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87화 (87/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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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순애물 마렵다...

오글과 설렘은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제가 잘 쓴 건지 모르겠네요.

부디 즐겁게 봐주셨기를.

*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만 부탁드려요 :D

저는 현실 여자한테 관심 없슴다

서주환은 품에 안은 정하연을 바라봤다.

조그만 얼굴에 어딘가 서구적이고 뚜렷한 이목구비. 화장을 하지 않았음에도 눈처럼 하얀 피부와 끝이 살짝 위로 올라간 눈매. 그 때문에 다소 차갑고 드세 보이는 인상.

정하연은 지금까지 스스로의 인상이 싫다며 진한 화장으로 가려왔지만, 서주환이 보기엔 그런 점이 오히려 쉽게 손댈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왔다.

‘보면 볼수록 예쁘네.’

서주환은 이제 여자친구가 된 그녀를 보며 일이 단단히 잘못 되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귄지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콩깍지가 쓰인 듯했으니 이걸 어찌한단 말인가.

가슴 한편에는 분명 걱정과 불안이 있었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실실 웃음이 흘러나오는 걸 보면, 자신이 그녀를 좋아하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때 품에 안긴 정하연이 몸을 꼼지락거렸다.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뚱한 얼굴로 말한다.

“그만 좀 떨어지지? 내가 인형도 아니고 언제까지 안고 있게. 답답해 죽겠다….”

“푸흐.”

“윽. 기분 나쁘게 웃지 마.”

질색하는 표정을 짓는 정하연이었지만, 서주환은 오히려 더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퉁명스러운 말투 뒤에 자리한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서주환은 짓궂게 웃으며 놀리듯 물었다.

“부끄러워?”

“…내가? 답답해서 그런 거라니까?”

“푸흐흐. 하연아, 너 예쁘기만 한 줄 알았는데 진짜 귀엽다.”

“무, 무…!”

직설적인 말에 정하연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피부가 하얘서 그런지 한 눈에 보기에도 표가 난다.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한 그녀가 이내 몸을 확 뒤로 뺐다.

서주환은 또 다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푸흐흐하!”

“웃지 말라고!”

퍽!

외침과 함께 날아든 주먹이 복부를 올려쳤다.

“으억!”

서주환의 몸이 순간 앞으로 수그려졌다. 아까 전 자신에게 맞은 백정기가 느낀 고통이 이러했을까.

격한 반응에 스스로 때려놓고도 깜짝 놀란 그녀가 바짝 붙어오며 말한다.

“괘, 괜찮아?”

“안 괜찮아….”

“그, 그러게 왜 계속 웃어서….”

“사귄 지 10분도 안 돼서 얻어맞으니까 서럽다, 진짜. 그냥 내 여자친구 예쁘다고 칭찬한 건데….”

“미, 미안.”

우는소리를 하니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한다. 서주환은 짐짓 아프다는 듯 배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슬며시 그녀의 눈치를 보며 말한다.

“…키스 해주면 괜찮아질 것 같은데.”

“야….”

무섭게 노려보는 정하연이다. 연기인 걸 바로 들켜버린 듯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투덜거렸다.

“자기는 야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으면서.”

“…….”

너무 놀렸던 걸까. 정하연이 두 주먹을 꽉 쥐고선 부들부들 떨었다. 화가 난 듯 얼굴까지 벌게져 있었으니. 서주환은 이거 잘못 건드렸구나 싶어 얼른 자세를 고쳤다. 하지만 그녀가 다가오는 게 먼저였다.

“하연아 미….”

쪽.

“…안? 오?”

사과하려던 그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부드러운 입술이 볼을 살며시 찍고 돌아간 것이다.

그녀가 새침한 얼굴로 그를 흘겨보더니 몸을 돌렸다.

“안 아픈 거 아니까 이제 그만해. 들어가자.”

“…진짜 아팠는데.”

“너 진짜.”

“그런데 이제 안 아프다. 흐흐.”

“…씨이. 괜히 좋아한다고 했나.”

그리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기는 정하연이다. 마치 도망이라도 치는 것처럼 걸음걸이가 빠르다. 서주환이 얼른 그녀의 뒤를 바짝 쫓아가며 말한다.

“좋아한다고 한 번 더 말해주면 안 돼?”

“시끄러.”

“하연아, 같이 가. 남친 버려두고 혼자 가냐~.”

“…….”

이제 대답도 안 하고 뛰듯이 가버린다.

서주환은 또다시 웃음이 터지려는 걸 꾹 참고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귓가에서 그를 축하하듯 연신 알림이 울려 퍼졌다.

[욕망 퀘스트,『달콤한 사랑-연애』의 보상으로 10,000LP가 지급됩니다.]

[업적, 『첫 연애』의 달성 보상으로 10,000LP가 지급됩니다.]

*

한편 흡연장 근처에 있는 돌담. 그 뒤에서 서주환과 정하연의 모습을 모두 지켜본 사람이 있었다.

“하아아….”

그녀의 입에서 한숨이 길게 흘러나왔다. 숨결에 복잡한 감정이 진하게 녹아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서주환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유지경은 벽에 등을 기댄 채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좋아한다고 말하는 순간 어색해질 것 같아 피해왔다. 한데 저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고백을 받아줄 줄은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말이라도 해볼 것을.

‘…아니야. 말 안 하길 잘한 거야.’

정하연 정도로 예쁜 여자니까 가능했던 거지, 자신이 고백했더라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느끼기에 서주환은 분명 연애라는 걸 꺼려하고 있었으니까. 고백해봤자 생각했던 대로 어색해지기만 했을 테지.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감정이 더 커지기 전에 마음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지금이라면 조금 따끔한 정도니까.

저벅. 저벅.

유지경은 벽 뒤에서 나와 흡연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내 그녀는 전자담배를 입에 물며 의식적으로 내뱉었다.

“별로 엄청 좋아했던 것도 아니고.”

애초에 그리 큰 감정도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그와 잤던 건 좋아해서가 아니라 단지 섹스를 해보고 싶어서였을 뿐 아니던가.

후우-

유지경의 입에서 담배 연기가 한숨처럼 길게 흘러나왔다. 그리 크지 않은 감정이라 할지라도, 조금 울적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연초 가져올 걸….”

오늘따라 전자담배가 유독 불만족스럽다.

혀끝이 썼다.

*

다음날 아침.

출판콘텐츠학과의 학생들이 저마다 숙취를 호소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심각한 건 7조의 인원들이었다. 서주환을 제외한 조원 모두가 비몽사몽한 상태로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선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으으….”

“머리 아파요오…”

“으우욱. 저희 그냥 내일 가면 안 됩니까?”

하나같이 머리나 배를 부여잡고 우는 소리를 한다.

다른 양주도 아니고 캡틴큐를 들이부었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캡틴큐는 음료 마시듯 쭉쭉 넘어갈 정도로 맛있지만, 다음날에는 숙취가 끔찍하기로 유명한 양주였다. 오죽하면 마신 후 하루가 사라진다고 하여 ‘시간을 달리는 술’이라 불리겠는가. 엄청난 숙취 때문에 ‘막장큐’로 불리기도 한다.

“끄으응. 오랜만이라고 신나서 마셨더니 죽을 것 같다. 주환아, 넌 제일 많이 마셔놓고 왜 멀쩡하냐?”

조경준이 죽어가는 얼굴로 물었다.

“멀쩡하긴, 인마. 나도 속 안 좋다.”

서주환이 인상을 구겼다. 그도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느라 힘겨웠다. 다만 원래 주량이 높은지라 비교적 상태가 좋아 보일 뿐이었다.

서주환은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주머니 안을 뒤적였다. 원래 텅 빈 주머니였지만 만져지는 물건이 있었다. 인벤토리에서 불러낸 숙취해소제였다.

‘아이템 쓰는 걸 깜빡했네. 이따 마셔야지.’

하루마다 꾸준히 돌리고 있는 아이템 뽑기. 한 번에 1,000LP가 소모되지만, 재수가 좋으면 스킬과 축복이 나오는 등 대박이 터지는 날도 있다. 그리고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해서 실생활에 유용한 아이템도 많았는데, 지금 손에 쥔 숙취해소제 또한 그런 종류였다.

서주환은 힐끗 옆을 돌아봤다. 남들과 마찬가지로 머리를 부여잡은 정하연이 퀭한 눈으로 걷고 있었다. 상태가 영 좋지 않은 듯했다.

그는 비틀거리는 정하연의 어깨를 감쌌다.

“그러다 넘어지겠다.”

“…고마워.”

“뭘 이런 걸로.”

자연스러운 스킨십에 몇몇 학생들이 의아한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본다. 하지만 곧 숙취 때문에 머리를 부여잡고 걸어가기 바빴다.

서주환은 주머니 속에 든 병을 만지며 생각했다.

‘이걸 줘도 되나?’

그녀에게 아이템을 주는 건 아깝지 않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민트초코맛 숙취해소제(x3)』

▶ 효과1: 술을 마시기 전에 복용하면 취기가 올라오는 걸 늦추고 주량이 증가한다.

▶ 효과2: 술을 마시고 난 후 복용하면 즉시 숙취가 해소된다.

※ 민트초코맛이다.

숙취해소제의 맛이 호불호가 심각하게 갈리는 민트초코라는 게 문제였다. 그로서는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맛이었지만… 정하연은 극히 싫어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괜히 줬다가 욕만 먹는 건 아닐까 싶었다.

서주환이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 동안 버스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같이 자리를 잡았다. 서주환은 상태가 더 좋지 않은 정하연을 창가 쪽으로 보냈다.

그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정하연을 바라봤다.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긴 게 어지간히 피곤한 모양이었다. 그 시선을 눈치 챈 그녀가 몸을 움찔하더니 후드를 뒤집어쓴다.

“이쪽 보지 마.”

“왜. 예쁜데.”

“시, 시끄러. 지랄 마. 고개 돌려.”

정하연은 욕을 마구 내뱉으며 서주환의 얼굴을 밀어냈다. 그녀는 당황하거나 부끄러우면 욕을 하는 버릇이 있는 것 같았다.

서주환은 결국 안 되겠다 싶어 주머니 안에서 병을 꺼내들었다.

“하연아, 이거 마셔.”

“…그게 뭔데?”

“숙취해소제. 그런데 맛이…

“어? 민트초코네? 숙취해소제에 민트초코 맛이 있어?”

“어, 어어.”

의외로 정하연은 진하게 흥미를 보이더니 얼른 받아들고선 단숨에 마셨다. 그녀가 입맛을 다시며 말한다.

“와. 이거 맛있다.”

“좀 괜찮아?”

“이제 먹었는데 무슨 효과가… 있네? 뭐지? 좀 괜찮아진 것 같은데?”

신기하다는 듯 이마를 만지는 정하연. 머리 아프던 게 다 나은 듯 인상이 펴졌다.

‘다행이네.’

그의 입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1학년은 물론 2학년들도 버스에 탑승하자마자 기절하듯 잠들었다. 아이템 덕분에 숙취를 해소한 정하연도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감았다. 숙취와 피로는 별개라는 걸까.

서주환은 작게 그녀를 불러보았다.

“하연아, 자?”

“…….”

대답 없이 새근거리는 숨소리만 들려왔다. 그는 창문 쪽에 있는 커튼을 쳐주었다.

“잘 자.”

그녀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다가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웃음을 머금었다. 틱틱거리는 투로 말하는 그녀였지만, 사귀게 되어서인지 확실히 이전보다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손등 위로 걸치듯 얹어놓은 손이 그 증거였다.

서주환은 창가로 불편하게 기울어져 있는 그녀의 머리를 살며시 끌어당겼다.

툭.

정하연의 머리를 어깨에 기대어 주고, 그도 잠을 청했다.

*

서주환은 버스가 도착했을 쯤 일어났다. 그는 아직 자고 있는 정하연을 확인하고 맞잡은 손을 흔들어 깨웠다. 이내 그녀가 눈을 깜빡이며 정신을 차렸다.

“도착했어?”

“응. 많이 피곤했나 보다. 엄청 잘 자더라.”

“…그걸 또 다 보고 있었어? 아니, 그보다 손은 또 왜 잡고 있데?”

서주환은 어깨를 으쓱이며 깍지 낀 손을 들어 보였다. 과연 누가 잡은 걸까. 자기 전에는 정하연의 손이 그의 손등 위로 올라와 있을 뿐이었는데, 어느새 깍지가 껴져 있었다.

“일단 내리자.”

뭔가 떠오른 걸까. 정하연이 말을 얼버무리며 일어났다. 머리카락 사이로 불그스름한 귀가 보였다.

*

버스에서 내린 이석찬이 길게 기지개를 켠다.

“으하암~. 아직도 졸리네. 얘들아, 담배나 한 대 피고 가쉴?”

“그래.”

“삼거리 쪽 흡연장으로 갈 거지? 아, 덕훈아 너는 먼저 가도 돼.”

비흡연자인 장덕훈을 배려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비흡연자지만 담배 냄새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님다. 같이 가겠슴다. 그리고 학교 올라갈 거 아니면 삼거리가 제일 가깝지 말입니다.”

“주환이 넌 집 지나쳐야 되지 않나?”

“괜찮아. 얼마나 걸린다고.”

어차피 정하연을 집까지 데려다 줄 생각이었다. 네 사람은 삼거리 쪽에 있는 흡연장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이석찬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두 사람을 바라봤다. 뭔가 분위기가 달라진 듯했다.

‘설마? 에이, 정하연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바로 부정했다. 정하연이 연애하는 모습이라니 상상도 안 된다. 하지만 그는 곧 자신의 감이 들어맞았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석찬은 담배에 불을 붙이다 말고 서주환과 정하연을 번갈아가며 삿대질 했다.

“너희 둘이 사귄다고?”

“어, 그렇게 됐다. 그치, 하연아?”

혹시나 싶어 다시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 긍정이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심지어는 정하연마저도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으니.

아직 놀랄 거리는 더 있었다.

“헐. 얘가 고백했어? 네가 아니라? 얘가 먼저? 진심?”

“아, 서주환! 그걸 왜 말해!”

“허. 진짠가 보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기야 굳이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다.

“형님, 누님 축하드립니다!”

장덕훈은 잘됐다는 듯 환한 얼굴로 두 사람을 축하했다. 그러나 이석찬은 쉽게 축하를 건넬 수가 없었다. 다만 홍조 띈 정하연의 얼굴을 보고 썩은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얘가 연애?’

어쩐지 어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 동안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애가 갑자기 연애를 한다는 게 놀라웠다. 하지만 진짜 어지러운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었다.

‘허미, 시벌. 그럼 둘이 결혼이라도 하면… 아니지. 이제 사귀기 시작했는데 결혼은 무슨.’

그 답지 않게 너무 많이 갔다. 사실 둘이 뭘 어떻게 지지고 볶든 관여할 바는 아니었다. 그 자신만 해도 이 여자 저 여자 가리지 않고 만나지 않던가.

이석찬은 힐끗 서주환을 쳐다봤다.

‘주환이 정도면 좋은 놈이지.’

만난 지 이제 일주일 밖에 안 됐지만, 지금까지 본 바 서주환은 제법 괜찮은 놈이었다. 차라리 엄한 놈 만나지 않은 게 다행일까. 어쩌면 의외로 잘 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다면.

“야, 주환아. 일단 축하한다. 그런데.”

“그런데?”

“그럼 여름에 펜션 가기로 한 건 취소임?”

“당연히 취소지, 미친놈아!”

서주환은 기겁을 하며 정하연의 눈치를 보더니 꽥 소리쳤다. 사정을 모르는 정하연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까비.”

이석찬은 아쉽게 입맛을 다셨다. 혼자 세 명을 감당하긴 힘든데.

담배를 핀 후.

이석찬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장덕훈에게 조용히 물어봤다. 펜션에 같이 갈 생각 있냐고.

이야기를 들은 장덕훈이 결연한 투로 말했다.

“저는 현실 여자한테 관심 없슴다. 그 시간에 알바나 해서 우리 세이버쨩 보구 사줄 겁니다.”

기가 막힌 이석찬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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