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64화 (6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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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연참보다는 분량을 선택했습니다.

술자리 파트를 한 편 더 쓰는 건 좀... 너무 루즈해질 것 같더라고요.

그나저나 선작 3천을 넘겼군요. 리메 전에는 이쯤에서 6천을 찍었었던 것 같은데... 확실히 조아라 인구풀이 엄청 줄었네요ㄷㄷ

어찌됐든 선호작 3,600을 찍으면 딱지 360개가 또 들어올 겁니다. 그때 되면 한 번 더 딱지 이벤트를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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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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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닉네임} 님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만 부탁드려요 :D

네 번째 욕망 퀘스트 발현

서주환과 정하연은 이석찬의 외침을 뒤로하고 포차를 나왔다.

“주환이 너도 자취한다고 했지?”

“어. 후문 바로 근처.”

“진짜? 부럽다. 거기 구하기 힘들던데.”

학교와 가까운 곳일수록 금방 매물이 빠진다. 서주환도 투룸이 아닌 원룸이었다면 학교 지척에 자취방을 구하지 못 했을 것이다.

“너는 어디 사는데?”

“나도 근처이긴 해. 걸어서 학교까지 15분 좀 안 걸려.”

“석찬이 녀석도?”

“응. 걔도 같은 건물.”

원래 알고 있던 사이여서 그런지 같은 건물에 방을 구했다. 둘이 사는 건물은 그의 자취방과 1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서주환은 흡연부스 앞에 도착했을 쯤 슬쩍 찔러보듯 말했다.

“담배 한 대 피고 갈래?”

“좋… 나 담배 안 피는데?”

반사적으로 끄덕이려던 정하연이 얼른 고개를 젓는다. 그 모습이 재밌어서 큭큭 웃음이 나왔다. 굳이 왜 숨기려고 하는 건지.

서주환은 담배를 하나 꺼내 물며 말했다.

“하연아.”

“어?”

“내가 진짜 눈치 못 챘을 거라고 생각해?”

“…뭘?”

끝까지 모르는 척을 하시겠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담배 한 개비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별명처럼 불렀던 단어를 꺼냈다.

“공주병.”

그 말에 정하연에 얼굴이 굳는다. 그녀는 이내 인상을 팍 찌푸리며 소리쳤다.

“…공주병 아니라고! 아, 진짜!”

드디어 포기를 했는지 다 망했다는 얼굴로 담배를 받아든다. 정하연이 억울하다는 듯 투덜거렸다.

“씨. 지야말로 헌팅남이면서.”

“푸흐하하!”

“야, 웃지 마라. 아, 웃지 말라고.”

아니, 웃참은 무리지.

서주환은 큭큭거리며 잇새로 웃음을 흘렸다. 이 묘한 우연이 재밌었다. 그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정하연을 바라봤다.

이번 생에 정하연을 처음 만난 장소는 대학이 아니었다. 무려 3주도 더 전, 이 흡연부스에서 그녀에게 라이터를 빌려줬었다.

‘화장 때문에 긴가민가했는데.’

그때는 모델 같은 여자라고만 생각했는데 설마 정하연일 줄이야. 그도 그럴 게, 당시 정하연의 얼굴과 지금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어째 화장이 이상하다 싶더라니.’

본래 정하연은 꽤 차갑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냉랭한 얼굴상이다. 눈꼬리도 고양이를 닮아 다소 사나워 보이기까지 했다. 냉미녀라는 단어가 잘 어울렸다.

하지만 지금의 정하연은 본인 인상에 맞지 않게 어설픈 화장을 하고 있었다. 조금 창백하다 싶을 정도로 하얀 피부에 억지로 생기를 넣으려는 듯 했고, 눈꼬리를 어떻게든 순해 보이도록 내린 게 특징이었다.

덕분에 인상은 훨씬 순해졌지만, 그게 참 본래 인상과 맞지 않아서 성형을 잘못한 것처럼 이질감이 들었다. 우스운 건 이 모습이 그가 기억하고 있는 회귀 전의 정하연이라는 사실이다.

“그때 얼마나 황당했는지 아냐. 생전 헌팅은 해본 적도 없었는데.”

“아, 쪼옴. 그건 미안하다니까.”

공주병 취급당하는 게 부끄러운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다.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게 재밌었다.

그가 계속 낄낄거리며 놀리니 정하연도 인상을 쓰며 투덜댔다.

“헌팅 엄청 할 것 같이 생겨가지곤.”

“와. 못됐다. 왜 아까부터 나 생긴 거 가지고 그러냐. 자취방 있게 생겼다는 무슨.”

“이씨. 그건 그냥 변명한 거지! 너 설마 그때도 알고 있었어?”

알고 있으면서 기만한 거냐고 인상을 쓰면서 묻는데,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성격이 드러났다.

“어우. 무서워라. 그때는 그냥 긴가민가했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싶은 정도?”

“정말이지? 거짓말이면 죽어.”

위협적으로 주먹을 흔들어 보인다. 그래봐야 아플 것 같지도 않았지만.

‘아니. 아프려나?’

문득 정하연의 상태창이 떠올랐다. 분명 운동 재능의 현재등급이 B였었지.

<정하연>

성별: 여성

나이: 23살

키: 173cm

몸무게: 57kg

호감도: C

현재 성욕: D+

페티시: -

보유 재능: 학습(B/A+), 문장력(C/A+), 어학(C/A+), 운동(B/A), 카리스마(C+/A), 직감(B/A), 리더십(D+/A)

그녀의 상태창은 꽤 충격적이었다. 페티시가 없다는 것도 그랬지만, 재능 목록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재능이 일곱 개나 표기 되는 것도 놀라운데 잠재등급이 전부 A이상이라니.

‘인생 참 불공평해. 무슨 이런 재능충이….’

물론 욕망 시스템을 갖고 있는 그가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순식간에 한 개비를 다 피운 정하연이 말했다.

“후우. 오래 참았더니 더 땡기네. 한 대 더 펴도 돼?”

“다음부터는 돈 받는다?”

“치사하게. 나중에 나도 줄게.”

“자.”

“땡큐.”

“여기 라이터도… 푸핫.”

서주환은 라이터를 내밀다가 실소를 흘렸다. 그녀는 라이터를 받는 대신 꽁초에 남아 있는 잔불로 불을 붙였다. 그 동작이 아주 익숙했다.

그는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너 담배 언제부터 폈어?”

“나? 고1 땐가?”

“열일곱? 너 좀 놀았구나?”

“뭐? 아니,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좀… 어쩌다보니. 나 누구 괴롭히고 그런 적 없어.”

정하연은 고개랑 손을 동시에 내저으며 강하게 부정했다. 그냥 농담처럼 한 말이었는데 뭔가 사정이라도 있는 걸까.

‘지금 물어보긴 좀 그렇겠지?’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 서주환은 다른 쪽으로 조금 돌려 물어보기로 했다.

“화장은 왜 그렇게 한 거야? 안 한 게 더 예쁘던데.”

“…뭐래. 너 그거 여자한테 되게 실례되는 말이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기분 나쁜 기색은 아니었다. 이내 담배를 깊게 한 모금 빨아들인 그녀가 의심스럽다는 듯 말한다.

“너 진짜 헌팅 안 한 거 맞아? 자연스럽게 그런 말 하는 거 보면 아닌데. 나만 공주병이라고 그러니까 억울하네.”

“…어, 뭐. 최근에 한 번 했나?”

“역시! 그러면서 시치미 뗐냐?”

“아니, 너 만났을 때는 진짜 해 본 적 없었어.”

“어쨌든!”

기회를 잡았다는 듯 물고 안 놔준다. 공주병이라고 놀림 받은 게 어지간히 억울한 듯했다.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니 그녀도 더 하는 건 아니다 싶었는지 화제를 돌렸다.

“화장은 그냥… 내가 인상이 좀 세잖아. 오해 받는 경우가 많아서 좀 순하게 보이려고 한 거야.”

“오해?”

“뭐 일찐이라거나. 걸레라거나. 술집 다닌다던가. 약한 애들 괴롭힌다던가.”

그녀가 손가락을 하나씩 꼽으며 나열하는 단어에 서주환은 기겁을 했다.

“아니, 미친. 인상 좀 세다고 누가 그런 말을 해?”

일찐까지야 그렇다 치자. 뒷말은 한참 선을 넘었다. 걸레니 술집이니 하는 게 고작 인상 때문에 나올 말인가?

정하연은 그의 반응에 픽 웃더니 다시 한 번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넌 담배 언제 시작했는데? 나도 알려줬으니까 너도 말해봐.”

그는 사정을 더 묻고 싶었지만 궁금증을 한 편에 치워뒀다. 그녀가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으니.

“난… 스물한 살?”

“좀 늦게 했네? 성인 되고 시작하는 사람이 오히려 드물던데. 혹시 군대에서 배운 건 아니지? 갔다 왔다 그랬잖아.”

정하연이 놀리듯이 물어봤다. 그는 대답하지 못 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뭐야, 너 진짜 군대 가서 담배 배웠어?”

“…어.”

“풋. 꺄하하! 야! 군대에서 담배 배우는 게 제일 멍청한 짓이라던데!”

정하연이 건수를 잡았다는 듯 킥킥대며 놀렸다. 서주환은 괜히 연기를 길게 뿜으며 내뱉었다.

“김병식 개새끼.”

“응? 그게 누구야?”

“있어, 나한테 담배 강요했던 폐급 선임.”

“푸흡, 아 미안. 킥킥.”

“이게 웃겨?”

“아하하! 미안, 그런데 졸라 웃겨. 너 안 그렇게 생겼는데 되게 의외다?”

이건 또 무슨 뜻일까. 서주환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의 얼굴은 눈 좀 째진 거 빼면 만만하게 생겼다.

‘아, 나 얼굴 엄청 바뀌었지. 지금 좀 양아치처럼 생겼나?’

궁금하니까 물어봤다.

“안 그렇게 생겼다는 게 무슨 말이야?”

“응? 너 삐졌어?”

갑자기 웃는 걸 멈추고 묻는다. 삐지긴 누가 삐져! 이런 걸로 삐질 만큼 쫌생이는 아니다.

“아니, 그냥 궁금해서.”

“아하. 난 또 삐진 줄 알았네. 어쩌다 보니 계속 생긴 걸로 얘기해서. 미안해.”

“야야. 됐어. 나도 그냥 장난친 거지 마음에 안 담아둬.”

얘기하다 보니까 정하연은 은근히 소심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이내 다행이라는 듯 웃더니 말했다.

“너 눈매도 그렇고 덩치도 있잖아. 그리고 좀 생기기도 했고. 이석찬이랑 비슷한 줄 알았지.”

서주환은 좀 생겼다는 말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이석찬이랑 비슷하다는 건 무슨 뜻일까. 정하연이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런데 오늘 같이 놀아보니까 아니더라.”

“지금은 어떤 것 같은데?”

“눈매는 날카로운데 눈빛이 순해. 그리고 생각보다 소심하고. 요즘 이거 뭐라 그러더라? 딱 그건데. 아!”

“뭔데?”

“좀 찐내 나.”

“…….”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서주환은 좀 충격 받았다. 몸과 얼굴이 이만큼 바뀌었는데도 그게 느껴진다니. 아직도 회귀 전의 잔재가 남아 있는 걸까.

“주환아, 삐졌어?”

“…삐졌으니까 말 걸지 마라.”

“푸흡! 아하, 꺄하하하!”

“거 너무 웃는 거 아니냐….”

담뱃재 입으로 다 들어가겠다. 못 마땅한 눈초리로 보고 있자니 그녀가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한다.

“미안~. 화 풀어. 욕한 거 아니야.”

“찐따 같다며?”

“킥킥. 좋게 말하면 착하다는 말이지. 나 착한 사람 좋아해. 그리고 나도 비슷해서 뭐.”

서주환은 눈을 크게 떴다. 특정 단어만 귀에 쏙 들어왔다.

“나 좋아한다고?”

“풋! 야, 뭐래?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 그리고 난 키 큰 사람 좋아한다니까.”

“나 키 좀 컸는데.”

“응? 어, 그러고 보니.”

정하연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니 고개를 기울였다.

“진짜 컸네? 깔창 아니야?”

“깔창은 무슨.”

“흐음. 아무튼 180 안 되잖아.”

정하연은 전국의 모든 180 미만 남자들한테 사과해라! 그리 말하고 싶었지만 개인 취향을 가지고 뭐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대신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

“나 180까진 클 걸.”

“참나. 스물 셋이라며?”

“원래 남자는 성인 되고 나서도 큰다.”

목표는 183! 서주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키였다. 아이템으로 반드시 달성하고 말리라 다짐했다.

정하연이 말을 이었다.

“어쨌든 키 큰 거 말고도… 난 잘생긴 사람 별로 안 좋아해.”

“응? 왜? 이왕이면 예쁘고 잘생긴 게 좋지 않나?”

사람인 이상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이건 그가 뚱뚱하고 못 생겼던 시절에도 똑같았다.

“음… 정확히는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사람? 꼬시고 다니는 사람? 말이 정리가 안 되네.”

“내가 그렇다고?”

“지금까지 본 걸로는?”

“고작 하루 동안 뭘 봤다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심 찔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회귀 후 섹스에 혈안이 되어 이 여자 저 여자 건드리고 다녔으니 당연했다. 심지어는 벌써 네 명과 떡을 쳤는데 아무하고도 안 사귄다. 어쩐지 갑자기 쓰레기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정하연은 그의 말에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아무의미 없이 한 말이야. 네가 싫다는 게 아니라. 네 말대로 하루만 보고 뭘 판단… 아니, 별 얘길 다하네. 어쩌다 말이 이렇게 됐지?”

횡설수설하는 정하연.

서주환은 픽 웃고는 그녀의 어깨를 툭 두드리며 말했다.

“다 피웠으면 가자. 데려다 줄게.”

“어? 아냐. 금방 가는데 뭘.”

“취해서 비틀 거리더만.”

“진짜 괜찮다니까.”

연신 손을 내젓는다. 괜찮다는데 더 권유하면 오버이려나. 이미 배려가 지나쳤던 걸지도 모르겠다. 여자 입장에서 친하지도 않은 남자가 자취방까지 따라온다고 하면 꺼려질 듯도 했다.

서주환과 정하연은 시덥잖은 얘기를 하며 걸어갔다. 주로 그가 정하연에게 장덕훈을 여장시키자고 설득하는 내용이었다.

두 사람은 5분 쯤 걷다가 삼거리에서 인사했다. 여기부터는 집이 반대방향이었다.

“그럼 잘 가. 내일 보자.”

“응. 내일 봐.”

“조심히 들어가.”

정하연은 뒤도 안 돌아보고 손을 흔들며 걸어갔다. 서주환은 가만히 서서 그녀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봤다.

“예쁘긴 예쁘네.”

가로등 불빛에 비친 뒷모습이 인상적이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비틀거렸건만, 지금은 또 꼿꼿하게 걷고 있었다. 걱정할 필요 없다는 듯 일부러 보여주는 느낌. 자존심이 센 친구였다.

서주환은 이내 몸을 돌려 제 갈 길을 걸어갔다. 자취방까지는 대강 10분 정도가 걸린다.

‘사람 많네.’

번화가는 벌써 지나쳤는데 사람이 꽤 많이 보였다. 나이대로 보니 대학생들인 듯했다. 자기들끼리 떠드는 이야기를 들으니 첫날부터 자취방에 모여 술판을 벌이려는 듯했다.

‘커플들도 많고.’

커플인지 썸인지. 아무튼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걷는 남녀가 벌써 세 쌍 째다. 대학 초기에는 한철 커플들이 그렇게 생겨난다더니 개강 첫날부터 가관이었다.

‘부럽네.’

서주환은 술기운에 취해 멍하니 달을 보며 걸었다. 휘영청 떠오른 달이 구름 사이로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걷고 있자니 슬슬 인적이 사라져 갔다.

그때 띠링! 하는 알림음이 들려왔다.

[사용자의 강렬한 욕망을 감지했습니다.]

[욕망 퀘스트가 활성화 되었습니다.]

『달콤한 사랑-연애』

▶ 섹스는 해봤지만 연애가 부럽다고 느끼는 당신!

혹시 모쏠이신가요?

모쏠후다라니 어디 가서 자랑하기도 민망하군요.

한 번 지나간 젊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순수한 연애는 힘들어지지요.

이십대와 삼십대의 연애는 다른 법!

더 늦기 전에 풋풋한 설렘을 느껴봅시다.

▶ 달성 조건: 여자친구 만들기(여사친X, 엔조이X)

▶ 보상: 10,000LP

네 번째 욕망 퀘스트가 발현되었다.

메시지를 읽은 서주환은 헛웃음을 흘렸다. 평소보다 과하게 발랄해 보이는 메시지가 아닌가. 마치 놀리는 것처럼도 보였다.

“아니, 이게 뭔… 루시야?”

[…제가 그런 게 아닙니다. 그보다 주인님.]

“엉?”

[앞을 보시지요. 가로등 쪽에요.]

“가로등?”

루시의 말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웨에엑~!”

웬 여자가 가로등에 고개를 처박고 토사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심지어 아는 얼굴이었다.

“유지경?”

백정기와 함께 있던 출콘과 신입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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