과로 증가한다.

※ 한 알 섭취 시 3시간 동안 효과가 부여된다.

※ 중독과 복종심은 중첩 정도에 따라 최소 하루에서 최대 5일까지다. 시간이 지나면 중독, 복종 효과가 사라진다. 단, 과용할 경우 정신은 리셋 되어도 신체에 미약한 반응이 남을 수 있다.

※ 평소보다 정력이 두 배 이상 소모되므로 정력이 약한 자는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과도하게 사용하면 일시적으로 ‘발기부전’이 올 수 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네 번째 욕망 퀘스트가 끝난 이후 나오기 시작한 아이템이다. 그는 이 아이템을 사용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위험하진 않겠지?’

‘중독’과 ‘복종’이란 항목이 눈에 밟힌다. 지금 상황에서 그가 원하는 효과였지만, 사람의 정신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망설여졌다. 이런 아이템을 함부로 써도 되는 걸까.

‘루시, 이거 괜찮은 거 맞아? 몸에 해롭진 않겠지?’

루시는 안심하라는 듯 말해왔다.

[물론이에요. 사정 시 평소보다 탈력감이 들겠지만 과용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그리고 주인님께선 ‘성스러운 씨주머니’의 스킬 효과로 보통 사람들보다 정력이 좋습니다. 현재는 축복의 영향까지 있어 단순히 좋은 수준을 뛰어넘었죠. 발기부전이 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니, 나 말고 상대방한테 말이야. 중독이랑 복종이라고 하니까 사용하기 좀 무서운데.’

[인체에는 무해합니다. 중독성이라고 해도 ‘모르핀’이나 ‘헤로인’ 같은 마약 수준은 아니고요. 최대 중첩으로 쌓아도 주인님께서 평소 즐겨 피시는 담배보다 좀 못한 정도일까요.]

‘음. 담배만 해도 중독성이 꽤 강한데….’

법으로 금지만 안 됐다 뿐이지 담배가 오히려 마리화나보다 중독성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다.

그가 여전히 고민하자, 루시는 의문을 보였다.

[저로서는 주인님의 걱정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정하연은 이미 주인님의 소유물이지 않습니까?]

‘…소유물?’

사람을 소유물이라고 말하는 점에서 문득 루시가 낯설게 느껴진다. 이제껏 루시를 사람처럼 대해온 그였으나, 새삼스럽게도 루시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해버렸다.

루시는 당황하는 그의 정신 파장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의 주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말을 덧붙였다.

[소유물이란 자기 것으로 가지고 있는 물건을 뜻하죠. 물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하연을 소유물이라고 칭한 것은 틀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정하연이 주인님의 여자친구라는 관점에서 볼 때 소유하고 있다는 개념은 맞지 않을까요? 적어도 연인관계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말이죠.]

‘설득력이 있… 기는 하지만 좀 다른 것 같은데.’

순간 설득될 뻔했다!

하지만 서주환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연인이라도 사람에게 소유한다는 개념을 적용시키는 건 조금 이상했다. 당장 설명하라면 정리가 잘 안 되었지만….

루시는 앞뒤 논리 없는 주인의 모호한 말에서 의도를 탐색했다. 정신파로 추측컨대 그녀의 주인은 지금 스스로를 설득시켜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도우미로써 할 일은 주인의 쓸데없는 죄책감을 덜어주는 것이었다.

[제 데이터에 의하면 인간이 자신의 연인에게 소유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말이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느낌이 전혀 달라지는 법이다. 서주환은 ‘소유욕’이란 단어에 답답했던 가슴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앞서 사람을 소유물이라 지칭하며 물건을 소장하듯 말하는 것에는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꼈다. 하지만 연인에게 소유욕을 느낀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있었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도 소유욕이지.’

정하연은 난생 처음 생긴 연인이었다. 그런 그녀가 혹시라도 다른 남자에게 간다고 생각하면… 아니, 상상도 하기 싫었다.

실제로 첫 데이트인 오늘 네 번이나 그러한 시도를 목격하지 않았던가. 오늘 본 광경은 별 생각 없이 섹스를 부르짖던 서주환의 안에서 질투와 소유욕이란 감정을 움트게 만들었다.

‘연인에게 소유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서주환은 더 망설이지 않고 손에 든 알약을 입에 넣었다.

꿀꺽.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효과니까.’

그리고 ‘내 여자’에게 사용하는 거니까.

끼익-

문이 열리고, 정하연이 나왔다.

*

타월로 몸을 가린 정하연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침대 위로 엉덩이를 걸쳤다. 조금만 움직여도 살결이 맞닿을 거리에서 서주환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는 중이었다.

‘이런 적이 없는데.’

첫 경험 때 이후로 이렇게 긴장되는 건 처음인 듯했다. 다른 여자들과 관계를 가졌을 때와는 다른 기분이었다. 단순히 쾌락을 위해 가져온 관계와 연인 간의 처음은 이토록 느낌이 달랐다.

서주환도 정하연도 말없이 딴청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문득 침 넘어가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꼴깍.

누구에게서 나온 소리일까.

중요한 건, 그게 누구에게서 나온 소리든 이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서주환은 살며시 손을 뻗어 정하연의 하얀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피부가 닿는 순간 긴장으로 굳은 어깨가 흠칫 떨린다. 하지만 이전처럼 피하지 않고 오히려 살짝 몸을 기울여 맡겨오는 점이 무척이나 기꺼웠다.

어깨를 잡고 끌어당긴 후 고개를 들게 했다. 창백한 피부 위로 붉게 물든 홍조가 보였다. 긴장과 부끄러움으로 점철된 얼굴에 그는 살짝 웃음기를 머금었다. 그 자신도 적지 않게 긴장하고 있었건만, 그녀의 얼굴을 보자 거짓말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가 리드해야지.’

지금까지의 반응을 보건대 정하연은 경험이 적은 듯했다. 고백할 때만 해도 경험 많은 연애 고수처럼 보였는데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가 실실 웃음을 흘리는 게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정하연이 인상을 찡그렸다.

“…웃지 마.”

“좋은데 어떻게 안 웃어?”

“그래도 웃지 말라… 아.”

쪽.

투덜거리는 그녀의 말문을 입술로 막았다. 막 샤워를 하고 나왔기 때문인지 다른 때보다 촉촉한 느낌이었다. 입술을 겹치고 머금다가 혀를 안으로 넣었다.

쪼옥. 츕. 츄웁-

지금까지 스킨십을 거부해왔던 정하연이 유일하게 받아들였던 것은 키스였다. 사귄 첫날부터 시작된 키스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는 키스를 할 때만큼은 밀어내지 않았다. 이미 여러 번 겹쳐왔던 혀가 익숙하게 자리를 찾아 서로의 혀를 탐닉했다.

쪼옥-

혀를 부드럽게, 하지만 진하게 빨아내며 서주환은 입술을 떼어냈다. 그리고 달뜬 숨을 길게 내뱉는 정하연을 들어 침대 위로 눕혔다. 타월 한 장만 걸친 그녀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면서도 시선을 마주해왔다.

서주환이 손을 뻗어 타월을 벗기려 했다. 그 순간 정하연이 몸을 움찔하며 말해왔다.

“불, 불 꺼줘. 끄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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