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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야스씬 마렵다...
서주환의 정신개조는 계속 이루어집니다. 성장하는 중이지요. 이번 편은 답답하실 것 같아서 덧붙여봅니다...
참고로 정하연의 쓰리 사이즈는 34-25-36입니다.
꽉 찬 C컵에 훌륭한 골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참고한 연예인 프로필이 있는데, 차마 이름은 못 말해드리고
키: 173cm
몸무게: 58~59kg
쓰리사이즈: 35-23.5-36.5
가슴사이즈: D컵
라고 하더군요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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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점검원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원고료쿠폰도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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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만 부탁드려요 :D
데이트
정하연에게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회귀 전을 통틀어도 그가 가족 외의 사람에게 직업을 밝히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다. 애초에 그런 상황이 별로 없기도 했고, 웹소설가라는 직업 자체가 워낙 마이너한 탓이었다.
그래도 밝힌 이유는.
‘사치 부린다고 걱정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설마 부모 돈으로 사치를 부린다고 생각할 줄이야. 대놓고 그리 말한 건 아니었지만 의미는 충분히 전해졌다.
“이게 주환이 네가 직접 쓴 거라고?”
정하연은 놀란 얼굴로 되묻더니 스마트폰에 고개를 박고 그가 쓴 소설을 살피는 중이었다.
서주환은 그 모습을 조금 민망한 기분으로 바라봤다. 편집자도 아닌 사람이 눈앞에서 자신의 소설을 읽고 있다니.
그런데, 한참 최신화를 살펴보던 정하연이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어… 주환아, 혹시 네가 쓰는 거… 야설이야?”
“뭐?”
“무, 물론 야설이라도 내가 상관할 건 아니지만.”
“…잠깐 폰 좀 줘볼래?”
서주환은 다급히 정하연의 폰을 뺏듯이 가져왔다. 야설이라니. 분명 이전 작품들은 모두 내렸는데? 그대로 있었다면 이 자리에서 밝히지도 않았다.
“아.”
그는 곧 정하연의 질문을 이해할 수 있었다. 소설 내용이 아니라 댓글이 문제였다.
(댓글 134)
- 설희 개꼴리네ㄷㄷ
└ ㄹㅇ 정실은 설희다
└ 이게 옳게 된 키잡이지
- 설희단 에반데 정실은 스승님이지 로리콘 새끼들아
└ 아ㅋㅋ 몸도 마음도 무공도 다 준 스승님이 정실이라고
└ 유령 따위가 뭔 정실임. 몸을 주긴 개뿔 허공에 좆질 할 거냐?
└ 이거 전개 볼 때 흑 수숭님 몸 살아있음 계속 떡밥 나오는 거 못 봄?
└ 응 그래봤자 60살 할매
└ 스물 후반에 유령 됐으니까 나이 그대로임 당연한 걸 모르네
└ 그게 왜 당연한데 ㅅㅂㅋㅋㅋㅋ
- 꼴알못쉑들 쥔공은 이미 당소소랑 했다
└ 독련이 어딜 비벼
└ 원래 매콤한 맛이 있어야 꼴리는 법임 야스씬 다시 보고 와라
└ 정실은 무슨 삼류ㅂㅈ 주제에(이미 신고당한 댓글입니다.)
매운맛 댓글은 대놓고 야스를 부르짖다가 신고를 당하기도 했다.
서주환은 댓글을 읽다가 정하연의 눈치를 보고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야설 아니야. 무협이야, 무협 소설.”
“무협이면 중국영화 같은?”
“어어. 쉽게 말하면 무술을 익힌 고수들이 서로 싸우는 내용이야.”
연재 중인 『빙의사부는 무림공적』은 스토리 위주의 나름 처절한 이야기였다.
한데 왜 이런 댓글들이 달렸느냐.
전생에 야설 쓰던 때의 버릇이 남아 여성 캐릭터를 조형할 때 힘을 준 탓이었다. 그리고 서비스 편으로 딱 한 번 올린 19금 외전이 캐빨 쪽으로 힘을 실어버린 게 컸다.
이야기를 듣던 정하연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입꼬리를 떨었다. 서주환은 직감했다. 저건 놀릴 생각이다. 여기서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면 한동안은 어떤 놀림에 시달릴지 모른다!
정하연이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흐응. 무슨 이야긴지 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어?”
“그, 그럼. 다 설명해줄게.”
서주환은 정하연에게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야설을 써보기도 했고, 또 즐겨보기도 했지만, 여자친구에게 야설 작가로 인식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전국에 있는 야설 작가들에게 마음으로나마 사죄했다.
변명으로 시작한 이야기지만, 얘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분위기는 데이트가 시작되고 난 후 가장 좋았다.
소설이란 서주환이 전생에서부터 직업으로 삼았을 만큼 관심 있는 분야였고, 평생을 취미로 함께 해온 동반자였다. 한데 막상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이 쓴 소설 이야기를 시작하니 즐거운 마음에 할 말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정하연은 서주환이 가진 의외의 일면에 흥미를 느꼈다. 부끄러워하는 것 같더니 어느새 눈을 반짝이며 신나서 떠들고 있지 않은가. 서주환은 가끔 나이에 맞지 않게 아저씨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아이 같은 면이 보였다.
‘엠티에 갔을 때도 혼자 휴대폰만 보고 있을 때가 많았지.’
웹소설을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좋아하는 건 짐작하고 있었지만 설마 직접 쓰고 있는 줄은 몰랐다.
남자친구가 쓴 소설이라.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평생 본 적 없던 웹소설이라는 것에 관심이 생긴다.
“나도 한 번 봐볼까?”
“내가 쓴 거?”
“응. 나 책 좋아하는 편이거든.”
“저번엔 본 적 없다고 하지 않았어?”
“그건 웹소설이잖아. 추리 소설이나 공포 소설 같은 건 많이 봤어. 만화책도 좋아하고.”
“진짜? 전혀 몰랐네.”
“그야 뭐 말한 적이 없으니까. 나 책 읽는 거 꽤 좋아해.”
실제로 정하연은 한동안 책을 끼고 살았던 적이 있었다. 유도를 그만두고, 주변에 말 붙일 사람이 없어졌을 때. 그 당시에는 책이 그녀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서주환은 묘한 눈으로 정하연을 바라봤다.
‘책 좋아한다니까 의외네.’
사귀었다고는 해도 겨우 일주일. 두 사람은 아직 서로 모르는 부분이 더 많았다. 사귀기 이전까지 헤아려도 고작 한 달이 안 되었으니 당연했다.
서주환은 어색하게 눈꼬리를 긁적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제목까지 알려준 마당에 이제 와서 보지 말라고 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미리 19금 작품을 내린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어쨌든 이제 알았지?”
“뭐를?”
“내가 직접 번 돈이라는 거.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나 꽤 잘 나가는 글쟁이야.”
사실 꽤가 아니라 『빙의사부는 무림공적』의 매출만 보면 이미 업계 상위권이었다. 물론 빠른 연재 속도 때문에 뻥튀기된 매출인지라 편당 구매수로 따지면 탑 티어에는 못 미쳤다.
정하연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서주환이 부모가 번 돈을 제 것인 양 막 쓰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안심이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철없는 인간들이 떠올라 걱정했는데, 단순히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남자가 사야 된다는 마인드는 버려. 나한테 너무 돈 쓰려고 하지도 말고.”
액수가 부담스럽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집에 있을 때는 서주환이 산 옷이나 화장품보다 더 비싼 것들도 봐왔으니. 다만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관계가 싫을 뿐이었다.
서주환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건 첫 데이트라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하연이 너도 이제 환불하자고 하지 마.”
“…잘 쓸게. 고마워.”
*
윤서라가 손수 코디해준 옷은 과연 정하연에게 잘 어울렸다.
우선 청바지. 원래 입고 있던 펑퍼짐한 청바지와는 다르다. 새로 산 연청바지는 통을 확 줄여서 정하연의 길게 뻗은 다리를 부각시켰다.
상의는 평범한 하얀 티셔츠에 연녹색 니트 베스트를 레이어드하여 스타일을 냈다. 거기에 줄이 가는 은색 목걸이로 마무리. 홈이 파인 동그란 장식이 달려 있어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가 살아났다.
“바르고 왔는데, 어때?”
“잘 어울려.”
서주환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피부 톤에 맞는 립스틱까지 바르자 꾸미지 않아도 예뻤던 외모가 더욱 살아났다. 길거리를 함께 거닐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하연을 한 번쯤 쳐다볼 정도였다.
서주환은 처음에 마냥 흐뭇한 마음이었다. 예쁜 여자친구는 어쩔 수 없이 남자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오지랖 넓은 누군가가 그와 정하연을 비교하며 여자가 아깝다는 등의 말을 하는 게 들렸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가 생각해도 그게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하루의 절반이 지났을 쯤, 결국 그의 인상이 구겨졌다.
팝콘을 든 서주환은 굳은 얼굴로 재빨리 정하연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남자를 향해 물었다.
“무슨 볼일이세요?”
“네? 아, 그게…”
“하연아, 아는 사람이야?”
“아니. 몰라.”
정하연이 인상을 찡그리며 답했다. 그에 서주환이 다시 남자를 돌아보자, 그는 작게 고개를 숙이고 물러갔다. 뒤돌아가는 남자에게서 나직하게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서주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몇 번째야.”
벌써 세 번째였다. 카페를 나오기 전 잠시 화장실로 자리를 비웠을 때 한 번. 길거리를 거닐다가 그가 옆에 있음에도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놈 한 명. 그리고 지금 영화관에서 팝콘을 사오는 사이에 한 명. 아무리 예쁜 여자에게 남자가 꼬이는 법이라지만 이상할 정도로 빈도가 심했다.
‘축복 알림은 왜 뜨는 거야.’
오늘을 마지막으로 기간이 끝나는 『몽마신의 축복』이 울리는 게 이상했다. 행운이 아니라 짜증나는 상황일 뿐이거늘.
“미안….”
정하연이 눈치를 보며 사과했다. 그녀 자신이라도 눈앞에서 서주환에게 접근하는 여자를 연속해서 본다면 짜증이 날 것 같았다.
서주환은 당황해서 고개를 저었다.
“하연이 네가 왜 미안해. 네 잘못 아니야.”
“그래도.”
“괜찮아. 영화나 보자.”
정하연에게 화를 낼 일이 아니었다. 그녀가 헌팅을 당하고 싶어서 당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정하연은 다가오는 남자에게 철벽을 치고 바로 밀어냈다.
그럼에도 기분이 나쁜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한 번이야 그렇다 쳐도 세 번이나 반복되니 짜증이 올라왔다. 특히 그가 옆에 있음에도 대놓고 번호를 달라던 놈을 봤을 때는 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덕분에 서주환은 영화 내용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멀거니 앞을 바라보며 아이템을 떠올렸다.
‘외모 관련 아이템이 좀 나오면 좋겠는데.’
그러면 적어도 여자가 아깝다느니 하는 소리는 듣지 않을 터다.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말인데 이제 와서 거슬렸다.
‘입욕제로 피부부터 어떻게 해야겠어.’
그의 피부가 못 볼 수준은 아니었지만, 곳곳에 사춘기 시절 여드름 때문에 흉 진 흔적이 있었다. 피부만 좋아져도 좀 나아지겠지.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였다.
옆에 있는 정하연이 손을 겹쳐왔다. 움찔 옆을 돌아보니 눈으로 미안해하는 그녀가 보였다. 무심결에 표정에 드러난 짜증이 그녀를 신경 쓰이게 한 모양이었다.
서주환은 괜찮다고 미소 지으며 손을 마주 잡았다. 그녀 나름대로 위로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
영화가 끝났다. 밖은 이미 해가 떨어져 어둑해져 있었다. 선선한 밤바람이 불었다.
서주환은 정하연의 손을 이끌고 사미관이라는 이름의 가게로 들어갔다.
사미관은 남자 사장 혼자서 운영하는 선술집이었는데, 특이하게도 혼술이라는 컨셉으로 동행 1인까지만 받는 가게였다. 3인부터는 손님으로 받지 않을 정도로 컨셉이 확고해서 혼자 자작하러 오기 좋았다. 이 때문에 회귀 전 자주 오곤 했었다.
‘금방 발길 끊었었지만.’
가게 장사가 잘 안 되는 걸 보고 혹시 자신 때문인가 싶어서 발길을 끊었었다. 그리고 얼마 후 가게가 유명해지는 걸 보고 자괴감에 빠졌더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단지 외진 곳에 위치해서 입소문을 타기 전이라 그랬던 것뿐이었는데.
자리에 앉은 정하연은 신기한 듯 가게 안을 둘러봤다.
“여기 분위기 특이하다.”
“괜찮지?”
“응. 숨겨진 맛집이라는 느낌인데?”
사미관은 가게가 작아 아기자기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빈티지한 느낌의 외관과 내부가 낯설면서도 특별한 느낌을 준다.
서주환은 벽면에 있는 문구를 가리키며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는 내부가 작고, 혼자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시끄럽게 떠들면 안 돼. 보이지? 조용히 대화 해달라고 붙어있는 거.”
“그러네. 되게 독특하다. 갑자기 술 땡기는데?”
“여기 하이볼이 맛있대. 안주도 괜찮고. 가격도 적당해서 입소문만 타면 금방 대박 날 걸?”
“많이 와봤어?”
“많이는 아니고 몇 번.”
이번 생에도 안양으로 이사 온 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가 익숙하게 메뉴를 고르고 주문하자, 사장이 아는 척을 해왔다.
“오늘은 여성분이랑 같이 오셨네요. 여자친구신가 봐요.”
“그렇게 보여요?”
“아닌가요? 잘 어울려 보여서 당연히 그런 줄 알았는데.”
삼십 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사장은 눈치가 빠르고 립서비스가 좋았다. 서주환은 웃음기를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친구 맞아요. 예쁘죠?”
“야… 왜 그래.”
정하연이 하지 말라며 손등을 두드렸다.
사장은 두 사람의 모습에 풋풋한 대학생 새내기 시절을 떠올리곤 웃음을 흘렸다.
“여자친구 분이 엄청 예쁘네요. 순간 연예인인 줄 알았어요. 두 분 정말 잘 어울려요.”
“가, 감사합니다….”
“하하.”
정하연이 빨개진 얼굴로 인사하고, 서주환은 그저 기분 좋게 웃었다. 잘 어울린다는 말 한 마디에 예민했던 신경이 풀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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