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74화 (7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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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전개 속도 향상을 위해 씬은 너굴맨이 처리했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쿠폰베스트 순위가 밀려났군요. 하긴 이게 정상이죠.

잠시나마 1위 해봐서 기분은 좋았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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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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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 부탁드려요 :D

69가지 잿빛 그림자

샤워를 마치고 나온 서주환은 침대 위에 축 늘어진 유지경을 바라봤다. 그녀는 격렬한 행위 후 탈력감이 찾아온 듯 온몸으로 피곤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서주환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했다.

[페티시, Algophilia(下)를 수집하여 3,000LP가 지급됩니다.]

통증을 경험함으로써 성적인 흥분을 느끼는 아르고필리아. 목표로 한 페티시를 달성 했다. 그 증거로 유지경의 엉덩이는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나중에 혹시 살 빼도 엉덩이는 그대로면 좋겠다.’

손맛이 어찌나 좋던지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설마 여자 엉덩이를 때리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게 될 줄이야. 손에 착착 감겨오는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덕분에 덩달아 흥분해버려서 조금 과하게 손을 써버렸다.

서주환은 빨갛게 달아오른 둔부 위로 손을 올렸다. 그에 유지경이 몸을 흠칫거린다. 그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안 때려.”

잠시 후 유지경이 뾰로통한 어조로 말했다.

“…오빠는 개새끼야.”

“뭐?”

“여자 때리는 쓰레기.”

“야, 누가 들으면 오해할라. 너도 좋아했잖아.”

“나쁜 놈! 멍청이! 쓰레기! 귀축!”

“어쭈. 더 때려달라고 한 게 누구였는데?”

“기억 안 나!”

“오케이. 그럼 앞으로 안 때린다?”

“…….”

유지경이 베개 위에 파묻었던 얼굴을 들고 그를 노려봤다. 억울함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이었다.

서주환은 아랑곳 않고 코웃음 쳤다.

“뭐.”

“…….”

“나도 싫다는데 할 생각은 없거든. 쓰레기 소리 들으면서까지 그러기도 싫고.”

“…씨이. 너 진짜 나쁘다.”

“푸흐흐. 오늘 왜 이리 귀엽게 구냐.”

서주환은 손을 뻗어 유지경의 볼을 잡고 주욱 잡아당겼다. 통통한 볼 살이 찹쌀떡처럼 늘어졌다.

그는 짐짓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경아, 진짜 싫으면 얘기 해. 뭐라고 하는 거 아니야. 나도 싫다는 거 억지로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

“진짜 못 됐어.”

“나는 너도 기분 좋은 줄 알았는데. 아니야?”

유지경은 시선을 슬쩍 피하더니 조그만 목소리로 ‘좋긴 했는데…’하고 중얼거렸다. 사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아직도 얼얼한 통증에 괜히 투덜대긴 했지만, 후 배위 상태에서 엉덩이를 맞으며 박힐 때는 일전에 느껴보지 못한 짜릿함이 있었다. 처음 겪는 과격한 행위에 당황했을 뿐, 그녀는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성향을 깨닫는 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지경은 속으로 비명처럼 외쳤다.

‘그래도 그건 너무 변태 같잖아!’

아무리 개방적이 마인드의 그녀라도 쉽게 자신에게 M 성향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녀는 지닌바 상식과 타고난 성향 사이에서 실시간으로 내적 갈등을 겪고 있었다. 행위 도중에야 기세를 탔었지만 끝나고 나니까 현자타임이 몰려왔던 것이다.

서주환은 손에 치유의 빛을 일으키며 그녀의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발갛게 달아올랐던 살결이 느리게나마 진정되어 갔다.

“지경아, 쉽게 생각해. 우리 궁합이 잘 맞는 게 아닐까?”

“몰라. 말 걸지 마.”

“나도 나한테 그런 성향이 있는 줄 오늘 처음 알았어. 너무 과격하게 한 것 같아서 미안해.”

사실 처음 안 건 아니었다. 지금까지도 그런 낌새가 드문드문 보였으니까. 다만 확신을 한 건 오늘이었고, 미안하다는 말도 진심이었다. 그가 보기에도 이렇게 빨개질 때까지 두드려댄 건 심했으니까.

‘스킬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앞으로는 강도를 좀 조절해야 할 것 같았다.

“지경아.”

“…응.”

“그냥 생각이나 해봐. 나는 오늘처럼 안 해도 괜찮아. 별로 그렇게 집착하는 건 아니거든.”

이 또한 사실이었다. 조금 아쉽긴 할지 몰라도 싫다는 걸 구태여 할 정도는 아니었으니. 그의 사디즘 성향을 욕망 시스템 상으로 수치화 한다면 하(下)등급 정도일 것이다.

서주환은 한참 동안 유지경의 엉덩이를 어루만져주었다. 유지경은 복잡해 보이는 얼굴로 고민하다가 엉덩이의 붉기가 거의 가라앉았을 쯤 까무룩 잠들었다.

*

다음 날.

서주환과 유지경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전날 밤의 일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대신 유지경은 어제 얘기하지 못 하고 넘어간 한 가지 의문을 꺼냈다.

“오빠, 자지 더 커졌어? 아니, 확실히 커졌던데.”

“어, 어? 그런가?”

서주환은 당황해서 조금 말을 더듬고 말았다. 유지경의 질문은 정확했다. 실제로 그는 며칠 사이 아이템의 효과를 받아 소중이를 18cm로 만들었다. 그리고 『가정파괴용 불방망이』란 업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응. 너무 깊숙이 들어와서 놀랐어. 좀 아프던데….”

“많이 아팠어?”

“아니. 그건 아니고… 아픈 건 엉덩이가 더 아팠지. 그냥… 응. 더 좋았어.”

“그럼 다행이네.”

“…오빠 스물 셋이라고 했지? 그런데 지금도 그게 자라나?”

“뭐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거지. 작은 것보단 낫잖아?”

“그건 그런데. 으음.”

신기한 듯 그의 중심부를 바라보는 유지경이었다.

서주환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뻔뻔하게 허리춤을 내밀었다. 분명 일반적이지 않은 성장이었지만, 실제로 성장했는데 의문을 표해서 어쩔 건가 하는 마음이었다.

‘이제 길이는 그만 늘려야지.’

너무 길이만 늘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굵기가 얇아 보였다. 서주환은 다음에 아이템이 나오면 둘레를 늘려보리라 다짐했다.

*

OT주간이라 그런지 강의는 조용히 진행되었다. 아직 학생들끼리 친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판콘텐츠학과에는 내성적인 성향의 사람이 많아서 친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릴 듯했다.

‘엠티 갔다 오면 시끄러워지겠지.’

그때쯤 되면 조용한 강의 분위기가 그리워질 터였다. 그는 지금의 편안한 분위기를 즐기기로 했다.

강의가 끝나고 서주환은 정하연과 함께 언덕을 내려갔다. 이석찬은 엠티 조별 모임 때문에 학교에 남았고, 장덕훈은 급한 일이 있다며 먼저 달려갔다.

두 사람은 집으로 가는 방향이 거의 같았다. 삼거리를 기준으로 둘의 자취방은 10분 거리에 있다. 그리고 삼거리 근처에는 사람이 별로 없는 흡연부스가 하나 있었다.

“담배 한 대?”

“좋아.”

삼거리 흡연 부스에서 담배를 피고 헤어지는 건 어느새 일과가 되었다. 이석찬과 장덕훈을 포함해 네 사람일 때도 있었고, 지금처럼 서주환과 정하연 단 둘일 때도 있었다.

서주환은 익숙하게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는 여기서 담배를 태울 때면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문득 말했다.

“하연이 너랑 여기서 처음 봤었지?”

“응? 그치?”

“입학 전날에도 봤었고.”

“응. 설마 학교에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그것도 같은 학과.”

“푸흐. 나 처음에 너 보고 못 알아봤잖아.”

“아하하. 난 학교에서 너 보고 깜짝 놀랐어. 나 알아볼까봐 조마조마 했고. 결국 금방 들켰지만.”

사람은 사소한 일에서 즐거워진다. 유대감도 그렇다. 별 것 아니지만 기묘한 인연과 둘만 아는 이야기 덕분에 두 사람은 금세 편안한 친구가 되었다.

“너는 여자라는 느낌이 잘 안 들어.”

“그거 시비 거는 거지?”

“에이. 뭘 그리 삐딱하냐. 그냥 편해서 좋다는 거지.”

“흐응.”

정하연은 콧소리를 내더니 담배를 비벼 끄며 가늘게 미소 지었다. 서주환은 어깨만 으쓱였다. 진짜 그런걸 뭐 어쩌란 말인가.

정하연은 픽 웃으며 말했다.

“장기자랑 준비는 다 했어?”

“완벽하지.”

“오올. 무슨 자신감?”

“딱 기다려. 나랑 경준이가 무대 싹 뒤집는다.”

“노래 좀 하나봐? 못 해도 애들이랑 호응해주기로 했는데 필요 없겠다.”

“아니, 야. 그래도 호응은 해주라….”

“아하하. 왜 갑자기 자신 없어졌어?”

“원래 바람잡이가 있어야 되는 거 몰라?”

둘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삼거리 안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정하연이 문득 말했다.

“불금에 좀 아쉬운데. 오늘 애들이랑 술 마실래?”

“음. 비 올 것 같아서 밖에 나가기 귀찮은데.”

오늘은 하늘에 유독 구름이 많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했다. 정하연도 하늘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너희 집은 어때? 투룸이라고 했잖아. 넓지 않아?”

“그럴까? 그럼 내가 석찬이랑 덕훈이한테 연락할게.”

“오키. 집 들렀다 바로 갈게.”

“그럼 이따 봐.”

“응.”

정하연이 손을 흔들며 뒤돌아 갔다. 여기서부터는 반대 방향이었다.

집에 도착한 서주환은 바로 안주로 먹을 배달음식을 주문했다. 직후 이석찬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엉? 나 오늘 못 감.

“왜? 무슨 일 있어?”

- 조별 장기자랑 준비해야 돼. 끝나고 애들이랑 술 한 잔 할 듯?

“쩝. 그럼 셋이서 마셔야겠네.”

- 쏘리. 담에 또 모이자. 너희 집 아지트 삼아야지.

“응. 꺼지시고.”

이석찬은 불발이다. 장덕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덕훈은 요 며칠 술을 마시고 싶어 했으니 올 게 분명했다.

- 죄송함다, 형님.

“넌 또 왜.”

- 오늘 친척 어른 오셨슴다. 지금 나간다고 하면 가족 모임 빠지고 어디 가냐면서 반 정도 죽일 겁니다.

가족 모임이라는데 더 권하기도 민망했다. 그리고 반 정도 죽을 거라느니 살벌한 소리가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마시자.”

- 죄송함다. 다음엔 꼭 가겠습니다.

“뭘 죄송해, 인마. 그럼 고생해.”

- 옙. 형님도 좋은 하루 되십쇼.

언제나처럼 깍듯한 장덕훈이다. 말투랑 덩치만 보면 어디 조폭 집안이라고 해도 믿을 듯했다.

“아, 진짜 아쉽네. 술 땡겼는데.

서주환은 입맛을 다시며 눈꼬리를 긁적였다. 술 마시자는 소리에 신나서 안주부터 시켰는데, 시작도 못하게 쫑을 내게 생겼다. 그렇다고 둘이 마시기도 뭐 하고.

그는 정하연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다시 폰을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도착한 게 먼저였다. 초인종 소리를 듣고 문을 여니까 정하연이 술이 잔뜩 들어 있는 봉지를 들어보였다.

그녀가 씩 웃으며 말했다.

“술은 내가 샀어. 저번에 얻어 마신 것도 갚을 겸. 오늘 취하면 자고 갈지도 모른다? 괜찮지?”

“어… 괜찮긴 한데, 너 화장 지웠어?”

“응? 어. 답답해서. 왜?”

“아니, 뭐, 예뻐서?”

화장을 지운 정하연의 얼굴은 저절로 그런 말이 나오게 만들었다. 평소 감춰져 있던 고양이 같은 눈매와 다소 냉랭해 보이는 인상이 드러났고, 볼터치가 사라지자 조금 창백해 보일 정도로 하얀 피부가 눈에 들어왔다. 그 와중 립밤을 바른 건지 틴트를 바른 건지 살짝 붉은 빛이 도는 입술이 도드라져 보였다.

정하연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한다.

“아부해도 뭐 안 나오거든? 안주는 엔빵이야.”

서주환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여자라는 느낌이 안 들기는.’

아까 한 말이 민망하게 다가왔다. 오랜만에 보는 정하연의 화장기 없는 얼굴은 그런 생각을 사라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다 문득, 그는 깜빡 말하지 못한 사실을 깨달았다.

서주환이 곤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연아, 큰일 났다.”

“응?”

“애들 못 온다는데.”

“뭐? 그럼 이건? 술 엄청 사왔는데?”

정하연이 눈을 깜빡거리며 봉지에 든 술을 바라본다. 소주 여섯 병에 대짜로 산 맥주가 세 병. 아주 먹고 죽자는 기세로 사왔다. 그녀도 어지간히 술이 고팠나 보다.

서주환은 눈꼬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냥 우리 둘이라도 마실래?”

정하연이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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