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으음. 제가 봐도 전개가 조금 느린 것 같네요.
가능하면 조만간 연참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그... 장담은 못 드려요 ㅠㅠ
이대로 가면 허리가 또 터질 것 같아서 재활 운동을 시작한지라... ;ㅅ;
사랑합니당
*
원고료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만 부탁드려요 :D
데이트
“사랑해요!”
정하연의 두 손을 붙든 채 말하는 윤서라.
“네, 네?”
갑작스런 사랑 고백에 당황하는 정하연.
“아니 뭔….”
그리고 눈앞에서 NTR 시도를 목격하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는 서주환.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하지만 윤서라는 눈에 보이는 게 없는지 뚫어질 듯 정하연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 정하연이요.”
“키는?”
“칠십 조금 넘는데요…”
“그럼 쓰리 사이즈는… 대충 위부터 34-25-3…”
귀중한 정보에 서주환의 귀가 쫑긋 움직였다. 한눈에 그걸 파악한다고?
“뭐, 뭐라는 거예요! 그만해요!”
졸지에 쓰리 사이즈가 공개 된 정하연이 비명처럼 말했다.
“헉.”
윤서라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말을 멈추고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해요. 제가 너무 무례했죠.”
“엄청 무례했죠! 대체 뭐하시는 거예요?”
정하연은 화가 단단히 난 듯 날카로운 눈으로 윤서라를 노려봤다. 가게 안에 서주환만 있는 것도 아니었고 알바생을 제외한 손님만 십여 명을 훨씬 넘어갔으니.
윤서라도 본인의 실수를 알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가 발그레해진 얼굴로 변명을 주워섬긴다.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하연 씨가 너무 제 이상형이라서….”
“…….”
흡사 고백 같은 말에 정하연은 말문을 잃었다.
*
상황이 진정 되고.
서주환은 설마 하는 심정으로 물어봤다.
“누나, 여자 좋아해요?”
“엑? 나 레즈 아니야! 하연 씨, 진짜 그런 거 아니에요!”
하지만 고백 아닌 고백을 당해버린 정하연은 여전히 떨떠름한 얼굴이다. 졸지에 본인도 정확히 모르고 있던 쓰리 사이즈까지 공개를 당해버렸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윤서라가 이어서 변명했다.
“이상형이라는 건 모델로써의 이상형이란 소리에요.”
“모델이요?”
“네. 키나 비율도 그렇지만 페이스랑 분위기가 딱 제가 원하던 스타일이라서요. 직접 디자인한 옷을 선물하고 싶을 정도로요.”
그 말에 서주환은 잊고 있던 윤서라의 재능을 떠올렸다.
<윤서라>
성별: 여성
나이: 29살
키: 165cm
몸무게: 51kg
호감도: C
현재 성욕: D+
페티시: Salirophilia(中), Doraphilia(中), Transvestophilia(中)
보유 재능: 코디네이트(B+/A+), 디자인(C/A), 충동(B/B+)
옷 가게 사장인 그녀는 『코디네이트』 재능이 가장 뛰어났지만, 만만치 않게 『디자인』 재능도 뛰어났다.
새삼 그녀의 상태창을 살펴 본 그는 좀 전의 상황을 납득했다.
‘충동이 디자인보다 더하네.’
잠재등급은 『디자인』 재능이 더 높았지만 현재등급은 『충동』이 더 높았다. 충동은 재능이라기보다도 윤서라의 성향에 가까웠다. 이러니까 그렇게 막 지른 거겠지.
서주환이 말했다.
“누나, 디자인도 해요? 그냥 옷 가게 사장님인 줄 알았는데.”
모르는 척 물어보니, 윤서라는 조금 쑥스러운 듯 웃었다.
“본업은 그게 맞는데, 디자인 하는 것도 좋아해. 아, 진지하게 하는 건 옛날에 포기했지만. 그래도 취미로는 계속 하는 중이야.”
“오. 그럼 직접 만들기도 하는 거예요?”
“어… 그것도 취미로 조금?”
어딘가 어색한 표정으로 답하는 윤서라. 그녀는 등 뒤로 식은땀을 흘리는 중이었다.
‘그건 말 못하지!’
사실 진짜 취미는 디자인과 재봉이 아니다. 앞선 두 가지는 어디까지나 ‘코스프레’를 즐기기 위한 부가적 요소일 뿐이었으니.
하지만 그걸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던지라 그녀는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주환아. 하연 씨랑은 혹시 사귀는 사이…?”
“네. 제 여자친구예요. 예쁘죠?”
그 말에 윤서라는 내심 아쉽게 입맛을 다셨다.
‘역시 괜찮은 남자는 항상 임자가 있네.’
서주환에게 크게 마음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괜찮다 싶은 호감정도. 하지만 막상 여자친구가 있다는 소리를 들으니 괜히 아쉬웠다. 본래 먹지 못한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이었다.
윤서라는 금방 아쉬움을 털어냈다. 어차피 서주환이 솔로였어도 딱히 사귀거나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가게 때문에 남자친구 같은 걸 만들 새 없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으니. 그리고 정하연이 없었다고 해도 문제였다.
‘아이고, 수아야.’
한수아를 떠올린 그녀는 내심 쓰게 웃었다. 지난번에 왔을 때 서주환을 좋아하던 게 뻔히 보였는데.
서주환이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저 아까 눈앞에서 여친 뺏기는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요.”
“으아. 진짜 미안. 하연 씨 미안해요. 절대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요.”
“네에. 뭐, 이제 괜찮아요.”
거듭 되는 사과에 정하연도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서주환의 지인에게 더 이상 무어라 하는 것도 못할 짓이었다.
정하연이 괜찮다고 말했지만, 윤서라는 말로만 사과하지 않았다.
“대신 제가 코디해드릴게요. 마음에 드는 옷도 상하의 세트로 한 벌 드리고요.”
“네?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부담 갖지 않으셔도 돼요. 사실 주환이한테 고마운 것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하연 씨는 제가 꼭 한 번 꾸며보고 싶거든요.”
서주환은 정하연이 거절하기 전에 얼른 말을 받았다.
“안 그래도 누나한테 코디 부탁하려고 왔어요. 제 옷도 몇 벌 더 살 거고요. 학과에 옷 살 거면 스완으로 가라고 홍보 쫙 돌릴게요.”
“응응. 그런데 스완이라니?”
낯선 단어에 윤서라가 고개를 갸웃한다. 아직 스완이라고 불리기 전인 모양이었다.
“가게 이름이 스타일 완성이잖아요. 그거 줄여서 부른 거예요.”
“스완… 스완. 그거 괜찮은데? 백조라는 뜻도 있고.”
스완이란 이름을 몇 번 곱씹은 윤서라가 고개를 주억였다.
“그죠? 누나가 가끔 코디도 해주니까 딱이죠.”
“응. 우리 가게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음. 스완이란 이름 내가 써도 돼?”
“그럼요. 뭐 별 거라고.”
“좋아. 그럼 하연 씨?”
“네?”
갑작스런 부름에 눈을 깜빡이는 정하연과 반대로 눈을 반짝이는 윤서라.
그녀가 히죽 웃으며 말한다.
“지금부터 제 인형이 되어주셔야겠어요.”
“…네?”
무슨 말인지 모르고 되묻는 정하연을 바라보며, 서주환은 쓰게 웃었다. 일전에 인형이 되었을 때가 떠올라서였다.
‘오늘 점심은 걸러야겠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듯했다.
*
“하연이 너 다리 예쁘다. 그거 왜 감춰두고 있어? 그런 각선미는 썩히면 안 되지!”
“비율이 좋으니까 뭘 입혀도 잘 어울리네. 네가 옷 빨을 받는 게 아니라 옷이 네 빨을 받는데?”
“치마도 입어보자, 치마!”
“햐아. 센 옷도 잘 어울리네. 언니라고 불러도 돼?”
윤서라는 그야말로 옷 갈아입히기 놀이를 하듯 정하연에게 다양한 옷을 입혔다. 앞서 말했던 대로 정하연은 그녀의 뮤즈나 마찬가지였으니, 평소보다 더 신이 나서 코디에 열정을 쏟았다.
서주환은 한편에 앉아서 정하연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걸 구경했다.
정하연은 새로운 옷차림이 익숙하지 않은지 갈아입을 때마다 어색한 표정이었다. 그녀가 슬쩍 눈치를 보며 물어본다.
“어, 어때?”
“예뻐.”
“이건?”
“진짜 예뻐.”
“이거는?”
“그것도 엄청 예뻐.”
몇 번이고 거듭된 답변에 정하연의 눈이 찌푸려졌다.
“뭐 다 예쁘대?”
서주환은 억울했다.
“진짜 다 예쁜 걸 어떡해?”
“하아.”
“진짜라니까?”
윤서라가 하나 같이 어울리는 옷만 가져다 입히는데 뭘 어쩐단 말인가. 그렇다고 그가 패션 감각이 출중해서 구체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예쁘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그렇다면 행동으로 보여주자.
“누나, 방금 하연이 입은 옷들 다 계산해줘.”
“어? 정말?”
“응. 가격 신경 쓰지 말고 다 줘.”
윤서라보다 더 당황하는 건 정하연이었다. 그녀가 다급히 서주환을 붙잡았다.
“뭘 다 줘? 아니, 그보다 내 옷을 왜 네가 사?”
“첫 데이트 선물이야.”
“선물이라도 너무 비싸잖아. 됐어. 나 한 벌이면 돼.”
“괜찮다니까?”
“뭐가 괜찮아. 너 돈 많아? 대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많은데?”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니라 정말로 많았다. 비트코인으로 번 돈을 제하더라도 얼마 전 입금 된 정산금만 천 단위다. 심지어 앞으로 타 플랫폼에서도 정산 될 걸 생각하면 이미 4년 치 등록금을 제하고도 남는다.
“아니 무슨….”
정하연은 말끝을 흐렸다. 생각해 보니 서주환은 투룸에서 혼자 자취하고 있었다. 돈이 어지간히 많지 않고서야 대학생 신분에 투룸은 무리였다.
“아니, 그래도 이건 아니지.”
정하연은 끝끝내 사양했다.
상식상 서주환이 쓰는 돈은 그의 부모님에게서 나오는 것일 터였다. 스물 초중반에 그가 투룸에 살만한 돈을 직접 벌었을 거라고 쉽게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있는 집 자식이라며 돈 귀한 줄 모르고 펑펑 쓰고 다니는 건 그녀가 굉장히 혐오하는 행위였다. 과거가 떠올라서라도 더더욱.
서주환은 난감한 표정으로 눈꼬리를 긁적였다.
‘다 사주고 싶은데.’
안 봤으면 모를까 전부 어울리는 걸 봤는데 겨우 한 벌만 사라니. 돈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더 아까웠다.
그때 윤서라가 둘 사이로 끼어들며 말한다.
“네 벌 가져가면 되겠네. 내가 두 벌 주기로 했고, 하연이가 한 벌 사고, 주환이가 선물로 한 벌 주고. 그럼 되지?”
“아니, 언니가 주기로 한 건 한 벌이었잖아요?”
“어울리는 거 보니까 두 벌 주고 싶어졌어.”
“그건 너무 부담…”
윤서라가 정하연의 말을 끊으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면 모델 해줄래?”
“…모델이요?”
“응. 당장은 아니고, 나중에. 가게 잘 되면 친구랑 쇼핑몰도 하나 차릴 생각이거든. 그때 너희 둘이 모델 해줬으면 해.”
“…….”
정하연이 고민했다. 그 틈에 서주환은 얼른 끼어들어 말을 받았다.
“그거 좋네요.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아니…”
“물론 페이도 두둑이 챙겨줄게.”
두둑한 페이라는 말에 정하연이 입을 다물었다.
성인이 되어 집을 나온 뒤 그녀는 일체 용돈을 받고 있지 않았다. 학비와 생활비 정도는 입학 전까지 일을 하며 벌어두었지만, 결코 여유로운 건 아니었다.
‘잔고에 얼마 남았더라…?’
정하연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
구매한 옷 중 세 벌은 가게에 맡기고 나왔다. 들고 움직이기 번거로우니 나중에 찾아갈 생각이었다.
스완을 나온 서주환은 곧장 근처에 있는 화장품 가게로 향했다. 윤서라가 추천해준 립을 사기 위해서였다.
“입생롤랑 로즈 뭐였더라? 614호라고 했던 것 같은데요.”
“로즈이머지 말씀하는 거네요.”
직원은 대충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고 추가로 추천까지 해줬다.
“614호로 베이스를 깔고 안쪽에 615 루비웨이브로 레이어링 해주면 더 좋을 거예요. 장미꽃이 스며든 것 같은 느낌이 나거든요.”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어서 그냥 샀다. 극구 그가 사겠다고 하는 통에 립 정도는 괜찮겠지 지켜보던 정하연은 가격을 보고 기겁했다.
“무슨 립스틱 두 개가 십만 원이 넘어?”
이미 구매를 마치고서야 알게 된 가격. 정하연은 마치 졸부처럼 돈을 쓰는 서주환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서주환은 환불하자고 말하는 그녀를 이끌고 미리 봐두었던 카페로 향했다.
민트초코 전문 카페.
입구 간판부터 민트색으로 칠해진 카페 안에는 여자친구에게 억지로 끌려온 듯한 커플들이 한 가득이었다.
정하연은 서주환이 나서기 전에 직접 음료와 디저트류를 계산한 후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민트초코라떼를 한 모금 마신 후 말문을 열었다.
“왜 계속 네가 돈 쓰려고 해? 나도 돈 있어.”
“아니 뭐. 첫 데이트는 남자가 내는 거라고 하길래.”
그는 이해가 안 가서 머리를 긁적였다. 뭐지. 선물을 사줬으면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닌가?
정하연이 눈살을 찌푸렸다.
“너 무슨 구십 년대에서 왔어? 요즘 누가 그래?”
“…….”
“앞으로는 그러지 마. 그리고 이것도 환불하자. 형편에 맞게 써야지 무슨 돈을 그렇게 막 써?”
“형편에 맞게 쓴 건데….”
그 딴에는 부담스러워할까 봐 자제한 거였다. 진짜 벌어들이는 만큼 막 지르면 수십도 우스웠다.
‘부담스러웠나 보네.’
회귀 후 통장에 계속해서 거액이 들어오니 이전과는 금전감각이 달라졌다. 나름대로 조절한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정하연이 보기에는 졸부처럼 막 쓰는 걸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의 말에 정하연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형편에 맞게라는 게 그런 뜻이 아니라, 직접 번 돈도 아니고 부모님한테 용돈 탄 걸로 그러면 좀… 아.”
그녀는 말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흠칫 서주환의 눈치를 봤다. 말실수를 해버렸다. 혹시 그가 자존심 상하지는 않았을까 걱정되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예상 외의 반응을 보였다.
“응? 그거 때문이었어?”
“…어?”
“내가 번 돈 맞아.”
“…그럼 더 아껴야지. 힘들게 알바해서 번 돈이잖아.”
“어… 쉽게 번 건 아니지만… 쩝.”
겨우 알바비 정도가 아니었으니.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
정하연이 놀란 듯 눈을 깜빡거리며 묻는다.
“이게 네가 쓴 소설이라고?”
“응. 아는 사람한테 보여주는 건 처음이라 좀 부끄럽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