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89화 (89/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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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이번 주말은 연재를 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연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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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진짜 잡설인데, 여러분 혹시 오늘 김종국 형님이 유튜브 개설하신 거 알고 계신가요? 운동인들의 BTS가 드디어 떴습니다. 휴먼 아재체로 댓글 다는 거 너무 웃기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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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쿠폰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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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만 부탁드려요 :D

축복 받은 페로몬 입욕제

서주환은 요 며칠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보기 싫은 놈이 없어져서 그런가?’

확실히 그런 이유도 있는 것 같았다. 눈에 띄기만 해도 거슬리던 인간이 안 보이니까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 물론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지만.

“같이 가려면 빨리 준비해야지.”

정하연과 사귀게 된 뒤로 둘은 함께 등하교 했다. 굳이 그렇게 하자고 약속을 한 건 아니었지만, 집이 같은 방향이어서 그게 당연한 것처럼 굳어졌다.

오늘은 오전 수업이 있는 날. 준비를 빨리 해야 한다. 그의 집이 학교와 더 가까웠기에 등교를 할 때는 정하연이 집 앞으로 찾아왔다.

쏴아아-

빠르게 샤워를 마친 서주환은 머리를 말리며 일과를 시작했다.

“아이템 뽑기.”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템을 뽑는 게 하루 일과가 되었다. 언제 어느 아이템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매일 뽑지 않으면 손해였다. 특히나 『몽마신의 축복』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적용 기간 동안 최대한 뽕을 뽑아야 했다.

[성(性)에 관한 강력한 행운이 개입합니다.]

오랜만에 뜨는 문구. 행운은 항상 발동하는 게 아니기에 하루아침을 이렇게 시작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축복받은 페로몬 입욕제(x5)】

▶ 효과1: 몸의 노폐물을 일부 제거한다.

▶ 효과2: 손상된 피부를 소폭 재생시킨다.

▶ 효과3: 피로 회복 속도를 높여준다.

▶ 효과4: 사용 후 일정 시간 동안 성적 매력이 소폭 상승한다.

▶ 효과5: 사용 후 일정 시간 동안 성욕이 소폭 상승한다.

“피부재생이라. 좋은데?”

아이템 효과를 본 서주환은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확인했다. 고도비만이었던 시절에 비해 훨씬 잘생겨진 얼굴. 하지만 페로몬을 빼고 생각하면, 객관적으로 봤을 때 훈남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다. 평범보다는 조금 나은 정도일까.

“피부만 좋아져도 인상이 달라진다고 하던데.”

그는 사춘기 시절 여드름이 폭발했던 적이 있었는데, 얼굴이 온통 빨개져서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물론 지금은 다 가라앉았지만, 워낙 심했던 터라 살이 패이거나 흉 진 자국이 상당 부분 남아있었다.

“돈 굳었다. 아니, 시간 굳었다.”

이제 돈은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피부 재생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치료였다. 이 아이템을 잘만 사용한다면 단시간 내에 피부를 재생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주환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가방을 둘러맸다. 이번주는 오티 주간이 지나서 본격적으로 강의가 시작된 참이었다. 일주일 전처럼 맨몸으로 가는 건 안 된다. 빨리 사물함이 배정되면 좋을 텐데.

집 앞으로 나가니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정하연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하연아, 여기.”

“안녕.”

정하연이 마주 손을 흔들어주었다. 절로 나오는 실없는 웃음을 짓고 옆에 서자 투덜거림이 들려온다.

“얌마, 우린 보이지도 않냐?”

“형님….”

이석찬과 장덕훈이다.

서주환이 눈을 끔뻑이며 말한다.

“있었냐?”

그 반응에 이석찬의 얼굴이 구겨졌다.

“…야, 덕훈아. 우리 따로 갈까?”

“예. 역시 2D 이외의 여자는 해롭습니다.”

“어우, 씹덕쉑! 나 혼자 갈란다!”

“석찬 햄도 만화나 애니 좀 보시지 말입니다. 얼마나 재밌는데.”

“안 봐, 인마!”

서주환은 둘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한 마디 했다.

“꼬우면 니들도 연애 하던가.”

“으악!”

이석찬이 짧게 비명을 토하며 앞서 걸어 나갔다.

그는 이석찬의 뒷모습을 보며 혀를 쯧쯧 찼다. 솔로라 그런지 역시 소갈머리가 좁다. 사람은 이래서 연애를 해야 된다. 불쌍한 자식들.

*

출판콘텐츠학과의 1학년 과정은 다른 과보다 상당히 빡빡하게 진행된다. 취업에 중점을 둔 학과다보니 여러 가지로 배울 게 많았다. 특히 포토샵과 인디자인 같은 과목은 기초를 하루 빨리 배워야 2학기 과정을 나갈 수 있기 때문에 1학기에는 공강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오늘은 첫 디자인 강의였다.

“어려워!”

“하나도 모르겠다.”

“왜 디자인이 전공과목인 거냐고….”

서주환은 예상했던 반응에 웃음을 흘렸다.

‘회귀 전에는 나도 엄청 헤맸었지.’

학과 과정을 하나하나 조사하고 입학하는 사람은 드물다. 물론 그런 사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지만, 거의 반 이상은 성적을 맞춰오거나 학과 이름만 듣고 대략적인 과정을 추측하고 입학한다.

막연하게 여기를 졸업하면 출판사나 광고 계열 쪽으로 취직하겠지 정도.

이 때문에 출판콘텐츠학과에서 디자인을 전공과목으로 가르치리라 생각지 못한 학생이 많았다. 덕분에 처음 디자인 과목을 접한 학생들은 생소한 배움에 우는 소리를 해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대부분의 학생들은 저들끼리 도와주며 포토샵 프로그램 툴을 금방 익힌다. 회귀 전의 그는 물어볼 사람이 없어 하교 후 공부해야 했지만.

‘지금은 다르지.’

어차피 첫 수업은 매우 기초적인 부분이다. 서주환은 교수의 지시대로 능숙하게 툴을 이용해 정육면체 도형을 만들었다. 거기에 색을 입히고 몇 가지 바리에이션을 추가한다. 미적 감각에는 자신이 없었지만, 툴 자체는 숙달 된 솜씨였다.

마침 학생들이 진도를 따라오고 있나 돌아다니고 있던 김선혜가 그를 본다. 김선혜는 나이가 서른 중후반의 젊은 교수다.

그녀가 서주환의 작업물을 보더니 흥미롭게 묻는다.

“혹시 포토샵을 따로 배웠었니?”

“네. 그런데 잘은 못하고 기본적인 툴만 다룰 줄 알아요, 교수님.”

“지금은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지. 과대라고 했었지?”

“네. 서주환이라고 합니다.”

“잘 하네. 이쪽 줄은 주환이가 좀 도와주면 되겠어.”

그리 말하며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린다. 서주환은 알겠다고 대답하면서도 낯선 기분을 느꼈다.

‘옛날엔 엄청 욕먹었는데.’

김선혜는 평소에 조곤조곤 말하면서도 은근히 성격이 불같은 교수였다. 십 년 전에 있던 일이지만 그녀에 대한 기억이 선명했다. 욕을 많이 먹기도 했었고, 워낙 이런저런 소문이 많았던 교수였기 때문이다.

‘동안 노처녀. 생리마녀.’

남자가 아닌 여자들로부터 시작된 별명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건 젊은 남자를 밝힌다는 소문이었다. 출콘과에 얼마 없는 남학생에게 은근히 학점을 잘 준다던가. 여자들이 뒤에서 험담을 무척이나 했었다. 동참하는 남학생들도 있었던 걸 생각하면 아주 신빙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물론, 직접 확인하지 않는 이상 소문의 진실은 모르는 법이다. 회귀 전의 그는 추파는 고사하고 욕만 먹었던지라 그런 낌새를 전혀 못 느꼈으니까.

그가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근처에 있는 학생들이 말을 걸어왔다.

“오빠, 저 이것 좀 알려주면 안 돼요?”

“환이 언니이~ 저도 이거 잘 모르겠어요.”

“형님… 살려주십쇼. 아무것도 모르겠슴다.”

“야, 주환. 이거 어케 하는 거임?”

밀려드는 도움 요청에 서주환은 정신이 없었다. 지금은 어설픈 포토샵 실력도 독보적인 실력이구나.

“알았어. 한 명씩 알려줄 테니까 조금 기다려. 아, 언니라고 부른 사람은 저리 가시고.”

“아앙! 오빠!”

“애교 컷! 어딜 개수작이야?”

“칫. 하연 언니만 좋다 이거지.”

유소정이 눈을 가늘게 좁히며 혀를 찼다. 그에 옆에 있던 정하연이 움찔한다. 그 모습을 본 유소정이 입꼬리를 히죽 올리며 말한다.

“하연 언니 부끄러워한다!”

“언니 주환 오빠랑 사귄 뒤로 느낌이 좀 달라진 것 같아요~.”

어느덧 두 사람은 학과 공식 CC 1호가 되었다. 그렇게 티를 내고 다닌 것 같지도 않은데 소문이 참 빠르게도 퍼졌다.

“하연 언니 좀 귀여워지지 않았어?”

“맞아. 화장 했을 때보다 지금이 더 귀여운 것 같아!”

여학생들이 멈추지 않고 계속 깔깔거리며 놀려대자 정하연이 결국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렸다. 안 그래도 올라간 눈매가 날카로워지니 상당히 무서웠다.

“그만하자?”

인상 쓴 얼굴과 달리 말씨는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놀려대던 애들이 바로 꼬리를 내렸다.

“으응. 이제 안 할게요.”

“미안해요, 언니. 저희가 너무 심했어요….”

까불거리기로는 뒤지지 않는 유소정마저도 눈을 내리깔았다. 그 반응에 오히려 정하연이 당황한다.

“어, 어? 얘들아, 나 화낸 거 아니야.”

“…진짜요?”

“그럼. 장난인 거 아는데 왜 화내. 그냥 수업시간이니까 너무 떠들지 말자고 한 거지.”

화낸 거 맞으면서. 옆자리에 있던 서주환이 잇새로 웃음을 흘렸다. 유소정을 비롯한 여학생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정하연은 묘하게 사람을 아우르는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눈꼬리를 늘어뜨리는 이상한 화장을 하고 있을 때도 그녀를 따르는 여학생들이 은근히 있었다.

‘회귀 전에도 그랬었지.’

그가 말할 때는 귓등으로 안 듣던 학생들이었는데, 정하연이 과대를 잡고 나서는 일처리가 신속해졌었다. 그는 문득 그녀의 재능이 떠올라 상태창을 열었다.

<정하연>

성별: 여성

나이: 23살

키: 173cm

몸무게: 57kg

호감도: B

현재 성욕: C

페티시: -

보유 재능: 학습(B/A+), 문장력(C/A+), 어학(C/A+), 운동(B/A), 카리스마(C+/A), 리더십(D+/A)

‘이러니까 그러지.’

A급 이상의 재능이 무려 여섯 개다. 그 중 『카리스마』와 『리더십』 재능이 그녀의 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얼핏 차갑고 날카로워 보이는 외모와 맞물려서 더욱 그러했다.

그녀의 재능을 살피던 서주환의 시선이 한 자리에 머물렀다.

‘문장력이랑 학습 재능은 진짜 탐나는데.’

무려 A+등급의 두 재능!

『문장력』을 얻으면 분명 글을 쓸 때 도움이 될 터였다. B+에 불과한 그의 『글쓰기』 재능을 한 층 더 높은 곳으로 이끌겠지.

『학습』 재능은 글쓰기와 무관하게 굉장히 탐나는 재능이었다. 루시의 말에 따르면 『학습』 재능은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는데 특화된 재능이다. 심지어 정하연이 갖고 있는 A+등급이면 다른 재능의 한계를 보다 수월히 뛰어넘을 수 있도록 해준다고도 했다. 범용성이 굉장히 넓은 재능이었다.

서주환은 상태창을 끄고 정하연에게 시시덕거리고 있는 여자들을 불렀다.

“얘들아, 하연이 그만 놀리고 빨리 하자. 한 명씩 봐줄게. 아, 소정이 너는 알아서 하고.”

“너무해!”

“괘씸죄다, 이년아. 하연아, 뭐 모르는 거 있어?”

일단 여자친구부터 챙겨야 되지 않겠는가. 그 말에 딴청을 부리고 있던 정하연이 돌아보지도 않고 고개만 끄덕이며 말한다.

“응. 여기 반전하는 법을 모르겠어.”

“그건 말이지….”

서주환은 친절하게 그녀가 모르는 부분을 알려주었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 게 하나 있었다.

‘하연이 얘 지금도 포토샵 다룰 줄 알지 않나?’

회귀 전에는 분명 그랬던 것 같다. 그가 알기로 정하연은 학과 과정을 모두 살펴보고 온 케이스다. 그녀가 괜히 학과 수석을 밥 먹듯 한 게 아니었다.

서주환은 픽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고 모르는 척 그녀를 도와주었다.

그 모습을 썩은 눈으로 바라보던 이석찬은 혀를 차며 말했다.

“꼴값들 한다.”

*

“으아아. 풀강 힘들어~!”

“이번 주 과제 몇 개였지?”

“세 개.”

“미친. 세 개?”

“그래도 마감은 2주니까 아직 여유 좀 있어.”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이 곡소리를 냈다. 금요일을 오전 강의로 시작해서 7교시 내내 시달리니 죽는 소리가 나올 만도 했다. 벌써 저녁 시간이 다 되었다.

서주환도 지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오늘이 기회다.’

이석찬은 약속이 있다며 먼저 갔고, 장덕훈은 주문했던 피규어가 오는 날이라며 집으로 전력질주 했다.

자연스럽게 정하연과 둘만 남은 상황.

서주환은 축복이 점 지어준 날이 오늘이라고 확신했다.

‘오늘 한다!’

당연히 섹스를 말함이었다.

놀랍게도 그는 사귄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정하연과 관계를 갖지 못했다. 아니, 관계는 고사하고 가끔 하는 키스도 감지덕지였다.

이유는 정하연의 은근한 철벽 때문이었다.

직접 싫다는 말을 들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의사소통은 꼭 말로써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은연중에 풍기는 분위기라는 게 있는 법이었다. 그가 마음먹고 깊이 다가가려고 할 때마다 정하연은 말을 돌리거나 자리를 피하곤 했었다. 키스까지는 괜찮지만, 그 이상은 안 된다는 느낌. 그래서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기가 힘들었다.

‘내가 싫어서는 아닐 거고.’

처음에는 설마 자길 싫어하는 건가 했다. 하지만 그랬다면 애초에 먼저 고백을 했을 리가 없다.

그럼 왜 피하는 걸까. 단순히 부끄러워서?

설마 싶었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니 가능성이 있는 얘기였다. 정하연은 사귀기 이전과 그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으니까.

사귀기 전의 정하연은 남자보다도 더 편한 친구였다. 예쁘기 이전에 성격이 털털해서 장난치고 대화하는 게 즐거웠다. 거침없이 험한 말을 하거나 툭툭 치대는 것도 이성이 아닌 친구라는 느낌을 강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연애를 시작한 이후의 그녀는 조금 달랐다.

여전히 시답잖은 농담을 하거나 장난을 치는 건 같았지만, 몸가짐이라고 해야 할까, 언행에서 묘하게 달라진 점들이 있었다.

우선 이전보다 욕을 하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때리듯 툭툭 건드리는 행위도 거의 사라졌다. 기껏 해봐야 살짝 꼬집는 정도.

마냥 나쁜 변화는 아니었다. 달라진 행동은 그를 확실히 연인으로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으니까.

문제는 조심스러워진 태도 때문에 이전처럼 쉽게 스킨십을 하기가 힘들어졌다는 데 있었다. 오히려 사귀고 난 뒤 거리감이 생기다니, 이건 잘못되어도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다.

그래서 서주환은 이석찬과 장덕훈이 자리를 비운 오늘 승부를 보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삼일 전과 오늘은 다를 것이다!

‘그래, 사귀고 이틀 차에 섹스는 너무 빨랐지.’

연애와 엔조이는 다르다는 걸 간과했었다. 지금까지 만난 여성들과는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관계를 가졌기에 정하연과도 당연히 바로 관계를 갖겠다고 조급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무려 연애 5일 차!

이쯤이면 정하연도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했을 터. 여자 쪽에서 부끄러워서 다가오지 못한다면 이쪽에서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수밖에.

집에 돌아가는 길, 서주환은 적당한 구실로 정하연을 꼬드겼다.

“하연아, 오늘 과제 같이 할래?”

“과제? 어떤 거?”

“디자인 어렵다고 했잖아. 우리 집에서 같이 하자. 내가 좀 도와줄게.”

“으음….”

정하연은 고민하는 듯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집에서 좀 씻고 올게.”

“음. 그냥 우리 집에서 씻을래?”

“뭐?”

의외의 말에 놀란 듯 눈을 깜빡이는 정하연. 그는 얼른 말을 덧붙였다.

“그, 우리 집에 욕조 있잖아. 원룸엔 없지 않아?”

“아, 맞네. 너희 집 욕조 있었지!”

“어어. 그리고 선물로 받은 입욕제도 있는데, 그거 엄청 좋더라. 한 번 써봐.”

“입욕제까지?”

되묻는 정하연을 보며 서주환은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욕조와 입욕제라는 말에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미끼를 문 것이다.

‘어쩐지 아침에 입욕제가 나오더라니.’

축복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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