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63화 (6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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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전개가 좀 느린 것 같군요.

더 빠른 속도로 조절하거나 만간에 연참을 해보겠습니다.

*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만 부탁드려요 :D

오늘은 예약으로 올라갔습니다.

조아라... 00:00 연재 만들어달라고... 왜 7분 단위인 거지

13학번 맞으시죠?

출판콘텐츠학과는 성비가 한쪽으로 쏠려 있는 여초과다. 남자는 많아봐야 열 명 안팎. 비단 16학번 신입생만 그런 게 아니라 학과 전체가 그러했다.

성비가 편향적이다 보니 힘을 쓰는 일에는 어쩔 수 없이 남자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백정기는 그걸 기회로 삼으며 여학생들과 친해졌다. 그는 학과 분위기가 만족스러웠다. 몇 안 되는 남자들은 자기들끼리 뭉쳤지만, 그는 주로 여학생들과 어울렸다.

‘찡찡대는 건 대충 비위 좀 맞춰주면 되니까.’

적당히 편 좀 들어주면 대부분은 배려심 있고 착한 오빠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꽤 있다. 여초 집단이다 보니 무리가 여럿이어서 모두와 친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과대로 뽑힐 만큼의 이미지 관리는 가능했다.

“얘들아, 안녕.”

“아, 정기 오빠. 공지하고 왔어요?”

“어. 엠티 조는 짰어?”

“아뇨. 아직 시간 좀 남았으니까 나중에 짜려고요.”

“흠. 그거 내가 짤까?”

“네? 정말요?”

백정기의 말에 여학생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묻는다. 정말 그래줄 수 있냐는 듯 반가운 반응이다.

‘어려운 것도 아니고. 나야 좋지.’

조 짜는 거야 얼마 걸리지도 않는다. 혼자 짜게 되면 입맛대로 할 수 있으니 오히려 좋다. 평판도 챙기고 일석이조였다.

“내가 할게. 너희 먼저 가도 돼.”

백정기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달리 고개를 젓는 사람이 있었다.

“그냥 같이 해요, 과대님. 어차피 제가 짜던 중이었어요. 일곱 조로 나누고 남자 한 명이나 두 명 넣으면 될 거예요. 2, 3학년도 한두 명씩 포함시키고.”

그리 말하는 사람은 부과대인 민혜영이었다. 백정기는 속으로 혀를 찼다.

‘까다로운 년.’

민혜영과는 별로 친하지 않다. 그녀는 딱딱하고 고지식한 성격이어서 애초에 친한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일 년간 봐왔는데 아직까지 오빠가 아닌 과대님이라고 하는 것만 봐도 그러했다.

백정기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너희가 거기까지 했으면 됐네. 나머진 내가 할게. 혜영이 오늘 바쁘다고 하지 않았나?”

“…아직 시간 조금 남았어요.”

“됐어, 됐어. 그만큼 해놨는데 나만 아무것도 안 하면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맞아, 혜영아. 너만 그러면 우리가 뭐가 되니? 그만 열심히 해~.”

“혜영인 너무 열심히라니까.”

적당히 분위기를 깔아주니 그가 더 뭐라 하지 않아도 다른 여학생들이 민혜영을 은근히 나무랐다. 집에 가고 싶은데 민혜영만 착한 척 하는 건 보기 싫다는 거겠지. 일부러 ‘너희’가 일 했다고 말한 것도 다른 여학생들에게 명분을 주기 위함이었다.

백정기는 속으로 픽 웃음을 흘리며 학생들을 보냈다. 그는 혼자 남은 과방에서 조를 편성하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1학년에 예쁜 애들이 몇 명 있었는데. 얘랑 얘는 나랑 같은 조로 만들고. 남자는 적당히 만만한 놈으로….”

밑에 깔아주는 사람이 하나 있어야 분위기를 띄우기 편하다. 신입생 중 미리 봐둔 얼굴이 있었다. 딱 봐도 뚱뚱하고 못 생긴 비호감상.

“이름이 뭐였더라? 아, 여기 있네. 서주환…?”

백정기의 고개가 이상하다는 듯 기울어졌다.

“아까 그 새끼도 서주환 아니었나?”

강의실에서 공지 할 때 신입생 주제에 싸가지 없는 태도를 보였던 놈. 분명 그 녀석도 서주환이란 이름이었다.

“같은 사람이라고?”

백정기는 다시 한 번 명단에 있는 사진을 살펴봤다. 아무리 봐도 아까 봤던 얼굴과는 너무 다르다. 아니, 자세히 보니까 눈매라던가 닮은 부분이 있긴 했다. 하지만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선 듯 안 들었다. 아무리 살을 뺐다지만 사람이 이렇게까지 달라지나?

당황스러운 건 겉모습만이 아니었다.

“미친. 스물 셋에 13학번? 복학생이었어?”

설마 1학년 1학기에 복학생이 있을 줄은 몰랐다. 어쩐지 스무 살처럼은 안 보이더니 설마 동갑일 줄이야. 명단을 대충 확인한 게 실수였다.

“쓰읍. 골 때리네. 일단 내 조에 남자는 이 새끼 말고 다른 놈으로 넣고… 아씨. 학번 가지고 지랄하는 건 아니겠지?”

강의실에서 시선이 마주쳤을 때 만만한 인상은 아니었다. 운동을 한 건지 체격도 좀 있어 보였고. 대놓고 누르는 건 힘들 것 같았다. 대학생활 좀 편히 해보려고 학번 얘기를 꺼냈는데 이러다 역으로 당하는 건 아닌지.

‘나이는 같으니까 적당히 친한 척 하면 되겠지. 학번 운운한 건… 내가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대충 2학년 의견이라고 하면 돼.’

조금 당황했지만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1학년 1학기에 복학했다는 건 학교에 아는 사람이 없다는 뜻일 테니. 말만 복학생이고 13학번이지 사실상 그냥 1학년과 다를 게 없었다.

백정기는 걱정을 접어두고 다시 조를 편성했다. 편성을 끝낸 그는 바로 폰을 꺼내들었다.

“어디 보자. 술이나 먹자고 해야지.”

불러내는 건 그와 같은 조인 1학년 여자들이었다. 같은 조가 되었으니 친목 도모 겸 술을 사준다고 하면 구실로 적당할 듯했다.

‘이제 2학년은 손 떼고.’

동기 여자들과는 벌써 CC를 두 번이나 했다. 관리를 잘 해서 안 좋은 소문이 퍼지진 않았지만 더 이상은 어려울 것 같았다. 1학년을 노리려는 이유였다.

‘스무 살 때가 제일 쉽지.’

스무 살. 갓 성인. 대학 새내기.

가장 꼬시기 쉬운 나이대다.

그렇게 같은 조의 1학년들에게 톡을 보냈다. 미리 학과 행사에 잘 참여하라고 밑밥을 깔아둔 게 먹힌 걸까. 다소 갑작스러운 연락이었는데도 절반인 다섯 명이 나왔다. 안 나오는 년들은… 괘씸하긴 하지만 차라리 잘 됐다. 열 명이 다 나오면 될 것도 안 될 테니까.

곧 여자들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백정기는 여자 다섯을 데리고 학과 생활에 대한 팁을 주거나 장기자랑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지루해할 때쯤 볼링장으로 데려가서 분위기를 띄웠고, 저녁 쯤 되어서는 자주 가는 술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한 술집.

조 편성 때 확인한 13학번 복학생이 보였다. 그는 반사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가 얼굴에 미소를 만들었다.

‘인사나 해둘까.’

신입생들에게 한 말이 있으니 선배 취급을 해줘야 할 듯했다. 혹시 계속 거슬리면 나중에 뒷말 좀 흘리는 걸로 충분하다. 13학번 이래봐야 신입생이나 다름없었으니 쉬운 일이었다.

백정기는 작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

“안녕하세요. 서주환 선배님, 13학번 맞으시죠?”

서주환은 인상이 절로 구겨지는 걸 느꼈다.

‘이 자식이 갑자기 왜?’

본래 백정기가 그의 학번을 알게 되는 건 며칠 뒤였다. 혹시 조 편성 공지가 빨리 나온 것과 관련이 있는 걸까.

‘쯧. 괜히 학번만 다 까발려졌네.’

백정기 뒤에 있는 신입생들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옆에 있는 정하연도 마찬가지. 정하연은 당구장에 늦게 와서 아직 그의 학번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석찬이 그의 팔을 툭 치며 작게 말했다.

“야, 표정관리. 빨리 웃어.”

그 말에 재빨리 표정을 바꿨다. 지금 싫은 티를 내서 좋을 게 없었다.

“안녕하세요. 2학년 과대셨죠?”

“네. 그때는 죄송합니다. 제가 선배님 학번을 몰라봐서.”

백정기가 사과를 하며 고개를 더 깊게 숙였다. 숫제 허리를 접을 기세였다.

서주환은 당황해서 말도 못하고 눈만 끔뻑였다.

‘이 미친놈이 왜 이러지?’

정말 미안해서 사과하는 건 아닐 터였다. 애초에 학번을 따지는 건 지 아래 학번들에게만 적용시키는 놈이었으니까. 뭔가 꿍꿍이가 있겠지.

다만 차분히 의중을 짐작하기엔 주위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저렇게까지 인사해야 돼? 분위기 이상한 거 같은데.”

“혹시 이게 학번갑질인가?”

“인사는 정기 선배님이 먼저 말했던 거잖아. 그래도 좀 심한데.”

“13학번이었구나. 그런데 왜 1학년이지?”

백정기 뒤에 있는 신입생들이 저들끼리 속닥거리는 게 들렸다. 서주환은 얼른 백정기를 일으키려 어깨를 잡았다.

꾸욱. 멈칫.

‘아니, 왜 안 일어나?’

백정기는 일부러 몸에 힘을 준 채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계속 이러고 있으니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신입생뿐만 아니라 뒤이어 들어 온 손님들도 상황을 이상하게 보기 시작했으니.

서주환은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줬다. 다른 사람에 비해 유독 굵은 손가락들이 옷 위로 살을 파고들었다. 엄지손가락을 쇄골 끄트머리에 걸쳤다.

꽈아악.

“억…”

그대로 백정기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순간 녀석의 얼굴에 당황이 스치는가 싶더니 입이 벌어졌다. 고통어린 신음이 나오려는 것이다.

“아이고. 왜 이러세요, 후배님.”

서주환은 얼른 손에 힘을 뺀 다음 백정기의 말을 막았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숙이며 손을 내밀었다.

“제가 학번만 높지 1학년이라 모르는 게 많아요. 정기 씨가 좀 많이 알려주세요.”

“…네, 선배님.”

백정기가 떨떠름한 얼굴로 손을 맞잡아왔다.

서주환은 맞잡은 손에 힘을 가했다. 악력은 벤치 프레스보다 자신 있는 종목이었다.

까득.

백정기의 손아귀 힘은 생각보다 약한 편이었다. 큼지막한 손으로 힘을 가하니 손가락 뼈 마디가 어긋나는 게 느껴졌다.

“윽.”

“후배님, 어디 아프세요?”

“아, 아뇨. 그, 이제 손 좀….”

“아차차. 반가워서 너무 오래 잡았네.”

서주환은 싱긋 웃으며 손을 놔주었다. 속으로는 욕설을 내뱉었다.

‘이 새끼. 그러니까 초면에 왜 엿을 먹이려고 들어.’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고 반사적으로 대응했지만, 일단락되고 보니 어이가 없었다. 요즘은 똥군기가 드세기로 유명한 체대도 밖에서는 이런 식으로 안 한다. 괜히 논란거리만 되지.

백정기가 애써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 선배님. 같이 마실래요?”

“네? 아, 그게….”

서주환은 이번에야말로 당황했다. 똑같이 엿을 먹여줬는데 왜 식사를 권하지? 또 무슨 꿍꿍이인 걸까.

그를 구해준 건 포차 알바생이었다. 알바생이 조금 짜증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손님들? 다 일행이시죠? 지금 중간 방 하나 남았는데 어떻게 하실 건가요? 다른 손님들 기다리고 계셔서 빨리 결정해주셔야 되거든요.”

반가운 소리였다.

서주환은 얼른 말을 받았다.

“중간 방 하나 남았다니까 저희는 가볼게요. 거기 친구들도 다음에 봐요.”

“식사 맛있게 해요.”

“내일 봬요~.”

그가 얼른 인사하자 이석찬과 정하연도 재빨리 따라 인사했다. 그들도 백정기와 함께 하기 싫은 것이다.

뒤늦게 장덕훈도 따라 인사했다. 산만한 덩치의 그가 허리를 90도로 접었다.

“내일 뵙겠습니다, 백정기 선배님!”

뒤에서 백정기의 당황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

포차를 빠져나왔다. 정하연이 서주환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너 13학번이었어?”

“어, 뭐… 일단은?”

“그냥 이름 불러도 되지? 혹시 선배 취급 해줘?”

“으엑. 걍 이름 불러. 오히려 부탁하고 싶다.”

질색하며 말하자 정하연이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 재수 없게 왜 여기서 만나냐.”

“백정기?”

“응. 난 걔 마음에 안 들어. 특히 눈이.”

이석찬이 말을 받았다.

“푸흐흐. 여자애들 훑어보면서 탐색하는 거?”

“알고 있었어?”

“내가 그걸 모르겠냐.”

“야, 알고 있었으면 쫌….”

“쫌 뭐? 결국 선배인데 어떡하냐? 싸울까? 쉬쉿, 이건 내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

이석찬이 허공에 쨉쨉 원투를 날리며 말했다.

정하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쯧 혀를 찼다.

그래도 별 수 없다는 걸 아는지 혀만 차고 딴청을 부린다. 장덕훈은 여전히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기색이고. 이 우직한 오타쿠 곰탱이는 백정기에게 의도적으로 엿을 먹인 게 아니었다.

“아, 그런데 우리 어디 가지? 배고픈데.”

정하연이 주린 배를 잡으며 말했다. 많이 배고픈지 인상을 찌푸린 채다.

서주환이 말했다.

“내가 안내할게. 가자.”

“너 아는 곳 있어? 아, 너도 여기 살지.”

정하연에 말에 서주환이 눈을 끔뻑였다.

“내가 여기 산다고 말한 적 있던가?”

“어? 아, 아니 그게 아! 자취 하는 거 아니야? 당연히 자취할 거라고 생각했지.”

“?”

“생긴 게 그래. 딱 자취할 것처럼 생겼어!”

“아니 그게 어떻게 생긴 건…”

“나 배고파. 빨리 가자!”

등을 떠밀며 말하는 정하연. 서주환은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 앞장서 걸어갔다.

[까마귀 포차]

제법 맛도 있고 가격도 괜찮은 곳이다. 그가 알기로 미래에 이 세 명의 단골집이 된다. 이곳에 들어가는 걸 자주 목격했었다.

서주환은 안주를 몇 가지 정하고 물었다.

“술은 뭘로 할래?”

“난 후레쉬에 하쓰. 소맥 말아먹을래.”

정하연은 술 좀 마셔본 듯 과일소주는 쳐다도 안 봤다.

곧 주문한 술과 안주가 도착했다.

네 사람은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했다.

“자, 짠.”

“짠!”

정신없이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며칠 뒤에 있을 엠티에 관한 이야기였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술이 상당히 들어간 후에나 몇 마디씩 나왔다.

“아, 중학생 때부터 친구야? 같은 중학교?”

“정확히는 열여섯 살 때부터. 그리고… 같은 중학교는 아니고. 그냥 어쩌다 알게 됐어.”

정하연이 곤란한 표정으로 뒷말을 흐렸다. 둘이 사귀기라도 했던 걸까? 이석찬이 픽 웃으며 대신 답했다.

“그때 내 여자친구가 얘네 학교 다녔는데 얘랑 친구였어. 그래서 알게 됨.”

“어, 맞아. 주환아, 너 술 다 떨어졌다. 잔 비었으면 말을 해야지.”

“어어? 야, 넘쳐.”

쉬지도 않고 잔을 부딪친다.

그렇게 세 시간 넘도록 술을 마셨지만 그만큼 안주도 많이 먹어서 그런지 다행히 인사불성이 된 사람은 없었다.

“형님들~ 왜 이제 오십니까아!”

착각이었다.

이석찬과 담배를 피고 돌아오니까 장덕훈이 엎어져 있었다. 어깨를 흔들자 웬 곰 한 마리가 징그럽게 들러붙어왔다.

“형니이임~. 저 형님 진짜 존경합니다아!”

“미친놈아, 정신 좀 차려. 오늘 처음 봤는데 존경하긴 뭘 존경해!”

“나이 텃세도 안 부리고, 잘생긴데다, 당구도 금방 잘 치고… 저 의동생으로 받아주십쇼. 아니면 이 손 안 놓을 겁니다.”

“그거 석찬이 손이니까 그냥 꽉 붙잡고 있어라.”

“우와아! 페이트 쨩! 날 만나러 온 거야?!”

“아이씨. 이 새끼 뭐라고 하는 거야? 술버릇 왜 이래! 야, 주환! 얘 좀 떼어줘!”

서주환은 이석찬을 인질로 내주고 몸을 피하기로 했다. 그는 정하연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다행히 바로 알아들었는지 조금 비틀거리던 정하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일어났다.

서주환은 이석찬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자리를 빠져나갔다.

“수고해라, 석찬아. 계산은 내가 할게.”

“주환아, 나도 같이 가. 아, 취한다. 석찬아 고생해. 원래 이런 건 막내가 하는 거야.”

“누가 막내야!”

“너요, 너. 덕훈이 빼면 네가 막내잖아.”

“야!”

“누나라고 부르라니까. 특별히 오늘만 봐준다.”

정하연은 얄밉게 혀를 내밀며 말했다.

“계산해주세요.”

계산은 서주환이 했다. 정하연은 극구 같이 계산하겠다고 말했지만 일단 벗어나자고 설득했다.

“야! 서주환! 정하연!”

등 뒤로 뭔가 들려온 것 같지만 분명 착각일 거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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