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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주말 휴재날 깜짝 연재!
가능하면 일요일에도 연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데이트 파트가 거의 끝났거든요.
데이트의 마지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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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점검원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초코래도백작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독자님들의 후원금은 모두 일러값에 보태 쓰겠습니다 :D
원고료쿠폰도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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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만 부탁드려요 :D
데이트
간단한 밥 종류로 속을 채운 뒤, 안주와 함께 하이볼을 홀짝이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한다.
정하연은 이 독특한 혼술집이 마음에 들었는지 몇 번이고 잔을 부딪쳤다.
적당히 취기가 올랐을 무렵 두 사람은 가게를 나와 1번가를 거닐었다. 뺨을 스치는 선선한 밤바람이 술기운으로 달아오른 얼굴을 식혀주었다.
그렇게 걷던 중, 서주환의 눈에 커다란 인형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사나운 눈매에 삐뚜름한 미소를 짓고 있는 회색 고양이 인형. 오락실의 사격게임 상품이었다.
“하연아, 저거 어때?”
“응? 고양이 인형? 귀엽게 생겼다.”
“내가 타 줄까?”
“지금? 술 마셨는데 되겠어?”
“그럼. 내가 이래봬도 특급사수였어.”
사실 만발을 맞춰본 적은 없었다. 심지어 이번 생은 전역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실제로 현역 시절 실 사격을 해본 건 십 년 가까이 되었다. 솔직히 몇 발을 맞췄는지도 기억 안 났다.
다만 흔한 남자의 자존심에 발동이 걸렸다. 별 것도 아닌 거에 집착하고, 여자, 특히 여자친구 앞에서 폼 잡고 싶은 마음 말이다.
“딱 기다려봐. 금방 갖다 줄게.”
짐짓 장난스러운 어조로 허세를 부렸지만, 마냥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서주환은 돈을 내고 총을 어깨에 견착 했다. 그리고 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집중의 축복 5분.’
[50LP를 사용하여 『집중의 축복』을 사용합니다.]
[5분간 집중력과 사고력이 상승합니다.]
그에겐 치트가 있었다. 심지어 하나가 아니다.
【멀티태스킹:다중작업】
▶ 효과: 의식이 멑티태스킹에 어울리는 형태로 분화됩니다. 동시에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 게임을 할 때만 적용됩니다.
게임 재능의 특수능력. 오락실 사격도 게임으로 판정되어 효과가 온전히 적용되었다.
서주환은 한쪽 눈을 감고 표적지를 응시했다.
박투의 특수능력을 썼을 때처럼 시야가 확장된다. 좌우로 움직이는 표적지가 뚜렷하게 보였다. 그가 스읍- 들이마신 숨을 멈추고, 방아쇠를 당겼다.
[성(性)에 관한 강력한 행운이 개입합니다.]
퉁!
게임장 총 특유의 둔탁한 격발음.
가장 점수가 낮은 10점짜리 표적지가 넘어갔다. 사격이 성(性)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몰라도 첫발부터 재수 좋게 조준점이 딱 맞아들었다. 감을 잡은 서주환은 빠르게 방아쇠를 당겼다. 시간을 오래 가져가면 제한 시간 때문에 최고점을 낼 수 없다.
퉁! 퉁! 퉁! 퉁!
점수가 높은 표적지부터 차례대로 넘어갔다. 가장 점수가 낮은 표적지까지 넘어가자 표적지가 다시 한 번 세팅되었다.
이번에는 좌우로 움직이던 표적지에 상하 움직임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그가 방아쇠를 당기는 속도는 여전했다. 격발음이 연달아 울리며 모든 표적지가 또 다시 넘어갔다.
지잉-
마지막 표적지가 올라왔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표적지 네 개는 대각선 움직임까지 추가되어 불규칙적으로 움직였다.
퉁! 퉁! 퉁!
세 번의 격발음이 울린 후 홀로 남은 표적지 하나. 그리고 남은 탄수도 한 발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게임장 사장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서주환의 손에 들린 총을 바라봤다.
‘내가 분명 한 발 덜 넣었었지? 설마 다 넣었던가?’
서주환은 몰랐지만, 사실 사격게임 같은 경우에는 장난질을 쳐 놓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 중간에 탄알 한 발이 나가지 않게 설정한다거나, 마지막 표적지가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등의 수작이다. 이상함을 느낀 손님이 탄이 안 나간다고 하면, 직접 시범을 보이며 ‘잘 나가는데요?’ 하고 손님을 바보로 만드는 악질적인 방법도 있었다.
[성(性)에 관한 강력한 행운이 개입합니다.]
연신 울리는 축복의 알림.
서주환의 검지가 방아쇠를 당겼다.
퉁!
탄은 정상적으로 격발되었고,
팍!
마지막 표적지가 깔끔하게 넘어갔다.
*
서주환은 울상을 짓는 사장에게서 거대 고양이 인형을 받아냈다. 그리고 정하연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새 화장실이라도 간 건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성(性)에 관한 강력한 행운이 개입합니다.]
그때 한쪽에서 정하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남친 있어요.”
서주환의 고개가 꺾일 듯한 기세로 돌아갔다.
*
벌써 오늘만 몇 번째인지. 이상할 정도로 계속되는 헌팅에 정하연은 짜증이 올라왔다. 살면서 번호를 요구받은 적은 꽤 있었지만, 오늘은 유독 빈도가 심했다. 아무리 꾸몄다고 하지만 헌팅포차나 클럽에 온 것도 아닌데 하루에 네 번은 좀 심하지 않은가.
“아뇨. 죄송해요.”
자연히 말끝에 짜증이 배어나왔다. 그에 금발 남자는 조금 당황하는 듯하더니 다시 한 번 말해왔다.
“당장 어떻게 하자는 게 아니라 한 번 만나 보기라도… 부담스러우시면 제가 번호 드릴게요.”
번호를 줄 테니까 연락하라니 무슨 자신감일까.
“저 남친 있어요.”
정하연은 칼로 찔러도 들어오지 않을 것 같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아예 손가락을 들어 서주환이 있는 곳도 가리켰다. 남자친구가 바로 근처에 있다는 뜻이다.
‘그냥 가라 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더 들이댄다면 이미 목구멍까지 올라온 욕을 쏟아내 줄 생각도 있었다. 최근 서주환 앞에서 성격에 맞지 않게 얌전을 떨었다지만, 그게 다른 사람들한테까지 해당되는 건 아니었다.
“아… 죄송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금발 남자는 다소 양아치처럼 생긴 외형과 달리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떠났다. 오히려 너무 면박을 주었나 싶어 미안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정하연은 곧 싸늘했던 자신의 말투를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연아….”
커다란 고양이 인형을 든 서주환이 굳은 얼굴로 서 있었다.
조금 전의 상황을 다 본 모양이었다.
*
두 사람은 1번가를 나와 자취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터덜터덜 힘없는 발걸음이었다.
정하연은 힐끗 옆을 올려다보았다. 생각에 잠긴 듯 무표정한 얼굴이 보인다. 사격장을 나온 뒤로 쭉 이런 얼굴이었다. 아무 말 없이 걷는 그가 야속해서 그녀는속으로 투덜거렸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억울했다. 자신이 일부러 남자들을 꼬시려고 끼를 부리고 다닌 것도 아니잖은가. 그렇다고 소리 내어 투덜거릴 수도 없었다. 서주환이 딱히 그녀에게 뭐라고 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차라리 뭐라고 하면 속이라도 편하지.’
그럼 대화라도 할 텐데, 서주환은 그냥 아무 말 없이 침묵을 하고 있다. 아니, 미안하다고 사과하니까 오히려 네가 무슨 잘못이냐며 사과하지 말라고 하더라.
“하아.”
정하연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서주환의 말이 옳았다. 분명 그녀는 잘못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연애가 어디 냉철한 이성으로만 하는 것이던가.
별 것도 아닌 유치한 일로 괜히 투덜대기도 하고, 감정적으로 굴기도 하면서, 싸우고 치대다가 다시 화해하는, 그런 식으로 감정의 교류를 나누는 것이 연애였다.
하지만 삼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솔로 생활을 해온 서주환은 쓸데없는 면에서 이성적이었다. 그마저도 완전하지는 못해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감춘다고 쓴 가면이 무척이나 딱딱했다.
사실 이런 문제는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연애에 능숙했다면 쉽게 해결 될 일이었다. 하지만 정하연도 서주환 만큼이나 서투른 게 문제였으니.
그녀는 삐져버린 남자친구의 기분을 어떻게 풀어줘야 할지 몰라 답답했다.
결국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먼저 말문을 연 것은 정하연이었다.
“주환아, 몇 개는 내가 들게. 왜 혼자 다 갖고 가.”
현재 서주환은 거대 고양이 인형을 옆구리에 끼고, 양 손에 쇼핑백을 들고 있는 상태였다. 정하연은 당연히 같이 들겠다고 했지만 그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괜찮아. 안 무거워.”
그리고 다시 침묵.
‘미치겠다.’
사실 처음에는 질투하는 모습이 기꺼웠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단시간 내에 몇 번이고 반복되니 미칠 노릇이었다. 뭐라고 하기에는 원인이 자신에게 있어 미안한 마음밖에 안 들었다.
터벅, 터벅.
느리게 걸어도 목적지에는 도착한다. 어느덧 자취방 앞에 다다랐다.
“자, 이거 받아.”
서주환이 인형과 쇼핑백을 내밀었다. 정하연은 그를 잠시 바라보며 입을 달싹이다가 작게 소리 냈다.
“…커피라도 마시고 갈래?”
서주환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 모습에 혹시 오해할까 그녀는 얼른 말을 덧붙였다.
“다른 건 아니고, 그냥 커피만!”
*
“방이 좀 삭막하지? 어지러운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정하연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방은 무척 단조로웠다. 작은 방 안의 공간은 침대와 옷장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고, 흔한 장식품이나 화장대도 보이지 않았다.
‘생각했던 거랑은 다르네.’
여자 방은 좀 더 분홍분홍한 분위기에 인형 같은 게 잔뜩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건 이것대로 정하연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은 적당히 한쪽에 내려놔. 커피 타줄게.”
그녀의 말을 따라 방 한구석에 쇼핑백을 내려놓았다. 얄미운 미소를 짓고 있는 거대 고양이는 적당히 침대에 던져두었다.
한편에 앉은 서주환은 조금 멍한 시선으로 정하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게임장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축복이 왜 계속 울렸을까.’
처음에는 사격 게임에 행운이 발동한 건 줄 알았다. 하지만 게임이 끝난 후 정하연에게 접근한 남자를 보고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오늘 하루, 축복의 행운 메시지가 나타났던 건 정하연에게 남자들이 접근했을 때였다.
‘그게 왜 행운이지?’
처음 남자가 접근했을 때는 그러려니 했다. 정하연 본인이 워낙 단호하게 철벽을 치기도 했고, 자신이 봐도 오늘의 그녀는 무척 예뻤기 때문이다.
두 번째에는 화가 났다. 그가 옆에 버젓이 있음에도 안 보이는 것처럼 번호를 물어보는 남자를 봤을 때는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영화관에서 세 번째를 봤을 때는 불편해진 심기를 감출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정하연이 신경 쓰게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사미관에서 술을 한 잔 하며 안 좋은 기분을 털어냈다. 사장님의 잘 어울린단 말 한 마디가 얼마나 기분 좋던지.
마지막. 사격게임장에서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었다. 하지만 정하연이 대처하는 걸 보고 오히려 차게 식었다. 그리고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계속 축복 알림이 깜빡이는 걸까.
그렇게 생각에 잠겨 걷다 보니 정하연의 집에 도착했고, 어느새 방에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그냥 가려고 했었는데.’
어제 일도 있고 해서 시간을 조금 더 가지려 했다. 그런데 의외로 정하연 쪽에서 먼저 초대를 한 것이다.
‘이거 때문이었구나.’
방에 들어오고 나서야 축복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무난하게 데이트를 하고 기분 좋게 헤어졌다면 지금처럼 방에 들어오지 못 했겠지. 바로 하루 전에 너무 빠르다며 거절당한 상황이었으니.
서주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정하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막 커피스틱을 뜯고 있는 그녀를 뒤에서 살며시 끌어안았다.
“…주환아?”
“미안해. 걱정하게 만들어서.”
생각에 잠겨 있던 모습이 어떻게 비춰졌을까. 그녀도 속으로 생각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굳이 그를 붙잡아 방에 들인 것일 테고.
정하연은 커피스틱을 내려놓고 살며시 자신을 두른 팔에 손을 올렸다.
“…화 풀렸어?”
“원래 화 안 났어.”
“거짓말. 오는 내내 한 마디도 안 했잖아.”
정하연은 뚱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하지만 입가에는 작게 미소가 떠올랐다. 바보가 계속 신경 쓰이게 하더니….
“정말이야. 너한테 화난 거 없어. 그냥…”
“그냥?”
서주환은 입을 우물거렸다. 신체 나이는 스물셋이지만 실제로는 서른셋이다. 연애 경험 한 번 없이 서른을 넘긴 그는 낯간지러운 말을 입에 담기가 힘들었다. 예쁘다는 칭찬 같은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지. 서주환은 기어들어가는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좀 질투 나서… 응, 질투 나서 그랬어.”
“…….”
“하연이 네가 워낙 예쁘니까. 오늘만 해도 네 명이나 꼬였잖아. 그래서 질투도 나고, 내가 부족한가 싶기도 하고, 또…”
서주환은 정하연이 앞을 보고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속에 막연하게 담아두고 있던 생각을 말로 하는 건 생각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가 벌게진 얼굴로 말을 이었다.
“…혹시 뺏기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평생 해본 적 없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시스템을 통해 많이 바뀌었는데도 회귀 전의 소심했던 그가 삐져나왔다.
잠시 그렇게, 말없이 있던 정하연이 그의 팔을 잡고 풀었다. 뒤돌아본 그녀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를 노려봤다.
“이 멍청이가… 이상한 걱정을 하고 자빠졌어.”
“하하. 미안.”
“웃지 마. 짜증나니까.”
“…그럼 울까?”
“재미없어. 커피나 마셔.”
“응.”
“그리고…”
그녀가 작게 덧붙였다.
“…오늘은 자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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