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80화 (8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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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오늘도 분량 오버... 얼른 비축분을 만들어야 할 텐데..

솔직히 여장은 무리고 화장은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화장을 변장이라고 부르기도 하잖아요?

화장을 하면 제 얼굴에도 잘생김이란 게 묻을까 궁금하네요.

이건 그냥 궁금해서 여쭤보는 건데

살면서 본인이 여장을 해봤다 하는 독자님들ㅎㅎ?

*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만 부탁드려요 :D

춤이나 추자

분위기 띄우기용 멘트가 끝나고, 사회자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 참가자들 앞으로 나와주세요!

서주환을 비롯한 남자들이 쭈뼛쭈뼛 어색한 걸음걸이로 앞에 나갔다. 다만 이석찬 한 명만은 모델 같은 워킹을 선보이며 학생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 와~! 다들 너무 예쁘네요! 푸흫… 아, 죄송합니다. 너무 예뻐서 놀라는 바람에 이거 참.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사회자였지만, 강당 안의 누구도 그것을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해라….’

서주환이 생각하기 무섭게 혀를 입술로 핥는 사회자였다. 마치 독심술이라도 익힌 듯했다.

“와아아아! 예쁘다!”

“꺄악! 석찬 오빠. 아니, 언니 너무 예뻐요!”

“꺄하하하! 주환 오빠가 제일 예쁘다!”

강당 안의 학생들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저 마다 폭소를 터뜨리며 소리를 질러댔다.

- 빠르게 진행하도록 해보죠! 저희에게는 여장 대회 말고도 장기자랑과 술 파티가 남아있습니다. 우선 우리 여성, 아차. 남성분들의 이름을 들어볼까요?

일부러 틀린 게 분명했다!

여장을 한 남자들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사회자는 아랑곳 않고 마이크를 건네며 한 명씩 소개를 부탁했다.

- 참고로 1등을 하는 조에게는 추가 점수 300점을 드리고 1등 본인에게는 문화상품권 5만원 어치를 드리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품 소개에 남자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오만 원? 진짜?”

“개인 상품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예스! 꽁돈이다!”

5만원이라는 말에 참가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대학생에게 있어 5만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물론 그게 여장을 할 이유는 결코 못 되었지만, 그저 놀림거리가 되기 위해 나온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나온 상품은 의욕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했다. 추가 점수 따위는 다들 안중에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열심히 해보아야 이미 우승후보는 어느 정도 걸러져 있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개그 컨셉을 잡고 나왔던 것이다.

작정하고 꾸민 사람은 세 명 정도. 물론 그 안에는 서주환도 포함되어 있었다. 본래 7조도 개그 컨셉이었으나 도중에 서주환이 여장을 하게 되며 화장에 힘이 들어간 탓이었다.

한편 우승후보 중 하나인 서주환은 생각했다.

‘난 5만원 필요 없는데….’

조금 있으면 천만 단위의 정산금이 들어오는 그에게 고작 오만 원이 대수이겠는가. 얼마 전에 처분을 마친 비트코인을 생각하면 신사임당을 지폐다발로 준다 해도 기쁘지 않았다.

서주환은 애써 좋은 점을 떠올렸다.

‘이것도 추억으로 남겠지?’

나중에 돌이켜보았을 때 웃으며 즐겁게 얘기할 수 있는 추억거리. 서주환에게는 그게 가장 중요한 의미였다. 돌이켰을 때 괴로운 기억은 이미 충분했으니까.

‘그냥 흑역사가 될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회귀 전처럼 괴로운 기억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친구 한 명 없이 항상 혼자 밥을 먹으며 다녔던 대학.

저주받은 체질 때문에 좁아진 인간관계와 활동 범위.

추억이라고는 아무리 곱씹어 봐도 떠오르지 않는 건조한 삶.

어둡기만 했던 전생은, 그가 굳이 대학에 입학한 이유이기도 했다.

사실 서주환이 돈과 명예, 평온하고 부유한 삶을 바랬더라면 굳이 대학에 들어올 필요가 없었다. 차라리 글을 쓰는 데 집중하거나 욕망 시스템을 통해 얻은 재능을 개발하는 게 더 빠를 터였다.

하지만 그는 전생에 스스로 내쳤던 인연을 다시 만나고자 대학을 선택했다. 그리고 즐거운 추억으로 이번 생을 가득 채우고 싶었다.

서주환이 거창한 생각으로 자기암시를 하는 동안에도 자기소개는 진행되었다. 마이크가 점점 그에게로 다가왔다. 어느덧 대부분의 참가자가 소개를 마치고 이석찬의 차례가 되었다.

이석찬은 마이크를 건네받고 한 발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가 씩 입꼬리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언니 오빠들. 저는 석찬이라고 해요~. 우승은 찬이가 가져갈게요!”

무릎을 살짝 구부렸다 피면서 짐짓 가는 목소리의 애교 톤으로 말하는 꼴이라니!

‘우욱. 씹!’

서주환은 아까 먹은 저녁 메뉴가 올라올 것만 같았다. 이석찬은 다른 남자들과 달리 여장이 꽤 잘 어울렸는데, 그래서 오히려 더 역겨웠다.

“꺄아아악! 석찬 언니 예쁘다!”

“언니 화장품 뭐 써요!”

하지만 일그러지는 남자들의 얼굴과 달리 여학생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생각해보면 여학생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과에서 남학생들의 반응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돌겠네.’

바로 앞에서 너무 강적을 만나버렸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개그컨셉이라 비빌만했지만, 이석찬을 이길 방법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애초에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저런 애교 부리는 건 서주환에게 무리였다. 그는 이석찬이 넘겨준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어… 환이라고 불러주세요.”

도저히 이석찬처럼은 하지 못 하고 무난하게 인사를 마쳤다. 싱거운 인사에 잠시 야유가 울렸지만 그가 알 게 무언가.

‘추억은 무슨. 그냥 빨리 내려가고 싶다….’

여장은 도저히 못하겠다.

*

- 자, 이번에는 섹시 댄스 타임! 마지막 어필입니다! 참고로 우승자는 사회자 마음대로입니다!

““우우우우우!””

학생들의 야유소리가 울렸다. 사회자가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 말했다.

- 이걸 언제 하나씩 투표 받고 있어요? 함성 지르라고 하면 자기 조한테만 지를 거잖아요! 여러분 빨리 장기자랑 보고 싶지 않으세요?

““우우우우!””

- 불만 있으면 내년에 사회자 하세요! 지금부터 야유하는 조는 점수 깎겠습니다!

““와아아아아!””

- 오케이! 함성 지른 7조 50점 추가!

““으와아아아악-!!””

사회자의 기세당당한 권력남용이 강당 안을 함성으로 물들였다. 만족스럽게 미소 지은 사회자가 그녀를 황당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학생회 인원을 향해 외쳤다.

- 자! 음악! 주세요!

사회자의 말과 동시에 음악이 흘러나왔다. 어딘가 끈적거리듯 늘어지는 피아노 소리와 멜로디 사이에 간헐적으로 박히는 둔탁한 북 소리. 높게 파고드는 현악 소리까지 섞이니 관능적인 느낌이 들었다.

무대 위 참가자들 중 가장 먼저 나선 건 역시 이석찬이었다. 그는 익숙하게 리듬을 타며 시동을 걸고 있었다.

반면 서주환은 다른 사람들이 춤을 추기 시작하는 걸 보며 노래를 듣고 있었다.

‘무슨 노래지?’

전혀 모르는 노래였다. 주변 반응을 보아하니 걸그룹 노래 중 하나인 모양인데, 그는 도통 걸그룹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노래를 몰라도 춤을 추는 건 가능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빨리 내려가고 싶다며 탄식했던 그는 어깨를 튕기며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임수희에게서 얻은 『춤』의 특수능력이 발휘되었다.

【멀티-댄싱라인】

▶ 효과: 모든 장르의 음악에 어울리는 춤선을 보일 수 있도록 자세가 교정된다.

B급에 이른 춤 재능이 처음 듣는 노래에도 리듬을 탈 수 있도록 해주었다. 거기에 이은 특수능력은 노래에 어울리는 춤선을 보일 수 있도록 그를 이끌었따. 서주환은 본능적으로 몸에서 힘을 빼고 사뿐한 발걸음으로 나아갔다.

“와아아! 주환 오빠 대박!”

“오빠, 아니 언니! 환이 언니 섹시하다!”

여지껏 별다른 활약 없이 있던 서주환의 반전에 학생들이 환호했다. 이석찬을 제외한 대부분의 남학생들이 쭈뼛거리나 저질댄스를 추는 동안 서주환이 앞으로 나섰다.

서주환은 몸을 가볍게 움직이며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

‘춤추는 건 재밌는데….’

여장한 상태만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그는 가벼운 걸음으로 움직이다가 돌연 무대 위에 있는 사회자에게로 향했다. 매우 사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너도 당해봐야지!’

멘트를 얼마나 얄밉게 치던지 한 번은 꼭 골려주고 싶었다. 그는 당황하고 있는 사회자의 손을 잡고 무대 중앙으로 끌어들였다. 다행히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다. 특히 학생회 인원들이 환호했다.

“도유이 임자 만났네!”

“유이야! 오랜만에 댄동 실력 좀 보여줘!”

댄동이라 하면 댄스 동아리를 말하는 것일 터. 과연 도유이라 불린 사회자는 금세 당황한 기색을 지우고 픽 미소를 지었다.

“푸흐흐. 저기 선배님, 저 댄동 소속인 거 알고 불러낸 거예요? 어떻게 아셨대? 앗, 혹시 저한테 관심?”

사회자, 도유이는 능청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서주환은 계획이 실패했음을 느끼고 떨떠름하게 답했다.

“아니, 그냥 엿 좀 먹어보라고 끌고 나온 건데?”

“엑? 너무해! 소심하고 여린 여학생을!”

“허.”

양심 하나 없는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 소심하고 여린 여학생은 어느새 리듬을 타고 그의 어깨를 짚고 있었으니. 이어진 웨이브 또한 아주 자연스러웠다.

서주환은 혀를 차며 생각했다.

‘춤이나 추자.’

그와 도유이의 동선이 겹치며 학생들의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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