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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또 다른 신캐 등장!
과연 이번에도 주말 연재를 이어갈 수 있을 거신가...
열심히 써보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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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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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 부탁드려요 :D
초코우유
유지경은 얼른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16학번 유지경이에요!”
“그거 하지 말라고 했는데….”
“네?”
“기억 안 나나 보네요.”
서주환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유지경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 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는 수건으로 허리춤을 더 바짝 가리며 말했다.
“저기, 나 일단 옷 좀 입게 방에 들어가 있을래요?”
“아, 안 입어도 될 것…”
“네?”
“아, 아뇨. 들어가 있을게요.”
유지경은 굉장히 아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서주환은 몸을 돌려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문 틈새로 유지경이 빤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모르고.
‘햐아. 엉덩이 미쳤다. 남자 엉덩이는 저렇게 생겼구나. 여자랑은 느낌이 달라.’
어떻게 한 번 만져 볼 방법이 없을까.
*
옷을 입은 서주환이 유지경을 불렀다.
“유지경 씨. 이제 나와도 돼요.”
방문 틈새로 밖을 훔쳐보고 있던 유지경은 흠칫 놀랐다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는 얕게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조금 전에는 흥분하는 바람에 말실수를 크게 할 뻔했다.
“속은 괜찮아요?”
“네에. 자고 일어났더니 좀 괜찮아졌어요.”
“다행이네요.”
“…저 선배님. 말 편하게 해주세요. 저보다 나이도 많고 학번도 높으신데.”
유지경이 어색한 얼굴로 말했다. 세 살이나 많은 선배한테 누구누구 씨 소리를 들으니 너무 어색했다.
서주환은 그 말에 마주 어색해져서 눈꼬리를 긁적였다.
‘확실히 스무 살이면 안 익숙하겠네.’
군대에서는 친한 게 아니라면 다른 중대 사람들에게 아저씨 또는 이름에 ‘씨’를 붙여서 부른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 나이가 많든 적든 초면에는 존칭을 쓰는 게 예의였다.
하지만 이제 막 성인이 된 스무 살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부름이다. 사실 나이를 떠나 대학에서 ‘~씨’라는 호칭을 쓰는 경우는 드물다. 작은 사회니 뭐니 해도 아직 학교라는 울타리 안이기에 그랬다.
서주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요.”
“에, 어? 부, 부탁이요?”
유지경이 말을 더듬으며 얼굴을 붉혔다. 부끄러워하면서도 어째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이다.
물론 부탁은 유지경의 기대와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선배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말 편하게 놓으면요.”
예상과 다른 말에 유지경의 눈꼬리가 축 처진다. 그녀는 아쉬워하면서도 되물었다.
“선배님인데 그래도 될까요? 안 좋게 보일 것 같은데….”
“아니, 당사자가 허락했는데 누가요. 오히려 부탁해요. 제발. 안 그래도 술집에서 학번 다 까발려지는 바람에 내일부터 걱정인데.”
서주환은 술집에서의 일이 떠올라 인상을 구겼다. 빌어먹을 백정 새끼 때문에 당분간 숨기려고 했던 학번이 까발려졌다. 유지경 외에도 학번을 들은 사람이 네 명. 내일부터 학교에서 신입생들이 인사해올 걸 생각하니 벌써 지긋지긋했다. 학번상 선후배라곤 하지만 아는 사람도 몇 없는 학기 초부터 거리감이 생기는 건 사양이었다.
유지경은 서주환의 생각을 읽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 반말… 하라는 거지?”
“어! 좋네!”
“푸흡. 아하하.”
격렬한 반응에 유지경은 웃음을 터뜨렸다. 대화 몇 마디 밖에 안 해봤지만 어딘가 특이하고 순수한 사람 같았다.
‘백정기 보다 훨씬 느낌이 좋은데?’
백정기는 조금 잘생긴 얼굴 빼면 볼 게 없었다. 치졸한 성격이나 자신에게 접근한 의도가 눈에 빤히 보였으니까. 다만 그 의도가 빨리 섹스를 해보고 싶다는 욕망과 일치해서 거부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두 사람은 잠시 얘기를 더 나눴다. 그리고 서주환이 자신을 업고 여기까지 온 걸 알게 된 유지경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아악! 나 엄청 무거웠을 텐데!’
유지경은 자신의 몸을 신경 쓰고 있었다. 대학에 오기 전 다이어트를 실패하는 바람에 요요현상으로 더 쪄버린 게 천추의 한이었다.
“흐잉. 미안해, 오빠. 많이 무거웠지.”
“괜찮아. 별로 안 무거웠어.”
서주환은 입꼬리를 어색하게 올리며 부정했다. 안 무거웠다는 거짓말 때문이 아니다.
‘알고는 있었는데… 진짜 적응 안 되네.’
그 유지경이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애교어린 말을 하다니!
서주환은 그게 도저히 적응이 안 됐다. 그녀가 본래 내숭을 떨고 다니는 건 알고 있었지만 회귀 전 그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그는 유지경의 본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둘이 술 마실 적 그녀의 내숭 없는 파격적인 언행이 떠올랐다.
‘섹스가 나빠?!’
‘아니, 내가 그 남자가 지 남친인 걸 어떻게 알았냐고!’
‘여친 있는 새끼가 딴 여자랑 떡친 게 잘못 아냐?’
‘지 남친한테 뭐라 그러지 왜 나한테 지랄이냐고. 안 그래 오빠?’
서주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의아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유지경의 모습에 픽 웃음이 나왔다.
“지경아.”
“웅?”
“일단 씻을래?”
“…씨, 씻어? 왜, 왜?”
“안 찝찝해? 잘 때 땀 많이 흘리던데. 지금 집에 가긴 늦었잖아.”
서주환은 말하는 도중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유지경이 지금 자취를 하던가?’
그녀가 자취를 했던 건 분명한데, 그게 언제부터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1학년 때는 트라우마 때문에 남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 했으니. 더불어 그녀와 말을 튼 건 4학년이 다 되어서였다.
“혹시 자취하니? 그럼 지금 데려다 줄게.”
유지경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 아니! 당장 씻고 올게!”
*
치카치카치카치카!
유지경은 이에 광을 내겠다는 기세로 칫솔질을 했다.
“가르르르르! 퉤!”
몇 번이고 입을 헹궈 구토 냄새를 없애냈다. 10분 동안 죽어라 양치를 했더니 냄새가 다 사라지다 못해 상쾌한 민트 향이 진하게 맴돌았다.
‘혹시 모르니까….’
무얼 혹시 모른다는 걸까.
그녀는 입술에 부르튼 부분은 없나 점검했다. 음. 이정도면 괜찮아. 그렇게 만족하고서야 욕조로 향했다.
쏴아아-
“흐이~ 좋다아.”
따뜻한 물이 몸을 적신다. 어지럽던 게 좀 나아지는 느낌이었다.
“무슨 욕조도 있담. 물 받아서 하면 좋았을 텐데.”
아쉽지만 욕조에 물을 받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남의 집에서 그렇게 하기에도 좀 그렇고. 샤워기로 만족해야 할 듯했다. 적당한 수압 덕분에 샤워하기가 좋았다.
“타월도 주고. 배려가 좋단 말이야.”
서주환이 칫솔과 타월을 새로 내주었다. 손님용으로 구비해 놓은 걸까. 대학생이 혼자 살기에 넓은 집인 만큼 손님을 많이 들이는 듯했다.
박박박박-!
유지경은 거품을 낸 타월로 몸을 구석구석 닦았다. 양치할 때와 같이 맹렬한 기세였다. 평소에도 씻는 걸 좋아하는 편이어서 그런지 그녀의 피부는 잡티 하나 없이 매끈했다.
‘혹시 모르니까!’
아래쪽도 정성스럽게 씻었다. 이미 혹시가 아니라 ‘반드시’의 기세였다. 거품칠을 마친 뒤에는 손으로 부드럽게 몸을 씻어냈다. 매끈하고 탄력적인 피부가 손에 착착 감겨왔다. 그녀는 몸매에 자신이 없었지만 피부만큼은 자부하고 있었다. 이마저도 지방이 많아서 그런 건 아닐까 생각하면 우울해졌지만….
유지경은 샤워기로 거품을 씻어내며 아까 본 광경을 떠올렸다.
‘엄청 컸지….’
중지 손가락보다도 길었다. 그게 평소 상태라면 발기 후에는 어떻게 되는 걸까. 다 들어가기나 할는지.
“몸도 엄청 예뻤어.”
처음 본 남자의 몸.
여자와 달리 근육이 갈라져서 야성적인 느낌이 풍겼다. 허리 아래께로 골반과 이어지는 치골라인은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섹시했다. 여성의 몸과는 또 다른 미관이 있었다. 특히 뒤돌아 갈 때 보인 등 근육이란…!
“…학! 츄르릅!”
정신을 차린 유지경은 침을 닦아냈다. 그리고 샤워기로 음부를 다시 씻어냈다. 어느새 손이 가랑이 사이로 향해 있었던 것이다. 점성 띈 액이 얕게 배어 나와 있어서 더욱 당황스러웠다.
“아이씨. 나 왜 이러지.”
그녀는 평소에도 자위를 즐겨했고, 섹스에 대한 욕구가 커다랬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오늘따라 불이 붙은 것처럼 몸이 금방 달아올랐다.
“좋은 냄새 나던데. 무슨 향수 쓰나?”
서주환에게서 은은하게 나던 향.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향이었다.
“나 향 좋아하는구나.”
그 체취를 생각하면 안 그래도 달은 몸이 더 뜨거워졌다. 다리가 배배 꼬인다. 전봇대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인 건 너무너무 창피했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스윽스윽.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몸을 닦아냈다. 다음은 옷을 입을 차례다. 속옷은 갖고 들어왔다.
“으음… 어떻게 하지.”
겉옷은 서주환이 옷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이미 문 앞에 두겠다며 밖에서 말한 바 있다.
유지경은 잠시 고민하다가 문 밖에 나가서 갈아입기로 했다. 속옷도 입지 않은 나체로 슬쩍 문을 열고 나왔다.
‘안 오나?’
일부러 옷을 느릿하게 주워들었다. 천천히 팬티 사이에 발을 넣었다.
‘와라와라와라. 봐라봐라봐라.’
바람이 통했을까.
끼익- 하고, 그가 거실로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일부러 몸을 깊게 숙이고 팬티를 천천히 올려 입었다. 문 쪽으로 몸을 등진 채였다.
“지경아 나왔니… 헉. 미안!”
목소리와 함께 쿵!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봤나? 봤겠지? 봤을 거야. 그럼 꼴렸겠지?’
유지경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몸매에 자신이 없어도 여자 몸이다. 살집이 좀 있긴 해도 뚱뚱은 아니었으며 피부에는 자신이 있었다. 여고 시절 친구들에게 듣기로 젊은 남자는 시도 때도 없이 발기가 된다 하였다.
여자의 나체를, 그것도 일부러 보라고 자세까지 제대로 잡았으니 반응이 없을 리가 없다!
그녀는 후다닥 마저 옷을 갈아입었다. 들어갔으니 꾸물거릴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바지가 너무 커서 흘러내렸다.
‘오히려 좋아!’
바지만큼 상의도 컸다. 하얀 반팔을 입으니 엉덩이 아래까지 옷이 내려왔다. 품이 넓어서 한쪽 쇄골이 드러났고, 아래로는 허벅지를 3분의 1정도 가려서 하의실종 패션이 완성되었다.
유지경은 꼴깍 침을 한 번 삼킨 뒤 서주환이 들어간 방문에 똑똑 노크했다.
“오, 오빠. 들어가도 돼?”
“어어.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색해 하는 서주환의 얼굴이 보였다. 그가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 안에서 갈아입었을 줄 알았는데.”
“에헤헤. 괜찮아. 보라고… 가 아니라 내 잘못인데 뭘.”
“그렇게 말해주니까 다행이다. 그런데… 그, 바지는?”
“그게 바지는 너무 커서 안 맞더라고.”
“정말? 어쩌지. 그게 제일 작은 건데.”
곤란한 표정을 짓는 서주환. 하지만 유지경은 그의 눈이 잠시 자신의 다리를 훑은 걸 보았다.
‘본다. 본다본다.’
일부러 본 건 아닌지 금방 시선을 돌리는 게 아쉽다. 그저 본능적으로 내려 본 모양이었다. 더 봐도 되는데.
‘이 오빠 설마… 초식은 아니겠지?’
몸은 완전 육식이던데.
유지경은 다시 흘러나오려는 침을 꼴깍 삼켰다.
그때였다. 서주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에 앉아 있을 때도 비슷하던 눈높이가 순식간에 멀어진다. ‘남자’가 자신 앞에 서 있었다. 그가 한 발짝 내딛자 몸이 가까워졌다.
유지경은 깜짝 놀라서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아직 마음의 준비가… 좋아, 다 됐어!’
순식간에 마음을 추스르고 고개를 살짝 들었다. 키 차이를 의식해서 살짝 까치발도 들며 흉하지 않게 보이도록 입술을 오므렸다.
…
“……?”
아무 일도 없었다.
대신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지경아, 뭐해?”
어느새 서주환은 거실로 나가 있었다. 그녀는 순간 인상을 팍 찌푸렸다가 웃으며 뒤돌아봤다.
서주환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여기, 이거 받아.”
“그게 뭐… 초코우유?”
유지경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오빠, 내가 이거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지? 의문을 담아 쳐다보니 그가 웃으며 말했다.
“너 그거 아침에도 마시고 있었잖아. 좋아하는 거 아니야?”
“…그걸 봤어? 그럼 나 때문에 산거야?”
“응. 아까 업혔을 때도 초코우유라고 중얼 거리던데?”
“엑!”
유지경은 기겁했다.
‘야 이 돼지 같은 년아! 자면서도 그걸!’
토하는 모습에 엉망으로 자는 얼굴을 보인 것도 모자라서 취한 와중에도 초코우유 타령을 하다니. 얼마나 자신을 돼지 같은 년으로 볼까.
유지경은 몰려오는 쪽팔림에 얼굴이 붉어지는 듯했다.
“나도 이거 좋아해. 마시고 속 풀어.”
“으응….”
그렇다고 빨대까지 꼽아서 주는 걸 거절할 수도 없었다. 결정적으로, 초코우유를 마시면 아직도 울렁거리는 속을 달랠 수 있다.
- 쪽쪽.
‘맛있다….’
오늘따라 더 달고 맛있는 것 같았다.
*
서주환은 침대에 몸을 뉘였다. 유지경에게 침대를 양보하려 했지만 그녀는 극구 반대하며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불청객이 더 폐를 끼치면 앞으로 볼 면목이 없다나. 해서 일불을 내어주고 온 참이었다.
서주환은 기억보다 앳된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픽 웃음을 흘렸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귀엽네.”
아니면 아직 내숭을 떨고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좀 더 친해지면 확 달라지려나.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을지도.
서주환은 잠시 추억에 잠겨 있다가 유지경의 상태창을 띄웠다.
<유지경>
성별: 여성
나이: 20살
키: 157cm
몸무게: 54kg
호감도: C
현재 성욕: B+
페티시: Sado-masochism(中), Algophilia(下), Somnophilia(上)
보유 재능: 내숭(C/A), 섹스(E+/A), 문서편집(C/B+), 영상편집(C/B+)
“…마조히즘?”
서주환을 놀라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다른 페티시는 몰라도 마조히즘은 알고 있었다. 워낙 유명한 성벽 아니던가.
[그냥 마조히즘이 아닙니다. 새도마조히즘(Sado-masochism)이라고 하여 가학성애와 피가학성애를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는 페티시지요.]
[알다시피 새디즘(Sadism)은 가학에서 오는 성욕으로 상대방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우월감과 지배감, 흥분을 느끼는 성향입니다.]
[마조히즘은(masochism)은 반대로 맞거나 모욕당하는 걸 즐기는 성향이지요. 다만 무조건적인 가학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성적으로 흥분 할 여지가 충분한 특정 상황에서만 해당됩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괴롭힘을 받는 건 마조히즘 성향의 사람이라도 불쾌해 할 테니 주의해야 하죠.]
“지경이가 그런 성향이라고?”
전혀 안 어울린다. 백 번 양보해서 새디즘은 그렇다 치더라도 마조히즘과는 연상이 안 되었다. 그렇게 괄괄한 애가 마조히즘이라니.
그러나 루시의 말은 달랐다.
[통증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Algophilia(아르고필리아) 페티시가 추가로 있는 걸 보아 마조히즘 쪽 성향이 훨씬 강한 듯합니다. 下 등급이니 과한 통증은 싫어하겠지만요.]
“하하….”
서주환은 헛웃음을 흘렸다. 당사자 자신조차 모를 수 있는 성적 취향을 들여다보는 건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기분이었다. 그 유지경이 마조히즘 쪽 성향일 줄이야.
“나머지 하나는 뭔데?”
서주환은 금방 진정하고 질문했다. 좀 놀라긴 했지만 새삼 충격을 받기에는 이미 별 해괴한 도착증을 많이 봐오지 않았던가.
루시가 마지막 페티시를 설명한다.
[Somnophilia(솜노필리아)는 주인님께서도 익숙하실 겁니다.]
“응? 처음 듣는데?”
[임수희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수희 누나를?”
서주환은 임수희를 떠올렸다. 끝내주는 몸매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탄력적인 애플힙이 일품이었지.
루시의 설명이 이어졌다.
[솜노필리아는 수면 기호증이라 하여 잠을 자고 있는 상대에게 성욕을 느끼는 증후군입니다. 자고 있는 상대를 깨우지 않고 행위를 나누는 것에 특히 흥분하죠. 반대의 경우도 있고요.]
[주인님께선 임수희에게 당한 적이 있으시지요?]
“아!”
임수희에게는 솜노필라아가 없었지만 수면간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유지경이 그 페티시를 갖고 있다고? 서주환은 순간 방문을 쳐다봤다.
“…루시, 솜노필리아가 덮쳐지는 것도 좋아한다고?”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만… 유지경은 높은 확률로 그럴 겁니다. 마조히즘을 갖고 있으니까요.]
서주환은 고개를 끄덕인 후 문을 빤히 바라봤다. 다른 방에서 자고 있을 유지경이 떠올랐다.
‘지금 가서 덮칠까?’
순간적인 갈등이었다. 요 며칠간 하지 못 해서 쌓인 참이다. 아침에 『몽마신의 축복』이 나와서 더 그러했다.
‘스킬에 축복까지 겹치니까 좀 힘들단 말이지.’
과충전 상태라고 봐도 좋았다. 지금도 어느샌가 아랫도리가 불끈불끈 일어선 상태였다.
“에라이!”
서주환은 침대에 도로 누웠다. 회귀 전 유일한 친구였던 사람에게 무슨 마음을 품는단 말인가. 섹스를 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그녀가 솜노필리아와 마조히즘을 갖고 있다지만, 자는 중 덮쳐지는 걸 좋아할지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문제였다. 혹여 싫어한다면 강간이 되는 것이었으니.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내가 부처다, 시불.”
이정도면 생불이 아닐까. 서주환은 애써 생각을 떨쳐내고 눈을 감았다.
*
한편 유지경.
그녀는 방문을 부술 듯 노려보고 있는 중이었다.
‘왜 안와! 왜 안 덮쳐!’
자라며 방에 들여보낼 때부터 이상하더라니 정말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샤워하고 나왔을 때만 해도 성공했다고 확신했는데 이게 뭐란 말인가. 이불을 갖다 줬을 때 일부러 몸을 숙여 가슴까지 보였는데 이게 뭐란 말인가!
유지경은 속으로 서주환을 마구 욕했다.
‘시발 고자새끼. 줘도 못 먹냐! 몸 좋고 좆 크면 뭐해. 못 먹는데!’
혹여 방으로 찾아오려나 자지도 않고 기다리는데 올 기미가 없다. 방문 열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당장 덮쳐주면 다리를 활짝 벌려줄 생각이 있는데.
찌걱찌걱.
“흣. 으읏.”
유지경은 가랑이 사이에 손을 가져갔다. 더 참을 수 가 없었다. 건드리기도 전에 이미 물이 찔끔찔끔 나오는 중이었다.
“하윽. 하아. 더 세게 쑤셔줘….”
그녀는 얼핏, 아니, 또렷하게 봤던 서주환의 물건을 상상했다. 커지지 않았음에도 기다랬던 자지다. 분명 커지면 최소 한 뼘 정도는 되겠지.
“흐응… 응… 아흣.”
두께는 어느 정도 될까. 손가락 하나로는 절대로 부족할 것이다. 중지에 이어 약지도 구멍 안으로 넣었다. 과연 이걸로 될까? 검지도 추가해야 되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건 너무 두꺼울 것 같은데.
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
“아, 아아, 흐읏~!”
유지경은 몸을 살짝 떨었다. 가볍게 절정 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다리 사이를 배배 꼬았다.
“부족해….”
도저히 만족할 수가 없다. 이미 오늘은 섹스를 하고 말겠노라 몇 번이나 다짐한 참이었다. 몸도 그 다짐을 알았는지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겨우 손으로는 만족이 안 되었다.
스윽.
유지경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끼익-
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문고를 잡는다. 서주환이 있는 방이었다.
끼익- 달각.
문을 닫았다. 갖고 온 스마트폰의 희미한 불빛으로 침대를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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