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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62화 (6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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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1학년 명단에는 이름은 물론 나이와 학번도 기재됩니다.

저도 과대를 해봐서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ㅋㅋㅋㅋㅋ 개같은 과대(저도 반쯤 강제로 된 케이스였..ㅠ)

다만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있는 만큼 기재 된 걸 제대로 안 보는 사람도 있겠죠. 실제로 나이까지만 보고 1학년 1학기인데 당연히 신입생이겠지 하고 넘기는 걸 본 적도 있습니다.

사실 작중 주인공처럼 입학하자마자 바로 휴학 때리는 경우는 드무니까요. 입학 후 바로 휴학이 안 되는 학교도 많고 말이죠ㅎㅎ;;

스포가 될까 자세히는 말씀 못 드리지만 이전과는 전개가 살짝 달라질 겁니다.

좀 더 쳐낼 건 쳐내고, 추가할 건 추가하면서 자연스러운 진행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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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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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한 번 부탁드려요 :D

13학번 맞으시죠?

“안 그래도 다 여자들뿐이라서 걱정했는데 형님이랑 같은 조라 다행입니다.”

“나도 아는 사람 한 명 있어서 다행이다.”

원래라면 이석찬과 같은 조였을 텐데 이상한 일이었다. 어쨌든 혼자 떨어진 게 아니라니 다행이었지만.

“아, 나만 떨어졌어! 쓰읍. 그래도 예쁜 애 몇 명 있네.”

“이름만 보고 그걸 알아?”

“아까 자기소개 할 때 대충 외웠지. 프사 있는 애들도 몇 명 있고.”

여자에 한정된 걸지도 모르지만 이석찬은 기억력과 눈설미가 좋은 듯했다.

“난 누구랑 된 거지?”

서주환은 다시 한 번 조를 확인했다. 급히 장덕훈의 이름만 확인해서 다른 조원들의 이름을 몰랐다.

‘정하연도 같은 조네?’

이건 회귀 전과 똑같았다. 다른 조원들의 이름도 살펴봤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십 년 가까이 된 엠티 조원들의 이름을 다 기억 할 수는 없었으니. 다만 미래가 바뀐 건 확실했다.

‘어떻게 된 거지?’

루시가 답했다.

[주인님의 행동 말고는 바뀔 이유가 없습니다.]

‘이게 나 때문이라고? 내가 뭘 했다고?’

오늘 그가 한 일은 특별할 게 없었다. 뭘 했다고 조원이 바뀐단 말인가?

하지만 루시는 그의 생각과 달리 말했다.

[달라진 행동은 많습니다. 입학식에 참여하지 않았고, 백정기와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일단 겉모습부터가 완전히 바뀌었죠.]

‘겨우 그걸로 미래가 변해?’

[미래는 작은 행동으로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외견이란 생각보다 중요하니까요.]

자잘한 변화들이 그도 모르는 새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이었다. 서주환은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나쁜 변화는 아니었다. 원래대로라면 백정기도 같은 조였는데 떨어지게 되었으니까.

그가 속으로 잘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석찬이 고개를 번쩍 들며 말했다.

“우리 조 남자 나 하나네? 조온~ 나 좋아!”

“예? 여자들만 있는데 안 불편합니까?”

“뭐가 불편하냐? 오히려 더 좋지. 캬하. 꽃밭이네, 꽃밭!”

“…석찬 형은 대단하네요.”

장덕훈이 신기하다는 듯 이석찬을 보며 말한다. 그는 남중 남고를 나와서 여자에 대한 면역이 전무했다.

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정하연이 도착했다. 당구장 안에 들어 온 그녀는 이석찬을 보고 성큼성큼 다가왔다.

“야, 이석…”

멈칫.

사나운 표정으로 이석찬에게 다가가던 정하연은 서주환과 장덕훈을 보고 움찔 멈춰 섰다. 그리고 당황하며 웃는 얼굴로 인사한다.

“아, 안녕하세요. 정하연이라고 해요. 아까 강의실에서 봤었죠?”

“안녕하십니까, 과대 누님. 장덕훈이라고 합니다.”

장덕훈이 조직 보스에게 인사하듯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정하연이 주춤하며 당황한다.

“누, 누님? 어… 이, 일단 일어나세요.”

“푸하하하학! 아, 개 웃기네!”

당황하는 정하연과 폭소를 터뜨리는 이석찬. 정하연이 흘깃 이석찬을 노려보지만 서주환과 장덕훈 때문에 성질을 못 드러내고 주먹만 부르르 떨었다.

이 와중 계속 웃어재끼는 이석찬 때문에 사방에서 눈총을 받았다. 결국 당구장 사장님께 조용히 하라는 주의를 들어야 했다.

잠시 후 진정하고 이석찬과 이야기를 나눈 정하연이 눈꼬리를 떨며 서주환을 돌아봤다.

“아침에 다 들었다고요…?”

“네. 석찬이 비명 소리도 들었죠.”

그 말에 정하연은 잠시 멍한 얼굴 되었다가 이내 머리를 손으로 헝클어뜨리며 내뱉었다.

“…아씨. 첫날부터 다 까발려졌네.”

“푸하학. 어차피 네 성격상 오래 못 간다니까. 그냥 포기해.”

이석찬이 놀리듯 말했지만, 그건 모르는 말이었다. 적어도 서주환이 알기로 정하연은 대학 4년이 끝날 때까지 성격을 감추고 살았다.

“아, 쫌. 대학은 너랑 안 엮일 거야. 얌전히 다닐 거라니까.”

“지랄. 잘도 그러겠다. 그리고 누가 들으면 고딩 땐 아주 막 산 줄 알겠다? 죽은 듯이 다녔으면서.”

“이게 진짜….”

이석찬이 연신 낄낄대며 정하연을 놀려댔다. 장덕훈은 갑자기 변한 그녀의 모습에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었다.

반면 서주환은 이미 정하연의 성격을 짐작하고 있던 터라 피식 웃을 뿐이었다.

정하연이 힐끗 서주환과 장덕훈을 돌아보며 말한다.

“너희는 이미 들켰으니까 어쩔 수 없는데… 다른 애들한테는 비밀로 해줘.”

정하연은 들켰다고 투덜거리면서도 훨씬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표정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기가 세고 털털한 본모습이 훨씬 보기 좋았다.

서주환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

“일단 알았어.”

“알겠습니다, 누님. 저 입 무겁습니다.”

정하연이 고맙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고개를 기울인다.

“그러고 보니 너… 그, 아니다. 그보다 얘랑 말 놓고 있던데 혹시 몇 살이야?”

“스물 셋.”

“어? 정말?”

정하연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스물 셋에 1학년인 사람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겠지.

서주환은 픽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너도 스물 셋이라고 했지?”

“응. 설마 같은 반에 동갑이 있을 줄은 몰랐어.”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흔들었다.

그렇게 반갑다는 듯 악수하던 정하연은 문득 눈을 크게 뜨더니 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너, 너 입학식 왜 안 나왔어!”

“어? 그냥 귀찮아서.”

“아이씨. 나도 안 나갔어야 됐는데. 너만 나왔어도 과대 안 했는데!”

정하연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후회막심하게 내뱉었다. 나이가 많다고 임시과대를 맡은 것 때문이었다.

서주환은 내심 사과하고 애도하며 동시에 안도했다. 그녀의 말처럼 입학식에 나갔다면 임시과대가 되는 건 그였을 테니.

*

정하연은 당구를 잘 쳤다. 이석찬과 비슷할 정도로. 서주환은 배우는 게 빨랐고, 장덕훈은 열심히 했지만 당구를 치는 내내 꼴등이었다. 핸디캡을 줘도 그랬다.

이석찬과 정하연이 낄낄거리며 장덕훈을 놀렸다.

“덕훈이 너 진짜 못한다.”

“…저 오늘 처음 쳐봤습니다.”

“내가 처음 쳤을 때도 너 보단 잘했어, 인마.”

“주환이는 이제 잘 치잖아. 금방 늘던데?”

“그건 주환 형님이 대단한 겁니다. 전 평균입니다!”

묵묵하던 장덕훈이 항변하는 게 재밌었다. 서주환은 위로하듯 그의 어깨를 툭툭 쳐주며 말했다.

“덕훈아.”

“예, 형님.”

역시 형님밖에 없다는 듯 퉁방울만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는 씩 웃으며 말해주었다.

“너 존나 못 친다.”

“형님….”

“으하하하!”

산만한 덩치로 배신당했다는 듯 가련한 표정을 지으니 안 어울려서 더 웃긴다. 당구에 맛이 들린 네 사람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세 시간을 당구장에서 보냈다. 이후로는 볼링장으로 가서 두 시간을 더 보냈는데, 정신없이 놀다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정하연이 배를 부여잡고 인상을 쓰며 말했다.

“우리 밥 좀 먹자. 배고파 죽겠어.”

“나도. 덕훈아, 너 안양 산다고 했지? 맛있는 데 없냐?”

장덕훈은 20년 동안 안양에서 살아온 토박이였다. 이석찬의 물음에 그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뜨끈한 국밥집이랑 끝내주는 백반집 알고 있습니다.”

“…다른 곳 없냐?”

“장우동이라고 가성비 좋은 분식집 있습니다. 떡볶이부터 면이랑 볶음밥까지 괜찮습니다.”

“아니, 아니. 밥도 밥인데 이거. 술 마실만한 곳.”

이석찬이 손으로 소주잔을 쥐듯 하고 꼴깍꼴깍 기울여보였다.

장덕훈은 곤란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저는 술 안 마셔봐서 잘 모릅니다.”

“아… 너 스물이었지?”

“맞네. 깜빡했다.”

다들 새삼 깨달았다는 듯 말한다. 장덕훈의 외모가 스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서주환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상처받은 얼굴로 형, 누나를 바라보던 장덕훈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친형이 자주 가는 곳 있습니다. 거기 가십니까?”

“술집이지?”

“예. 형이 거기 단골입니다.”

“오케이. 거기로 가자. 주환 형, 괜찮지?”

“어. 거기로 가자, 그럼.”

서주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정하연이 톡 쏘는 말투로 말한다.

“야, 나는 왜 안 물어봐?”

“얘 또 지랄이네. 모르는 거 뻔히 아는데 뭘 물어보냐?”

“그래도 물어봐야지!”

“하. 아는 곳 있어?”

“멍청아, 있겠냐?”

“이 미친년이?”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더니 한 시도 쉬지 않고 티격 거린다. 서로 근본 없는 시비를 걸고 받아치는 게 숨 쉬듯 자연스러웠다.

서주환은 피식거리며 둘을 구경했다. 싸우긴 엄청 싸우지만 전혀 앙금이 남지 않는 티격댐이다. 한참 싸우다가도 낄낄거리는 모습이 진짜 친하구나 싶어서 괜히 부러웠다.

‘얘네랑 친구 먹고 싶었는데.’

마음은 그랬지만 불행을 옮길까 사람에게 벽을 쳤었다. 이번 생에는 첫 날에 벌써 이루었다는 게 아이러니하면서도 기뻤다. 어쩐지 오늘은 아침부터 축복이 나오지 않나 운수가 좋더라니.

서주환이 조금 찌질하면서도 오글거리는 생각을 하는 동안 장덕훈이 말한 장소에 도착했다.

“여깁니다. 형이 여기 안주가 그렇게 맛있다고 했습니다.”

“오, 빨리 들어가자. 배고프다.”

이석찬이 주린 배를 부여잡고 희희낙락해서 계단을 올라간다. 정하연과 장덕훈에 이어 그도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보였다.

“아, 재수.”

“짜증.”

앞서 들어간 이석찬과 정하연의 입에서 불만어린 목소리가 낮게 튀어나왔다. 서주환의 눈살도 찌푸려졌다.

‘백정기?’

백정기를 비롯한 학과 여학생들이 있었다. 반 정도는 오늘 봤던 얼굴들이다. 짐작컨대 모두 1학년인 듯했다.

“어?”

시선을 느낀 걸까. 고개를 돌린 백정기와 눈이 마주쳤다. 눈을 크게 뜨더니 놀란 소리를 내는 게 이쪽을 알아본 모양이었다.

백정기는 순간 눈썹을 꿈틀하는가 싶더니 이내 환하게 웃었다. 백정기가 그를 향해 한 발작 걸어오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서주환 선배님, 13학번 맞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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