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그래서 무슨 컵이야?(3)
쯔르륵!
귀두가 동굴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러나 반 이상은 여전히 들어가지 못한 상태.
‘엄청 쪼이네.’
비좁은 내부는 낯선 침입자를 여전히 경계했다.
“흐윽! 오, 오빠. 기다려요. 조금만 천천히…!”
“많이 아파?”
“하아. 읏. 이거 생각보다 아픈데요….”
“힘 빼고 있어. 안 움직일 테니까.”
“넹….”
민가희는 찔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풀었다고 생각했는데도 통증이 꽤 있는지 숨결이 흐트러졌다.
서주환은 손길의 치유 효과를 활성화시키고 민가희의 음부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러자 고통이 좀 나아졌는지 딱딱하게 굳어 있던 그녀의 몸에서 힘이 조금 빠져나갔다.
한결 여유를 되찾은 민가희가 침대보를 꼭 부여잡으며 말한다.
“오빠, 이제 움직여도 돼요.”
“천천히?”
“으음. 그냥 한 번에 넣어주세… 하윽!”
말하고 있던 민가희의 입에서 비명 같은 신음이 터졌다.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허리를 강하게 밀어붙인 탓이었다.
주사도 모르는 새 맞는 게 낫다지 않는가.
다행히 이번에는 한 번에 안쪽까지 모두 들어갔다.
다만 민가희의 허리가 한 차례 들썩이며 놀람을 호소했다.
서주환은 움직이지 않고 몸을 숙여 그녀를 안아주었다. 민가희가 그의 목에 팔을 두르며 참았던 숨을 토했다.
“하으으. 그렇게 갑자기 하는 게 어딨어요.”
“미안. 많이 아팠어?”
“으응. 아까 처음 넣었을 때보다는 괜찮아요.”
이미 반쯤 넣었을 때 아픔을 다 느낀 것 같았다.
민가희는 그를 안은 채 잠시 기다리다가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오빠, 안에서 막 움직이는 것 같은데요.”
“이건좀 봐주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움직이지 않고 참는 것만 해도 적지 않게 인내심을 발휘하는 중이었다. 안에서 움찔거리는 것까지는 어떻게 하기가 힘들었다.
그가 불쌍한 표정을 짓자 민가희가 킥 웃음을 흘렸다.
“뭐라고 하려던 건 아니고요. 이제 움직여도 될 것 같아요.”
“진짜?”
“네. 대신 천천히 움직여 줘요. 아직 조금 아파서.”
“알았어.”
민가희의 말대로 허리를 부드럽게 움직였다. 첫 경험의 경우 고통이 심하면 끝까지 못하는 상황도 종종 있다고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다.
‘아이템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최미화 때는아이템을 사용해 통증을 없애고 원하는 대로 밀어붙일 수 있었다. 하지만 『미끌미끌 러브젤』은 진즉에 다 사용했다.
지금은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순서를 밟아야 할 때였다. 서주환은 아쉬운 대로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며 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즈륵. 즈르륵.
얼마나 움직였을까.
쾌락보다는 적응을 위해 느릿한 움직임으로 진퇴하기를 몇 분.
민가희 쪽에서 먼저 안달을 내기 시작했다.
“읏. 흐읏. 으응.”
말로 무어라 한 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 엉덩이를 함께 움직이는 게 보였다. 누운 상태에서도 그럴 정도면 상당히 애가 단 모양이었다.
“가희야, 이제 좀 세게 움직일까?”
“으응. 오빠 하고 싶은 대로 해요.”
“그럼 나한테 맡기고 몸에서 힘 빼.”
“네에… 흐악!”
입구에서 가장 안쪽까지.
대답과 동시에 허리를 크게 한 번 튕기자 민가희의 입이 벌어지며 신음성이 튀어나왔다.
“흐으. 가희야, 다리 좀 더 벌려보자.”
그녀의 허벅지를 옆구리에 끼우듯 붙잡고 진퇴 운동에 힘을 가한다. 즈륵즈륵 느긋하던 움직임이 변하고 야한 소리가 방을 채워간다.
질걱질걱~찔걱! 찔걱!
“아!아흑! 아앙!”
마찰음을 따라 민가희의 교성도 커져갔다.
그녀는 소리를 내는 게 부끄러운지 새삼스레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입모양만 연신 변하면서 신음성이 튀어나왔다.
하지 말라면 하고 싶고,가리고 있으니 보고 싶다.
서주환은 그녀의 허벅지에서 손을 떼고 팔을 붙잡아 내렸다.
“아~ 학? 오, 오빠 나 손!”
“얼굴 보고 싶어, 가희야.”
“흑, 앙, 하악. 나, 나 얼굴 이상해요! 손 놔줘요!”
“하나도 안 이상해. 예뻐.”
“읏. 하윽! 오빠아흑!”
원망스럽다는 듯 올려다보는 눈이 글썽였다. 하지만 정말 싫은 건 아닌지 손을 빼려하지 않았다.
철썩철썩!
허리를 튕길 때마다 물결치는 파란 머리와 출렁이는 가슴이 가져다주는 시각적 효과가 대단하다. 마치 푸른 호수에 복숭아가 둥둥 떠다니는 듯했다.
그는 팔 한쪽을 놓아주고 가슴 하나를 손 안 가득 그러쥐었다. 복숭아가 이지러지며 모양을 바꾼다. 중앙 쯤 솟아난 열매가 탐스러웠다. 수확하고 싶은 마음에 손가락 두 개로 열매를 잡고선 살짝 비틀었다.
“하악!?”
잡고 비틀었더니 곧장 놀란 신음성이 터졌다.
민가희는 가슴의 성감이 둔하면서 꼭지는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철썩철썩!
“아~ 학! 아흐윽~!”
퍽퍽퍽퍽!
박을 때마다 출렁이는가슴.
한쪽을 잡고 있는 탓에 왼 가슴만 혼자서 위아래로 요동쳤다.
“윽. 하아. 나 쌀 것 같아.”
시각적인 자극에 사정감이 확 하고 올라왔다.
연신 거친 호흡을 뱉던 민가희가 싼다는 말에 서주환을 부른다.
“오빠, 주환 오빠앙! 하악! 이름, 이름 불러줘요~!”
“가희야, 민가희.”
“아앙!”
“가희야, 쌀게.”
그녀의 말대로 이름을 부르며 피스톤속도를 높였다.
쩍쩍쩍쩍쩍!
살결 부딪치는 소리가 야하게 울리며 사정감이 치달았다.
이내 그는 민가희의 허리를 양손으로 부여잡고 허리를 있는 힘껏 밀어붙였다. 가장 안쪽까지 전진한 그는 참았던 사정감을 터뜨렸다.
뷰릇!
“허억! 윽!”
“학! 아앙~! 흐으읏! 읏!”
민가희의 허리가 휘며 허공으로 살짝 떠올랐다.
그는 떠오른 허리를 붙잡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며 자궁 안에 싸지르겠다는 듯 정액을 털어냈다.
울컥!
뷰르르르르~.
한참을 참아서 그런지 두 번째 사정인데도 처음 싸는 것처럼 나온다.
서주환은 잠시 사정 후 개운함을 만끽했다.
“하아. 가희야, 뺄게.”
“네에엥….”
기운이 다 빠진 듯 축 늘어진목소리로 답하는민가희.
그러나 자지를 빼내려 허리를 후퇴하려해도 꽉 조여서 잘 놔주지를 않는다. 자연히 마찰이 일어났고, 그 자극에 그녀의 입에서 흑! 하는 놀란 신음이 흘렀다.
‘엄청 조이네.’
이내 자지를 빼내자 뽁! 하는 소리와 함께 조갯살이 떨어져 나갔다.
서주환은 축 늘어진 민가희의 허리를 잡고 돌렸다. 그녀의 몸이 침대에서 뒤집어지며 엉덩이가 위로 올라온다.
새 콘돔을 씌운 후 그대로 다시 삽입.
엉덩이 살을 비집고 보지 안으로 들어간다.
방심하고 있던 민가희가 상체를 들석였다.
“학! 오, 오빠?”
“후우. 가희야, 아프진 않지?”
“아프진 않은데… 싼 거 아니었어요?”
“아직 부족해. 한 번만 더 하자.”
“아학! 자, 잠깐만요. 저 지금 민감… 흐아앙!”
쩌억! 쩌억!
위에서부터 내리찍는 듯한 피스톤 운동에 살 부딪치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렸다.
“아~ 하아악!”
서주환이 다음 사정을 할 때까지 민가희는 총 두 번의 오르가즘을 더 느껴야 했다.
*
2차전을 마친 서주환과 민가희는 욕실로 들어가 다시 샤워를 마쳤다. 격렬한 행위로 땀이 나서 그냥은 잘 수가 없었다.
물론 샤워는 따로 했다.
같이 하다간 다시 덮칠 것 같다는 민가희의 격렬한 반대 때문이었다.
그녀는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걸어가 어렵사리 몸을 씻고 서주환의 옆에 누웠다.
그는 옆에서 자신의 팔을 배고 누운 민가희를 보며 생각했다.
‘아, 한 번 더 하고 싶은데.’
최근 자위를 잘 하지 않았더니 쌓인 게 많았다. 오죽하면 임수희와 했을 때가 마지막 사정이었다. 평생 모쏠로 살다 죽었는데, 단 시간에 여러 명의 여자를 경험했더니 자위를 하려 하면 허탈함이 느껴졌다.
‘안 되겠지?’
민가희는 오늘 처음이었고, 이미 상당히 무리를 했는지 걸음걸이가 비틀거렸다. 아이템을 썼으면 모를까 지금 또 하면 내일 앓아누울지도 모른다.
주물주물.
하는 수 없이 그녀의 가슴만 주물럭거리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렇게 손 안의 공처럼 만지작대고 있자니, 민가희가 문득 말을 걸어왔다.
“오빠.”
“응? 아, 그만 만질까?”
“아뇨. 가슴 만지는 건 괜찮은데요….”
괜찮댄다.
안심하고 만지자!
조몰락~조몰락~.
“아, 오빠아! 정말!”
“어어. 말해. 듣고 있어.”
“…에휴.”
왜 한숨을 내쉬는 걸까.
서주환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녀의 가슴을 만졌다. 그가 가슴을 놓지 않는 게 아니라 가슴이 그의 손을 놓지 않는 것이었다. 이걸 어찌한단 말인가.
민가희는 이내 포기한 듯 고개를 한 차례 저었다.
노래방에서만 해도 한참 어른처럼 느껴졌던 오빠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애가 되어버렸다.
그게 또 싫지 않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콩깍지가 단단히 씌인 듯 했다.
‘치. 사귀지도 않을 거면서.’
괜스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누구는 우는 모습을 보이고 처음까지 줬는데, 누구는 하기도 전부터 벽을 치는가 싶더니 경험이 많은 듯 익숙하게 리드까지 한다.
그리고 중간에 했던 그 말은 지금생각해도 진짜….
‘확 때려버릴 걸 그랬나?’
호감이 조금만 덜 했으면 밀치고 나갔을지도 몰랐다. 아니, 분명 노래방에서 자신을 달래준 것만 아니었어도 알을 까버렸을 것이다.
그 눈빛을 느꼈을까.
가슴을 만지던 그가 움찔하며그녀를 쳐다봤다.
눈을 끔뻑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민가희는 픽 웃어버리고 말았다. 얼굴을 보고 있으니 심술이 났던 것도 사르르 풀려버렸다.
적어도 오늘은.
그에게 험한 말을 입에 담을 수 없었다.
그래도 얄미우긴 했던지라 괜히 가슴팍을 한 대 툭 친다.
‘우와. 딱딱해.’
힘을 준 건지는 여자 몸이랑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막상 할 때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그의 몸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좋았다.
민가희는 그의 가슴에 마주 손을 올리며 말했다.
“오빠.”
“어?”
“오빠는 왜 아무것도 안 물어봐요?”
뜬금없는 물음.
하지만 그는 그 질문의 뜻을 알아들은 듯 차분해진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노래방에서 보았던 예의 어른스러운 얼굴이었다.
그가 조금 고민하는 듯 하더니 말했다.
“불편할까봐.”
“제가요?”
“응. 네가 그랬지? 눈새인 척 하는 게 편하다고.”
“그랬… 죠?”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나.
그녀는 나름대로 눈치가 있는 편이었지만 일부러 모르는 체 하고 다닐 때가 많았다.
그 편이 자신을 감추기 쉽기 때문이었지만, 그것은 동시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이기도 했다. 다 알아듣고 하나하나 따지기엔 너무 아프고 피곤했으니까.
민가희는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는 그와 시선을 맞추며 물었다.
“그게 왜요?”
“음. 조금 결이 다르긴 한데, 알면서도 모르는 척,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할 때가 더 편한경우도 있잖아?”
민가희는 동의한다는 뜻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어쩐지 그가 하는 말은 경험에서 나오는 것 같아 쉽게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안 물어 본 거야. 무슨 사정이 있는지, 솔직히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닌데, 고작 위로 좀 해줬다고 속사정 다 말해줄 필요는 없으니까.”
“아….”
서러운 감정을 다 받아주었으면서도, 이제껏 장난스러운 태도를 보인 건 그 나름의 배려였었다.
그가 씩 웃으며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뭐, 네가 먼저 말하겠다면 말리지는 않아. 내가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어도 듣는 건 해줄 수 있으니까.”
“…오빠.”
“응?”
“갑자기 엄청 어른 같네요. 노래방에서도 그렇고.”
고작 두 살 차이인데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또래한테는 느껴본 적 없는 편안함이 말이다.
한데 그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 말에 크게 당황한 얼굴을 보였다.
그가 이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희야, 나 좀 꼰대 같아?”
“네?”
“큰일인데… 이러다 복학하면 틀딱 소리 듣는 거 아닌가? 아니지. 1학년에 스물셋이면 이미 화석인가? 으으.”
갑자기 곤란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그.
민가희는 그 얼굴이 우스워서 킥 웃어버리고 말았다.
분명 어른 같다가도 지금은 철없는 남고생을 보는 듯하다.
참 종잡을 수 없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자신 또한 서주환에게 똑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킥킥 웃음을 흘려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