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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83화 (8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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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술 게임 어려워...

그나저나 슬슬 치워야겠네요.

*

암천회류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만 부탁드려요 :D

취했으면 가서 자빠져 자라

백정기가 앉는 걸 본 서주환의 눈살이 대번에 찌푸려졌다.

‘이 새낀 하필 앉아도.’

백정기가 그와 정하연의 중간으로 비집고 들어왔던 것이다. 이미 술을 좀 마신 듯 붉은 기가 오른 백정기. 그는 게임이 몇 번 진행되는 동안 낄낄거리며 대화를 주도하려 했다.

백정기가 말했다.

“십구금 손병호 게임 하자. 어때?”

백정기의 제안에 흥미로운 기색을 띈 사람이 몇몇, 싫다는 기색을 띈 사람이 반 이상이었다. 서주환은 고개를 저으며 끼어들었다.

“십구금은 빼고. 그냥 손병호 게임 하자.”

“흠. 그냥은 재미 없지 않겠어요?”

“정기야, 게임 정하는 거 내 차례다. 그리고 부담스러워하는 애들도 있어. 그런 건 인원 좀 빠졌을 때 하자.”

“…예, 뭐. 선배님이 그러시다면야.”

백정기는 못 마땅한 듯 눈썹을 꿈틀 거리면서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서주환이 선배인 걸 구분할 정신머리는 있었다.

“모자 쓴 사람 접어!”

“오늘 여장했던 사람 접어!”

“안경 쓴 사람 접어요!”

“캡틴큐 안 마신 사람 접으십시오.”

“1학년 접어.”

백정기가 1학년 전부를 접게 만들었다. 서주환도 손가락을 접었다. 이제 그의 손가락은 두 개 남았다.

“모쏠 접으세요!”

유소정의 말이었다. 방 안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와~! 너무해!”

“모쏠 아닌 척 하면 어떡해?”

“양심에 맡겨야죠!”

장난 섞인 야유가 쏟아졌다.

서주환은 잠시 고민하다가 손가락을 접었다. 아직 소주 두 병 이상은 거뜬히 더 마실 수 있는데 뺄 이유가 없었다.

“엥? 주환 오빠가 왜 접어요?”

그 말에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놀란 얼굴로 서주환을 바라봤다. 접으라고 한 당사자인 유소정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한다.

“빠니! 모쏠이에요?”

“어… 그런데?”

서주환은 멋쩍게 눈꼬리를 긁적였다.

“아니, 왜 그렇게들 보냐. 모쏠 처음 봐? 민망하게.”

무슨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보는 시선이었다. 그의 말에 사람들이 저 마다 말을 쏟아냈다.

“와아! 말도 안 돼! 진짜 모쏠이에요?”

“오빠, 술 마시고 싶어서 거짓말 하는 거죠?”

“주환 형님, 기만은 좋지 않습니다.”

“야, 서주환. 이상한 걸로 구라치지 마.”

정하연까지 그리 말하자 서주환은 조금 황당해져서 입을 열었다.

“이게 뭐라고 거짓말을 해? 나 모쏠 맞… 아니, 이거 기분 이상하네. 내가 왜 모쏠이라고 주장해야 되는 거야? 사람 두 번 죽이네!”

서주환이 억울한 목소리로 외쳤다. 모쏠인 것도 억울한데 나 모쏠이요 해명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마음 같아선 연애는 못 해봤어도 떡은 많이 쳐봤다 말하고 싶었다.

물론 그냥 닥치고 있었다.

정하연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다시 한 번 물었다.

“야, 정말이야? 연애 해 본 적 없어? 내가 본 게 있는데.”

“보긴 뭘 봐. 좀 믿어라.”

서주환이 인상을 팍 찌푸리며 답했다.

“흐응. 그냥 신기해서 그랬어.”

미심쩍게 바라보던 정하연이 시선을 거두었다. 그녀는 서주환이 여자 한 명을 모텔로 데리고 가는 걸 본 적이 있었다.

‘그냥 데려다만 준 거였나 보네.’

그때 백정기가 정하연을 힐끗 보더니 서주환을 돌아보며 피식 웃었다.

“선배 진짜 모쏠이에요? 저랑 동갑으로 알고 있는데.”

“어. 그런데 왜?”

“아니, 그냥요. 얼굴도 꽤 생겼는데 신기해서요. 보통 얼굴 되면서 이 나이까지 모쏠이면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건데, 서주환 선배가 그럴 린 없을 거고.”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백정기였다. 그에 서주환은 헛웃음을 흘렸다. 존대만 하고 있지 성격에 문제 있는 게 아니냐고 돌려 까는 것 아닌가.

‘이 새끼가 술 들어가더니 미쳤나?’

본래 개념이 없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평소에는 안 그런 척 연기를 하는 놈인데 필터링이 없어진 느낌이었다.

서주환은 이걸 엎어버릴까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하하 웃는 얼굴로 백정기를 바라봤다. 다들 즐거워하고 있는데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대신 하나 남은 백정기의 손가락을 보며 말했다.

“2학년 접으세요.”

2학년 네 명이 손가락을 접는다. 손가락이 하나 남은 건 백정기 한 명이었다. 그가 떨떠름하게 손가락을 접으며 말한다.

“혹시 저 저격한 거예요?”

“어, 맞는데.”

“예?”

“게임인데 어때서? 나도 한 개 밖에 안 남아서 걸리게 생겼거든.”

“…하하. 그쵸. 게임이니까 뭐.”

“내가 접게 만들었으니까 술 말아줄게. 컵 줘.”

서주환은 빼앗듯 백정기의 컵을 가져와서 술을 따라주었다. 소주를 가득 채우고 마지막으로 맥주를 코팅하듯 덮었다. 헬스장 형님들에게 배운 벌(罰)꿀주였다.

서주환이 제조를 마친 잔을 슬쩍 들어 보이며 말했다.

“얘들아, 이게 요즘 유행하는 벌꿀주라면서?”

“푸흐하하! 벌꿀주가 아니라 꿀주요!”

“오빠, 그게 어떻게 꿀주에요!”

“어? 이거 아니야? 그래도 벌칙주니까 괜찮지? 정기야 술 더 마실 수 있겠냐? 힘들면 말하고.”

서주환이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그를 황당하게 보던 백정기는 기가 차다는 듯 헛숨을 뱉었다. 서주환은 얼른 백정기의 손에 잔을 쥐어주며 말했다.

“오, 백정기 멋지다! 역시 2학년 과대!”

“와아! 과대 멋있습니다!”

옆에 있던 장덕훈이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뭔가 눈치를 챈 게 아니라 단순히 서주환의 말에 반사적으로 호응한 것이었다.

백정기가 다시 헛웃음을 뱉더니 말했다.

“다들 되게 잘 논다. 재미없게 술 빼는 사람도 없고. 그래, 오늘 마시고 죽자!”

‘그냥 혼자 죽어라 좀.

서주환은 생각만 하지 않고 실천으로 옮겼다.

【멀티태스킹:다중작업】

▶ 효과: 의식이 멑티태스킹에 어울리는 형태로 분화됩니다. 동시에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 게임을 할 때만 적용됩니다.

술 게임도 일단 게임이었다. 서주환은 술자리를 즐기느라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던 특수능력을 꺼냈다.

“백정기 선배 또 걸렸어요!”

“마! 셔라! 마셔라! 마! 셔라!”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안주 먹을 시간이~ 없~ 어요!”

게임이 진행될수록 백정기가 마시는 술이 늘어났다. 그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다.

“와… 이거 슬슬 힘든데? 묘하게 나만 노리는 느낌이다?”

그리 말하며 자신을 노려보는 시선에 서주환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얼굴로 사람 좋은 미소를 만들었다.

백정기도 그가 일부러 유도했다는 확신은 없었는지 결국 얌전히 술을 마셨다.

꿀꺽. 주르륵.

백정기의 얼굴이 불콰하게 달아올랐다. 들어온 지 30분 만에 몇 잔을 마신 건지. 적어도 소주 한 병 이상은 비우게 만든 것 같았다. 그 전부터도 술에 취해 있었으니 슬슬 정신을 못 차릴 때가 됐다.

‘게임 재능 올려놓길 잘했네.’

그리 생각하며 혼자 술을 따라서 마시고 있자니 백정기의 어깨 너머로 정하연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입 모양으로 무어라 말하고 있었다.

‘어때, 어시스트 좋았지?’

서주환은 픽 웃으며 그녀에게만 보이도록 슬쩍 엄지를 들어주었다.

백정기에게 술을 몰아준 건 그가 혼자 한 게 아니었다. B급 재능이라고 하지만 스무 명 가까이 되는 대인원인데 혼자서 가능할 리가 없다. 정하연이 눈치껏 도와줬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때 문 밖에서 누군가 그를 불렀다.

“야, 주환아! 담배 한 대 피러 가자!”

옆방에서 놀고 있던 이석찬이다. 그를 부르며 온 이석찬이 방 안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와우. 여기도 재밌게 놀고 있었네? 헐, 저거 뭐야! 캡틴큐?”

“양주 상품으로 저거 두 병 주더라.”

“와씨. 저거 지금 구하기 힘든 건데! 야, 왜 나 안 불렀어!”

“언제 물어는 봤냐?”

“쓰읍. 오랜만에 마실 수 있었는데 아깝다.”

이석찬이 입맛을 다셨다. 서주환은 낄낄거리며 외투를 걸쳤다. 안 그래도 술을 마셨더니 담배가 땡기던 참이었다.

“담배나 피러 가자. 얘들아,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놀고 있어.”

그때 누군가 옷소매를 잡아왔다. 백정기였다. 놈이 벌게진 얼굴로 웃었다. 이미 눈도 반쯤 풀린 게 맛이 간 모양새였다. 그런데도 자러 가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징그럽다.

“선배님, 갈 땐 가더라도 벌주는 마시고 가야죠. 제가 말아드릴게요.”

그리 말하더니 대답도 듣지 않고 술을 따른다.

“아까 선배가 말아줬던 벌꿀줍니다. 설마 빼진 않겠죠?”

“줘. 마시고 갈게.”

서주환은 두 말 않고 태연하게 잔을 받아 들었다. 리본 피트니스의 김대섭은 벌꿀주를 맥주잔에 말아줬었다. 고작 이걸 못 먹겠는가.

쭈-욱. 꿀꺽.

“됐지?”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잔을 비우고 말하자 백정기가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너도 적당히 마시고 자러 가라. 얼굴 빨갛다. 석찬아, 담배 피러 가자.”

“엉.”

*

이석찬이 담배를 태우며 말했다.

“백정기랑 뭔 일 있었어?”

“있긴 무슨.”

“순간 분위기 싸하던데?”

“2학년이 술 처먹고 꼴아 있으니까 애들이 눈치 보는 거지 뭐. 그보다 너희 방은 어때? 재밌어?”

이석찬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야 존나 재밌게 놀고 있지. 과 인원 절반은 우리방에 있을 걸? 나머지 절반은 너희 방이고.”

술 마시는 방이 두 개로 나눠진 듯했다. 이석찬은 같은 조 여자들과 많이 친해졌는지 나중에 같이 놀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예쁜 애들 좀 있더라. 나중에 너도 같이 놀자. 시험 끝나고 펜션 가기로 함.”

“오, 진짜? 나야 좋지.”

학과 친구들과 펜션이라! 이 또한 그가 동경하던 대학 생활 중 하나였으니. 잘 둔 이석찬 하나가 열 친구 안 부러웠다.

이석찬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한다.

“아, 맞다. 주환아, 너 진짜 모쏠이냐?”

“뭐? 갑자기 그건 왜?”

“우리 방 온 애들이 알려주던데?”

“아니 그게 뭐라고 거기까지 가서 말해?”

서주환이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이 모쏠일 수도 있지 뭐가 그리 신기하다고 소문까지 낸단 말인가!

이석찬은 낄낄거리며 연기를 뿜어댔다. 방 안에서 여자들이 서주환의 모쏠 소식에 흥미로워 하던 게 떠올라서다. 성격도 모난 데 없고 얼굴도 나름 잘생긴 놈이 모쏠이라니 신기할 만도 했다. 특히 서주환은 오늘 장기자랑에서 제대로 어필을 하지 않았던가. 조만간 몇 명 정도는 고백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서주환이 낮게 투덜거린다.

“사람이 연애 좀 못 해 봤을 수도 있지….”

“흠. 너 모쏠이면 아다야?”

“…그건 아닌데.”

“헐. 아다는 또 아니라고? 네가 말로만 듣던 모쏠후다였냐? 업소? 클럽? 어디서 뗌?”

“둘 중 고르자면 클럽인데… 야, 됐고. 다 폈으면 가자. 지금쯤이면 백정기 그녀석도 잘 거 같은데.”

순간 정소라가 떠오른 서주환은 말을 돌리고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군대에서 뗐다고 할 수도 없고, 피티 선생인 임수희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이야기가 복잡했다.

“윽. 야, 나 화장실 좀.”

낄낄 거리며 뒤를 따라오던 이석찬이 말했다.

“토하러 가냐?”

“아니, 급똥! 먼저 올라 가!”

파래진 얼굴로 화장실을 향해 뛰어가는 이석찬이다. 서주환은 혀를 쯧쯧 차고 방으로 돌아갔다.

복도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였다.

- 취했으면 가서 자빠져 자라고!

안쪽 방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복도까지 뻗어 나왔다.

익숙한 목소리.

“…하연이?”

정하연의 목소리였다. 인지한 순간 그가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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