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연참 성공...!
자고 일어났더니 허리 상태가 많이 나아졌습니다. 단순히 잠을 잘못 잤던 걸까요.
아무튼 병원은 안 가도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이미 시술1번에 주사치료 1번을 받아서 또 가기가 좀 꺼려졌거든요...
누워서 브릿지나 좀 해야겠습니다. 코어튼튼!
*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 부탁드려요 :D
선배님, 안녕하세요!
서주환은 곤히 잠든 유지경을 바라봤다.
새액- 새액-
유지경은 그의 품에 안겨서 그의 팔을 베고 잠들어 있었다. 많이 피곤했는지 미동 하나 없이 시체처럼 잔다. 욕실에서 한 번 더 하자며 괴롭힌 것 때문인 듯했다. 목욕을 하고 나왔음에도 그녀의 하부에서는 그가 싼 정액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였다.
“쩝. 너무 심했나?”
정력이 너무 남아돈 게 문제였다. 한 번 할 때마다 상대방을 녹초로 만들어버린다. 특히 오늘은 스킬과 축복 효과를 모두 받은 데다 한동안 참고 있던 게 터져서 지나친 감이 있었다. 심지어 유지경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문제는 처음인데도 계속 잊게 된다는 것이다. 누가 이 여자를 몇 시간 전만 해도 경험 없는 처녀였다고 생각할까.
적어도 일반적인 처녀라면 섹스 파트너를 먼저 권하진 않았을 터다.
‘섹파라….’
목욕 후. 서주환과 유지경은 잠을 자기 위해 한 침대에 누웠다. 할 거 다 한 사이에 이제 와서 각방을 쓰는 것도 이상한 노릇. 잠에 들기 전 두 사람은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와중 나온 게 유지경의 섹스 파트너 제안이었다.
‘대놓고 섹파를 하자고 한 건 아니지만.’
섹파라는 단어 자체를 꺼낸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내용은 상통했다. 그녀는 서주환에게 종종 오늘처럼 집에 찾아와도 되겠냐고 물었다. 에둘러 말했지만 ‘오늘처럼’이라는 뜻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서주환은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흔쾌히 수락했다. 그의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었으니.
“진짜 유지경답다.”
생각해 보면, 유지경은 이전 생에도 같은 학과 남자와 사귀는 법이 없었다. 이전 생에, 그녀가 술자리에서 했던 말이 있었다.
‘난 있잖아. 같은 학과 남자랑 떡은 쳐도 CC는 안 해.’
솔직히 무슨 차이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본인만의 기준이 있는 모양이었다.
서주환은 잠든 유지경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선 천장을 바라봤다. 그의 눈앞에는 네 번째 욕망 퀘스트가 떠올라 있었다.
『달콤한 사랑-연애』
서주환은 퀘스트 창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렵다.”
연애란 평생을 모쏠로 살아온 서주환에게 여러모로 어려운 난제였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한 것도 기껏해야 3달 쯤 되었건만 벌써 연애라니.
고백을 해보기도 했고, 고백을 받아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문제였다. 새삼 정소라에게 생각 없이 고백했던 때가 우스워질 정도로.
‘내 상황이 일반적이진 않으니까.’
욕망 시스템. 이게 있는데 연애라는 걸 하는 게 가능할까. 결국 탐나는 재능을 얻기 위해서는 여러 여자들과 관계를 가져야 할 텐데. 한 사람에게 정착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는 회귀 후 새로 만든 인연 모두가 소중했다. 불과 얼마 되지도 않은, 어찌 보면 얕디얕은 관계일지도 몰랐지만, 그 가느다란 인연마저도 평생을 외롭게 살아온 그에게는 기다란 인연이었으니.
그렇기에 연애란 단어를 떠올리면 생각이 많아졌다. 좋은 끝이 떠오르지 않았으므로. 기껏 맺은 관계에 상처를 낼까봐.
서주환은 힐끗 잠들어 있는 유지경을 쳐다봤다.
‘섹스가 곧 연애는 아니지.’
정소라와 관계를 맺었을 때만 해도 섹스는 곧 연애라고 생각했다. 성관계는 연인 사이의 행위라는 인식이 강했으니까. 그래서 바로 고백을 한 거였고.
물론 지금은 아니다.
서주환은 연애는 곧 섹스일지언정 섹스는 연애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연인 관계에 잠자리는 당연한 거지만, 굳이 연인 관계가 아니어도 잠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잠이나 자야겠다.”
욕망 퀘스트를 반드시 클리어 할 필요는 없다. 단지 포인트와 경험치를 받지 못 하는 게 아쉬울 뿐이다. 그것 또한 4월이 되면 새로운 퀘스트가 나올 테니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정말 인연이 있다면 어떻게든 이루어지겠지.
서주환은 복잡해진 생각을 털어내고 눈을 감았다.
*
서주환과 유지경은 새벽에 잠들어서 이른 아침에 일어났다. 그녀가 졸린 눈을 비비며 말했다.
“혹시 오빠 집에서 나오는 거 누가 보면 안 되니까.”
“참나. 언제는 자취 안 한다더니.”
“풋. 그걸 믿었어? 당연히 구라지.”
그 태연한 말에 서주환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녀가 왜 여우라고 불렸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봐야 아직은 새끼 여우에 불과해 보였지만.
“비틀거리지나 마라. 넘어지겠다.”
“칫. 누구 때문에 그런 건데.”
“누구긴. 새벽에 잘 자고 있는 사람 건드린 너 때문이지.”
“윽. 오빠 그때 안 자고 있었잖아!”
“엉? 어떻게 알았어?”
“넣자마자 일어나서 박아대는데 그걸 모르겠어?”
“야 박아댄다니. 너 단어 선택 좀….”
“뭐래. 왜. 이제 와서 순진한 척 해줄까? 오빠아~ 지경이는 있잖아요~.”
“우웩. 알았으니까 그만해.”
“씨이. 반응이 좀 띠껍네요, 선배님?”
두 사람은 잡담을 하며 새벽길을 거닐었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시각이라 그런지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유지경이 주위를 휘휘 둘러보더니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말한다.
“오빠, 나 담배 하나만 주면 안 돼?”
“오냐.”
“…안 놀라네? 나 담배 피는 거 알고 있었어?”
“아까 전자담배 만지작거리는 거 봤다.”
회귀 전에 맞담배를 얼마나 많이 폈는데 그걸 모를까. 유지경은 냄새 때문에 전자담배를 선호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연초를 들고 다니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또 아예 안 피는 건 아니어서 회귀 전 연초를 여러 번 뜯겼었다. 지금처럼.
유지경이 불을 붙이고 한 모금 쪽 빨아들인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그녀를 타박했다.
“선배 담배 삥 뜯으니까 맛있냐?”
“응. 졸라 맛있어. 앞으로도 종종 부탁해도 돼?”
“네가 사, 이년아.”
“까비. 아야! 왜 때려!”
“몰라서 묻냐?”
얄미워서 한 대 쥐어박았다. 이제 내숭은 완전히 내던진 건가. 찔리긴 하는지 그녀도 시선을 슬슬 피했다.
서주환은 픽 웃어버리곤 담배 한 대를 물었다. 반면 유지경은 그런 서주환을 힐끗 티 나지 않게 바라봤다.
‘어쩌지. 이 오빠 진짜 좋아질 거 같은데.’
하루밖에 안 봤지만 일단 사람 됨됨이는 된 것 같았다. 적어도 괴팍하거나 상종 못 할 인간은 아니다. 싸가지 없게 보일 수 있는 말들도 무던하게 받아주는 걸 보면 성격도 좋아 보인다. 거기에 키도 크고 얼굴도 꽤 잘생긴 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섹스를 엄청나게 잘 했다. 경험이 많은 걸까. 간밤에 얼마나 가버렸는지 기억도 안 난다. 지금도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으니.
‘경험 많은 건 상관없는데….’
유지경은 개방적인 성격을 가진 만큼 타인에 대한 잣대도 관대한 편이었다. 그래서 서주환의 경험이 많아 보이는 것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바람만 안 피면 되지 그 전에 만난 사람들이야 알게 무언가.
마음 같아서는 당장 면전에 고백을 박고 싶었다.
‘그런데 안 될 것 같단 말이지.’
그녀는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어젯밤 잠들기 전, 그에게 사귀자고 말하기 위해 슬쩍 운을 띄웠었다. 그리고 바로 알아챘다. 아, 이거 지금 안 된다. 괜히 어색해지기만 하겠구나. 그래서 바로 포기하고 말을 에둘러 바꿨다.
‘음… 가까이 붙어있다 보면 기회가 있겠지?’
가볍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하루 만난 사이에 감정이 그리 큰 것도 아니었고, 기회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그가 말했다.
“다 폈으면 편의점이나 가자.”
“응? 뭐 살 거 있어?”
“우유나 먹자고.”
“초코?”
“싫으면 다른 거 먹던가.”
“나야 좋지. 히히. 오빠가 사는 거야?”
“으이그. 오늘만이야, 오늘만.”
편의점에 들른 후. 서주환은 유지경을 집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녀가 들어가기 전 손을 흔들며 말했다.
“오빠, 내일… 아니, 오후에 봐!”
“그래. 보면 아는 척 하고.”
“풋. 알았어.”
오늘은 오후 수업이었다.
*
서주환은 집에 가서 잠시 눈을 붙인 후 깨어났다. 정력이 넘쳐서 그런지 별로 자지 못 했는데도 몸이 개운했다.
학교 후문을 지난 그는 꼭대기에 있는 학과를 향해 올라갔다. 여전히 가파른 언덕길이 그를 반겼다.
그렇게 학과 건물에 도착했을 때였다. 복도에서 마주친 여학생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앗. 선배님 안녕하세요! 민희야, 너도 인사해.”
“응? 이분 동기 아니야? 분명 같은 반….”
“13학번이시래.”
“정말? 아, 안녕하세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서주환은 당황한 얼굴로 여학생 둘을 바라봤다. 얼른 손을 저으며 그러지 말라 말하려는데, 설상가상으로 B반 남학생이 오더니 추가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그, 선배님 맞으시죠? 13학번이라고….”
소문이 B반에까지 다 난 모양이었다. 분명 단톡방은 조용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벌써 친한애들끼리 따로 톡을 판 건가?
“저기, 인사 안 해도 되는데. 나 1학년이야.”
“13학번 아니세요?”
“맞긴 한데….”
“아, 역시. 정기 선배가 보면 꼭 인사하라고 그랬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이유가 있었다.
‘백정기 이 새끼가 진짜.’
속으로 백정기를 욕한 서주환은 빨리 오해를 풀고자 했다. 하지만 쉽게 이제 막 대학에 들어 온 이 순진한 신입생들은 2학년 선배이자 과대의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있는 듯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오해를 풀긴 했다.
“알았지? 앞으로 나한테 인사 안 해도 돼.”
“그래도….”
“제발. 나 그냥 1학년이라고 생각해도 되니까.”
“네에….”
아리송한 표정으로 돌아가는 신입생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서야 벌어졌다. 뒷문에 모여 있던 신입생 네다섯이 그를 보고 동시에 합창하듯 인사를 한 것이다.
“안녕하세요!”
또 설명을 해야 되나. 이제는 한숨부터 나왔다.
그때 서주환을 구원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오, 주환! 왜 이렇게 늦었어. 강의 5분밖에 안 남음.”
담배를 피기 위해 일어난 이석찬이었다. 그가 다가와서 친근하게 어깨를 툭툭 쳤다. 덕분에 한결 분위기가 풀어졌다.
이어서 장덕훈도 그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주환 형님, 안녕하십니까.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장덕훈이 90도 직각 인사를 박았다.
‘너는 좀 꺼져주라….’
이석찬 덕분에 풀어졌던 분위기가 오히려 더 딱딱하게 굳었다. 장덕훈 같은 떡대가 웬 조폭식 인사를 박아버리니 이상한 분위기가 되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기회가 찾아왔으니.
“푸흐흫. 오빠, 안녕.”
막 뒷문으로 들어오는 유지경이었다. 보자마자 상황을 파악한 그녀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인사했다.
“주환 오빠, 어제는 고마웠어. 덕분에 잘 들어갔다?”
서주환은 세상 반가운 얼굴로 그녀를 맞았다.
“어어. 다행이다. 속은 좀 괜찮고?”
“응. 오빠 덕에 멀쩡해졌지이~.”
같은 학번의 신입 여자애가 애교 있게 말하니 분위기가 이렇게 훈훈해질 수가 없다. 굳이 입 아프게 말 안 해도 주변의 눈빛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안심할 수 없는 날인 듯했다.
“야, 유지경!”
백정기의 목소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