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77화 (77/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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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우리나라가 5:0으로 이겼네요.

오예!

맥주라도 한 캔 까고 싶은데 피부과에서 술을 금지 당해 슬픕니다.

체질 상 반 잔만 마셔도 피부에 뭐가 난다니 뭐 이런...

앞으로 혼술은 자제해야겠어요 ㅠㅠ

*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닉네임} 님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 부탁드려요 :D

MT 게임

엠티의 꽃은 자고로 레크레이션과 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있는 게임들도 결코 빼놓을 수 없었다.

조경준이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등하면 양주 준대. 우리가 가져오자.”

정확히 무슨 양주인지도 모르지만, 자고로 상품이 걸려 있으면 불타오르는 법. 조원들이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주환이 속한 7조의 구성 인원은 부과대 민혜영과 복학생 조경준을 제외하면 모두 1학년이다. 다만 서주환의 경우에는 1학년이면서 13학번 복학생이었고, 정하연은 신입생들과 똑같이 16학번이지만 나이가 스물 셋이었다. 그러다보니 서주환과 정하연은 2학년을 편하게 대했다. 그리고 1학년인 두 사람이 2학년들과 편히 얘기하니 애매하게 남아 있던 선후배 간의 딱딱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덕분에 7조는 다른 조들보다 빠르게 편안한 분위기가 되었다.

서주환이 2학년 부과대인 민혜영을 보며 말했다.

“혜영아, 뭐 팁 같은 거 없어? 너는 학생회 일도 도와주니까 뭐 좀 알지 않아?”

“…말해주면 안 되는데요.”

민혜영이 곤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서주환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두 말 없이 물러났겠지만, 그가 알기로 이 딱딱해 보이는 부과대는 겉보기와 달리 사람이 좀 무르다.

서주환이 씩 웃으며 신입생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빨리 혜영 언니한테 정보 좀 빼내봐!”

“언니잉~!”

“혜영 언니 저희 같이 양주 먹어요. 살짝만 알려줘요. 네?”

1학년들은 참 말을 잘 들었다. 민혜영의 양 옆에 앉은 1학년들이 곧장 애교를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민혜영이 당황하며 곤란해 하는 게 볼만 했다.

“아, 아니. 그게… 안 되는데…”

“에이. 어차피 다른 조에도 2학년들 있잖아. 다들 조금씩은 꼼수 쓸 거라니까?”

“다른 사람이 그런다고 저희까지 그러면 안 되죠….”

“애들로 부족하면 덕훈이도 애교 한 번 시켜?”

“아니, 형님. 저는 왜…”

“여장 시킨 채로 애교 시켜야지.”

“…말할게요.”

장덕훈의 효과는 굉장했다! 질색한 표정을 지은 민혜영이 정보를 술술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

의문의 패배감을 느낀 장덕훈은 입을 다물었다. 어째 충격 받은 얼굴이다. 서주환은 괜히 미안해져서 그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덕훈아, 미안. 삐졌냐?”

“…….”

“미안하다니까, 인마. 형이 나중에 밥 한 번 사줄게.”

다행히 장덕훈은 속 좁은 놈이 아니었다. 금방 풀어진 그도 대화에 집중했다.

민혜영이 손가락 하나를 펼치며 말했다.

“기억나는 것만 몇 개 말할게요. 우선 팀명 짓기 먼저 하고 미니게임으로는… 그리고 장기자랑이랑 여장 대회 점수가 엄청 큰데요. 그것만 잘해도 3등 안에는 들 거예요. 둘 다 1등하면 종합 1등은 거의 확정이고요.”

민혜영의 말대로 첫 번째는 단합 다지기를 위한 팀명 짓기였다. 7조의 팀명은 칠남매. 서주환은 왠지 기분이 들뜨는 것을 느끼며 7조의 팀명을 외쳤다.

“칠남매 파이팅!”

“파이팅입니다, 형님!”

장덕훈이 따라 외쳤다. 서주환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생각했다.

‘크으. 이렇게 같이 노는 거 너무 좋아. 아주 짜릿해.’

하지만 다른 조원들은 생각이 다른 모양이었다.

“파, 파이팅….”

“파이티잉….”

“…주환아, 쪽팔려.”

조원 두어 명이 어색하게 따라하고, 조경준은 쪽팔리다며 나무란다. 정하연은 조원들을 의식해서인지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대신 눈으로 의사를 전달하고 있었다.

루시가 굳이 그 눈빛을 해석해주었다.

[제발 좀 닥치라는 눈빛 같습니다, 주인님.]

‘시끄러….’

내가 어? 이렇게 노는 걸 얼마나 기대한 줄 알아? 전생에는 같이 있어도 혼자 있는 것 같았다고! 기분 좀 내겠다는 데 뭐가 어때서!

기대했던 것과 다른 반응에 서주환이 시무룩해졌다. 이렇게 조원들이랑 의기투합해서 으쌰으쌰하는 게 오랜 소망 중 하나였거늘….

그때 지직- 하는 기계음과 함께 마이크를 타고 목소리가 울렸다.

- 푸하하하! 칠남매 팀, 아주 파이팅이 넘치네요! 양주가 많이 탐나나 봅니다. 푸하하!

“와하하하하!”

사회자의 말에 강당 안이 폭소로 가득 찼다.

조원들은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였다. 확실히 그가 오버하긴 한 모양이다. 서주환마저도 급격히 몰려오는 부끄러움에 같이 고개를 숙이자 옆에 앉은 정하연이 허벅지를 꼬집었다.

“억!”

비명을 지르니 왜 그러냐는 듯 쳐다보는 조원들이다. 어느새 정하연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장내를 채운 웃음소리가 가라앉은 후 사회자가 말했다.

- 파이팅 넘치는 칠남매 조에게 100점 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고개 숙이고 있던 조원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와아아아아!”

“칠남매! 칠남매!”

바로 직전까지 부끄러워한 것도 잊고 소리치는 7조. 서주환은 허벅지를 꼬집었던 정하연을 보고 씩 입꼬리를 올리며 으쓱댔다. 정하연이 기가 찬 듯 헛웃음을 흘렸다.

“밥4조! 밥4조!”

“그랑조! 그랑조!”

다른 조들도 각자 팀명을 부르짖으며 점수를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다소 유치하지만 원래 엠티란 게 이런 맛 아니겠는가.

열심히 팀명을 외치는 조들을 보며 사회자가 씩 웃었다.

- 안타깝지만 다른 조는 땡! 원래 일등만 가져가는 겁니다. 다른 조들은 다음 기회를 노리세요. 자, 그럼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서주환과 7조는 열정적으로 게임에 참여했다. 잠시 쪽팔림의 시간을 가졌지만 점수를 얻고 나서는 가장 단합이 잘 되는 팀 중 하나였다. 양주를 탐내서라기보다는 조 분위기 자체가 그러했다.

- 세 번째 게임 끝! 그럼 다음 게임으로 넘어가기 전에 점수를 확인해 볼까요? 일, 이, 삼 등의 점수는 별로 차이가 없군요. 다른 조들도 열심히 한다면 역전이 가능하겠어요. 어? 그런데 칠남매 팀, 처음에 파이팅 넘치던 분위기와 달리 압도적인 꼴찌를 달리고 있네요?

문제는 단합과 의욕이 게임에서 승리를 가져다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미리 게임 내용을 알고 있었는데도 그랬다. 다른 조들이 각기 10~20점 차이로 점수를 얻는 동안 칠남매 팀은 7위와 40점 차이가 났다.

조원들이 저 마다 한숨을 내쉬거나 울상을 지었다. 승부욕이 강한 정하연은 아쉬운 얼굴로 남몰래 혀를 차고 있었다.

“대체 전주 3초 듣고 어떻게 맞추는 거야?”

“애들 밥 먹고 노래만 듣나 봐!”

지금까지 진행된 세 개의 게임은 각기 대중가요, 드라마 OST, 영화 OST 등의 짧은 전주를 듣고 맞추는 게임이었다. 그나마 힙합 장르는 서주환과 조경준이 선방했지만, 다른 장르를 모두 놓쳐서 점수 차이가 너무 많이 벌어졌다. 특히 장덕훈은 단 한 문제도 맞추지 못 했다.

- 자~ 전주 듣고 노래 맞추기는 이번이 마지막 장르입니다! 이번 장르는 조금 어려운 건데요. 과연 얼마나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서주환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게임을 얼마나 준비 안 했으면 이렇게 우려먹는 거야! 다른 게임 좀 하자! 30분 째 같은 게임만 하고 있다악!

하지만 마음의 소리가 닿을 리 없다. 게임은 여지없이 진행 되었고 사회자의 지시를 따라 학생회 임원이 간주를 틀었다.

- 뚜루, 둥, 뚱!

“정답!”

누군가 손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동시에 간주가 멈췄다. 아니, 대체 1초 남짓 나왔는데 어떻게 알고 손을 드는 거냐! 누군지 낯짝 좀 보자! 그리 생각하며 목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 팀명을 말해주셔야 됩니다!

“칠남매 팀! 말해도 됩니까?”

정답을 외친 건 여태 죽을 쑤고 있던 장덕훈이었다.

- 네, 말씀해주세요!

"네오루의 로-타이틀입니다!"

- 칠남매 팀 정답입니다!

“아자!”

장덕훈이 주먹을 불끈 쥐며 좋아했다.

서주환을 포함한 조원들은 깜짝 놀란 얼굴로 장덕훈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하나도 못 맞춘 놈이 갑자기 어떻게 된 걸까.

“뭐야, 덕훈아 어떻게 알았어?”

“주환 햄, 이 노래 모르십니까?”

“어. 처음 들어보는데?”

“형님은 아실 줄 알았는데 의외입니다.”

“그러니까 그게 뭔데.”

서주환이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조경준과 정하연을 비롯한 조원들이 밝은 얼굴이 되어 말했다.

“와! 덕훈이 이번 장르 잘 아나 보다!”

“그러게. 난 처음 듣는 노래였어.”

“덕훈아, 덕훈아. 이번 노래 장르 뭐야?”

장덕훈이 머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일본 노래입니다. 네오루 엄청 유명한 우타이테인데 모르십니까? 방금 건 로타이틀이라고 노동요로 딱 좋은 곡입니다. 주환 형님이라면 알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그게 뭔데 씹덕아.

*

마지막 전주 듣고 노래 맞추기의 문제는 일본 노래, 그 중에서도 애니 노래가 많이 출제되었다. 그리고 여태 망부석처럼 앉아있던 장덕훈이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뛰었다.

“칠남매! 아노x나 엔딩곡 시크릿 x이스입니다!”

“칠남매! 도x구울 1기 오프닝, 언x이블입니다”

“칠남매! 이누x샤 4기 오프닝, 배우 서혜지 님이 부른 그x입니다!"

“칠남매! 원피x 1기 오프닝, 고요태가 부른 우x의 꿈입니다!”

“칠남매! 달빛x사! 성우 이용진 님이 부른 이x널 스노우입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독주!

지금까지 수그리고 있었던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였다는 듯 모든 문제의 정답을 쓸어버린다. 워낙 유명한 애니메이션 몇몇 개는 서주환도 아는 게 있었지만 장덕훈은 차원이 달랐다. 어떻게 1초도 안 되는 전주를 듣고 정답을 아는 건지 불가사의할 지경이었다. 장덕훈 덕분에 잠시 가라앉았던 팀 분위기가 올라왔다.

“덕훈이 대단해!”

“와, 미쳤다. 장덕훈 돌았다!”

“장덕훈이 아니라 장덕후네.”

“너 이름 개명해라. 덕후야.”

대신 장덕훈은 학과 공식 씹덕이 되었다. 뒤늦게 민망해하는 장덕훈을 뒤로하고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와… 여러분들 놀리려고 가져온 문제인데 이렇게 맞춰버릴 줄은 몰랐네요. 꼴찌였던 칠남매 팀, 어느새 5위까지 올라왔습니다.

놀리려고 가져온 거였냐! 서주환이 보기엔 저 사회자도 어지간한 오타쿠였다. 장덕훈이랑 잘 통할 듯했다.

- 같은 게임만 하느라 지루하셨죠? 그럼 다음 게임!

이후로 진행된 게임은 귀마개 게임, 몸으로 말해요, 스피드 인물 퀴즈 등이 진행됐다. 십덕후, 아니 장덕훈의 활약으로 기세를 탄 7조는 연신 활약하며 어느새 3등자리까지 치고 올라갔다.

- 오, 이번에는 지금까지 보다 재밌는 게임이네요 자, 각 조의 남자들 한 명씩 앞으로!

“어? 뭐야? 무슨 게임이길래 앞으로 나오래?”

“아니, 어떤 게임인지는 말해줘야지.”

앞으로 나오라는 소리에 강당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게임 종목도 말해주지 않고 다짜고짜 나오라고 하니 선듯 일어나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 가장 먼저 나온 팀에게는 추가 점수 50점을 드리겠습니다!

사회자의 말 한 마디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 빨리 아무나 나가 봐!”

“어? 야, 야. 밀지 마!”

“남자들 빨리 일어나!”

남학생들은 여전히 주춤거렸지만 여학생들은 제 일이 아니라고 남자들을 재촉했다. 그건 7조라고 다르지 않았다.

“누가 나갈 거예요?”

“덕훈아, 주환 오빠! 경준 오빠! 저희 양주 가져오자고 했잖아요!”

서주환이 몸을 움찔하고 장덕훈이 일어나야 되나 심각한 얼굴로 고민한다. 그 와중 짓궂은 표정을 지은 정하연이 씩 웃으며 그를 본다.

“주환아, 안 나가? 이제 네 차례인 거 같은데.”

“맞아! 오빠가 나가면 되겠다!”

“주환 오빠, 아직 게임 제대로 한 거 없죠? 이번에 나가요!”

“아니, 내가 얼마나 열심히 참여했는데!”

“점수 딴 거 하나 밖에 없잖아요!”

할 말이 없게 만든다. 서주환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빠, 빨리! 빨리!”

“야, 다른 조 나간다! 얼른 뛰어!”

조원들과 정하연의 재촉에 서주환은 얼른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는 아슬아슬하게 1착으로 단상 위에 올랐다.

잠시 후 모든 조의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 자! 가장 먼저 나온 칠남매 팀에 보너스 점수 50점!

“와아아아!”

조원들이 왁 하고 비명처럼 환호했다. 여자들이 꺅꺅거리며 오빠 파이팅을 부르짖었다.

이제 2등과의 점수 차이는 30점. 양주가 머지않았으니 신날만도 했다.

- 자 그럼, 상자에서 쪽지를 하나씩 뽑아주세요!

상자 안에는 보이지 않도록 두 번씩 접힌 쪽지가 있었다. 서주환은 손을 넣고 아무거나 뽑았다.

‘뭐가 걸리려나?’

- 모두 뽑으셨죠? 쪽지에 쓰인 말을 확인하고, 해당하는 사람들을 데려와주세요!

사회자의 말에 쪽지를 확인한 참가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금 머뭇거리던 참가자들이 우수수 질문했다.

“으악! 이거 진짜 해야 돼요?”

“아무나 데리고 나와도 되죠?”

“성별 상관없나요?”

다른 참가자들이 질문하는 동안 서주환은 바로 움직였다. 이미 게임에 대해 알고 있었으니 질문할 필요가 없었다.

‘이건 한 명 밖에 없지!’

서주환은 조원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서 면면들을 쭉 훑어보았다. 눈이 마주친 조원들이 흠칫하며 시선을 피한다.

“어쭈, 나한테 나가라고 등 떠밀어 놓고서 이렇게 나오시겠다?”

그는 일부러 음흉하게 웃으며 조원들을 훑었다.

“흐흐. 나한테 나가라고 했던 사람들이 누구더라?”

그 말에 여자애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반면 조경준과 장덕훈의 얼굴은 밝아졌다. 일부러 뚫어져라 여자들을 살펴보는 도중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시선을 교환한 유소정이 이내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다.

“헤헤. 주환 오빠. 저는 오빠 심심할까봐 그런 거예요. 제 맘 알죠~?”

“아니, 모르겠는데?”

“아앙. 오빠!”

“어디서 앙탈이야?”

애교를 부린 유소정의 이마를 딱 하고 튕겨주었다.

“아야! 오빠!”

“왜? 귀여워서 봐주려고 했는데 같이 나갈까?”

“헤헤. 귀엽게 봐달라구용.”

태세전환이 아주 재빠른 친구였다. 서주환은 여전히 시선을 외면하고 있는 그녀를 불렀다.

“하연아, 나와.”

“…나?"

“여기 너 말고 하연이가 또 있어?”

“아, 왜. 나 말고 다른 사람 많잖아.”

앞에 나가기를 질색하는 모습에 서주환은 짓궂은 웃음을 지었다.

“싫으면 너도 수정이처럼 애교 부려보던가."

“뭐? 야, 너….”

정하연은 말끝을 흐리며 서주환을 노려보다가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고 입꼬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의 드센 성격상 애교를 부리기 힘겨울 터. 그 모습이 너무 재밌어서 그는 속으로 낄낄 거렸다.

그런데 어지간히 나가기 싫었는지 정하연은 진짜로 애교를 부렸다. 그냥 놀리려고 한 말이었는데.

“오, 옵빠~ 저 말고 다른 애들 데려가면 안 될까요?”

“어, 안 돼. 돌아가.”

“야!”

“어어? 너 성격 나온다? 애들 놀라는 것 좀 봐라.”

여태 얌전한 척 하고 있던 정하연이 빽 소리를 지르니 조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주환은 씩 웃으며 정하연의 눈앞에 쪽지를 흔들어보였다. 사실 처음부터 타깃은 정하연으로 정해져 있었다.

“이 쪽지가 딱 너를 가리키더라니까? 탓하려거든 나 말고 이 쪽지 쓴 사람을 탓해.”

“씨이. 뭐라고 쓰여 있는데?”

“…나중에 알려줄게. 지금 다른 사람들 거의 다 나왔다. 빨리 가자.”

정하연은 푹 한숨을 내쉬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기 싫어하는 표정이 역력한 게 재밌어서 그는 능글능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조에는 이 쪽지에 어울리는 사람이 너밖에 없어.”

그 말이 어떻게 들린 건지 다른 여성 조원들이 꺄꺄 거리며 난리를 치기 시작한다.

“어머어머. 주환 오빠, 뭐라고 쓰여 있는데요? 예쁜 사람? 섹시한 여자?”

“오빠, 혹시 고백하고 싶은 사~람?”

“언니는 좋겠다~. 주환 오빠 잘생겼잖아요!”

여자애들의 반응에 정하연이 당황한 얼굴이 된다. 그 모습에 서주환은 눈꼬리를 긁적였다.

‘말이 좀 의미심장했나? 그런 거 아닌데.’

이거 정하연도 오해하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그녀는 당황한 기색을 금세 감추고 그를 찌릿 노려보더니 흥 코웃음을 치며 걸어나갔다. 그가 눈을 끔뻑거리고 있자 그녀가 뒤돌아보며 말한다.

“뭐해? 나가자며.”

“푸흐.”

“…왜 웃어? 기분 나쁘게.”

“아니야. 빨리 가자.”

서주환은 낄낄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앞서 나가는 정하연의 머리카락 사이로 빨개진 귀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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