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0화 〉끊어진 필름 (40/501)



〈 40화 〉끊어진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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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 보니 옆에 웬 여자가 누워있었다.
잠들어 있는 건지 숨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새액… 새액…

서주환은 여자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얼굴을 확인했다. 불이 꺼져 있어 어두웠지만 바로 옆이었기에 얼굴 정도는 볼  있었다.

‘수희 누나…?’

옆에 누워 있는 여성은 다름 아닌 임수희였다.
왜 임수희가 같은 침대에 누워 있는 걸까. 여기는 아무래도 모텔인  같은데.

‘설마… 했나?’

남녀가  침대에 누워 있을 이유로 생각나는 게 달리 없었다. 필름이 끊긴 자신을 데려다준 거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옷이 벗겨져 있었다.

‘내 옷이… 바닥에 있구나.’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옷을 확인해보니 딱히 토사물 등의 이물질이 묻은 것도 아니었다. 아랫도리가 싸한 게 진짜로 한  같았다.

‘미친. 너무 억울한데?’

임수희와 한 것 자체는 문제될  없다. 성인 남녀가 술 마시다 마음 맞으면  수도 있는 거지. 어느새 상당히 개방적인 마인드를 갖게 된 그였다.
문제는 그 과정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감자탕집에서 죽어라 마신 것밖에 떠오르는  없었다.
어떤 경위로 하게  건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서주환은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머리를 부여잡았다.

‘분명 어제 술을 마시고…’

 죽기 직전까지 술을 마셨었다. 군인 시절 살인범을 잡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바람에 집중 타깃이 되었던 그는 생전 처음으로 주량을 돌파했었다.

‘필름 끊긴  처음인데… 분명 거기서 마시고 자리를 옮겼어.’

기억이 조금씩 떠올랐다.
새벽까지 줄창 마시다가 아내에게 전화를 받은 리본 피트니스 형님들이 울상을 지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백강호도 얼굴이 빨개진 이혜리를 챙겨 돌아갔고, 그렇게 임수희와 둘만 남았다.

‘나도 돌아가려고 했는데…’

붉어진 얼굴의 임수희가 둘이서 한  더 마시자며 제안을 해왔다. 술자리에서 가장 강했던 사람은 서주환도, 회원들 중 누구도 아닌 임수희였다.
이후 그는 임수희의 제안을 따라 근처에 있는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눴었는데, 이미 주량을 넘겼던지라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룸에 들어간 이후로부터는 기억에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했다. 드문드문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지만 이어지지가 않는다.

‘어우씨. 이거 기분 찝찝하네.’

본인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생각보다 기분이 더러웠고 불안했다. 자고 있는 그녀를 깨워서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답답하다.

‘아, 루시!’

멍청하게 루시를 잊고 있었다. 그에겐 언제나 함께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있었다. 그가 정신을 잃었어도 루시는 모든 걸 보고 기억하고 있을 터.
속으로 그녀를 부르자 바로 답이 돌아왔다.

[저라고 다 아는  아니에요. 주인님이 잠에 드시면 저도 수면 모드로 전환된답니다.]

처음 듣는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필름이 끊긴 부분은 루시가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단 알고 있는 거라도 말해줘.’
[알겠습니다.]
‘수희 누나랑 내가 왜 한 침대에 누워 있는 거야?’
[룸에서 술을 마시다가 주인님께서 임수희에게 ‘누나, 나 섹스 존나 잘하는데?’ 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해버리는 루시.

‘…뭐?’

생각이 잠시 정지했다.
그는 순간 자신의 귀에 이상이 생긴  알았다. 그게 아니면 아직도 술에 취해 있거나 루시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루시는 다시 한 번 정확히 말해왔다.

[못 들으셨나요? 주인님께서 임수희에게 ‘누나,  섹스…]
‘그, 그만!’

차마 다시 듣기 힘들어서 얼른 루시의 말을 막았다.
대체 새벽 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는 속으로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진짜 내가 그딴 말을 대놓고 했다고?’
[네. 그 외에도섹스 어필을 적극적으로 하셨는걸요.]
‘누가? 내가? 진짜로?’

루시의 말이니 사실일 것이분명함에도 이루 말할 수 없는 황당함에 바로 인정할 수가 없었다.
스스로 소심해빠진 자신의 성격을 아는데 그런 말을 대놓고 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도 없다. 실제로 그의 옆에는 임수희가 누워있었으니까.

‘좀  자세히 얘기해줘. 처음부터 다.’
[네. 주인님은 룸에서 임수희와…]

그때 루시의 말을 자르고 익숙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으음. 주환아, 깼어?”

흠칫 옆을 돌아보자 임수희가 반쯤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볼에 보조개를 만들었다.

“속은 좀 괜찮니? 너 엄청 마셔서 완전히 꼴았었는데.”
“네. 저는 뭐… 누나는 좀 괜찮아요?”

그리 되물으니 임수희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그는 순간 뭐가 잘못 됐는지 깨닫고 말을 정정했다.

“괜찮아, 누나?”
“흐응. 그래도 눈치는 있네?”
“하하….”

역시 존대를 해서 그런 거였다. 하여간 올해 계란 한 판을 채워서 그런지 반말에 엄청 집착한다.

‘이제 진짜 내려놓고 반말해야겠다.’

어차피 원래 그의 나이는 서른둘이었으니 딱히 거부감도 없었다.
임수희는 누운 상태로 옆에 둔 물병을 집었다. 꼴깍 물을 마시는 그녀의 입술 사이로   방울이 흘러내린다. 물방울은 목선을 따라 어깨 아래까지 흘러내렸다. 그녀도 옷을 입지 않은  맨살이 훤히 드러났다. 역시 이미  것 같았다.
물을 마신 임수희는 힐끗 그를 보더니 풋 하고 웃으며 입가에 보조개를 만들었다.

“주환이 너 새벽에 있었던 일 기억 안 나지?”

여자의 감이라는 건가? 딱 걸렸다.
그는 일단 시치미를 떼기로 했다. 어느 여자가 섹스한 뒤 까맣게 잊은 남자를 좋아하겠는가. 그게 비록 술 때문일지라도 말이다.

“…무슨 소리야? 당연히 기억하지.”
“흐응. 그럼 어제 나랑 몇 번이나 했는지도 기억나니?”

기억 날 리가 있나.
하지만 평소 사정량을 생각해 봤을 때 최소 세 번 이상일 터. 그는 적당히 얼버무리기로 했다.

“너무 많이 해서 잘 모르겠…  따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수희의 손이 날아와 그의 등짝을 찰싹 소리가 나도록 때렸다. 운동을 해서 그런 건지 손이 엄청 매섭다. 등짝에 불이 난 것 같았다.

“으이그. 누나를 꼬셔서 데려와 놓고 기억도 못 해?”
“…미안.”

미안하다는 말 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솔직히 기억이  나서 조금 억울한 기분이었지만 그도 염치가 있는지라 티를 낼 수는 없었다.
그때 임수희가 침대를 퍽퍽 내리치며 웃기 시작했다.

“푸흐흐흑! 진짜 아무것도 기억 안 나니? 누나랑 내기하기로 했던 것도?”
“내기? 그게 무슨… 아!”
“어? 기억났니?”
“응. 대충은 기억났어.”

서주환은 멋쩍게 눈꼬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내기라는 말을 들었더니 일부분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

새벽 시간.
룸에서 임수희와 술을 마시던 때였다.

어떤 내용인지까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와 임수희는 백강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최근 운동에 대한 얘기로 넘어갔는데, 이야기 도중 임수희는 그에게 헬스장에 마음에 드는 여성 회원이 없냐며 물어 봤었다.
서주환은 당연히 없다고 대답하려다가 임수희를 가리키며 ‘누나가 마음에 드는데?’ 하고 장난스러운 어투로 어필했었다.
술기운 때문이었던 걸까. 아니면 최근 성격이 많이 바뀌어서일까. 회귀 전이라면 입밖으로 못 꺼냈을 농담이 자연스레 나왔다.
임수희는 그 말에 무슨 소리냐며 핀잔을 주었지만 다행히 싫지는 않았는지 배시시 웃어보였다.
그렇게 술이  잔 더 들어 갔을 때였다.
임수희가 먼저 그의 몸에 손을 댔다.
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아 있던 임수희는 옆으로 자리를 옮겨왔다. 그리고 그의 허벅지로 손을 가져와 탐색하듯 어루만졌다.

스윽스윽. 조물조물. 스윽.

청바지 위로 온 그녀의 손은 안쪽을  듯 쓰다듬거나 조물거리며 그를 더듬었다.
공교롭게도 서주환이 가장 자신 있는 부위는 허벅지였다. 그는 알게 모르게 은근히 허벅지에 힘을 주며 근육을 과시했다.
룸은 닫힌  때문에 시야가 막혀 있는 상태.
테이블 아래의 손길은 점점 과감해졌다.
허벅지를 쓰다듬던 손이 슬그머니 그의 소중이가 있는 위치로 올라오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미 반쯤 푸불어 오른 고간을 만진 임수희가 깜짝 놀란 소리를 내며 정적을 깨트렸다.

“와.주환이 너 크다….”

술자리에 나오기 전 아이템을 통해 성장한 소중이는 묵직했다. 둘레는 정확히 재보지 않았지만 얼추 휴지심 정도는 되었다. 길이에 비하면 조금 아쉬운 굵기였지만 강도는 또 발군이었다.
서주환은 은근한 자부심을 느끼며 답했다.

“아직 다 커진 거 아니야.”
“어머, 정말? 여기서 더 커진다고?”
“보고 싶으면 보여주고.”
“흐응. 누나 유혹하는 거니?”

그 말에 서주환은 피식 웃음을 흘리면서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자신의 바지 안으로 넣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소중이는 아직도 몸을 부풀리는 중이었다.
생 자지를 만지게 되자 임수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엄청 딱딱해….”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녀의 허벅지 위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유혹은 누나가 먼저   같은데.”
“그런가아? 아까 내가 제일 마음에 든다고 누가 그랬었던  같은데…?”
“마음에 든다고 했지 만지라곤 안 했잖아?”
“어머, 그게 그  아니었니?”

서주환은 씩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최미화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술기운은 아무래도 그를 평소와 조금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모양이었다. 평생 억눌려 있던 성격이 해방되는 걸까.
그는 자신감 있는 어조로 능숙하게 대화를 이끌었다. 그럼에도 서른에 이른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받아쳤지만 말이다.
그때부터 두 사람에게 술은 뒷전이었다. 두 쌍의 손이 서로를 탐색하더니 점점 관능적인 움직임으로 바뀌었다.

슥슥.
딸딸딸.

그의 손은 임수희의 허벅지와 다리 사이를 더듬었고,그녀의 손은 그의 바지 안에서 자지를 문질렀다. 완전히 발기되어 여자의 손길을 느낀 자지는 뚝뚝 쿠퍼액을 흘렸다.

“하아. 주환아, 잠깐만.”

한참 대딸을 쳐주던 그녀는 바지 안에서 손을 빼고 술잔을 잡았다.
소맥이 들어있는 잔.
임수희는 그를 입에 머금더니 서주환에게 키스했다.

꼴깍, 꼴깍, 츄우웁…

임수희와의 키스는 씁쓰름하면서도 달콤했다.
이내 입술을 떼어낸 그녀가 뜨거운 숨을 흘렸다. 술과 타액이 뒤섞여 입 안이 끈적하다.
임수희가 그의 얼굴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주환아, 누나 애인 할래? 누나가 잘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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