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72화 (7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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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약속대로 외전을 가져왔습니다!

...는 이걸 써놓고도 올릴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갑자기 유지경 혼자 히로인력이 급상승 할 듯한... 이 정도면 거의 정실이 되어버린 게 아닌가...

내뱉은 말이 있어 일단 가져왔지만요. 그냥 지우자니 아깝기도 하고ㅎ

유지경이 정실일지 아닐지는 저도 모릅니다ㅎㅎ;;

*

으으. 사실 이전 편의 절반 분량 정도로 쿠키를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까 한 없이 길어졌습니다. 분량이 폭발 해버렸어요...

사실 쓰려고 하면 한 편 더 뽑을 수 있지만 과한 것 같아서 그만두었답니다 ;ㅅ;

부디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씁니다 :)

*

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닉네임} 님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만 부탁드려요 :D

너 애니 노래 밖에 모르잖아, 씹덕아

강의실에 있는 사람은 정하연을 포함해 네 명이다. 한 조에 열 명이 넘어가는 걸 생각하면 아직 절반도 모이지 않은 것이다. 사실 약속 시간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있었다.

찬찬히 둘러보니 익숙한 얼굴이 두 명, 본 것 같긴 한데 낯선 얼굴이 두 명이었다. 아무래도 B반인 것 같았다.

서주환은 일단 장덕훈과 함께 익숙한 사람에게 다가갔다.

“하연아, 안녕.”

“안녕하심까, 누님.”

정하연도 웃는 얼굴로 마주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책상 아래로 주먹 흔드는 건 그만둬줬으면 좋겠다.

‘더 늦게 왔으면 한 대 맞았겠네.’

엊그제 이석찬과 쌍으로 놀리다가 등짝을 맞았는데, 손이 상당히 매웠다. 괜히 운동 재능이 높은 게 아니었다.

서주환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사했다. 근처에 앉은 여자애는 특히 낯이 익었다.

“안녕, 이름이 주하나 맞지? 같은 반 아니었나?”

“맞아요. 안녕하세요, 오빠.”

주하나는 자연스럽게 오빠라는 호칭을 썼다. 며칠 사이 서주환의 나이가 다 들통 났기 때문이었다. 정하연과 이정훈의 이름을 태연히 부르니 숨기려야 숨길 수가 없었다. 그나마 선배라고 하지 않는 게 어디인가. 그가 선배라고 부를 때마다 질색을 하자 자연스럽게 오빠라 부르는 사람이 많아졌다.

5분 정도가 더 지나자 1학년이 모두 모였다. 아직 오지 않은 사람은 2학년뿐이다.

“2학년들 아직 수업 안 끝났나?”

“예. 조금 있으면 끝나는 걸로 알고 있슴다.”

각 조에는 1학년들을 통솔하기 위해 2학년이 두세 명씩 섞여 있었다. 간혹 3학년도 있었는데, 대체로 3학년은 없는 사람 취급이었다. 3학년 본인들도 그걸 더 좋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2학년 두 명이 들어왔다.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 두 사람이 모여 있는 1학년들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아이고. 늦어서 미안해요.”

“…제가 시간을 잘못 공지했나요? 아직 5분 남았는데.”

동그란 안경을 낀 통통한 남자가 머쓱하게 웃으며 다가왔고, 각진 뿔테안경을 낀 여자가 이상하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인사했다. 그녀의 말대로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1학년들이 선배 눈치를 보느라 빨린 온 것이었다.

‘누구였지?’

둘 다 낯설지 않은 게 익숙한 얼굴들이다. 아무래도 회귀 전에 본 듯했다. 의문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 앉아 있던 애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백정기 때문에 만들어진 분위기였다. 1학년들은 요즘 선배들이나 일단 모르는 얼굴을 보면 고개부터 숙였다. 그나마 서주환의 영향으로 처음보다는 좀 나아진 편이었지만.

“네? 어?”

“…후.”

인사를 받은 남자가 당황하고, 여자는 미간을 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가 먼저 마주 고개를 작게 숙였다.

“안녕하세요. 2학년 조경준이에요. 저… 일단 앉아서 얘기하죠?”

“네!”

“하하. 이번 1학년들은 뭔가 되게 빠릿하네요. 저는 안 그랬었는데.”

조경준은 상황이 민망한지 볼을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2학년 두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 서주환은 가까이서 조경준의 얼굴을 보고서야 기억이 떠올랐다.

‘분명 나랑 같은 학번이었지?’

회귀 전에는 조가 달랐던 걸로 기억한다. 당연히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같은 학번이라는 사실과 얼굴 정도만 알았다.

조경준은 순박한 웃음을 지으면서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

“어… 일단 각자 간단하게 소개부터 할까요?”

“네.”

목소리는 작아졌지만 여전히 예의바른 대답들이다. 조경준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2학년 조경준이이에요. 선배라고 불편해할 필요 없어요. 우리 학과는 별로 학번이나 선후배 기강 같은 거 신경 안 쓰거든요. 그리고 저는 선배라고 해봐야 이번에 복학해서 아싸에요. 친하게 지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 여기에 저랑 동기 있다고 하던데… 둘 중 누구에요?”

조경준이 서주환과 장덕훈을 보여 눈을 빛냈다. 서주환은 손을 슬쩍 들며 답했다.

“접니다.”

“오. 반갑다, 친구야!”

조경준은 생각보다 친화력이 좋은 듯 그를 선 듯 친구라 부르며 손을 내밀었다. 상대가 이렇게 나와 주니 그의 입장에서도 좋다. 서주환은 씩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주환이라고 불러.”

“너도 편하게 불러. 그런데 너 살 진짜 많이 뺐다. 출석부에 있는 사진이랑은 전혀 다른데? 못 알아봤어.”

사진과 다르다는 말에 조경준의 옆에 있던 여자도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2학년 두 사람이 다 그러니 1학년들도 흥미로운 듯 그를 바라봤다.

서주환은 어색하게 웃었다. 확실히 옛날 사진과 많이 달라지긴 했지.

“군대 갔다 와서 운동 했더니 그렇게 됐어. 키도 갑자기 커졌고.”

“키도? 진짜 부럽다. 아, 너무 나만 말했네. 다음은 혜영이가 할 거지?”

“네.”

이름을 들으니 여자가 누군지 기억났다. 2학년 부과대인 민혜영이었다. 그녀가 작게 눈인사를 해가며 고저 없는 어조로 말한다.

“2학년 부과대인 민혜영이에요. 몇 번 본 분들도 있네요. 반갑습니다.”

음성에 높낮이가 적어서 그런지 무뚝뚝해 보이는 말투였다. 그녀에 이어서 1학년들도 돌아가면서 소개를 했다. 소개가 끝나자 민혜영이 말했다.

“저는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좋아요. 학생회 도와줘야 돼서 자리에 오래 있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조장은 경준 선배가 하기로 했어요.”

“으응. 혹시 나 말고 하고 싶은 사람 없나? 주환이나 하연이라던가.”

조경준은 별로 내키지 않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당연히 순식간에 기각 당했다.

“오오. 절대 싫습니다, 조경준 선배님.”

“아니, 너 나랑 같은 학번이잖아. 왜 선배라고… 하연이도 싫어? 1학년 과대라고 했지?”

“정확히는 ‘임시’ 과대에요. 그리고 2학년이 있는데 1학년이 하는 건 이상하잖아요.”

“경준 선배님, 조장은 2학년이 해야 돼요.”

서주환과 정하연의 거절에 이어 민혜영까지 그리 말하니 별 수 없었다. 조경준은 시무룩한 기색으로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한 결 편안해진 분위기에서 조장이 된 조경준이 회의를 진행했다.

“일단 먼저 정해야 할 건 여장 할 사람이랑 장기자랑인데…”

여장이라는 말에 여자애들의 눈이 반짝인 건 기분 탓일까. 말을 흐린 조경준이 살며시 손을 들었다.

“일단 여장에서 난 빼주라. 1학년 때 이미 한 번 했거든.”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듯 말한다. 그 말에 여자들의 고개가 서주환과 장덕훈을 향해 돌아간다. 서주환이 식은땀을 흘리는 사이 조경준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번 장기자랑에 2학년 한 명은 무조건 참여해야 돼. 몇 명이서 하던지 상관없지만 반드시 2학년도 같이 하라고 했거든. 1학년들만 고생시키면 좀 그렇다고.”

“네? 정말요?”

“응. 백정기 알지? 2학년 과대. 걔가 그렇게 제안했대.”

의외의 말에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뜬다. 당연히 서주환은 백정기가 그런 제안을 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조가 바뀌었어도 이건 똑같네.’

백정기가 굳이 2학년을 장기자랑 무대에 밀어 넣은 건 무대 위에서 합법적으로 신입생 여자들과 스킨십을 하기 위함이었다. 서주환은 회귀 전 백정기와 같은 조였던지라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듣기에는 백정기가 제법 좋게 보인 듯했다.

“와아. 백정기 선배님이요?”

“의외다.”

“그러게. 그냥 꼰대 같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

예상치 못한 반전에 백정기에 대한 여론이 좋아진다. 정하연마저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긴가민가하는 표정이었다. 장덕훈도 눈을 끔뻑거린다.

조경준은 1학년들의 반응에 웃으면서 말했다.

“꼰대? 그거 오해야. 정기 걔가 학번을 좀 따지긴 하는 것 같던데 그래도 사람이 괜찮더라.”

“네, 그런 거 같아요. 아, 선배님. 이거 정기 선배님한테 말하면 안 돼요?”

“그래. 걱정 마.”

반면 부과대인 민혜영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녀는 백정기를 별로 좋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 무슨 속셈이지.’

민혜영은 말을 아꼈다. 아무튼 별 일 없이 MT가 끝났기만 하면 되었으니.

조원들은 장기자랑에 대해 이런 저런 의견을 냈다. 하지만 영 시원찮아서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여장 먼저 정하는 건 어때요? 저는 주환 오빠가 했으면 좋겠는데!”

“뭐?”

서주환은 식겁하며 고개를 저었다. 여장은 결단코 사양이었다. 그는 다급히 장덕훈을 가리켰다.

“자, 잠깐만! 덕훈이도 있는데 왜 나야?”

“형님, 저보단 형님이 잘 어울립니다! 역시 형님! 뭐든지 잘 하십니다!”

“이 자식이?”

장덕훈이 연신 형님을 부르짖으면서 쐐기를 박으려 들었다. 이런 곰의 탈은 쓴 여우 새끼. 그렇게 예의를 갖추더니 여기서 뒤통수를 치려 한다.

서주환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도록 장덕훈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푹 찔렀다.

“끄억!”

“아이고. 내 동생 덕훈아, 왜 그래? 어디 아파?”

“혀, 형님이…:

“여장하고 싶다고? 얘들아, 덕훈이가 여장하고 싶대. 그래, 이런 것도 다 추억이지.”

어림도 없었다. 옆구리 찌른 걸 다 봤는지 조경준은 물론 정하연과 다른 사람들도 그를 황당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정하연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말한다.

“그냥 포기해, 주환아. 덕훈이 덩치를 봐. 쟤 여장시키면 고질라 될 걸?”

“맞아요, 오빠. 저희가 예쁘게 꾸며드릴게요!”

“오빠 꾸미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아요.”

장덕훈은 187cm에 이르는 장신이다. 그리고 자기소개 때 특기가 운동이라 했던 만큼 한 눈에 봐도 어깨가 떡 벌어진 근육질이었다.

하지만 서주환은 납득하지 않고 항변했다. 여장은 싫다!

“나도 한 덩치 하거든? 운동을 얼마나 했는데.”

“덕훈이 보다 10센티 작잖아.”

“윽.”

그가 작은 게 아니라 장덕훈이 비정상적으로 큰 게 문제였다.

“주환이 너는 운동 했어도 괜찮아. 팔다리가 긴 편이라서 대충 가발 씌우고 화장 한 다음 여자 옷 입히면 어울릴 걸?”

정하연이 씩 웃으며 말했다. 서주환은 세상 억울한 눈으로 정하연을 노려봤다. 일전에 장덕훈을 여장시키기로 합의한 건 어떻게 된 거냐는 항의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뒤통수를 치기로 마음먹었던 건지 정하연은 피식피식 웃고만 있었다.

결국 서주환은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했다.

“내가 장기자랑 나갈게. 대신 여장 빼줘.”

“장기자랑?”

장지자랑이라는 소리에 모두가 흥미를 보였다. 그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경준이랑 나랑 둘이서 나갈게. 경준아, 괜찮지?”

서주환은 조경준에게 제발 살려달라고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장기자랑은 1,2학년 복합 팀으로 나가야 된다. 하지만 그게 꼭 모두가 참여하란 소리는 아니었다. 그와 조경준, 둘이서만 나가도 조건이 만족되니 다른 애들은 앉아서 호응하면 된다. 그 사실을 깨달은 여자들이 일제히 조경준을 쳐다봤다.

집중된 시선을 받은 조경준이 움찔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어. 나야 상관없는데… 뭐 하려고?”

“혹시 생각해둔 거 있어?”

“구체적인 건 없고… 다 같이 춤이라도 출 생각이었는데? 다 같이 하는 게 덜 부끄럽잖아.”

춤이라는 말에 모두가 흠칫 몸을 떨었다. 출콘과의 소심한 학생들이 춤추는 걸 달가워할 리가 없었다.

‘정하연이는 몰라도 너희 다 얌전한 애들이잖아. 그러니까 나 말고 덕훈이 여장 시켜. 장기자랑은 내가 할게.’

조원들에게 눈으로 뜻을 전했다. 알아들었는지는 의문이지만 서주환은 일단 쐐기를 박았다.

“경준아 너랑 나랑 둘이서 추자.”

“둘은 좀 그런데… 나 춤 잘 못 추거든.”

미안하다는 듯 말하는 조경준. 낭패다. 서주환은 춤 재능이 있어서 자신 있었지만 조경준은 그게 아니었다. 둘이서 춤을 춘다는 사실이 무척 부담스러운 듯 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럼 노래 어때? 노래 부르자.”

“미안. 나 랩 밖에 몰라….”

“랩?”

그 말에 서주환은 오히려 눈을 크게 뜨고 반색했다. 그는 한때 힙합만 골라듣던 힙찔이였다.

“너 힙합 좋아해?”

“응? 그렇긴 한데.”

“야, 잘 됐다. 너 나랑 랩이나 한 곡 부르자.”

서주환은 그리 말하며 조경준을 바라봤다. 그에 조경준도 뭔가 낌새를 느꼈는지 난감하던 표정이 진지해진다.

서주환이 먼저 질문했다.

“제일 좋아하는 랩퍼는?”

“국힙은 다듀. 외힙은 칸예 이스트. 너는?”

“국힙은 언더 메이저 가리지 않고 다 들어. 요즘은 애쉬랑 파데코가 좋더라. 외힙은 잘 모르니까 네가 가르쳐줘.”

서주환은 외힙을 잘 몰랐지만 조경준에겐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나 보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서주환은 마주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역시 어쩐지 친구 하고 싶더라.”

“그럼 하는 거지?”

“물론.”

힙찔이 듀오가 굳게 악수하며 의기투합했다.

“저, 저도 노래하겠습니다!”

뒤늦게 여장을 하게 생긴 장덕훈이 소리쳤지만,

“너 애니 노래 밖에 모르잖아, 씹덕아.”

“…애니 노래 중에도 랩 있습니다!”

“컷!”

어림도 없었다.

서주환은 씩 웃으며 턱짓했다.

“얌전히 여장이나 해라, 덕훈아.”

장덕훈의 여장이 결정되었다.

“쳇.”

정하연이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

서주환과 조경준은 장기자랑을 준비하기 위해 노래방에 가서 합을 맞추었다. 그 와중 서주환은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노래 재능을 얻고 오히려 더 못 부르게 됐어. 재능을 얻으면 이전 실력이 초기화 되는구나.’

짐작컨대 본래 서주환의 노래 재능은 D~C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잠재등급 B의 노래 재능을 얻고 나니까 실력이 줄어들었다. 현재등급을 F에서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지 못한 욕망 시스템의 맹점이었다.

“뭐, 포인트로 올리면 되지만.”

맹점이라고는 해도 포인트만 충분하다면 대수롭지 않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서주환은 현재 충분한 LP를 갖고 있었다.

‘지경이가 복덩이지.’

유지경과의 섹스 한 번으로 얻은 포인트가 무려 15,000LP였다. 그녀가 지닌 상(上) 등급의 솜노필리아(Somnophilia) 페티시가 10,000LP를 주었고, 자고 있는 남자를 덮친다는 섹스 판타지가 추가로 5,000LP를 주었다.

아쉽게도 새도-마조히즘(Sado-masochism)과 아르고필리아(Algophilia)는 조건을 달성하지 못 했다. 단순히 장시간의 섹스를 통해 괴롭힌 정도로는 가학 행위로 인정받지 못 하는 모양이었다. 나중에 방법을 연구하던가 해야지.

서주환은 남은 페티시를 수집할 자신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지경에게 얻은 재능은 잠재등급 A의 『섹스』재능이었다.

‘위튜브로 버는 포인트도 생각보다 짭짤하단 말이야.’

포인트 수급은 유지경과의 관계 외에도 지속적으로 되고 있었다. 연재 중인 『빙의사부는 무림공적』이 베스트 순위에 들 때마다 들어오는 포인트도 있었고, 일상에서 자잘한 업적으로 얻는 포인트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한수아의 방송을 도와주며 얻은 이득이 제법 컸다. 남들 보다 발 빠르게 올린 싸이킥워치 영상은 입소문을 타서 현재 조회수 200만을 넘겼고, 옷 가게 스타일 완성에서 진행 한 광고 영상도 30만의 조회수가 나왔다. 게임 방송에 갑작스레 올린 옷 가게 광고여서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매니저이자 편집자인 서주희의 얼굴 공개가 조회수를 뻥튀기시켰다. 일전에 방송에서 얼굴을 비친 서주환의 모습이 달라진 것도 한 몫 단단히 했음은 물론이다.

덕분에 그가 위튜브로 얻은 포인트가 10,000LP를 가뿐히 넘었다. 그 자신의 영상이었으면 20,000LP도 넘게 벌었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서주환은 상태창을 켜놓고 남은 포인트를 바라봤다. 현재 잔여 포인트는 약 100,000LP. 그동안 쓰지 않고 모아둔 LP가 상당했다.

‘정기야, 고맙다.’

사실 얼마 전 백정기 덕분에 얻은 『의도치 않은 NTL』업적도 포인트 수급에 크게 한 몫 했다. 10,000LP나 주더라.

“일단 다 B로 만들어볼까.”

슬슬 남아도는 포인트로 쇼핑을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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