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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화 〉두 번째 S급 재능 (47/501)



〈 47화 〉두 번째 S급 재능

“오빠, 저희랑 놀래요?”

[성(性)에 관한 강력한 행운이 개입합니다!]

익숙한 시스템 메시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몽마신의 축복』이 타이밍 좋게 나타났다.
메시지를 본 서주환은 즉각 대답했다.

“하하. 그럴까요?”

거절 따윈 있을 수 없다.
힙찔이든 뭐든 알게 뭔가. 일단 눈앞의 여자는 꽤 예쁜 얼굴이었고, 압도적으로 넓은 마음의 소유자였다.
같이 놀 이유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히히. 그럼 오늘 같이 놀아요!”

그녀가 팔짱을 껴오며 말했다.

물컹.

당연하게도 가슴이 팔에 닿았다.
외투는 락커에 넣어둔 것인지 하얀 민소매 티에 딱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은 그녀.
슬쩍 보이는 하늘색 브라끈 사이로 쇄골은 물론이고 깊고 넓은 가슴골까지 훤히 드러나 있어 시선처리가 고역이었다.

“오빠는 혼자  거예요?”

서주환은  말에 아차 싶었다. 무턱대고 알겠다고 하긴 했는데생각해보니 그녀는 ‘저희’라고 했었다.
인원수가 안 맞으면 그대로 쫑.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아직 안심하기에는 일렀던 것이다.
서주환은 최대한 표정관리를 하며 말했다.

“저는 친구 한 명이랑 같이 왔는데… 그쪽? 이거  뭐라고 불러야 할지.”
“민가희요. 가희라고 부르면 돼요.”
“제 이름은 서주환이에요. 가희 씨는 몇 명이서 왔어요?”
“힝.오빠, 그냥 가희라고 불러요. 정 없게.”

민가희가 콧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렸다.
연상만 상대해왔던 서주환으로서는 처음 보는 타입이었다.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저도 두 명이서 왔어요. 친구 한 명이랑.”
“그래요? 딱 좋네. 우리랑 놀면 되겠다.”

그는 민가희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말했다. 과연 시스템이 점지해 줬기 때문인지 인원수가 딱 맞았다.
마침 공연 중 떨어졌던 이정훈이 이쪽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이정훈은 민가희를 발견하고 놀란 얼굴을 하더니 그에게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서주환은 민가희에게 보이지 않도록 마주 엄지를 들며 빨리 오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런데 오빠, 나이가 어떻게 돼요? 오빠 맞죠?”
“음. 가희 보단 많을  같은데? 스물셋이야.”
“아하. 그럼 오빠 맞네! 난 스물하나!”
“정말? 스무 살인 줄 알았는데?”
“히히. 제가 십이월 생이라 그래요.”

웃으면서 대답하는 모습에서 댕청미가 느껴지는 게 마냥 해맑아 보인다. 애가 지나치게 순수하다는 느낌이랄까.
그 사이 옆으로 온 이정훈이 말했다.

“주환아. 이 분은 누구셔?”
“아,형. 이쪽은 민가희라는 분인데 조금 전에 떼창하다가 친해졌어. 힙합 좋아하더라고. 가희야, 여기는 내가 말했던 일행.”

이정훈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가희 씨. 여기 주환이 친구 이정훈이라고 해요.”
“이히히. 안녕하세요. 저는 주환 오빠가 말했다시피 민가희고 스물한 살이에요. 오빠도 편하게 말하세요.”
“그럴까? 그럼 가희 너도 그냥 편하게 말해.”
“어…정훈 오빠는  살이에요? 주환 오빠가 형이라고 부르던데.”

 말에 이정훈이 잠시 눈치를 보더니 말했다.

“난 스물넷.”
“엑. 정말?”
“안 그래 보여?”
“조금 더 많을  알았어요.”
“…사실 스물여섯이야.”
“아, 역시. 그쯤 돼 보였어요.”

이정훈의 얼굴이 조금 풀 죽었다. 참 해맑은 얼굴로 사람을 맥이는 여자였다. 사실 이정훈이 그리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 기색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민가희가 말했다.

“음. 저는 그냥 존대할게요. 이게 편해서요.”
“그래… 편한대로 해.”
“넹.”

민가희가 애교 있게 대답했다.
이정훈은 그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애초에 거짓말을 한 것도 나이 많다고 나가리 되면 어쩌나 해서 한 말이었는데그럴 걱정은 없어 보였던것이다.

“가희야, 일행은 어디 있어?”
“아, 친구는 일렉존에 있어요. 원래 저도 일렉존에 있다가 스윙즈 온다고 해서 잠깐 넘어  거예요.”

어쩐지 안 보인다 싶더니 서로 다른 존에서 놀고 있었다.
그럼 일렉존으로 가야 하나?
그때 이정훈이 그에게만 들리도록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환아,옮기지 말고 바로 2차 가야 돼.”
“왜? 일렉존에서 춤  추다 가는 것도 괜찮을  같은데.”
“여기 남자가 몇 명이냐. 빨리 우리끼리 자리 잡아야지.”

핵심을 짚는 이정훈의 말.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들었다.
지금 클럽 안에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여느 클럽과 마찬가지로 남자가 훨씬 많았다. 여기 괜히 오래 있어봐야 한눈판 사이 다른 놈들이 채갈지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서주환은 민가희에게 클럽 출구 쪽을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일단 나갈까? 복잡하니까 밖으로 친구 불러서 2차 어때?”
“오, 그거 좋지. 가희야, 우리가 좋은 술집 알아.”

이정훈이 능숙하게 말을 이어받았다.
다행히 민가희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넹. 저도 엄청 뛰었더니 다리 아파서 앉고 싶어요.”

*

이정훈은 상당한 헤비스모커다.
클럽 밖으로 나온 이정훈은 슬쩍 민가희의 눈치를 보더니 담배 피냐면서 운을 띄웠다. 민가희는 피지는 않지만 친구가 피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정훈이 밝아진 얼굴로 말했다.

“주환아, 나 잠깐 담배 좀 피고 올게.”
“어. 갔다 와.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그들은 민가희의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연락을 한 지 5분쯤 됐을까.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검정 오프숄더 티에 타이트한 치마를 입은 여성이 한 명 나왔다. 급하게 나왔는지 겉옷도 걸치지 않은 채였다.
민가희가 손을 붕붕 흔들었다.

“슬기야! 여기, 여기!”
“아, 민가희! 너어!”

슬기라 불린 여성이 성큼성큼 민가희에게 다가가더니 정수리에 춉을 날렸다. 꽤 힘이 실렸는지 빡! 하는 소리가 났다.
민가희가 비명처럼 고통을 호소하며 머리를 부여잡더니  소리쳤다.

“아파! 왜 때려!”
“왜 때려?  때려라고 했냐아!”

하지만 여성의 기세는 그 보다  무서웠다.
그에 잔뜩 겁먹은 민가희가 바로 백기를 들었다.

“미, 미안. 뭔지 몰라도 내가 잘못했어….”
“왜 몰라! 왜! 너 한 대 더 맞자!”
“으앙! 오빠, 살려줘요!”

민가희가 소리치며 그의 뒤로 숨었다.
아직도 서슬 퍼런 기색의 여자는 그녀를 쫓다가 서주환의 앞에 딱 멈춰 섰다.
졸지에 마주선 서주환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

“어? 어? 그, 왜 그러신지 몰라도 일단 진정하세요.”
“후우.”

다행히 여자는 서주환에게까지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다만 한숨을 깊게 내쉬며 그의 등 뒤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있는 민가희를 노려보며 말했다.

“민가희 너, 좋게 말할  나와라.”
“…때릴 거야?”
“존나 때릴 거야!”
“으앙! 안 나가!”
“이게 진짜!”

여자는 민가희를 잡으려 했고, 민가희는 잡히지 않으려 서주환을 뒤에서 잡고 빙글빙글 돌았다.
클럽 앞 길가에서 촌극을 벌이고 있으니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지사.
서주환이 쪽팔려서라도 일단 둘을 멈춰야겠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어? 슬기 씨? 윤슬기 씨 맞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담배를 피고 돌아오던 이정훈이 여자에게 아는 척을 했다.
민가희를 잡기 위해 빙빙 돌던 윤슬기가 제자리에멈춰 서더니 이강훈을 보고 놀란 소리를 냈다.

“어? 아까 클럽에서 그!”
“와. 슬기 씨가 가희 친구였어요?”
“엑. 그럼 여기 이 분이 그 전화 안 받던?”

윤슬기는 그제야 주먹을 내려놓고 서주환을 올려다봤다.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짐작이 갔다. 아까 놓친 여자 중  명이구나.
서주환은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어… 안녕하세요. 서주환이라고 합니다.”
“아. 헉, 나 좀 봐. 미안해요. 제가 화가 나면 보이는  없어서. 가희 친구 윤슬기에요.”

민망한 듯 빨개진 얼굴로 얼른 인사하는 윤슬기.
마주 인사하고 있자니, 그의 등 뒤에 있던 민가희가 고개를 빼꼼 내밀며 말했다.

“…이제 안 때릴 거야?”

진짜 한 대 때려줄까….
어쩐지 윤슬기가 그녀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네 사람은 일단 자리를 옮겨 이정훈이 안내한 술집으로 들어갔다. 술집은 밀폐되어 있는 룸 형식이라서 떠들고 놀기에 좋아 보였다.
자리를 잡은 민가희는 윤슬기에게 붙잡혀서 간지럽힘을 당하는 중이었다.

“꺄하하학! 그, 그만! 아핳! 슬기야아!”
“잘못했어,  했어!”
“잘못했어! 내가 미안해애헥!”

왜 그렇게 화가 났나 사정을 듣자하니 일렉존에 같이 있던 민가희가 화장실에 간다 말하고선 1시간 가까이 코빼기도 안 보였다고 한다.
힙합존에서 공연을 즐기느라 연락도 안 받더니 한참 후에 전화해서 한다는 말이 같이 놀게 밖으로 나오란 소리.
한참 그녀를 찾아다녔던 윤슬기로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실신 직전까지 간지럼을 당한 민가희는 웃다 지쳐서 몸을 벽에 기댄 채 숨을 헐떡였다. 헥헥 댈 때마다 움직이는 가슴이 절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친구를 응징한 윤슬기는 그제야 속이 풀린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에휴. 사실 얘가 클럽에 처음 와봤거든요. 갑자기 사라져서 전화도 안 받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원래는 클럽 분위기만  체험시켜주고 집에 갈 생각이었어요.”

말인즉슨 남자랑 같이 놀 생각 자체가 없었다는 뜻이다. 물론 그리 말해 봐야 지금은 둘둘 짝지어서  테이블에 앉아 있었지만.
서주환은 가만히 말을 듣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응? 그냥 집에 갈 생각이었다고요?”
“네. 그런데요?”
“어… 아까는 정훈이 형 제안 받아들였다고 하지 않았어요? 제가 전화를  받아서 무산  거고.”
“아, 그건….”

윤슬기가 말끝을 흐리며 힐끔 이정훈을 쳐다본다.
그녀의 속내를 짐작한 서주환은 피식 웃어버렸다.

‘알만하네.’

아마 적당히 춤만 추다 갈 생각이었다는 건 거짓말이 아닐 터다. 그저 이정훈의 외모에 홀라당 넘어갔을 뿐.

‘오히려 잘 됐어.’

그녀가 자신보다 이정훈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에는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겹치지 않고 노선이 정해졌다는  호재였다.애초에 윤슬기보다 민가희 쪽이 그의 취향이기도 했고.
서주환은 아직도 헐떡이고 있는 민가희를 보다가 속으로 그녀의 상태창을 불러냈다.

<민가희>
성별: 여성
나이: 21살
키: 160cm
몸무게: 53kg
호감도: C
현재 성욕: C
페티시: Ochlophilia(中), Aphephilia(中)
보유 재능: 작곡(C/S), 노래(B/B), 기타(B/B), 천진(B/B), 베이킹(C+/B), 연기(C+/B)

잠재등급 S의 작곡 재능.
상태창을 응시하는 서주환의 눈동자가 놀람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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