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81화 (8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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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오늘은 분량이 적습니다.

그래서 합니다, 연참.

장기자랑

- 7조 1등! 추가 점수 300점! 불만은 안 받습니다!

““우우우우!””

- 선배님이 너무 섹시했는데 어떡해요! 앞으로 환이 언니라고 불러야지! 모두 외쳐, 환이 언니!

““환이 언니! 환이 언니!””

무대를 내려 온 서주환은 기가 차서 웃음을 흘렸다. 회귀 전에도 활기차고 말 많은 사람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사람들이 과반수인 출콘과 인원들의 분위기를 이만큼 띄울 수 있는 게 대단해보였다.

‘쟤는 레크레이션과를 갔어야 됐을 거 같은데.’

서주환은 옷을 갈아입은 후 7조가 있는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가 오자마자 조경준이 폭소를 터뜨렸다.

“프하하학! 서주환 이 미친놈! 질색하더니 엄청 잘하더라?”

“아, 쪽팔리니까 좀 닥쳐. 어우씨,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지?”

생각해보니까 추억 만들기는 그냥 앞에 나간 걸로 충분했는데 말이다. 쓸데없는 승부욕이 발동해서 적극적으로 춤을 춰버렸다. 그래도 재미는 있었지만.

조원들은 연신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주환 오빠! 아니, 환이 언니! 언니 짱이에요!”

“오빠, 춤 대박이었어요. 앞으로 언니라고 부를래요.”

정하연도 그의 얼굴을 보더니 풉 웃음을 흘렸다.

“섹시 댄스 잘 추더라.”

“맞아요, 언니! 웨이브 타는 거 진짜 섹시했어요. 여자보다 더요!”

“고, 고맙다….”

그는 부들부들 입꼬리를 떨면서 대답했다. 정하연은 순전히 놀리는 것인데 다른 여학생들은 신나서 진심으로 말하니까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는데, 장덕훈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여장 대회에 나가게 만든 당사자. 장덕훈이 양손으로 엄지를 치켜들며 말했다.

“형님, 그야말로 뇌쇄미인이셨습니다.”

그 말에 서주환은 울컥! 하고 뭐가 올라오는 듯했다.

야, 이 씹덕아. 그거 만화책 제목이잖아.

그는 웃는 얼굴로 장덕훈을 보며 말했다.

“넌 나중에 보자. 형이 꼰대가 뭔지 알려줄게.”

“…으윽. 갑자기 다리가!”

“다리 진짜 부러트려 줘?”

“형님, 잘못했습니다!”

“어, 꺼져.”

생긴 것만 보면 곰탱이 같은 게 은근히 약아빠졌다. 조경준이 낄낄거리며 어깨를 두드렸다.

“환이 언니, 이제 준비하러 가자.”

“…이름 똑바로 불러라.”

“푸하핳. 알았다. 노려보지 마. 반할 거 같으니까.”

“와~ 씨. 나 진짜 돌아버리겠네. 너 일로왐마!”

서주환은 조경준을 붙잡고 응징하며 다시 무대 위로 나갈 준비를 했다. 장기자랑이 시작 될 시간이었다.

*

장기자랑은 미리 진행했던 제비뽑기 순서로 진행되었다. 서주환과 조경준은 본의 아니게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었다.

1조부터 시작된 장기자랑은 제법 볼만 했다. 사실 장기자랑이라고 해도 대부분 단체로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는 정도였다. 그 와중에도 잘하는 조가 있었고, 보는 사람을 부끄럽게 할 정도로 엉망인 조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꼴 보기 싫었던 건 단연코 5조인 백정기였다. 서주환은 헛움음을 흘리며 내뱉었다.

“미친놈. 여전하네.”

무대 위의 백정기가 노래를 부르고, 그를 중심으로 둘러싼 여학생들이 춤을 췄다. 백정기 녀석은 노래를 부르면서 안무랍시고 여자들에게 깔짝댔는데, 그 꼬라지가 참 볼만 했다. 사실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제법 잘 하네 정도로 느낄 것이다. 하지만 대충이나마 백정기의 성격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보기가 참 힘들었다.

백정기 다음으로는 이석찬이 올라왔다. 이석찬은 여장한 모습 그대로 올라와서 같은 조 여학생들과 걸 그룹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

- Mr. Chu~ 입술 위에 Chu~ 달콤하게 Chu~ 온몸에 난 힘이 풀려~

이석찬은 이래서 여장하고 올라왔구나 싶을 정도로 잘걸 그룹 안무를 잘 소화했다. 연습할 시간이라고는 일주일 남짓이었는데 칼 군무가 따로 없었다.

- 와~! 이거, 우승이 거의 정해진 거 같은데요? 다른 조가 못 했다는 게 아니라 6조가 워낙 잘했어요! 1부에 있었던 미니게임과 2부 여장 대회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기록한 6조! 학생회가 준비한 양주는 6조에게 넘어가나요? 그럼, 다음 조 올라와주세요!

7조의 차례였다.

*

서주환과 조경준은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무대에 올라갔다.

- 칠남매 파이팅~!

7조 조원들이 목이 터져라 응원을 보냈다. 처음 엠티가 시작 되었을 때 부끄러워하던 것과는 상반된 태도였다.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응원점수가 걸려 있는 탓도 있을 것이다.

- 자, 음악 나갑니다!

무대 아래 사람들을 쓸어보던 서주환은 사회자의 말과 동시에 앞으로 한 걸음 내딛으며 입을 열었다.

- Double B와 함께하는 특별한 밤! everybody 모두 출석 check!

서주환과 조경준이 선택한 곡은 2인조 래퍼 다이나믹 비어의 ‘출석체크’ 라는 곡이다. 힙찔이 듀오가 만난 만큼 빡센 힙합곡을 부를까 했지만, 너무 마이너한 곡이면 아는 사람만 신날 것 같아서 대중적인 노래를 골랐다. 출첵은 조금 오래되긴 했지만 워낙 유명한 곡이었고, 가사가 단순해서 다 함께 따라 부르기 쉬웠다.

물론, 다 같이 즐기기 위해서는 약간의 개사가 필요했다.

Say 출 check

check it out

출 check

check it out

서주환과 조경준이 손을 흔들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엠티인 만큼 어느 정도 소심한 사람이라도 분위기를 타기 마련. 두 사람의 유도를 따라 학생들이 손을 위아래로 힘차게 움직였다.

두둥, 둥, 두두둥.

쿵! 쿵쿵! 쿵!

기타와 베이스, 각종의 다양한 사운드.

그 사이로 떨어지는 드럼 비트.

마지막으로 음악 위에 얹히는 건 서주환의 목소리였다.

서주환은 노래 재능의 특수능력 『씽 필링』을 사용하며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이어지는 속사포 같은 랩.

- 출콘과의 일주일은 월화수목금금금! 가득 쌓인 과제 때문에 술 마실 틈틈틈!

- 금금금! 틈틈틈!

그의 랩 뒤로 조경준이 더블링(doubling)을 넣어줬다. 뒤따라오는 목소리가 음량을 증폭시킨다.

- 와아아아-!!

- 경준 선배 멋있다!

- 환이 언니도 멋져요!

들려오는 목소리에 서주환은 픽 웃어버리고 말았다. 여장 푼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언니라고 부르는지. 그래도 덕분에 분위기가 올라온다.

- 다 잊자 오늘 밤만은! 만들자 우리만의 엠티라는 추억!

- 우린 고딩이 아냐 대학생! 성인 됐어, 이제 마셔 폭탄주!

개사를 했음에도 다소 옛날 감성이 남아 있다. 하지만 어느 시대 건 흥한 데는 이유가 있는 법. 비트 분위기부터가 워낙 신나는 곡이기에 어깨춤을 추며 몸을 들썩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 훅(Hook)이 나올 차례.

오늘은 여기로 출 check!

모여라 여기로 출 check!

왼쪽 사람들 출 check!

오른쪽 사람들 출 check!

7조, 칠남매 팀이 미리 일러두었던 대로 조경준이 뱉는 훅에 같이 호응해줬다. 워낙 간단한 훅이라서 강당 안의 모두가 따라했다.

서주환은 짧은 훅이 이어지는 동안 마이크를 고쳐 잡고 숨을 조금 들이마셨다. 출석체크는 랩만 잘한다고 되는 노래가 아니다. 고음으로 유명한 '라얼'이 참여한 곡인만큼 높게 질러줄 필요가 있었다.

조경준의 훅 뒤로 서주환이 다시 앞으로 나서며 성대를 쪼이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수능력『씽 필링』에 담을 감정은 노래의 가사처럼 ‘오늘 밤만은 세상 걱정 따위 다 잊은 채 놀아보자’는 ‘즐거움(樂)’의 극대화.

어서 ‘출콘’ 어서 여기 모여

오늘만큼은 go and drink-!

오늘만큼은 go and drink-!

어서 ‘출콘’ 어서 여기 모여

오늘만큼은 go and drink-!

오늘만큼은 go and drink-!

서주환의 날카로운 고음이 마이크 너머로 뻗어나갔다.

이미 B급에 이른 노래 재능은 순간적인 폭발력만 따진다면 프로와도 비견될만했다. 그가 정식으로 노래를 배운 적이 없었기에 기교는 어설펐지만, 대신 어지간한 가수들조차도 쉽게 담아내지 못하는 ‘필링’ 이 그의 목소리에는 터질 듯 넘쳐흘렀다.

고음이 확 질러지자 점점 달아오르던 분위기가 한 순간에 치솟으며 환호성이 강당을 가득 채운다.

- 꺄아아악-!

- 오빠 멋져요-!

- 환이 언니 최고다!

- 주환 형님, 멋집니다!

서주환은 환호성 사이로 들리는 굵직한 목소리에 순간 헛웃음을 뱉을 뻔했다. 덕분에 숨소리가 약간 흐트러졌다. 하지만 뭐 어떤가. 그는 가수가 아니라 단지 즐기기 위해 나와 있는 것인데!

귓가를 가득 채우는 격양된 환호.

모두가 손을 머리 위로 들고 흔들며 가열된 분위기.

서주환은 감출 수 웃음을 만면에 띄었다. 『씽 필링』을 사용했기 때문일까. 가사를 잊으면 안 된다며 긴장했던 게 싹 날아가고 즐거운 흥분만이 기분을 고조시켰다.

‘너희 클라이맥스 나오기도 전에 이렇게 질러주면 이 다음 어떡할래?’

서주환은 그리 생각하며 입에서 마이크를 떼어냈다. 애초에 그가 계획한 클라이맥스는 고음이 아니라 바로 간주 구간이었으니.

- 찌끼찌끼찌끼찌기.

- 째, 째끼라웃! 째, 째끼라웃!

노래 출석체크의 간주는 DJ가 판을 돌리는 듯한 째진 소리가 울린다. 힙합 곡이었던 만큼 발라드처럼 잔잔한 분위기 대신 신나는 비트가 쏟아졌다.

비트와 함께 서주환은 무대 앞으로 바짝 나가서 리듬을 탔다.

‘클럽에서 놀려고 연습한 건데!’

이정훈과 클럽에 가기 전 연습했던 셔플과 크록하. 막상 클럽에서는 막춤이나 췄었는데 이 자리에서 요긴하게 써먹는다!

서주환의 몸이 발로 땅을 밀고 찍어 차며 현란하게 움직였다.

쿵! 쿵쿵! 탁, 쿵, 타닥!

슥슥 발바닥으로 바닥을 밀며 미끄러지는 와중 발목을 슬쩍슬쩍 꺾어준다. 사이사이에 바닥을 찍어 차며 크록하까지 섞어주니 분위기가 치솟다 못해 폭발해버릴 듯한 지경이었다.

- 와아아아아아!

- 꺄아아아악!

이제 막 스무 살 된 학생들이 클럽에 가봤으면 얼마나 가봤을까. 그리고 조용하고 얌전하기로 소문난 출콘과인만큼 이런 춤을 본 적이 없을 테니 마냥 신기하기만 할 터였다.

간주가 끝나기 직전 서주환은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며 조경준의 옆으로 돌아왔다. 이어서 남은 벌스를 부른 다음 반복되는 훅.

서주환과 조경준이 앞으로 나서며 한 마디씩 소리쳤다.

“이번에는 다 같이!”

“오늘은 여기로~ 출!”

- 첵!

“모여라 여기로~ 출!”

- 첵!

“왼쪽 사람들!”

- 출첵!

“오른쪽 사람들!”

- 출첵!

타이밍에 맞춰 앞으로 마이크를 내밀면 강당 안의 학생들 모두가 호응해주었다. 부탁하지도 않았건만 근처에 있던 사회자, 도유이가 바람잡이를 하듯 호응을 같이 유도하기까지.

‘와, 저 대머리 교수님 의외로 놀 줄 아시네!’

서주환의 눈에 강당 뒤편에 있는 교수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일어나서 같이 따라 부르고 있는 폼이 예사롭지 않았다. 젊을 때 좀 놀아 본 듯한 솜씨! 교수님, 리스펙 합니다!

서주환과 조경준은 노래가 끝나갈 타이밍을 쟀다. 그리고 앞에 나섰던 몸을 살짝 뒤로 물린 후 등을 맞대고 마이크를 앞으로 내밀었다.

““출!석!””

- 체크!

마지막까지 호응이 완벽하다. 모두가 알만한 노래로 준비한 보람이 있었다.

비트가 끝나고, 노래가 완전히 마무리 되었다.

- 우와아아아아!!

- 꺄아아아악!

- 7조! 7조!

- 칠남매! 칠남매!

무대가 끝남과 동시에 환호성이 떠나가라 울려퍼졌다. 아무래도 결석을 한 학생은 한 사람도 없는 모양. 출석을 외치는 소리에 귀가 멍멍할 지경이었다.

특히 7조원들 얼굴에 웃음이 만연했다. 스무 살 조원들은 아예 방방 뛰고 있다.

귓가로 루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축하드려요, 주인님. 원하시던 추억을 하나 만들었네요.]

‘응. 생각보다 훨씬 재밌었어.’

서주환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만 해도 꽤나 떨렸었는데, 백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의 환호성을 들으니 온몸이 짜릿한 느낌이었다.

이래서 가수들이 무대를 못 잊는다고 하는 것 같았다.

*

이제 대망의 술 파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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