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진작할걸!
정력(精力)이라 함은 단순히남성의 성적 능력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심신의 활동력. 즉, 기력(氣力)이라 할 수 있다.
“으으. 아무것도 하기 싫다.”
서주환이 침대에 축 늘어진 채 중얼거렸다. 도무지 뭔가를 할 의욕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잃고 나서야 정력의 소중함을 새삼 깨우쳤다.
“끙. 고자는 아니니까 다행인데.”
축복이 사라지고 무기력함이 찾아왔지만, 회귀 전처럼 성기능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이렇듯 투덜거리는 걸로 끝나지 않았겠지. 다행히 아침 텐트는 축복이 사라진 지금도 기운찼다.
다만 회귀 이후 지금까지 온몸에 넘쳤던 활력에 익숙해 있던지라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듯했다. 사실은 이게 평범한 사람들의 몸 상태일 것이다.
서주환은 지금껏 방치하고 있던 스킬에서 답을 찾았다.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린 그가 만면에 화색을 띄고 루시를 불렀다.
“루시! 그 스킬 올리면 어때? 성스러운 손길도 등급이 오른 다음 추가 효과가 붙었었잖아.”
[죄송해요, 주인님. 스킬을 올리기 전까지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쩝. 어쨌든 올려보는 수밖에 없나.”
서주환이 떠올린 스킬은 일전에 2레벨이 되고 뽑기를 통해 얻은 『성스러운 씨주머니』였다.
【성스러운 씨주머니(F)】
▶ 효과1: 정력이 아주 미약하게 증가한다.
▶ 효과2: 정액이 아주 미약하게 달콤해진다.
필요 없는 능력이라 여겨 등급을 올리지 않고 방치해 두었다. 이미 『몽마신의 축복』 하나만으로도 넘치는 정력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쓸데없는 포인트 소모라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루시, 스킬 레벨 올려줘.”
[B급까지 올리면 될까요?]
“응.”
포인트에 여유는 충분했다. 7,500LP를 사용하여 『성스러운 씨주머니』의 등급을 단번에 B로 만들었다.
동시에 효과가 바로 느껴졌다.
“오? 오오! 뭐야, 이거!”
아무런 자극도 없었건만 노말 모드로 늘어져있던 소중이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사라졌던 활력이 찾아왔다. 축복이 있을 때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빼앗겼던 기력을 절반 정도는 돌려받은 느낌이었다.
서주환은 변화한 스킬을 살폈다.
【성스러운 씨주머니(B)】
▶ 효과1: 정력이 증가한다.
▶ 효과2: 정액이 풋과일만큼 달콤해진다.
▶ 효과3: 다섯 가지 성병에 면역을 갖는다(곤지름, 헤르페스, 매독, 에이즈, 요도염).
기존의 효과가 강화되었음은 물론 새로운 효과가 추가됐다.
설명을 본 서주환이 크 소리를 내며 감탄을 터뜨렸다.
“이게 노다지였네! 진작 할 걸!”
진즉 올리지 않은 게 후회 될 정도였다. 성병 예방이라니. 누구와도 안심하고 떡을 칠 수 있는 보험이었다. 다섯 가지 한정이라는 점이 아쉬웠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스킬 레벨을 올릴수록 가짓수가 추가 될 듯했다.
“안 되겠다. 운동하러 가야지.”
한 번 잃었던 활력이 샘솟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일단 몸을 움직이고 싶었다. 그늘 오늘 쉬려고 했던 운동을 가기 위해 옷을 챙겨 입었다.
*
리본 피트니스에 도착하자 임수희가 보였다. 임수희는 기간을 정해두고 광명점과 안양점을 오갔는데, 서주환의 피티가 있는 날은 안양점으로 출근했다. 오늘은 본래 피티가 있는 날이었다.
그를 발견한 임수희가 눈을 깜빡였다.
“주환아, 오늘도 쉰다고 하지 않았니?”
“상태가 좋아져서 그냥 나왔어. 좀이 쑤셔가지고.”
“다행이네. 요즘 기운 없어 보였는데.”
임수희는 며칠 전부터 서주환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었다. 이래봬도 그녀는 피트니스 사장이자 트레이너였다. 근육에 민감한 그녀는 서주환이 지쳤다고 판단하고 쉬기를 권유했다.
애초에 그가 하고 있던 운동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뛰어난 근 회복력을 바탕으로 한 전신 트레이닝이 두 달 가까이 지속 되었으니 지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덕분에 서주환은 요 며칠 운동을 쉬고 있었다.
“누나, 지금 피티 가능할까?”
“응. 바로 시작할까?”
본래 피티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었지만 임수희는 흔쾌히 수락했다. 사실 그녀로서도 서주환의 몸이 온전히 회복되었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후욱! 훅!”
“다리 좀 더 벌리고. 허리 세우고. 복부에만 힘을 주는 게 아니라 코어 전체에 힘을 주는 거야.”
“흐읍!”
“그렇지. 좀 쉬었더니 상태 많이 좋아졌네.”
임수희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축복 없이도 마음에 든 것일까?
“그래도 아직 조심해서 해야겠다. 완전히 돌아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으음. 몸이 좀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마음에 든 게 아니었다. 그녀는 아직 서주환의 몸 상태가 다 돌아오지 않았다고 판단한 듯했다.
‘이러다 실망하는 거 아닌가?’
처음부터 임수희가 그에게 관심을 보인 이유는 남들보다 월등한 근육의 성장과 회복속도 때문이었다. 그녀는 질 좋은 근육에 집착하는 Musclephilia(머슬 필리아) 페티시를 갖고 있었다.
한데 서주환은 지금 축복이 끝나고 평범한 몸으로 돌아온 상태. 축복이 사라진 이상 이전처럼 괴물 같은 회복력은 무리였다. 달리 말하면 임수희의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이미 정을 통하고 친밀감을 쌓은 만큼 그를 모르는 척 하거나 냉대하는 등 극단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서주환은 변명하듯 말했다.
“성장기가 끝나서 그럴지도. 내가 좀 급격하게 바뀌었잖아.”
“아, 맞네. 그러고 보니 처음 봤을 때 키가 170 근처였지?”
“응.”
“지금은 몇이야?”
“176이야. 아직 크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속도가 많이 줄었지.”
서주환은 성장기가 끝나간다 말하면서도 여지를 남겨두었다. 언제 키와 관련된 아이템이 나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의 목표는 180을 넘는 것이었다.
“흐음. 정말 성장기랑 관련이 있나?”
임수희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로서도 스물셋에 갑자기 크는 사람을 본 건 처음이었던지라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근육에 관심이 많아 여러 자격증을 따고 논문도 읽어봤지만 서주환과 같이 극단적인 경우는 사례가 매우 드물었다.
다시 운동을 재개했다.
그는 최근 운동 방법을 바꾸었다. 이전처럼 하루하루 전신 근육을 찢는 대신 3분할로 나누어 날짜별로 서로 다른 부위를 운동했다.
오늘은 하체.
스쿼트를 하는 동안 임수희는 앞서와 같이 자세를바로 잡아주는 등 조언을 해주었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뒤에서 보조해주었음은 물론이다.
보통 서주환 정도의 무게를 치면 남자 트레이너가 해주어야겠지만 임수희가 보조했다. 그녀는 단순히 보기 좋은 몸매만 만든 게 아니다. 보조 할 수 있는 근력이 충분했다.
물컹.
운동을 보조해주다보면 신체 접촉이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뒤에서 보조해주던 임수희의 탄력적인 가슴이 등에 닿았다. 그녀의 가슴은 C컵으로 제법 큰 편이었다.
‘윽. 설 뻔했다.’
한동안 기운 없이 지내느라 여자 만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성욕이 일어났음에도 회귀 전의 병세가 두려웠기에 자위마저 참았다. 한데 오늘 스킬을 올리고 활력을 되찾으니 몸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옛날엔 안 그랬는데.’
신체접촉은 지금보다 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가 더 많았다. 임수희가 하나하나 알려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는 익숙하지 않은 운동을 하느라 신체 접촉에 팔릴 정신이 없었다. 반면 지금은 익숙해진 동작들이라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렸다.
임수희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호통 쳤다.
“어디 정신 팔아. 허리 세워! 다리 똑바로 지지하고 일어나. 상체 숙이지 말고 세우라고 했지?”
계속 세우라고 하는데, 한 번 정신을 팔았더니 엄한 게 서려고 한다. 서주환은 욕구불만을 억누르고 운동에 집중했다.
“흐읍!”
“좋아. 두 개만 더 하자.”
그녀의 말을 따라 다시 하나를 더 들어 올린다. 하지만 정신을 파느라 힘이 빠졌던 걸까. 마지막 하나에서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고 몸을 부들거렸다.
“끄으읍. 윽!”
“앗! 으차!”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한 걸 임수희가 살려주었다. 지척에서 대기하고 있던 그녀가 얼른 손을 뻗어서 봉을 잡고 함께 들어 올려주었다.
철커덩!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임수희의 목소리가 영 좋지 않았다. 한 눈 판 걸 들킨 듯했다. 그녀는 다른 건 몰라도 운동에 대해서는 매우 엄했다. 아니나 다를까 한숨과 함께 타박이 날아왔다.
“무슨 생각을 하길래 집중을 못 하니? 그럴 거면 그냥 더 쉬고 오지.”
“죄송해요.”
“사과 듣자고 한 말은 아닌데… 다칠까봐 그러지.”
서주환이 작게 고개 숙이며 존대로 사과하자 임수희가 손을 저었다. 그녀는 생각에 잠긴 듯 잠시 말이 없었다. 이내 그녀가 손짓하며 말했다.
“음. 시간 괜찮으면 누나랑 잠시 얘기 좀 할래?”
“어? 아, 응.”
“따라오렴.”
서주환은 그녀의 뒤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개인적으로 쓰는 공간이었다.
임수희가 의자에 앉으라며 손짓했다. 잠시 앉아있으니 그녀가 음료를 내왔다. 몇 번인가 얻어 마신 적 있는 냉차였다. 한 모금 들이켜니 시원한 청량감이 입가를 맴돌았다.
이내 임수희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요즘 힘든 일 있니?”
“응?”
“운동에 집중을 못 하는 것 같아서. 원래 그런 적 없었잖아.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거니?”
“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서주환의 말끝이 타박을 들을 줄 알았는데 양심이 찔려왔다. 축복이 없어져서 흥미가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과 달리 임수희는 진지하게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미 근육 좀 사라졌다고 매정하게 대할 사이가 아니었는데. 그런 그녀에게 사실대로 ‘누나 가슴이 꼴려서 집중을 못 했어’ 라고는 말 할 수 없었다.
그는 적당히 변명을 늘어놨다.
“최근 운동하는데 영 성과가 없는 것 같아서. 쭉쭉 성장하다가 막혔잖아.”
“아. 그거 때문이야?”
“그렇지 뭐. 최근 몸 상태도 안 좋았고 또 쌓이기도 해서.”
“쌓여?”
“아.”
서주환은 민망해져서 눈가를 긁적였다.
쓸데없는 말을 해버렸다. 갑자기 정력이 증가해서 어지간히도 주체가 안 되었다. 집에서 딸이나 치고 올 것을.
서주환이 민망해하는 모습을 보고 임수희가 풋 웃음을 흘렸다. 그제야 진짜 문제를 알아챘다는 듯 그녀의 눈가가 야릇하게 휘었다.
임수희는 얄밉게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쌓였다는 게 뭘 말하는 걸까나~?”
“하하….”
“우리 주환이. 다음 회식 때까지 참는 게 그렇게 힘들었어요~?”
말꼬리를 늘리며 웃는 게 얄밉기 그지없다. 이미 의문이 아니라 확신을 갖고 그를 놀리고 있었다. 이후로도 임수희의 놀림이 계속되었다.
서주환은 민망함과 짜증에 눈살을 찌푸렸다.
“아, 누나 그만 놀… 윽?”
그가 막힌 숨을 흘렸다. 어느새 탁자 아래로 쭉 뻗어진 발이 고간을 꾹꾹 누르고 있었다.
“응? 왜 그러니?”
임수희는 여전히 빙글빙글 웃는 얼굴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질문했다. 그러면서도 고간에 닿은 발은 슬금슬금 움직이며그를 자극했다.
‘아, 모르겠다.’
도발은 저쪽에서 먼저 했다. 스킬 등급도 올렸는데 굳이 참아줄 이유가 없었다.
서주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놀란 임수희를 뒤로하고 문고리에 달려 있는 잠금장치를 쿡 눌렀다.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잠겼다.
그제서야 뭔가 잘못됐다 느꼈는지 임수희가 식은땀을 흘리며 그의 이름을 부른다.
“주, 주환아? 응? 아니지? 여기 헬스장 안인데.”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가까이 걸어갔다. 그녀의 몸이 턱 하고 책상에 걸렸다.
서주환이 고개를 들이밀며말했다.
“각오는 하고 도발한 거지?”
“아하하… 그런 거 안 했는데?”
“그럼 지금부터 하면 되겠네.”
“윽. 야, 지금 여기 헬스장이거든? 누가 보면 어쩌려고? 누나 진짜 화낸다?”
장난이 아니라고 느꼈는지 임수희의 말이 날카로워졌다. 그에 서주환은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몽마신의 축복』이 있었다면 지금이 적기인지 메시지가 나타났을 텐데. 멈춰야 하는지, 계속 해도 되는지 확신이 안 들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다시 안심하고 몸을 움직였다. 임수희의 현재 성욕은 A까지 올라가 있었다.
그대로 입을 맞췄다.
쪽.
“읍. 으읍. 음….”
혀를 넣었다. 날카롭게 말했던 것과 달리 저항은 별로 없었다. 그녀도 입을 벌리고 마주 혀를 섞어왔다.
서주환은 그녀의 가슴을 쥐었다. 물컹. 얇은 옷 위로 말랑한 감촉이 느껴졌다. 동시에 손을 아래로 내려 레깅스 안으로 집어넣었다. 손가락을 곧게 펴서 팬티 위로 둔덕을 비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약한 물기가 느껴졌다.
“누나, 금방 젖었는데?”
“하아. 너 진짜… 끝까지 하려고?”
“누나가 먼저 했잖아.”
“윽.”
먼저 민감한곳을 건드린 건 임수희였다. 그녀도 할 말이 없는지 더 따지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허락으로 받아들이고 팬티를 젖혀 손가락 하나를 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즈륵.
“흣.”
“솔직히 누나도 하고 싶었지?”
먼저 건드린 건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기다리는 게 힘드냐며 놀려댔지만, 사실 참지 못한 쪽은 그녀일지도 몰랐다. 상식적으로 그렇지 않고서야 발로 자극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임수희는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장난이 좀 심했던 건 맞지만… 정말로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
“진짜?”
“응. 기분 나빴으면 미안해.”
“아니, 기분 나쁘진 않았어. 덕분에 이러고 있잖아?”
손가락을 하나 더 넣었다. 굵은 손가락 두 개가 그녀의 보지 안에서 꿈틀거렸다. 레깅스 위로 툭 불거져 나온 손 모양이 적나라했다.
“아, 으, 흐읏. 주환아, 할 거면 밖에 나가자. 응? 지금 콘돔 없어.”
임수희가 팔을 잡으며 말했다. 그녀도 시동이 걸렸는지 숨소리가 거칠어진 상태였다.
서주환은 고개를 저었다.
“나갈 필요 없어.”
“뭐?”
“여기 있거든.”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열었다. 지갑 안에서 콘돔이 나왔다. 그는 씩 웃으며 콘돔을 들어 보였다.
“지금, 여기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